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4일 토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23 (4) : 그 어지러움을 극복하면 신과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시장을 벗어나서 다시 에미뇌뉘 역으로 왔다.
길 건너편은 이스탄불 각지로 연결되는 페리 터미널.
바다 구경을 할 겸 가볼까?



터미널 앞 공터에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이 있어서 구경했다.
튀긴 도넛에 시럽을 끼얹은 로크마(Lokma) 가게네. 하나 사볼까?





그런데 갑자기 꼬마 한명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장갑 하나 1달라에 사달라면서 들이민다.
아...분명히 이거 하나 사주면 주변에 다른 애들 다 들러붙는다.
슬쩍 둘러보니 주변에 몇명 보이네.
미안해. 게다가 우리 이미 장갑도 있단다.
하지만 이녀석 끄떡도 않고 계속 하나 사달라면서 매달린다.
심지어 아예 내 외투 주머니에 장갑을 집어넣기까지 한다.
내가 도망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쫓아다니는 웃긴 상황.
어째어째 붙잡아서 돌려주는데
그새 주변의 다른 애들도 자기 거 사달라면서 몰려든다. 으익~
이번엔 다시 우리가 도망갈 차례.
결국 갈라타 다리(Galata Bridge) 아래까지 도망갔더니
더이상은 쫓아오질 않았다.
아마도 여기는 아이들의 영업 가능 영역이 아닌가보다.
그런데 얘네들이 다시 몰려들까봐 로크마 사러는 못가겠다. -_-;
어쩔 수 없이 그냥 숙소로 가야겠다.
트램을 타고 술탄 아흐멧 역으로 가자.


이스탄불에서의 우리 숙소 블루 투아나 호텔

숙소에 돌아가서 우리 방을 안내받았다.
방은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인데...좀 많이 좁네 -_-;
그래도 이 지역에 1박에 35000원에 잘 수 있는 곳 많지 않다.
우선은 시차 문제도 있고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탓에
저녁 일정 전에 숙소에서 한 시간만 잠 좀 자자.

한시간 눈을 붙인 후 숙소의 루프탑으로 올라가봤다..
사실 루프탑이 이 숙소를 선택했던 제일 중요한 이유인데
바로 술탄 아흐멧 모스크와
마르마라(Marmara) 해를 같이 볼 수 있는 전망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북쪽에는 술탄 아흐멧 모스크

남쪽으로는 마르마라해(Marmara)와 보스포러스(Bosphorus) 해협



와...
방이 좁아서 뭐 어쩌고 그런 얘기는 쑥 들어가게 만드네.
진짜 다른거 다 필요없고 루프탑 경치가 갑이라서
여기 앉아서 차 한 잔 마시면서 몇시간도 있을 수 있겠다.

루프탑에는 내일 아침에 다시 올라오기로 하고
트램 역 쪽으로 향하기 위해 길을 나서자.
숙소 근처의 가게에서 마그넷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마그넷 하나 계산을 하려는데
가게 주인은 자기네 수제 비누 자랑을 하며 설명을 늘어놓는다.
십수가지 비누들 하나하나 특성을 설명하는데
말 끊을 타이밍도 잘 못잡고 어리버리...
뭐 그래 어떻게든 쓰면 되니까 비누 하나 사고 탈출하자.
그래서 5 ₺(1300원)짜리 마그넷 하나 사려다가
(분명히 바가지일) 28 ₺(7500원)짜리 비누를 사버렸다. -_-;
좋은 비누라고 믿자;;;


마그넷 사려다가 비누까지 사버린 가게.
안에 선하게 웃으며 앉아있는 주인에게 말렸다

술탄 아흐멧 모스크 근처에도 작은 바자르 하나가 있어서
가는 길에 구경해보기로 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그런지
아라스타 바자르(Arasta Bazaar)는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
그리고 카페트나 섬세한 공예품 등 고급스러운 것들도 많이 보였다.



