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31일 화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4 (4) : 긴 하루의 끝. Geiranger에의 도착

택시 덕에 숙소에 편하게 도착했다.
오늘의 숙소는 입구 바로 옆의 폭포(Fossen)가
왜 자기 이름이 포센 캠핑(Fossen Camping)인지 알려주었다.
플롬에서의 숙소였던 플롬 캠핑은
오토 캠핑이나 비박, 게스트하우스, 오두막 등
모든 형태가 있는 종합 캠핑장이었지만
오늘 묵는 포센 캠핑은 오두막 형태의 숙소만 있었다.
목재로 된 오두막이 조금 추워보이지만
어렵게 구한 숙소이니 2박 3일간 잘 지내보자.
우선은 짐 풀고 저녁부터 해 먹어야지.


숙소에서 게이랑에르가 내려다보인다

간단하게 저녁을 해 먹고나니 저녁 7시.
오늘 여러번의 환승으로 먼 길을 왔던 탓에 피곤은 하다만
그래도 그냥 쉬기엔 날도 너무 훤하고 아쉽다.
한 번 게이랑에르 마을 중심가로 걸어가보자.
다만...문제는 우리 숙소에서 중심가까지 걸어서 30분거리;;;



약간 고지대에 있는 우리 숙소에서도 꽤 크던 폭포 소리는
저지대로 내려가며 다시 만날 때마다 더 우렁차졌다.
내려가며 만난 다른 캠핑장에서는
과연 밤에 잠 자기는 괜찮을지 걱정될 정도.
(폭포가 그 캠핑장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었다.)

보슬비마저 내리는 길을 터벅터벅 내려갔는데
이미 7시반이 넘어가는 시간 탓에 마을은 조용하다.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뭐 그나마 남은 가게들 구경이나 해볼까나?


게이랑에르의 명물이라는 초콜릿 가게 Geiranger Sjokolade




기념품 매장에 나타난 디스코 바이킹...읭?

걸어서 10분이면 다 돌아볼 정도의 작은 마을인데다가
이미 저녁 8시가 다 되어가니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네.
어쩔 수 없이 초콜릿 가게에서 몸을 녹일 핫초코 한 잔과
슈퍼마켓에서 식용유 대신 사용할 작은 버터를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문제는 아까는 내려오는 길이었지만 이제는 올라가는 길. ㅠㅠ


제일 하류에서. 꽤나 물살이 거세다



안그래도 피곤했는데 왕복 한 시간을 걸어 오르내리니 더 피곤하다.
이제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자.
부디 숙소가 많이 춥지는 않기를.
여름인데 추운 걸 걱정해야하는게 우습지만
진짜로 숙소의 라디에이터가 필요할 정도로 밤기온이 쌀쌀하다.
그나마 우리에게 긴 팔 옷이라도 있는게 다행.

2020년 3월 28일 토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4 (3) : Norge에서 버스 가격으로 택시 타는 방법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매대를 살펴봤다.
우리가 들른 가게는 지역 상품 판매장을 겸하는 곳.
(가게(Smak i Lom)의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다.)
꽃차, 햄, 꿀 등의 여러가지 상품들을 구경하던 중
정체모를 페이스트 하나가 우리 눈길을 끌었다.
직원 설명으로는 지역 자생 허브 종류가 들어간 페이스트라는데...
그럼 바질 페스토 같은 거려나?

Ramslaukpurè

뭐 집에 가져가면 어떻게든 잘 먹지 않을까?
모험심 발동한 우리는 뭔지도 모르면서 덜컥 사버렸다.
이런게 여행의 묘미니까.
(이 람슬라욱퓨레의 맛은 이 글 마지막에 쓰겠다.)

퓨레를 산 다음 저녁에 먹을 야채와 음료수, 과자등을 사기 위해
근처의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갔다.
그런데 장을 보던 중 웬 누드 남녀 사진이 잔뜩인 매대를 발견했다.


뭔지 이해가 안되서 적혀있는 글귀를 번역해보니...
모기 쫓는 약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이거 바르면 알몸이어도 모기가 안문다는 의미인가보다.

