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9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1 (1) : Bergen에 돌아왔지만 우선은 체력 회복부터

아침이 밝았지만 일어나기가 싫다.
전날 12시간의 트래킹 때문에 엄청나게 피곤한 탓.
선천적으로 무릎이 약한 아내는 아대를 하고 걸었음에도 통증을 느꼈고
거기다 약간의 몸살 기운까지 있었다.
맘 같아선 아 몰라 더 잘래~하고 싶지만
일어나서 아침 먹고 베르겐(Bergen)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자고 일어난 후 아내 컨디션이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짐을 다시 싸고 차에 실은 후 베르겐으로 출발.
이틀 전에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가야지.
우선 카 페리를 타기 위해 시간에 맞춰 욘달(Jondal)로 가자.

욘달 카 페리 터미널에 도착한 후 음료를 사러 상점에 들렀다.
캔커피는 평소에 안마시는 편이지만
피곤한 상황에 운전하니까 졸음을 막기 위해 하나 사야겠다.
그런데 마침 니트로 커피가 캔으로 있네.
흔히 보기 힘든거니 냉큼 선택했다.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 니트로 커피 -_-;;;

카 페리 위에서.
정말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절경인 노르웨이

원래 내가 장거리 운전에는 쥐약이긴 하다만 
피곤까지 겹쳐서 그런지 커피까지 마셔도 소용이 없네.
출발한지 2시간쯤, 카 페리에서 하선한지 30여분만에
조금씩 졸음이 오는 나를 느꼈다.
차 반납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으니 좀 쉬어가자.
마침 벤치가 있는 쉼터가 보여 얼른 차를 세웠다.


계곡물 소리가 청량...이 아니라 시끄러울 지경이다. ㅋ
덕분에(?) 졸음이 싹 달아났다.

출발한지 3시간이 다 되어서 베르겐에 도착했다.
반납하기 전에 주유를 해야지...그런데 주유소를 잘 못찾겠다.
구글맵에서 렌터카 반납장소 주변 주유소로 나오는 곳을 찾아가니
주유소는 커녕 부두 컨테이너만 잔뜩 있은 영 엄한 장소.
베르겐 올드 시티 주변에서는 주유소가 안 찾아지고
차량 반납시간을 생각하면 멀리 있는 주유소 갈 여유가 없네.
어쩔 수 없다. 우선 반납하러 가서 얘기해보자.

AVIS 대리점에 12시 조금 못되어 도착한 한 후
주유소를 못찾아서 바로 왔다고 얘기했더니
반납 시간 늦는 것 보다 주유 페널티가 크니까 주유를 하고 오란다.
(원래 기름은 가득 채워서 반납해야한다.)
그래서 얼른 대리점에서 알려준 근처 주유소로 직행.
주유를 마치고 다시 대리점으로 가니 당연히 12시는 넘었지만
다행히 시간 페널티는 따로 얘기하지 않네.

짐을 챙겨 들고 오늘의 숙소를 향했다.
그런데 호수옆 광장을 지날 무렵 웬 축제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싶어 가보니 동남아 음식 축제 행사인 듯?



잘됐다. 어짜피 점심도 먹어야할 시간이고
비싼 물가 대비 그나마 싼 가격에 식사를 해결 할 수 있겠네.
뭘 먹으면 좋을지 한번 둘러 볼까?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식사용으로 만만한 (생선)국수 하나,
단백질 보충용으로 고기 꼬치 하나,
그리고 후식으로 롯총(Lod Chong) 한 컵.




양을 좀 적게 먹긴 했지만 단돈 150 kr (약 2만원).
식당 갔으면 생각할 수 없을 가격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한결 가벼워진 맘으로 숙소로 향했다.