딱히 살려는 것은 없으므로 스윽 지나가며 구경하는데
갑자기 한 가게 주인 아저씨가 우리에게
"Are you Koreans?"하고 물어본다.
헐, 어떻게 알아봤지?
그렇다고 했더니 더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다.
"나 한국어 공부하는데 잘 모르겠는거 하나만 좀 가르쳐줄래?"
푸하핫, 미끼임이 분명하지만 이건 물 수 밖에 없다.
비켜~ 이 떡밥은 내 거야.

아저씨의 질문은 나름 진지한 것으로
"아까"와 "옛날"의 차이가 뭔지에 대한 것이었다.
나름 짧은 영어를 동원하여 아까는 짧은 시간 전,
옛날은 몇년 단위의 긴 시간 전이라는 걸 설명했더니
아저씨는 노트에 열심히 받아 적으신다.
그리고 다 받아 적으신 아저씨의 여지없는 말씀.
"알려줘서 고맙네, 친구. 내 보답의 의미로
우리 가게 캐시미어 제품을 특별 할인해줄게."
아하하...캐시미어만 아니었어도 뭔가를 샀겠다만...쏘리~



이제 그러면 트램을 타고 시르케지(Sirkeci) 역으로 가자.
시르케지 역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로도 유명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출발역.
그렇다고 우리가 기차타러 이 곳에 온 것은 아니고
터키의 유명한 종교의식 춤으로 유명한 세마(Sema) 댄스를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역 대합실에서 하기 때문에 들른 것이다.
지금은 6시 조금 넘은 시각이고 공연 시각은 저녁 7시반이지만
혹시 미리 표를 사놔야할 지 모르니 가보자. 

역 근처에 가니 포스터도 곳곳에 붙어있고
홍보 안내물을 나눠주는 분들도 몇 만날 수 있었다.
여쭤보니 표는 나중에 시작할 때 와서 사면 된다고 한다.
그럼 우선 저녁 식사부터 하고 오면 되겠군.
역 길 건너편에 있는 코냘르 레스토랑(Konyalı Lokantasi)으로 가자.
1897년에 문을 열었고 요리 관련한 상도 여러번 받은 곳이라는데
다만 고급 레스토랑은 톱카프(Topkapı) 궁전 내에 있고
시르케지에 있는 곳은 카페테리아 레스토랑이다.




양고기 요리와 커리, 빵 등 몇가지 요리들을 골랐는데...
나쁜 건 아니지만 굳이 일부러 찾아와야할 지는 모르겠다.
톱카프 궁전 내 레스토랑은 괜찮으련가 모르겠다만
시르케지 점은 그저 그렇네.

이제 시르케지 역으로 돌아가자.
표를 사고 대합실에 준비된 자리에 앉으니 차를 권한다.
날도 춥고 난방도 안된 대합실이라 따뜻한 차가 반갑다.
차를 마시며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후 4명의 연주자들이 나와서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세마 댄스를 출 세 명의 무용수가 나왔다.
느릿느릿하게 한발씩 걸어서 무대 가운데로 온 무용수들은
종교 의식에 걸맞게 경건한 절로 공연을 시작했다.





그리고 양팔을 교차하여 어깨를 감싼 준비 자세를 취한 무용수들은
곧이어 세마 댄스의 시그니쳐 무브인 제자리 돌기를 시작했다.
이슬람교의 신비주의 분파인 수피파에서는
신과 합일이 되는 것을 지향하는데
세마 댄스는 바로 그 신과의 합일을 위한 행위.



보고 있기도 어지러운 동작을 계속 하는 것이 신기하다.
경우에 따라 이 춤을 통해 황홀경에 빠져드는 신도도 있다는데...
어찌보면 춤이라곤 해도 아주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라서
1시간의 공연(연주 30분, 춤 30분)이 지겹지 않을까 생각됐는데
그 경건한 기운 때문인지 넋놓고 구경하다가 시간은 금새 지나갔다.