3시간의 짧았지만 알찼던 롬(Lom) 관광을 끝내고
이제 맡겨뒀던 짐을 찾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자.
게이랑에르(Geiranger)까지는 또 한번의 버스 환승이 필요하다.
그런데...롬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좀 늦는다.
뒤에 탈 버스 시각이 정해져 있는데 괜찮으려나?
심지어 마지막에 탈 그 버스는 우리 타는 시각이 막차.
(게다가 애시당초 하루에 2~3번밖에 다니지 않는다고 검색됐다.)
그리고 결국 10분정도 늦게 버스가 왔다.
환승이 불안은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혹시 기사 아저씨가 제 시간 맞출려고 빨리 가주지 않으려나?

버스는 너무나 규정속도를 잘 지켰다.
목적지까지는 절대 제 시간에 못 갈 정도.
불안한 마음에 기사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저희 랑바튼(Langvatn)에서 버스 갈아타야됩니다만
약간 늦는 거 같은데 문제 없을까요?"

그런데 아저씨가 괜찮다고 답을 하는데
뭔가 표정이 뭔 그런 걸 물어보냐는 느낌이다.
그냥 우리가 불안해서 그렇게 느끼는 걸까?

결국 우리가 버스를 갈아탈 랑바튼에는
환승할 버스 시각보다 늦게 도착했다.
뭐 지금 탄 버스처럼 갈아탈 버스도 늦게 와주려나?
안그러면 대책이 없는게
랑바튼 정류장은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


(구글맵 캡처) 여기가 랑바튼 정류소;;;;;;

환승할 버스가 안오면 어쩌나...생각하는데
웬걸? 갑자기 버스 기사 아저씨가 우리 짐을
옆에 서 있던 택시기사에게 건네준다.
에?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이게 설마 저희가 탈 건가요?"
"물론(Sure)"

그제서야 웃으며 얘기하는 버스 기사 아저씨.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얼떨떨한 기분이다.
우리는 분명히 버스를 예약했는데 말이지.


분명 버스를 예약했는데 현실은 택시 강제 승차

택시를 타니 택시 기사가 우리 목적지를 확인한다.
버스 예약할 때는 홀레(Hole) 정류장으로 했다고 얘기하니
그럼 숙소가 어디냐고 다시 물어본다.

"포센 캠핑(Fossen Camping)인데요"
"그럼 거기로 바로 가겠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숙소까지 500m 쯤 되는 길을
굳이 걸어갈 필요가 없게 되는 행운.
여전히 얼떨떨한 우리는 택시 기사에게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봤다.
알고보니 우리가 예약한 버스는 원래 하루 한 번만 다니고
대신 우리처럼 버스 예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버스회사가 시간에 맞춰 콜택시를 불러준다고 한다.
즉 우리가 시간 확인만 하고 버스 티켓을 예매하지 않았다면
아까 그 황량한 랑바튼 정류소에서 꼼짝달싹 못할 뻔 했다는 것.
또 한편으로는 예매를 했던 덕에
비싸서 타볼 엄두도 못낸 택시를 타보게 되었다!!!
(노르웨이 택시 요금은 5분 거리에 200 Kr(약 28000원)정도 된다;;;)
이게 다 복덩어리 아내님과 함께 다녀서 그렇다!!!

PS. 람슬라욱퓨레는 한국에 가져온 다음
한동안 어떻게 먹어야할 지 몰라서 방치해뒀는데
집에서 스테이크에 처음으로 발라먹게 되었다.
그런데 은은한 허브향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살짝 달짝지근한 맛이 꽤나 매력적...아니 진짜 맛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북유럽 양파 종류가 들어갔다는데
카라멜라이즈 된 양파가 단 맛을 내는 듯.
고기가 아니라 빵과 함께해도 특유의 향긋함과 달짝지근함이 어울려서
결국 우리에게는 만능 퓨레로 사랑받았다.
우리 둘 다 이 퓨레가 너무 맘에 들어서 또 사고 싶은데
한국에 배송받을 방법이 없다. ㅠㅠ

2020년 3월 26일 목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4 (2) : 마녀가 나올 것 같은 교회

10~11세기, 노르웨이에 기독교가 전파되었고
그러면서 북유럽 특유한 양식의 교회들이 지어졌는데
이들의 이름은 건축 양식에 기반하여 통널 교회,
영어로 스테이브 처치(Stave church)라고 부른다.
수천개가 존재했던 통널 교회지만 현재는 30여개만 남았는데
그 중에서도 롬의 교회는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축에 속한다고 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아있는 통널 교회의 대부분은 노르웨이에 있고
그 이외의 국가에는 불과 4개만 남아있다.)

