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6일 토요일

Jin과 Rage의 Sri Lanka 여행기 - 20160102 (1) : 여행은 맘대로 되지 않는 것

아침이 밝았다.
어제 남은 볶음밥으로 아침 식사를 한 뒤 티백 홍차 한잔.
체크아웃을 하는데 주인 아저씨가 어디로 가는지 물어본다.

"담불라(Dambulla) 가는 버스 타러 갈거에요"
"OK. 그럼 제가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 줄게요."

얼마 아니긴 하지만 뚝뚝이 비용이 굳었다. 아싸~

주인 아저씨의 차를 얻어타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더니
마침 담불라 가는 버스가 곧 출발한다며 우리를 재촉한다.
허둥지둥 인사를 나누고는 버스에 탑승했는데
다행히도 에어컨 있는 버스에다가 앉을 자리도 있다.
(에어컨이 없는 버스는 요금은 반값이지만
200 රු(1700원) 아끼자고 30도에 달하는 날씨와 빼곡한 사람들 속에서
에어컨 없이 타고 가는 것은...생각하고 싶지 않다 -_-)


왼쪽 머리 위에 있는게 에어컨

버스는 1시간반을 달려 담불라에 도착했다.
하차한 시계탑 근처에서 숙소까지는 걸어가자.
(스리랑카 대부분 도시의 중심가에는 시계탑이 있다.)
그런데 숙소로 가는 길에서 엄청나게 큰 도마뱀 발견.
저런 녀석들이 숙소에 출몰하진 않겠지? -_-;;;


사진으로는 안커보이겠지만 대충 내 다리랑 비슷한 크기...ㄷㄷㄷ

도심에서 골목으로 들어오기만 했을 뿐인데 한적한 시골길이 나왔다.
그 길을 15분을 걸어 도착한 오늘의 숙소는 AirBnb로 예약한 Robert Inn.
(그리고 이게 우리의 첫 AirBnb 이용이었다.)
근처까지 가서 정확한 위치를 몰라 헤매던 중에
마침 주인장 Robert 아저씨가 우리를 발견하고 숙소로 안내해줬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른 시각(10시)에 도착했지만
이곳도 전혀 불편해하는 기색없이 반갑게 체크인을 해줬다.
(다만 숙소 입구에 쌓여있는 오토바이 부품들은 당혹스러웠다.
주인 아저씨가 오토바이 수리점을 같이 운영해서긴 하다만...)


어제와 숙박비는 만원 차이인데 숙소의 차이는 크다...

방을 정리하는 동안 따끈한 홍차를 웰컴티로 준다.
사실 이 숙소는 싼 맛에(1박에 13000원 정도) 예약한 곳이라
모든 기대를 내려놓은 곳이지만 웰컴티로 나온 홍차는 맛있다.
역시 홍차의 나라 실론(Ceylon).
(스리랑카는 1972년까지는 실론이라고 불렸다)


13000원짜리 숙소 웰컴티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그런데 숙소 벽에 여러 나라들의 지폐들이 붙어있다.
Robert 아저씨가 언젠가는 화폐 박물관을 열겠다며 모으는 중이라나?
보다보니 우리나라 돈은 없는 거 같아서 1000원짜리 지폐 하나를 드렸다.


우리가 드린 1000원 짜리도 붙여뒀다

방 정리가 끝나서 짐을 가져다 놓았다.
역시나 저렴한 숙소다운(?) 내부.
뭐 여행 후반으로 갈수록 좋은 숙소를 예약해뒀으니
초반에 하루정도는 이런 경험도 나쁠 것 없다.




짐을 정리해둔 다음 관광하러 나갈 채비를 하고 있으니
Robert 아저씨의 호객행위가 시작됐다.

"4000 රු(36000원 정도)에 시기리야랑 담불라 인근 투어 해줄게.
뚝뚝이 대신에 에어컨 있는 내 차 타고 편하게 다닐 수도 있고
투어 가이드들도 잘 모르는 장소들도 알려주고. 괜찮지?"

원래 뚝뚝이 타고 다니려고 했던 우리지만
밝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Robert 아저씨에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말려들기 시작했다. -_-;
결국은 시기리야와 담불라 황금사원을 가기로 하고 수락.
(우리는 그들의 영원한 호구~ 호구~)
Robert 아저씨의 SUV를 타고 이제 담불라 관광을 시작하자.

