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6일 일요일

Jin과 Rage의 上海 여행기 - 20190301 (2) : 쓸쓸한 虹口公园을 붉게 물들인 홍매화

신천지에 왔을 때부터 사람 참 없다 싶었는데
(신천지는 대형 쇼핑몰들과 많은 노천카페들로 유명한데
오늘이 무슨 날인 건가? 참 한적하네)
아냥몐관(阿娘面馆)으로 걸어가는 길도 여전히 한적하다.
이 길은 주택가라서 그럴 수도 있으려나 싶지만
여하간 지금은 인구 2500만명의 도시 한복판인게 의심스러울 정도다.


10여분을 걸어 아냥몐관에 도착해서 가게 문을 열었더니
아직 12시가 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북새통이다.
시내에 사람이 안보이는 이유가 죄다 여기 와서 그런 거였나?

문을 열면...

아이구야. 사람 많네......
(사실 이건 식사 후 나오면서 찍은 사진)

다행히 아직은 몇자리 비어있어 바로 앉기는 했다.
대표메뉴인 조기 국수(황위미엔 黄鱼面)와 대창 국수(다창미엔大肠面),
그리고 반찬삼아 먹을 절임 야채(雪菜肉丝浇头)까지 주문 완(65元).

아내 쪽에 있는 것이 조기 국수. 내 앞에 있는게 대창 국수

돼지뼈 육수 국물과 면은 동일하고 고명이 조기냐 대창이냐의 차이.
진한 국물맛도 좋고 조기도 부드러우면서 담백하다.
대표 메뉴답게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맛.
다만 대창 국수는 매운 고추 고명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좀 나는 편이라서
누린내에 민감한 사람들에겐 비추.

식사를 하고 일어나서 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조금만 늦었어도 우리 또한 저렇게 기다렸을테니
일찍 오기로 한 것은 신의 한 수.

점심 식사 후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3·1절 코스 2탄, 루쉰 공원(鲁迅公园).
루쉰공원의 옛 이름은 홍커우 공원(虹口公园), 윤봉길 의사의 의거 장소다.
아냥몐관에서 루쉰 공원까지는 버스로 50분 정도 거리.

오래 걸려 도착한 루쉰 공원도 한적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상하이의 평일 낮은 원래 이런가?
한적함을 좋아하긴 하다만 한편으로는 대도시 관광 온 맛이 안난다.

안내판 맨 위에 윤봉길 기념관과 함께 매원(梅园)이라고 적혀있다.
윤봉길 의사의 호 매헌의 앞자를 딴 이름일 터

공원 안으로 조금 들어가보니 팜플렛들이 붙어있는 우산들이 보인다.
이들은 모두 자기 자녀들의 결혼대상을 찾기 위한 이들로
상하이의 큰 공원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만 오늘은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비가 살짝 내리기도 했다.)
나와있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네.



공원 안으로 몇 분간 걸어 들어가니 드디어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보인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탓에 앙상한 가지들 뿐인 황량한 공원이지만
매원만큼은 붉은 홍매화들이 활짝 피어있다.



루쉰 공원 자체는 무료 입장가능한 곳이지만
매원만큼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한다.
이 곳이 잘 관리되는데 우리 돈이 조금이라도 도움 되길 바래본다.



길을 따라 걸어들어가면 매헌(梅軒)이란 현판이 걸린 건물이 있다.
매헌은 윤봉길 의사의 호이기도 하지만
軒자가 집/건물을 뜻하기도 하기에 이 기념관의 이름으로도 적절하다.
내부에는 윤봉길 의사에 대한 설명과 의거에 대한 기록이 전시되어있다.
윤봉길 의사에 대한 내용이야 이미 많이 알려진 것들이긴 하다만
그래도 찬찬히 하나씩 구경을 해본다.

매원은 입장료도 따로 내는 곳임에도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운봉길 의사가 중국인들에게도 존경받는 인물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부러 이곳을 찾는 중국인들을 만나는 것이 신기하다.
하기야 아까 임시정부청사에서도 중국인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있긴 했지.

매원 옆은 루쉰의 묘.
홍커우 공원은 루쉰 사후 20주기때
그의 묘를 이장함과 함께 이름을 루쉰 공원으로 바꿨다.
루쉰이 근현대 중국의 문학과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이다보니
공원에는 커다란 기념관도 있고 묘역 또한 근사하게 단장되어 있다.
한편으로 이런 루쉰의 묘 바로 옆에 매원이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동상의 뒤편이 루쉰의 묘

이제 공원 구경을 마치고 공원을 나서자.
우리가 정한 다음 목적지는
상하이의 인사동이라 할 수 있는 티엔즈팡(田子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