세마 댄스 공연이 끝나고 이제는 다시 숙소로 돌아갈 시각.
트램을 타러 갔는데 충전해둔 금액이 동났다.
그래서 아내는 먼저 플랫폼에 있고 혼자 충전을 하러 갔는데
아마도 인도나 파키스탄 쪽 가족들인 듯한 사람들이
교통카드 사는 법을 영어로 나한테 물어본다.
짧은 영어 만으로는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발권해서 충전하는 과정까지 직접 하면서 설명해줬다.
비도 추적추적 오고 애들도 있는데 얼른 목적지로 가시기를.

술탄 아흐멧 역에서 내리고 광장을 지나 숙소로 걸어가는데
술탄 아흐멧 모스크와 아야소피아의 야경이 아름답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사진 한 장씩.




아직 저녁 9시밖에 안됐지만 장거리 비행과 시차때문인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졸리네.
내일 또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굿나잇~

2018년 3월 23일 금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23 (3) : Bittersweet 심포니, Hafız Mustafa 1864

공항에서 술탄 아흐멧까지 갈 때까지는 안그랬는데
올드 시티에 들어오니 왕복 2차로밖에 안되는 좁은 길이라서
전철이 서면 차도 마냥 기다려야만 하겠다.
악명높은 이스탄불 교통 혼잡의 원인이 쉽게 이해가 된다.

에미뇌뉘(Eminönü) 역에서 내리니 예니 모스크(Yeni Cami)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므스르 차르슈(Mısır Çarşısı)가 있는데
이는 원래 예니 모스크의 일부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는 예니 차르슈로 불렸지만
18세기 무렵에 이집트에서 수입한 향신료를 주로 취급하면서부터
이집션 바자르라는 뜻의 므스르 차르슈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바자르는 페르시아어이다.)
그래서 일명 스파이스 바자르(Spice Bazaar).

시장 건물로 들어가는데 금속탐지기 검사를 한다.
이것도 테러 위협 때문이려나?
어쨋건 이제부터 시장 구경을 해보자.


보다시피 지금은 향신료 가게가 많지 않다


색색들이 갖가지 비누들


꽃차와 향신료들


대추야자와 무화과 말린 것 등

므스르 차르슈는 건물 안의 시장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어디 시장의 규모라는게 그렇게 제한이 되겠나?
이제는 건물 주변에도 여러가지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많은데
지금은 관광객 상대로 하는 상품들이 많은 건물 안에 비해서
건물밖 상점들은 생필품이나 (냄새가 있는) 음식들을 파는 곳들이 많다.

올리브를 비롯한 여러 절임 야채들


마치 두부처럼 보이던 치즈


바닷가답게 여러가지 생선들도 볼 수 있다

시간이 12시반이 되기도 했고 걸어다녔더니 출출해졌다.
디저트로 유명한 하프즈 무스타파 1864(Hafız Mustafa 1864)에 가자.
이스탄불 내에 있는 몇개의 지점 중에서
에미뇌뉘 점은 바자르 바로 근처에 있다.


이름에 나와있듯이 Since 1864

가게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눈이 휘둥그래지도록 하는 것들이 있었으니
진열장의 화려한 무할레비(Muhallebi, 커스터드 푸딩)와 케익들.
신이난 우리는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가 1층의 좌석에 앉았다.
(알고보니 1층엔 몇 테이블 없고 2층에 좌석이 많이 있었다.)
매장 안에는 바클라바(Baklava)와 로쿰(Lokum)도 잔뜩.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화려한 무할레비와 케익들


터키쉬 딜라이트라는 애칭으로도 유명한 로쿰


바클라바

수십페이지의 메뉴판에는
각 디저트들의 이름이 커다란 사진과 함께 있어서
명칭을 몰라도 원하는 것을 주문하기 쉽게 해놨다.
다만 너무 다양하다보니 뭘 먹을지 고르는게 일이다. ^^;;;
고민 끝에 우리가 고른 것은 카라멜 트릴레체(Karamelli Trileçe)로
세가지 우유(무당연유, 가당연유, 크림)에 적신 스폰지 케익.
그리고 마실 것으로는 터키쉬 커피와 터키쉬 차이를 주문하자.