첫 목적지로는 시기리야로 가자고 했다.
알겠다면서 출발하는 Robert 아저씨.
그런데 얼마 안가서 갑자기 자기가 아는 가게 하나 소개하겠다며
스리랑카 전통 음식들 파는 곳에 들르자고 한다.
그리고 느꼈다. 아~ 오늘 우리 마음대로 다니는게 쉽지 않겠구나. -_-
어쨋건 얼레벌레 찾아간 가게는 간단한 주전부리들을 파는 곳이었다.
이름은 Traditional Food Sales Centre.


한 사람당 한 종류씩, 총 7가지를 판매중이었다



예상치 못한 투어의 진행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전통 주전부리들이 궁금하니 두어가지 고르자.
그런데 로버트 아저씨가 냉큼 자기것까지 포함해서 넣고는 계산하게 한다.
당황스럽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우리는 순순히 계산했다. -_-;;;
(우리는 호구가 아니더냐.)

다시 차를 타고 출발.
10여분간 가는 동안 Robert 아저씨는 스리랑카 음악 방송을 틀었다.
약간 촌스러운듯 하면서도 중독성있는 멜로디가...
문제가 아니고 Robert 아저씨가 따라 부르기까지 한다.
세뇌될 거 같다...OTZ



(다행히도 여행 후 얼마 안지나서 잊어먹었다.)

2016년 3월 17일 목요일

Jin과 Rage의 Sri Lanka 여행기 - 20160101 (4) : 초원 속의 Anuradhapura 유적들

루완웰리사야 다고바(Ruwanwelisaya Dagoba)도
로바마하파야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1500년의 시간동안 수도였던 만큼 번성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유적지를 제외하면 초원이 훨씬 많은 이 유적군에서는
바로 길 옆에서 물소와 새들이 노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소들을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볼 수 있었다

루완웰리사야 다고바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다고바들 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사실 자야 스리 마하 보디에서 나올때부터 이미 보이긴 했다.


루완웰리사야 다고바에 도착


탑 입구에는 코끼리 조각상이 일렬로 서있다

입구에 다다르니 높이 103m, 지름 290m의 크기가 실감된다.
미힌탈레에서 봤던 다고바도 꽤 크다고 느꼈는데
루완웰리사야 다고바는 가까이서는 도저히 사진에 담기가 힘들 정도.




탑의 둘레를 따라 한 바퀴 걸었다.
티벳이나 남방불교에서는
탑을 한바퀴 돌면 불경을 한번 읽은 것과 마찬가지라는데
우리의 업보도 그만큼 선업이 되길 민망하지만 조그맣게 바래본다.

루완웰리사야 다고바 구경을 마친 후에는
다시 뚝뚝이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마침내 맨발 신세를 벗어나 발바닥 통증을 벗어난 아내는 안도.
(아내는 지압판 밟기를 지극히 싫어한다)
수차례 신발을 신고 벗은 후에야 깨달았지만
샌들을 가져왔으면 신고 벗는 건 편했을텐데.
현지에서 싸구려라도 사서 신을 걸 그랬나보다.

뚝뚝이를 타고 5분여를 달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스리랑카 최초의 사원인 이스루무니야(Isurumuniya).


사원 앞은 연잎 무성한 연못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신발을 벗은 뒤
아내가 가져온 사롱을 허리에 두르고 입장을 하려는데
입구의 경비원들이 나를 부르더니만
엉성하게 두른 사롱(sarong)을 고쳐매준다.
원래 아내가 필요할까 싶어서 가져온 사롱인데
정작 아내는 긴 바지를 입고 짧은 반바지의 내가 사롱을 이용하게 되네.


들어가봅시다

조그마한 사원이 큰 바위 벽에 붙어있다

사원 뒤편으로 가면 바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그리 높지 않은 바위지만 주변이 너른 평지다보니
꽤나 멀찌감치까지 보인다.


뭔가 한창 공사중인 저 곳은 산다히루 다고바(Sandahiru Dagoba)
내전 종식(2009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스루무니야 구경을 끝내니 16시40분 정도.
시간이 좀 이르긴 하지만 점심을 일찍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
뚝뚝이 기사에게 사전에 찾아봤던 망고망고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했더니
거기는 비싸다면서 자기가 다른 데 알려주겠다며 어디론가 향했다.
5분정도 달려 향한 곳은 세데비 레스토랑(Seedevi Restaurant).
그런데...여기도 만만찮게 비싼데?
둘이서 2500 රු(우리 돈으로 2만원 정도)의 비용은
이 곳 물가를 생각하면 상당한 고가의 식당이다.
그리고 나중에 찾아보니 망고망고나 여기나 가격은 거기서 거기.
그렇다. 우리는 또다시 호구가 된 것이었다.