오늘의 숙소도 Airbnb로 예약한 곳.
그런데 이전에 이용했던 Airbnb 숙소들의 경우
열쇠를 넘겨 받는 경우에는 항상 우편함을 이용했었는데
이번 숙소는 근처 24시간 카페에서 열쇠를 받아오라고 그러네.
혹시나 직원이랑 말이 안 통하면 어쩔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별 문제 없이 키를 받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난 다음
평소같으면 베르겐 구경하러 나갔겠지만
아직은 전날 트래킹의 여파로 피곤한 상태다보니
그냥 저녁까지 잠이나 더 자기로 했다.
푹 자고 피로가 싹 사라지길.

2019년 12월 25일 수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0 (3) : 뛰어봤자 트롤 혓바닥 위

프레이케스톨렌이나 쉐락볼튼도 감격스러웠지만
7시간만에 도착한 트롤퉁가(Trolltunga)는 더욱 벅찬 감동이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특별했던 등반 코스 덕도 있으리라.


700m 낭떠러지 임에도 겁따위는 개나 줘버린 분

가이드 얀의 말로는 사진 찍으려면 1시간쯤 기다려야 할 거라며
그만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찍을 포즈는 미리 생각해두란다.
서둘러 트롤퉁가 뒤편으로 가보니 역시나 줄을 잔뜩 서 있다.
아내는 자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건너편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같이 와준 것도 고마운데 자신의 인증샷 기회도 양보하니
또다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한가득이다.

(이 문단은 내가 줄 서 있느라 몰랐던 아내의 시선으로 본 버전.)
남편의 인증샷을 위해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얀이 와이어에 몸을 맡기며 절벽에 매달렸다.
시간 잠깐 난다고 그 새 절벽을 타다니 진짜 산 좋아하나보다...
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유가 다 있었다.


갑자기 와이어에 몸을 맡긴 가이드 얀

얀이 말했던 것 처럼 한시간쯤 지나 내 차례가 되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트롤의 혓바닥 위로 향했다.
맞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보인다.





기나긴 트래킹과 또 긴 기다림, 그리고 찰나의 인증샷.
어찌보면 허무할 법도 하지만, 웬걸 뿌듯한 기분만이 한가득.
특히나 대망의 3대 트레킹을 마무리했다는 이유 때문인지
(물론 노르웨이 여행은 아직 한참 남았지만)
맘 속에는 묘한 여운이 계속 맴돈다.

각자의 인증샷 촬영이 끝나고 이제는 하산할 차례.
하산은 일반 트래킹 코스를 통해서 하게 된다.
내려가는 길이라지만 5시간 정도를 걸어야하니 이 또한 만만찮다.



한동안은 그래도 평지길이라 걸을만 했다.
전체 경로의 절반을 지날 무렵 가이드 얀이 사람들을 불러모으더니
지금부터 공식적인 가이드는 종료했고
각자 자기 페이스대로 하산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봤자 나중에 보니 한두명 빼고는 비슷하게 가더라.)
그리고 본격적인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지쳐서 다리가 풀렸다보니 조금만 경사가 심해져도 휘청휘청.
여지껏 잘 버텨준 아내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확연했다.

그래도 어느새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여기만 내려가면 아침에 출발했던 장소.
그런데...문제는 400m 높이 비탈을 오르내리기위한 길이다보니
아주 지겹기 그지없는 지그재그길을 걸어가야했다.
지그재그길만 1시간;;;;;;


걷는데도 멀미나는 기분;;;

어느 순간 보니 네덜란드 아가씨와 얀이 우리 뒤에 있었다.
지겨운 하산길이지만 그래도 얘기하면서 가면 좀 덜하지.
아니 사실 애시당초 얀이 투 머치 토커다. ㅋㅋㅋ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등산을 좋아하느냐,
우리도 해산물 많이 먹고 삭혀먹는 것도 있어서 한국이랑 비슷하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북한에 대한 얘기 -_- 등등

출발한지 12시간만에 출발장소에 돌아왔다.
내려와보니 다른 사람들이 다 먼저 와 있네. 우리 그룹이 꼴지.
야쿠시마 트래킹 때도 10시간을 걸어봤지만
마지막이 평지길이었던 그 때에 비해
이번에는 오히려 마지막이 경사길이라 너무 힘들다.