달큰한 카라멜 시럽과 연유를 잔뜩 머금은 부드러운 스폰지 케익,
거기에 쌉쌀한 차이나 커피는 아주 잘 어울린다.
(물론 차이와 커피 둘 다 많이 써서 설탕은 넣어야 한다.)
찻잎을 스트레이트로 끓이는 터키쉬 차이나
곱게 간 커피가루를 넣고 끓이는 터키쉬 커피 모두
쓴맛이 워낙 강하다보니 이렇게 달달한 디저트들이 발달한 걸까?

하프즈 무스타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긴 역사의 제과점 하즈 베키르(Hacı Bekir)가 있다.
여기는 무려 1777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네.





하즈 베키르 에미뇌뉘 점은 앉아서 먹을 자리가 없군.
대신 선물로 가져갈 로쿰은 여기서 사야겠다.

이제 우리가 여기 온 원래 목적을 수행할 차례.
메흐멧 에펜디(Mehmet Efendi)에서 터키쉬 커피 가루를 사고
터키쉬 커피를 끓일 도구인 제즈베(Cezve)도 시장에서 사자.

메흐멧 에펜디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줄은 금방금방 줄어들어서 얼마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우리도 금새 50g 득템.


커피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커피를 샀으니 이제는 제즈베를 살 차례.
우선 바자르 건물로 들어가볼까?
여러 가게들이 제즈베를 비롯한 각종 찻잔과 주전자들을 파는데
마음같아선 쓸어담고 싶을 지경이다.
(아내보다 내가 더 예쁜 식기류를 좋아한다...)





(그나마 쌀 거 같은 무늬 없이 깔끔한) 제즈베 가격을 물어보니
제일 작은 2인용을 40~50 ₺(11000~14000원) 달라고 한다.
분명히 이거 바가지 씌운 가격일텐데...
아무래도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곳보다는
바깥쪽의 일반 생필품 파는쪽이 쌀 것이라 생각되어서
바자르 건물 밖에서 파는 곳을 다시 찾아다녔다.
그리고는 또 몇 곳을 기웃거리다가 만난 조그만 가게.
주인 영감님께 제즈베 가격을 물어보니
(1개도 아니고) 2개에 15 ₺(4000원)를 부르신다. 푸핫~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
이것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협상을 해봤지만 영감님은 단호했다.
뭐 다른 가게들보다 워낙 싸게 부르셨으니 우리도 이해하련다. 딜~
이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시장을 벗어나자.

2018년 3월 17일 토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23 (2) : 아내의 생애 첫 모스크 관람은 Sultan Ahmet Camii에서

이스탄불에서 가보고 싶은 곳은 정말 많았지만
1박2일동안 다닐 수 있는 거리는 한정적인지라
유적들이 모여있는 이스탄불 역사지구에 숙소를 잡았었다.
숙소에서 술탄 아흐멧 모스크까지는 걸어서 10분거리.
(사실 직선 거리로는 250m 밖에 안되지만 돌아가야 하는 길이라서...)
지금 11시니 정오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구경을 마치려면 서두르자.

블루 모스크(Blue Mosque)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술탄 아흐멧 모스크(Sultan Ahmet Camii)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
오스만 제국의 14대 술탄인 아흐멧 1세의 명령으로
7년에 걸친 공사 후 1616년에 완공된 거대한 모스크다.
예전에 이집트에서 봤던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의 모델이기도 하니
기억을 되짚어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로 갑시다


가까이 다가가니 커다란 건물과 높다란 미너렛의 위압감이 느껴진다



술탄 아흐멧 모스크는 미너렛의 개수가 다른 모스크들과 차이가 있다.
모스크의 격을 나타내는 미너렛의 개수는 일반적으로는 2개,
왕명으로 지어진 모스크의 미너렛은 4개가 정상인데
왕명으로 지어진 모스크 중 유일하게 이 곳만이
6개의 미너렛을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6개의 미너렛을 가지고 있었던
메카의 마스지드 알 하람이 이슬람 최고 성지이므로
그 곳에 미너렛을 추가하기 위한 돈을 술탄 아흐멧 1세가 지불해야했다.
(마스지드 알 하람에는 그 후에 2개의 미너렛이 추가되어
지금은 총 9개의 미너렛이 세워져 있다.)