오늘의 험난한 갈아타기 여정 주요 원인이 사실 이 교회인데
내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더니만
아내가 어떻게든 들를 방법을 찾아낸 것이었다.


겨울에 눈이 너무 많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한
가파른 경사의 뾰족한 지붕과
오랜 목재의 부식을 막기 위해 칠한 검은 타르,
그리고 교회 마당을 비석들이 가득 매우고 있다보니
한편으로는 교회가 아니라 마녀의 소굴같은 느낌도 든다.

지붕의 용머리에 있는 용 장식들이
뭔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상당한 디테일을 갖고 있다.
지붕의 목재 기와는 마치 용의 비늘 같기도 하다


검은 타르 칠의 틈으로 원래 목재의 색이 보인다

교회 내부도 관람 가능하니 들어가보자.

내부 장식도 이제까지 봐온 교회들과는 사뭇 다르다

보수를 했겠지만 그럼에도 빛바랜 천장화

목재라서 그런지 800여년의 시간이 더 잘 느껴진다.
이 교회가 지어졌을 때는 카톨릭 교회였지만
노르웨이는 종교개혁 이후 루터교를 국교로 삼았기에
지금은 개신교인 루터교 교회.
성상을 제한하는 개신교 교리 특성 탓인지
교회 내부는 벽화 외에는 별다른 미술품이 없었다만
제단의 두 천사는 카톨릭의 잔재인 걸까?


교회를 나와 다시 버스 터미널 쪽으로 향했다.
교회 옆으로는 하천이 흐르는데
크기에 비해 수량과 물살이 상당해서 그 소리가 꽤나 시끄럽다.





이 시원하다 못해 시끄러운 강 경치를 바라보며 점심이나 먹자.
강가에 있는 몇 음식점들을 둘러보다가 하나 찜해서 들어갔다.
(사실 아모레(Amore Lom)의 피자를 먹어볼까 했지만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다......OTZ)
그리고 메뉴를 보니 샌드위치...
이 나라 식당들 메뉴는 참 일관적이다.
그래 뭐 어짜피 간단히 먹을 거였으니까 샌드위치랑 와플을 먹자.

벨기에 와플 같은걸 바랬는데......

2020년 3월 15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4 (1) : 험난한 하루의 시작

레이캉에르(Leikanger)로 가는 배는 6시에 출발하기에
새벽 일찍 일어나 짐을 싸고 숙소를 나섰다.
이른 시각이긴해도 백야 덕분에 이미 밖은 훤하다.

선착장에 갔더니 배가 없다.
아직 5시 40분도 안되서 그런가 싶긴 하다.
혹시나 우리가 승선 위치를 잘못 알았나 싶었지만
안내소에 물어본 결과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간 기다리니 작은 페리 한 척이 들어왔다.

워낙 이른 시각이라 다른 여객이 없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몇명은 더 배에 탑승했다.
배는 정시를 살짝 넘어서 출발했다.
그 뒤에 곧바로 연계해서 탈 버스 시각에 늦을까봐 약간은 예민해진다.
(오늘 워낙에나 시간 맞춰 타야할 상황이 많아서 말이지.)





자그마한 일반 여객 페리지만
수려한 송네 피요르드 경치를 보면서 가다보니
관광 크루즈를 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때 맞춰 거대한 크루즈 선이 우리 배 옆을 지나 플롬으로 간다.
배 크기가 너무 비교된다. 좀 전 말 취소.


누가봐도 여기는 레이캉에르


한적한 아침의 레이캉에르

배는 세 곳의 선착장을 거친 후 레이캉에르에 도착했다.
예정 시각보다 살짝 넘겨서 도착하긴 했지만
그래도 버스 시각에는 다행히 문제가 없겠다.
이제 선착장 앞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거리의 송달 터미널(Sogndal skysstasjon)까지 가자.

어제 산 빵으로 아침식사하며 기다린 후 버스를 탔다.
아침 일찍 일어나 그런지 버스에 타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송달에서 내리는 것도 아내가 깨워준 덕에 겨우 내렸다.

송달 터미널에서 10분 정도를 기다린 후
이번엔 오늘의 중간 목적지인 롬(Lom)까지 가는 버스에 탔다.
이제 롬까지는 3시간 거리.
그리고 예상대로 나는 버스에서 코마에 빠졌다.
정말 정줄 놓고 쿨쿨 잤다.

