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일 일요일

Jin과 Rage의 Singapore 가족 여행기 - 20190815 (1) : 27년만에 다시 찾은 고요한 Merlion Park

처가 식구들은 싱가포르에 오후 도착하는 부산발 비행기를 타니까
가이드 역할을 해야할 우리는 먼저 도착해야되서
인천공항에서 자정에 출발하는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탔다.
6시간의 비행 후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
야밤의 인천공항은 면세점도 모두 닫혀 있었지만
새벽의 창이 공항은 면세점이 열려있네?
(싱가포르 창이 공항은 입국시에도 면세점 쇼핑이 가능하다.)
이 면세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크래프트 맥주 6병을 쇼핑한 아내님...


아직 밖은 해도 제대로 뜨지 않은 새벽.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는 시간대지만
한편으로 이런 때야말로 평소엔 사람이 북적댈 곳으로 가야지.
우리 짐은 공항 수하물 보관소에 맡겨둔 다음
(어짜피 나중에 식구들 도착하면 마중하러 공항에 올 거니까)
우리는 곧장 전철을 타고 멀라이언(Merlion) 공원으로 향했다.

해 뜬지 얼마 안된 새벽 7시의 마리나 만

싱가포르 강과 마리나 만(Marina Bay)이 만나는 곳에는
상가포르의 상징인 커다란 멀라이언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다.
싱가포르 관광의 필수코스 같은 곳이라 낮에는 늘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아침에 오니 정말 사람 한 명도 없네.
(게다가 별로 덥지도 않았다.)


어? 그런데 왜 멀라이언 조각상에서 분수가 작동하지 않는 거지?
라고 할 거 없다. 왜냐면 분수는 아침 7시반부터 작동하니까.
우리가 조각상 앞에 도착했을 때는 7시 20분.
10분정도를 기다리고 나니 멀라이언은 물을 뿜기 시작했다.


27년만에 다시 들른 멀라이언 앞에서의 독사진은 개그씬으로...

재밌게도 정말 사람 한명 보기도 힘들다가
멀라이언이 물을 뿜기 시작하니까 그래도 한두명씩 오는게 보인다.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빠져야지.
이제 아침식사를 해볼까?
싱가포르의 가로수길, 하지 레인(Haji Lane)으로 버스를 타고 가자.

물론 아직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은 닫혀있지만
그래도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게가 간혹 열려있다.
우리가 찾은 곳은 Blanco Court Prawn Mee라는 국수 가게.
가게 이름에서 온갖 문화가 공존하는 싱가포르의 특색이 보인다.
스페인어 Blanco, 영어 Court와 Prawn, 말레이어 Mee(국수).
거기다 옆에는 한자가 적힌 간판까지.



가게 이름으로도 알 수 있는 이 가게의 대표 메뉴는 새우 국수.
아내는 새우 국수 하나, 나는 새우+갈비+꼬리 국수를 주문하자.
싱가포르는 물가가 만만치 않은 곳인데
16.8 S$(약 14000원)라는 착한 가격으로 한끼 해결한다.


꽤 진한 해산물 육수와 큼직하고 탱글한 새우는 호불호가 없을 맛.
다만 돼지고기는, 아마도 꼬리 때문인 듯한 약간의 누린내가 있었다.
나야 웬만한 누린내는 신경 안쓰지만 아내에겐 무리.

식사를 마친 후에는 하지 레인을 구경할 차례.
(국수집 바로 옆이 하지 레인이다.)
하지 레인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료수를 파는 가게의 조그만 창이 보인다.
안그래도 이제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데다가
아침으로 먹은 것도 따뜻한 국수다보니 시원한 음료가 필요했다.
메뉴판을 보니 Homemade barley라는 게 보인다.
처음 보는 메뉴라 어리둥절. 이런 때는 사먹어보는게 답이지.

아내가 받아 들고 있는 뽀얀 액체가 Barley

뽀얀 액체인 barley를 마셔보니......이거 별미다.
살짝 고소한 맛도 나면서도 달큰하기도 하고.
마시면서 찾아보니 barley는 보리. (영단어 어휘력의 부족이 들통났다...)
그리고 음료수로서의 barley는 보리를 삶은 물이다.
우리나라는 볶은 보리를 차로 우려내니 연갈색의 물이지만
여기는 생보리를 써서 마치 쌀뜨물처럼 하얀 것.
다만 우리가 마신 barley의 단 맛은 약간의 당이 들어간 것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싱가포르식 barley는 아무것도 없이 보리랑 물로만 만든다는데
그것만으로 이런 달큰한 맛이 날 것 같지는 않다.
시원한 음료로 당을 충전했으니 이제 걸어가보자.

아직 9시도 안된지라 당연히 상당수의 가게들은 문 열기 전이지만
하지 레인은 강렬한 원색의 벽화들 만으로도 구경할만한 곳이다.
다만 하지 레인 자체는 250m의 짧은 거리.
하지만 바로 옆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를 비롯한 인근이
모두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기 때문에 구경이 금방 끝나지 않는다.
어느 거리냐 따라서 달라지는 가게 종류들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어디가 하지 레인이고 어디가 아랍 스트리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