지금 보이는 4개와 내 등 쪽에 2개 더, 총 6개의 미너렛이 있다.

이제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보자.
모스크 안에 들어갈 때는 신발은 벗고,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가리기 위한 스카프나 숄 필수.


조신하게 숄을 두른 아내님


우선은 수많은 조명들과 스테인드 글라스가 눈에 들어오지만...


천장을 보면 이 곳 애칭의 근원인
푸른 타일 돔에 화려한 무늬가 빼곡하다


세로 파노라마를 찍어봤지만 가로에 비해 왜곡이 심해서 쉽지 않다 


사원 내에는 우상숭배 금지의 의미로 사람이나 동물 형상이 없는데
그래서 스테인드 글라스도 꽃이나 아라베스크 문양으로만 되어있다.
정면의 벽에 있는 구조물은 메카 방향임을 알려주는 미흐랍(Mihrap)

모스크는 원래 구조가 단순하기때문에
거대한 크기에 비하면 구경거리가 많지는 않긴 하다.
그래도 화려한 내부 문양들을 살펴보고는 싶었으나
천장의 돔은 그 높이때문에 멀었고
정오 예배 때문인지 모스크 내에는 바리케이트가 있어서
관광객에게는 1/5 정도의 제한된 공간만 허용된 탓에
스테인드 글라스 또한 자세히 보기는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돔의 엄청난 크기와 문양의 화려함은
우리를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만 보게 만들었다.


전구 닦는 분들.
하도 많아서 작업 중단하면 어디까지 했는지 기억하기도 힘들겠다

모스크 밖 회랑에는 길게 안내판이 놓여져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이슬람 문화를 알려주기 위한 내용들이어서
한번쯤 찬찬히 읽어보면 이들 문화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

모스크 밖 한편에는 여러개의 수도꼭지가 길게 설치되어 있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 청결하게 씻어야하기 때문.
일부 무슬림들이 관광객들의 모스크 방문을 싫어하는게
그들은 씻지 않고 들어와서 발냄새가 나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도 여기서 간단하게라도 씻고 갔어야 했을까 싶다.
(하지만 12월의 이스탄불은 추워서 말이지...)


사원밖 한편의 세정대에서 손발을 씻고 있는 무슬림 분들

이제 술탄 아흐멧 모스크 구경을 마치고
바로 맞은편의 성 소피아 성당, 아야소피아로 가볼까?

나오면서 다시 살펴보니 모스크 내부도 그랬지만
사원의 입구에도 아랍어를 이용한 화려한 문양이 보인다.
뭐 저런 글자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놀라운 미적 감각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데
아랍어의 서예가 이렇게 그림처럼 발전하게 된 이유는
과거 이슬람권의 우상숭배에 대한 금기가 미술 영역에도 뻗쳐서
원래는 그림을 아예 그릴 수 없었다가 그 규제가 약간 느슨해졌을 때
글자를 이용한 그림을 그리는 문화가 생겨나서라고 한다.


언제 봐도 신비로운 느낌의 아랍어

술탄 아흐멧 모스크를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아야소피아가 보인다.

그런데...
아이고, 아까 모스크 갈때만 해도 괜찮아 보였는데
그 새 아야소피아 입구는 입장 줄이 길게 서있다.
이거 들어가려면 시간 꽤 걸리겠는데?
어짜피 숙소와 가까우니 그냥 내일 아침에 오는게 좋겠다.
그럼 행선지를 바꿔서 시장으로 가볼까?
이스탄불은 그랜드 바자르가 가장 유명하지만
우리가 갈 곳은 므스르 차르슈(Mısır Çarşısı),
영어로는 이집션 바자르(Egyptian Bazaar).
므스르 차르슈가 있는 에미뇌뉘(Eminönü) 역까지는
술탄 아흐멧 역에서 전철로 5분이면 되는 가까운 거리.