(그리고, 내가 자는 동안 깨어있던 아내 버전)
3시간이란 긴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갔지만
계속해서 만나는 경치들이 워낙에나 멋져서
그다지 지루할 틈도 없었다.
바닷가를 지나 산으로 들어서면서 펼쳐진 녹지,
그리고 고도가 올라가니 여름임에도 남아있는 만년설.
그런데 이 좋은 경치를 혼자 보기 아쉬워
흔들어 깨워보지만 도무지 깨지 않는 남편.
에효, 어쩔 수 없네. 나중에 사진으로라도 같이 봐야지.




고도가 높아지니 만년설도 군데군데 보인다

정말 정줄 놓고 쿨쿨 자다보니 어느새 롬에 도착했다.
깨어있던 아내가 아니었으면 난 못내렸을지도...
우선 짐을 끌고 인포메이션 센터부터 찾았다.
여기서 잠깐 구경을 다닐 건데 짐을 계속 끌고 다닐 수는 없으니
혹시 어디 라커같은 거가 있을지를 물어봐야 할테니까.

버스 정류장 근처의 노르웨이 산악 센터(Norsk fjellsenter)에 가서
혹시 근처에 잠깐 짐 맡길 만한 곳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냥 여기에 맡기고 다녀오라고 한다.
유료 라커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공짜라니. 개꿀~
그럼 무거운 짐을 털어놨으니 이제 롬에 온 본 목적을 달성해야지.
산악 센터 길건너의 롬 통널 교회(Lom stavkyrkje)로 가자.

2020년 3월 6일 금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3 (2) : (하나) 아내 말을 (둘) 잘 듣자

어느새 2시가 다 되었다. 점심을 먹어야지.
사온 야채로 얼른 아내가 볶음밥을 만들었다.
숙소에서 그냥 먹어도 되겠지만
아내가 주변 경치도 좋으니 피크닉을 가자고 한다.
배가 많이 고프지만 나가보자.


점심 먹으러 어디로 가볼까나

강변을 따라 걸으며 어디에 자리를 펼치면 좋을 지 보다가
브레케포센(Brekkefossen)으로 향하는 샛길을 만났다.
아까 숙소에서 봤던 플롬 지도에서도 표시되어있던 곳.
피크닉 가자면서 처음에 얘기했던 강변은 아니다만
그래도 저기로 한 번 올라가볼까?



그냥 어디서 퍼질러 앉아 밥이나 먹었으면 좋겠는데
배고파서 그런지 오늘따라 발걸음이 무겁다.
보통 산길을 걸으면 아내가 먼저 지쳤지만
하필 오늘따라 힘이 넘치는 아내는 계속 산을 올라갔다.
사실 오르막길을 몇 분 걷지도 않았는데
내가 진짜 너무 지쳐있었는지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결국 올라가던 길에 나는 퍼질러지고
조금만 더 올라가보자던 아내에게 살짝 짜증을 냈다.
그런 나를 아내는 어르고 달랬다.
게다가 어짜피 당장 앉아서 밥 먹을 자리도 없으니
결국 공터가 나올 때까지 계속 올라 갈 수 밖에.

10여분간 남아있는 체력을 쥐어짜며 겨우겨우 올라갔다.
그랬더니 폭포(브레케포센)와 함께
플롬 전체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경치를 보는 순간 나는 아내에게 곧바로 사과했다.
늘 그래왔지만 아내 말은 잘 들어야한다.
아내가 가자는 대로 따라온 덕에 이 좋은 경치를 보네.


폭포가 담긴 파노라마 샷



그런데... 경치가 정말 좋긴 하다만...
아, 이제 밥 좀 먹자. 너무 배고프다.


배고파 죽을 것 같았다고!


아내는 좀전에 브루어리에서 득템한 맥주와 함께

볶음밥과 아까 베이커리에서 산 빵으로 식사를 한 다음
경치를 보며 잠시 휴식을 한 뒤 하산을 했다.
아......근데 아까 플롬 베이커리에서 샀던 시나몬 롤...
맛 없다, 젠장.
아까 그 가이드한테 먹어보라고 들이밀고 싶다. -_-;;;


플롬 캠핑 오토 캠핑장을 가득 채운 차들

숙소로 내려와 내일 이동 차편을 알아보자.
내일 우리가 생각하는 동선은
롬(Lom)을 거쳐서 게이랑에르(Geiranger)까지 가는 것.
그런데 이 동선에 맞는 버스편을 며칠동안 찾지 못했다.
지금 더 이상 찾지 못한다면 롬을 포기하던가
최악의 경우로는 아예 게이랑에르로 가는 걸 포기해야할 판.