이제 다들 각자의 숙소로 돌아갈 차례.
네덜란드 아가씨는 출입통제하던 곳에 어머니가 기다리신다기에
우리 차에 빈자리 있으니까 데려다 주기로 했다.
네덜란드에서 가족끼리 카 페리를 이용해 여기까지 왔는데
(오다 숙소에서 만난 이탈리아 커플과 똑같네)
트롤퉁가 트래킹은 어째 혼자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네 나라엔 산이 없으니 등산이 너무 생소하다고...
아 그렇지...네덜란드는 산이 없지... -o-
(네델란드에서 가장 해발이 높은 곳이 332m...)

네덜란드 아가씨를 데려다주고 우리 숙소로 돌아오니 거의 9시.
정말 맘같아서는 그냥 쓰러지고 싶지만
그래도 씻고 밥은 먹어야지.
얼른 드러눕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서두르게 된다.
후다닥 씻고 밥해먹고 정리한 다음 침대로 직행.
이제 내일 아침까지 정줄 놓고 잠 좀 자야겠다.

PS. 1
며칠 후 트롤퉁가 액티브(Trolltunga Active)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트래킹하는 동안 얀이 찍은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고 왜 얀이 트롤퉁가에서 와이어에 매달렸는지 알게 됐는데
얀은 절벽에 매달려서 사람들의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구도가 아주 예술.
Thank you, Jan.


얀이 와이어에 매달린 상태로 찍은 사진

PS. 2
이번 3대 트레킹에서 유용하게 사용한 도구인 LifeStraw.
필터달린 빨대에서 어지간한 불순물과 잡균을 걸러낸다.
계곡물을 바로 통에 담아 마실 수 있으니
트래킹 시에 들고갈 물의 양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Amazon.com 펌]

2019년 12월 22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0 (2) : 익지 않은 컵라면도 맛있을 수 있는 곳

모든 멤버들이 도착하니 시각은 13시 30분. 점심 먹을 시간이다.
그래서 이날을 위해 한국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식량을 꺼냈다.


짜잔~ (이것은 스낵면 광고가 아닙...)

산에서 먹는 컵라면이 또 별미 아니겠는가?
뜨거운 물을 담아오기 위해 보온병도 한국에서 가져왔다.
(단 한 번의 즐거움을 위해 온갖 것을 다 들고왔...)
다만 아침에 끓는 물을 넣긴 했어도 보온병 속의 물은 약간 식어있었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이 물에라도 익혀 먹어야지.
역시나 라면이 충분히 익지는 않았다만
딱딱한 면과 미적지근해진 국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반찬인 덕에 남김없이 뚝딱 해치웠다.
(쓰레기를 버릴 수 없기에 다시 봉투에 넣어 가져가야한다.)
반면 선두에서 우릴 이끌던 가이드 얀은
어디선가 채취한 커다란 야생 버섯하나를 우걱우걱 먹는다.
말하는 투가 특이하다 생각했다만 역시나 재밌는 친구다.

컵라면을 한창 먹는데 (얀 말고) 다른 가이드가
한국 음식이냐고 물어보면서 자기네도 비슷한 것이 있다고 했다.
아 미스터 리 라면? 우리도 이름은 알지.
다만 이때까지 우리가 아직 미스터 리 라면을 안먹어 봐서
한국 라면과의 차이를 얘기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마트에서 몇개 사게 되는 미스터 리 라면

가이드는 한국 등산객들이 가져온 전투 식량도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에게는 즉석 가열 식품이 상당히 생소했는지
어떤 식으로 가열 되는지, 안전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더라.
하지만 내가 화학과 졸업했어도 영어로 설명은 못하겠네. -_-;
(사실은 아는게 없......쿨럭쿨럭)
잠깐, 그런데 노르웨이도 징병제 국가인데 이 사람은 군대 안갔나?
하긴 노르웨이는 징집 거부해도 아무 규제나 차별이 없다고는 하더라

라면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우리에게 물어보던 가이드는
동행을 여기까지로 하고 다시 비아 페라타로 하산했다.
잠깐, 그러고보니 올라오는동안에는 힘들어서 몰랐는데
출발할 때 멤버에서 한 명이 부족하다.
아까 자전거 라이딩 끝날 때는 봤었으니
아마도 등반을 중도 포기하고 돌아갔나보다.
혹시나 다친 것은 아니기를.