점심으로 먹은 싸고 맛있던 커리를 생각하면
세데비 레스토랑의 식사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가격대비로 따지면 불만족스러웠다.
그래도 양은 많아서 남은 볶음밥을 내일 아침용으로 포장해왔다.
(스리랑카 어느 식당에서나 1인분은 우리에겐 다 먹기 힘든 양이었다.)

어쨋건 식사를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왔다.
새벽부터 움직이느라 피곤하지만 이 저녁에 한 잔 안할 수 없지.
근처에는 마트 같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숙소에서 팔고 있는 맥주와 음료수 하나씩 골라서 방에서 마셨다.


내가 고른 크림소다(Cream Soda)는 맛이 묘~했다. -_-

내일은 아침에 바로 담불라로 가면 되겠다.
피곤하니 얼른 자자~

2016년 3월 1일 화요일

Jin과 Rage의 Sri Lanka 여행기 - 20160101 (3) : 득도 대신 비를 피했던 보리수 나무, Jaya Sri Maha Bodhi

다행히 비는 몇분 지나니 멎기 시작했다.
스리랑카의 북부와 동부는 10~1월이 우기, 그 외 지역은 5~8월이다.
오늘 들른 아누라다푸라와 미힌탈레는 북부 지방이라 그런지
여지없이 세찬 소나기를 만났네. 그나마 비를 많이 맞지 않은게 어디냐.


주차장으로 가던 길에 만난 원숭이들

주차장 가기 전에 맡겨 뒀던 신발을 찾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보관료를 내라고 그런다.
이런줄 알았으면 비닐 봉지에 신발 넣어 다닐걸.
(물론 우리나라 돈으로 몇백원 수준이긴 하다만.)

주차장으로 돌아가 뚝뚝이를 타고 아누라다푸라 시내로 향했다.
처음 예약할때는 미힌탈레 투어만 얘기했었는데
막상 돌아가면서 보니 아직 14시라 오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원래 내일 오전에 하려던 아누라다푸라 유적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일정을 변경했으니 뚝뚝이 기사와의 요금 재협상도 필수.

아누라다푸라는 11세기까지 1500년동안 수도였던 도시이기에
우리나라 경주처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거대한 유적군이 있다.
유적 관람에 관심이 많다면 동선을 잘 짜야겠다.
우리는 수많은 유적들을 다 돌아볼 생각까지는 없으니 몇가지만 선택했고
뚝뚝이는 먼저 자야 스리 마하 보디(Jaya Sri Maha Bodhi)로 향했다.

그런데 또다시 난감한 상황.
사원에 도착할 무렵 또다시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왕 온거 어쩌겠나. 바람막이와 가방 레인커버를 믿을 수 밖에.
(다행히 미힌탈레에서 만큼 쏟아지진 않았다.)
사원이니 당연히 신발과 양말은 벗자.
이번에는 비닐 봉지에 넣어서 보관료도 뜯기지 말자. -_-;

뚝뚝이 기사가 알려준 방향으로 길을 걸으니 제일 처음 만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보리수 나무 자야 스리 마하 보디였다.


2천년이 넘는 수령만큼 무성했던 스리 마하 보디

이 나무는 현재 가장 오래된 보리수 나무이기도 하지만
부처님이 득도를 했던 보리수 나무의 가지를 가져와 심은 것이기에
불교 신자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성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드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에 헌화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는 스님들

근처에서는 헌화를 위한 꽃들을 팔고 있다

무성한 보리수 나무 밑에서 잠시 피해 있으니 다행히 비가 잦아들었다.
근처에 있는 로바마하파야(Lovamahapaya)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로바마하파야는 청동 타일 지붕때문에
로하 프라사다야(Loha prasadaya 청동 궁전)라고도 불린다.)




로바마하파야는 원래는 9층 높이의 건물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그 밑을 받치고 있던 1600개의 돌기둥들만 남았다.
그리고 그 돌기둥 위에선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미힌탈레에서 본 것과는 다른 종의 원숭이들

이제 루완웰리사야 다고바(Ruwanwelisaya Dagoba)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