계속 인터넷으로 버스편을 찾아보던 아내가
마침내 우리가 원하는대로 갈 수 있는 버스편을 알아냈다.
아침 일찍 여기서 배를 타고 레이캉에르(Leikanger)로 가서
버스를 두 번 타고 롬까지 가는게 1차 이동,
그리고 짧은 시간동안 롬 관광을 하고 나서
다시 버스 두 번 타고 게이랑에르까지 가는게 2차 이동.
복잡하지만 원하는 방문지를 모두 거치려면 어쩔 수 없다.

어쨋건 게이랑에르에 갈 수는 있으니 이젠 숙소 예약 차례.
이번에도 일반적인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는 죄다 매진이다.
플롬 캠핑을 구했을 때처럼 숙소에 직접 메일로 문의를 해야겠다.
캠핑장 두개에 문의를 넣고 기다려보자.
기다리는 동안 저녁이나 해먹어야지.

아무도 없는 공용 주방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 어느 부녀가 왔는데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한국인 부녀였다.
직항도 없는 이 먼 타국의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만난 사람이 
마침 한국인이라는 것도 놀라운 인연이다만
일가족 전체도 아니고 부녀끼리만 여행하는 것은 보기 힘든데
어떻게 두 분이서만 왔는지 약간 신기했다.
얘기해보니 스웨덴에서 공부중인 큰 딸 만날 겸
작은 딸과 같이 오신 아버지.

우리가 먼저 식사가 끝나서
서로의 여행에 행운을 빌며 일어났다.
방에 돌아와서 메일을 확인해보니
다행히 숙박 가능하다는 답이 온 캠핑장이 있었다.
OK. 그럼 내일 게이랑에르까지 잘 가기만 하면 되겠다.

그냥 잠들기 아쉬워 빵과 음료수를 들고 바닷가로 향했다.




강가나 호숫가 같지만 여기는 바닷가

노르웨이 와서 1주일동안 좋은 경치를 많이 봐왔지만
피요르드의 자연 경치는 참 봐도봐도 아름답다.
플롬에서 하루만 보내고 가는게 잘하는 것인가 싶네.
뭐 게이랑에르도 여기만큼 예쁘겠지.
내일 일찍 일어나야하니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자.

2020년 3월 1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3 (1) : 요정의 출몰하는 폭포

아침 일찍 일어나 베르겐 역으로 향했다.
오늘은 기차를 타고 플롬(Flåm)으로 갈 예정이다.
7시에 일어나서 바로 역으로 가다보니 식사를 못해서
가는 길에 빵을 사서 역으로 들고 가야겠다.
숙소에서 추천하는 빵집은 고트 브뢰드(Godt Brød).
처음에는 동네 빵집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노르웨이 전국 곳곳에 있는 프랜차이즈다.
뭐 어쨋건 빵만 맛있으면 되지.

사실 여태 노르웨이에서 먹은 모든 빵들의 맛이 별로였다.
그나마 고트 브뢰드에 전시된 빵들은
여태껏 식당들에서 만난 빵보다는 훨씬 맛있어 보인다.
그럼 아침 식사용 샌드위치랑 간식용 빵 두 개를 사볼까?
180 kr(약 25000원)...아 진짜 물가...1주일이 넘었지만 적응 안된다.


베르겐 기차역



기차표를 산 다음 벤치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오...그나마 이건 좀 괜찮네.
솔직히 한국에 가져오면 어디가서 맛있다고 말하지는 못할 정도지만
하도 맛이 별로인 빵들만 줄창 먹었더니 이나마도 감지덕지.
(그리고 여행 끝날 때까지 고트 브뢰드의 빵이 제일 나았다, 젠장. OTZ)

베르겐에서 플롬까지는 바로 갈 수 없고
중간에 뮈르달(Myrdal)에서 기차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베르겐에서 뮈르달까지는 2시간 거리.




