아침에 비행기 기내식을 먹은 이후로 줄곧 공복이었다.
여행을 왔다면 당연히 현지 음식을 먹어봐야 할 터.
그래서 선택한 것이 누구나 한번쯤은 먹는다는 코샤리(Koshary).
쌀, 파스타, 콩 등에 매콤한 미트소스를 얹어 비벼먹는 요리로
테이크아웃이 되기 때문에 간편한 식사로도 괜찮다.
카이로에서 가장 유명한 코샤리 가게인 아부 타렉(Abu Tarek)이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거기로 가면 되겠다.
아부 타렉은 워낙에나 유명한 가게라서
대충 아무에게나 물어봐도 어딘지 알려준다.
아부 타렉 가게 앞 |
시켜보니 혼자서 먹기는 힘들 정도의 꽤 많은 양을 담아주는데
워낙 배고팠던지라 평소같으면 반은 남겼을 그 양을 다 먹어버렸다.
살짝 매콤한 맛이 나한테는 꽤 괜찮네.
허기를 채웠으니 다시 이동. 이번엔 강가로 향했다.
세계에서 제일 긴 강 중의 하나인 나일강으로.
카이로 시내에서 찍은 나일강 |
도심을 꿰뚫는 거대한 강을 상상하고 강가를 향했다만
눈앞에 보이는 강의 규모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거...세계에서 제일 긴 강 맞아? -_-;
건조한 지역이라서 그런지 강폭은 한강 만도 못한 크기였다 -_-;
건너편에 보이는 카이로 타워(Cairo Tower) |
자...이제 이 다음은....이 다음은....힘들다 -_-;
다른 것보다 더운 날씨에 캐리어를 계속 끌고 다니려니 두갑절 힘들다.
게다가 하도 더우니 물을 계속 마셔도 진이 빠진다.
우선 호텔에 짐이라도 두고 다시 나와야지.
버스를 타고 기자를 갔다가 택시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어짜피 택시 탈 거 그냥 여기서 타고 가자 싶었다.
길가에 서니 카트 덕에 택시들이 너도나도 내 앞에서 멈춰선다.
하지만 멈춰서는 택시마다 호텔 이름을 얘기하고 주소를 보여줘도
계속 모르겠다며 지나가버린다.
생각해보니 내가 들고 있는 주소가 영어다 -_-;
기사들이 간단한 영어 대화만 할 줄 알지 읽는 방법은 전혀 모르는 것이다.
혹시 이집트 간다면 반드시 공항에서 영어되는 공항 직원한테
숙소 주소를 아랍어로 써달라고 부탁해라. -_-;
(나도 오리엔테이션때 들었는데 깜박했다)
그렇게 계속 택시를 못타고 있는데 한 택시가 또 내 앞에 선다.
그런데 동시에 한 사람이 다가와서는 어디가냐며 물어본다.
아하~ 이 사람들 한패구나 싶었다. 바가지 씌우려는거지?
책에서 이미 카이로 시내에서 기자(호텔이 있는 곳)까지
10£E면 된다고 읽었기에 50£E를 부르는 그들에게 됐다고 무시했다.
역시나 바로 반절 깍는 이 사람들. -_-
싫어 12£E. 그렇게 우기니 겨우 fifteen(!)에 합의할 수 있었다.
차에 타고 출발하는데 조금 간다 싶더니
기사 영감님이 툴툴거리면서 짐이 크다고 돈 더달란다.
살짝 짜증이 났지만 1£E 더해서 sixteen ok?
30여분 달려 카이로를 벗어나 기자(Giza) 시내로 접어드니
피라미드가 이제는 얼마나 거대한지 느껴진다.
(차로 한시간 가량 떨어진 공항에서도 피라미드가 보일 정도니 뭐...)
그러고는 또 10여분 더 가서 오아시스 호텔(Hotel Oasis)에 도착.
(현지인들 발음으로는 오아지~스. 오아시스가 아니다.)
도착해서 지갑을 꺼내고 잔돈을 찾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이 영감님이 뭐라뭐라 하면서 내 지갑을 빼앗는다.
그리고는 지폐를 막꺼내더니 70£E 집어들고는 OK 란다.
WTF! 얼른 뺏어 들곤 you agreed 16£E 라고 말하고 돈을 주니
이 영감님 바로 "fifty(!)"라고 소리치고 난리났다.
(그런데 왜 70£E를 가져갔나...?)
그렇다 내가 당한거다. -_-;;;
택시 안에서 서로 안되는 말로 실랑이를 하는데
마침 한 동양인 남자가 온다.
"혹시 한국에서 오셨어요?"
오오 나의 구세주 현지 TC 무캄씨였다. T-T
마침 호텔에서 나가려던 찰나 호텔 앞 택시에서 실갱이를 보고는
바가지 문제를 직감하고 도와주러 오신거였다.
무캄씨가 가세해서 나한테 정황을 듣고 같이 맞짱을 떠봤지만
그래도 이 영감님의 기세...만만치않다 -_-;
호텔 경비를 비롯한 주변 현지인들에게 아랍어로 뭐라뭐라 하면서
(아마도 자기가 정당한데 요금 안주려고 쌩떼쓴다는 얘기겠지)
세력을 불려나가고 있었다. -_-;;;
결국 더럽고 치사하지만 50£E 던져주고 끝. 3배가 넘는 바가지라니;;;
(나중에 알게 되지만 내가 당한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일행중에는 10£E면 살 향수를 100£E주고 산 사람도 있었다.)
@ 이집트에서 택시 타고 나서 요금을 낼 때 요령이 있다.
도착하면 무조건 짐챙기고 내려서 택시 문을 닫은 뒤
처음에 합의한 돈을 창문으로 넘겨주고 뒤돌아서는 것.
처음이라 잠깐 잊었다가 제대로 바가지 한번 당하고 나서는
나도 이 방법을 준수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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