2018년 3월 11일 일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23 (1) : 처음 맛보는 İskender kebap과 Salep의 신세계

어쩌다보니 출국 직전에 밴드 공연 일정이 잡힌 나.
금요일 저녁 공연을 마치고 뒷풀이도 못한 채 출발했다.
혹시나 늦으면 아내와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었지만
다행히 집에 들렀다 갈 시간은 되겠군.
아내 혼자 무거운 짐 끌고 가는 상황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0시 40분 비행기니까 공항은 한산하겠지?...는 개뿔.
물론 공항 전체가 혼잡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같은 비행기 타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생각보다 기다리는 줄이 길다.
우후후, 하지만 우리는 온라인 체크인을 해놨었지.
키오스크에서 편하게 발권받아볼까?
...
뭐야 이거 왜 안되는 거지?
몇번 시도하도 계속 실패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우리 표는 카운터에서 발권해야 된단다. 오마이...
저 긴 줄을 다시 서서 기다려야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직원이 우리를 셀프 체크인 카운터로 안내했다.
어쨋건 이래저래 시간을 많이 쓰게 되어
일찍 온 것 치고는 얼마 시간이 남지도 않았네.
차나 한 잔 마시면서 앉아있으면 금새 비행기 출발 시각이 되겠다.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 후 이스탄불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
시내로 가기 위한 트램표를 사려면 현금을 찾아야지.
우선 아내는 터키 리라(₺)를 카드 ATM에서 찾기로 하고
(1박2일 있을동안 쓸 소액이니 굳이 환전하지 않기로 했었다.)
나는 한국에서 사온 USIM카드를 핸드폰에 갈아끼우려는데,
ATM기는 달라는 돈은 안주고 카드만 도로 뱉어냈고
내 핸드폰은 LTE 인식을 못하고...총체적 난국;;;

그런데 아내가 ATM기에서 오래 헤매고 있는 것을 보고 있던
맞은편 가게의 직원인 터키인이 다가와서는
친절하게 ATM기 사용법을 알려줬다.
(알고보니 우리가 이용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한 프로파일 설정 추가로
겨우겨우 LTE 인식에 성공. 이제 트램을 타고 시내로 가자.
이런저런 삽질을 하다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네.

새벽이라 해가 어슴푸레 뜨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가다가...
아차, 갈아타야 할 제이틴브루누(Zeytinburnu) 역을 지나쳤다.
외국에서 트램 타본 경험이야 여러번 있지만
크지 않은 볼륨의 (발음이 익숙치 않은) 터키어 안내와
이런저런 얘기하느라 잠깐 방심한 우리의 집중력 조합의 결과.
트램을 갈아타기 위해서 밖으로 나와보니 날씨가 꽤 쌀쌀하다.

다시 제이틴브루누 역으로 돌아가서 T1 라인으로 갈아타자.
그런데 갈아타는 곳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
교통카드 찍고 나가는 길밖에 안보이네.
그래서 또다시 어리버리 헤매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터키인 아저씨가 자기 따라 오라며 손짓을 한다.
터키 트램은 갈아탈때도 무조건 카드로 찍어야하는 듯 하다.

T1 라인으로 갈아탈 때에도 카드를 찍어야하는데
어라, 왜 카드가 안되지? 또다시 당황해서 어리버리.
카드를 충전해야하나? 하긴 아까 공항에서 얼마 안내긴 했지.
충전기로 가서 눌러보며 이래저래 시도...그런데 충전도 잘 안되네.
우리가 그렇게 헤매고 있으니 이번에도 터키인들이 두어명이 물어본다.
문제는 이 사람들은 영어를 할 줄 몰라서 설명을 못하는 것이 문제.
그래도 대충 바디랭귀지로 우리가 잘못된 표를 샀다는 것은 알겠다.
우리 표를 가리키며 찢어버리란다. -_-;;;
그러고나서 다시 발급기를 (도움 받아가며) 살펴보니
우리가 충전용 카드가 아닌 1회용 카드를 산 거였네.