식사와 휴식이 끝나고 다시 트래킹을 시작했다.
그래도 이젠 평지로만 걸으면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길을 가던 중 한쪽에서 음악을 틀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얀이 다가가서 정중하게 소리를 줄일 것을 권했다.
고요함을 즐기고픈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
어찌보면 멋없고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가 얼마나 주변을 돌아볼 줄 알았던가 싶었던,
힘든 와중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순간이었다.

이미 많이 지쳐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한시간을 더 걸은 후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바로 허공을 향해 쭉 뻗은 트롤의 혓바닥 트롤퉁가(Trolltunga)다.



2019년 11월 17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0 (1) : 예상이 완전히 뒤집힌 Via Ferrata

새벽 일찍 일어나서 짐을 싸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 가는 트롤퉁가(Trolltunga)는 10시간 넘게 걸리는 코스.
그래서 소집장소에 아침 7시까지 가야한다.
소집 장소는 숙소가 있는 오다(Odda)에서 차로 30분거리의
쉐께달(Skjeggedal)에 있는 트롤퉁가 액티브 앞.

차로 10분을 달려 티세달(Tyssedal)을 지난 후
산길에 들어서려는데 두 명의 청년들이 차를 멈춰세웠다.
알고보니 투어 신청을 안한 경우에는 차를 이 곳에 세워둬야 한단다.
그럼 여기서 트래킹 입구까지는 셔틀 버스가 있나?
어쨋건 우리는 투어를 예약한 덕에 편하게 간다.

10여분을 더 가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를 세워두고 건물 안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기다리자.
그런데 주차비가 500 kr(7만원)!!!
아마도 공원 입장료를 겸한 비용이겠지만
어쨋건 우리에겐 충격과 공포의 금액. -_-;;;


시간이 되자 키가 190은 되어보이는 가이드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간단한 코스 설명 후 장비들을 나눠주었다.
오늘 우리가 갈 코스는 트롤퉁가 비아 페라타(Trolltunga via Ferrata).
헬멧과 하네스, 그리고 자전거를 받은 후 점검하는데
키 작은 아내는 자전거 안장을 최대한 낮춰도 불편한 듯 했다.
더 작은 자전거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타고 가야겠다만.



이제 출발하자. 첫 코스는 6km 자전거 길.
시작은 잘 닦여진 도로여서 무난했다.
그러나 얼마후 댐 쪽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만나자
자전거 기어 변환에 익숙하지 않은 아내가 뒤쳐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자갈길이나 암석 길도 나와서
무난하게 생각했던 바이킹에서 처음부터 진을 다 빼겠네.
오늘 먼 길을 가야하는데 걱정이 된다.


이 때만 해도 좋았지...

다행히 어제 사전미팅을 진행했던 가이드가
(이번 투어의 가이드가 두 명이다. 다른 키 큰 가이드는 선두.)
가장 뒤에 처진 아내를 챙겨주고 있어서
나는 가끔씩 뒤돌아보며 잘 따라오고 있는지만 살펴봤다.
(아내는 어제도 봤음에도 가이드가 아니라 일행인 줄 알았다나...)