기차에서 만난 풍경

뮈르달까지 가는 동안 몇몇 역을 거치긴 했지만
도시는 커녕 마을도 보기 힘들었다.
2시간 내내 창밖 풍경은 푸르른 자연 풍경.

뮈르달에 도착한 후
바로 맞은편 플랫폼에 서 있는 플롬행 기차로 갈아탔다.
플롬행 기차는 일반 여객기차가 아닌 관광기차.
기차 내부에서는 여러가지 언어로 안내가 나온다.
그런데 한국어로도 안내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한국어 안내는 전혀 듣질 못했다.
혹시 한국어 안내가 나오는 기차편 시간이 따로 있는 걸까?



뮈르달에서 출발한 기차는 몇 분 안지나 폭포 앞에서 멈춰섰다.
키요스포센(Kjosfossen)은 그 자체로도 장관인 폭포이지만
이 곳에서는 늘 기차가 들를 때마다 짧은 공연이 펼쳐진다.




잠시 후 있을 공연을 보기 위해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

폭포를 구경하며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음악소리가 나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마치 신출귀몰하는 요정인 것처럼
여러명의 무희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했다 사라진다.
어디서 나타나는지 찾는 것도 재미 중 하나.

몇분 안되는 짧은 공연이 끝나고 다시 기차에 올라탔다.
우리의 목적지인 플롬까지는 40여분을 더 가야한다.

베르겐에서 출발한지 3시간이 넘어서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 플롬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니 여태 노르웨이에서 본 적 없는 인파로 복잡하다.
한국인 단체도 많은지 가끔씩 우리 말도 들린다.



플롬은 송네 피요르드(Sognefjord) 관광의 중심지라서
사진에서 보다시피 크루즈 선도 정박하는 지역이다.
송네 피요르드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피요르드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광하러 오는데
그들 중 대다수가 플롬을 들르니 성수기에 복잡한 것은 당연.
당장 오늘 내가 기차역에서 본 사람 수만해도
플롬의 인구(플롬의 인구는 350여명)를 한참 넘을 것 같다.

우선 숙소에 체크인부터 하자.
오늘의 숙소는 플롬 캠핑 앤 호스텔(Flåm Camping & Hostel).
노르웨이의 많은 캠핑장들은
호스텔이나 캐빈(cabin)도 같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시골에서는 숙소를 찾을 때 캠핑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우선 뭣보다도 비용이 제일 저렴한게 장점.

Booking.com을 비롯한 예약대행 사이트에서는
이미 매진 된 것으로 나왔지만
혹시나 하고 직접 캠핑장에 이메일 문의를 했더니
숙박 가능한 캐빈이 있다고 해서 예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플롬와서 이 작은 마을을 들른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이렇게라도 우리가 숙소를 구한게 행운이다 싶다.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기보다는
플롬이 이렇게 작은 마을인 줄 몰랐지...



(당연히 캠핑장비가 없는) 우리는 캐빈 2인실이라서
주방과 샤워실, 화장실은 공용 시설을 이용한다.
(도미토리 형태나 별채 캐빈 등도 있으니
원하는 유형에 따라 예약하면 되겠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다른 건물에 있어 약간 불편은 하지만
그래도 호스텔 방 치고는 넓고 깨끗해서 다행이다.

대충 짐 정리를 하고 빨래를 코인 세탁기에 돌린 다음
(숙소의 인포 센터에서 세제도 1회분으로 판다.)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어짜피 모든 상점은 기차역 주변에 있다.)
아까 기차역에서 어떤 한국인 단체 관광객 가이드가
플롬 베이커리의 시나몬 롤이 명물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렇다면 하나 또 사봐야하지 않겠나?


많이들 사러 오다보니 줄을 서야 한다


보기는 그럴 듯 하다

시나몬 롤과 바닐라 크림 빵을 사들고 나온 다음
그다음 쇼핑은 플롬의 브루어리.
아내의 로컬 맥주 사랑을 어떻게 하겠나?
바닷가 근처의 플롬스브뤼가 호텔(Flåmsbrygga)에 있는
에이기르 브루어리(Ægir microbrewery)로 가서
앰버 에일과 블론드 에일 한 캔씩 득템.
이제 슈퍼마켓으로 가서 버섯과 파프리카 등을 사고 숙소로 돌아가자.


노르웨이 전통 교회 양식의 건물인 에이기르 브루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