가운데 버튼이 충전식인 이스탄불 카드인데
우리는 위에 것을 눌러서 1회용 카드를 샀던 거이다... 

여하간 이래저래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먼저 다가와 도움을 주는 터키인들이 많아 다행이다.
뭐, 정확하게는 아내를 도와주려는 터키 남자들이 많은 것 같지만. -_-;

우여곡절 끝에 술탄 아흐멧(Sultan Ahmet) 역에 도착했다.
숙소까지 걸어가야하는데 비가 추적추적.
그나마 많이 내리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제공되는 식사를 했지만
지금이 아침식사를 해야할 시각이기도 하니
우선 숙소를 가기 전에 식당부터 찾아야겠다.
다만 이른 아침(9시)이라 문을 연 곳이 있을까 걱정이다.
마침 문을 연 인포메이션 센터가 눈에 띄어
지금 갈 만한 식당이 있을지 물어봤다.
아저씨의 추천은 푸딩 샵(Pudding Shop)이라는 가게.
그리고는 우리 숙소가 이 곳 근처라고 했더니
언제든지 와서 궁금한건 물어보라며 웃으신다.
감사합니다~
사실 우리도 부하라 93(Buhara 93)이라는 찾아봐둔 식당이 있긴 했다.
아저씨 추천이 있긴 했지만 먼저 부하라 93부터 가볼까?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출발하고 100m쯤 갔을까?
콘스탄틴 오벨리스크(Örme Dikilitaş / Constantine Obelisk) 앞에서
갑자기 경찰 한명이 다가와서는 내 가방 검사를 하겠단다.
근래 이스탄불에서 있었던 테러 중 한 건이
우리가 지금 서있는 술탄 아흐멧 광장에서 발생했으니
지금 이 불심검문도 그러려니 하자.
광장을 둘러보니 이른 아침에도 경찰들이 몇몇 있었다.

검문이 끝난 후 계속해서 부하라 93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역시 너무 이른 시각인지 아직 안열었네.
역시 아까 인포메이션 센터 아저씨 말을 들었어야 했어.
얼른 광장을 가로질러 푸딩 샵으로 가자.


배고픈 우리를 구원해준 푸딩 샵


풀네임은 푸딩 샵 랄레 레스토랑(Pudding Shop Lale Restaurant)

이 가게의 대표 메뉴인 듯한 이스켄데어 케밥(İskender kebap)과
어니언 링과 러시안 샐러드를 주문하자.
바깥 날씨가 꽤 쌀쌀했던지라
따뜻한 마실 거리로 (뭔지 몰라 궁금하기도 했던) 살렙(Salep)도 한 잔,
그리고 터키는 석류도 유명하니 석류 쥬스도 한 잔.


 살렙과 러시안 샐러드




이스켄데어 케밥

케밥은 지역마다 형태와 재료가 갖가지인데
터키 부르사(Bursa) 지역의 요리인 이스켄데어 케밥 역시
우리에게는 생소한 케밥의 형태였다.
매콤 새콤한 토마토소스에 버무려진 얇게 썬 양고기를
시큼한 사워크림과 함께 쫄깃한 빵에 얹어 먹는데
모양도 그렇지만 맛도 지금까지 먹어본 케밥과는 딴판이다.
빵도 질기지 않게 적당히 쫄깃하고
새콤한 토마토 소스와 시큼한 사워소스는 중복될 것 같았는데
생각외로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든다.
양고기도 별 누린내가 없어서 누린내에 약한 아내도 엄지척.

케밥도 좋았지만 우리의 눈이 확 뜨게 만든 것이 바로 살렙.
따끈한 살렙은 살짝 달짝지근 하면서도
계피향과 허브향 그리고 우유의 고소함이 서로 어울려서
이거 꼭 나중에 구해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숙소로 가자.
Airbnb로 예약해둔 우리의 숙소는
술탄 아흐멧 모스크 뒤편에 있는 블루 투아나(Blue Tuana) 호텔.
아직은 아침이라 체크인 시각은 멀었으니
짐을 프론트에 맡겨두고 우리는 술탄 아흐멧 모스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