자전거 길 중간 휴식 중.
이때만 해도 곳곳에 낮은 구름이 많아 걱정되는 날씨였다

6km 밖에 안되지만 순탄치 않은 길과 중간 휴식 등으로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린 자전거 라이딩을 마친 후
이번에는 꽤 가파른 경사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간만의 바이크 라이딩으로 허벅지가 터질듯 한데
오르막길을 걸으려니 다리가 후덜덜거린다

한시간동안 오르막길을 오르고나서
이제는 투어의 가장 핵심인 철제 사다리 등반을 할 차례다.
비아 페라타라고도 불리는 이 암벽등반 방식은
절벽에 박혀있는 철제 빔 사다리를 따라 등반하는 것으로
처음에 하네스를 나눠준 이유가 바로 이 코스 때문이다.
그리고 이 투어를 신청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우리가 과연 완주 가능할지 걱정했던 이유 또한 이것이었다.


가이드 얀(Jan)의 등 뒤의 철제 사다리를 타고 절벽을 올라가야 한다

얀은 안전을 위한 등반 규칙을 알려주며
이것들만 지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안심시켰다.
하나는 절벽에 고정된 와이어에 반드시 카라비너를 연결할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내 앞에 올라가는 사람과
사다리 3칸 이상의 거리를 확보할 것.
안전을 위한 규칙 설명 후 얀이 정해준 등반 순서에 따라
얀과 네덜란드 아가씨, 그 다음에 아내와 나 순서로
차례차례 사다리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절벽을 오른지 40여분이 지났다


얀과 네덜란드 아가씨, 그리고 아내


걷는 길에서는 볼 수 없었을 풍경


선두에 선 얀이 찍은 우리들의 모습

카라비너를 와이어에 연결하는 작업때문에 등반은 느린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는 어느새 절벽 한중간.
그리고 걷는 길에서는 보기 힘든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다 날씨도 우리를 도와서 구름이 걷혀가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다리 등반은 수월했다.
팔도 같이 써서 올라가기 때문일까?
오히려 다리로만 걸어서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든 느낌.




절벽에서 발견한 야생 블루베리

10여분의 휴식 후 다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물론 고도가 높아진 만큼 풍경도 더 멋지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반복되는 카라비너 옮겨 걸기로 인해서
머리 속은 무념무상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노란 야생화가 예쁘게 피어있다

2시간의 암벽 등반이 드디어 끝나 절벽 끝에 도달했다.
와~~~ 근데 아직도 트롤퉁가까지 걸어갈 길이 남았다...OTZ
그래도 이제 남은 길은 평지길이니 그게 어디냐.




먼저 도착한 가이드 얀이 찍어준 우리 사진

2019년 11월 1일 금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19 (3) : 라디오가 잘 나오는 Norway 터널들

베르겐에서 출발한지 20여분 지나 한적한 시골길.
심심해져서 차의 라디오를 틀어보지만
신호가 약해서인지 자주 지직거리는 소리가 난다.
땅은 넓지만 사람은 적은 나라다보니
전 국토에 중계기를 채우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한걸까.

피요르드 지형으로 인한 특색으로 카 페리를 얘기했다만
사실 그보다도 훨씬 더 자주 만나는 것은 터널.
그런데 신기하게 터널만 들어오면 라디오 소리가 끊김이 없다.
터널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다름을 느낄 수는 있을 정도.
그냥 우연이었을까?

1시간 정도를 달리다가 약간 졸음도 오고 해서
아마도 쉼터인 듯한 갓길이 넓은 지역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이런 쉼터의 경치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브라테 폭포(Brattefossen)



잠시 경치를 구경하며 졸음을 쫓아냈으니 다시 길을 가야지.
그런데 다시 출발한지 20분만에 또다른 경치가 우리를 세웠다.
주차장, 기념품점 그리고 인포센터까지 있는 것을 보니
우리는 우연히 들렀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들리는 장소인가보다.
아직 카 페리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으니 또 잠시 구경하고 가자.


스테인달스 폭포(Steinsdalsfossen)



폭포 구경을 하고 기념품 점에서 마그넷 하나를 산 다음
20분을 달려 퇴르빅뷔그드(Tørvikbygd) 카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의 카 페리 시각은 Norled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버스로 카 페리를 이용은 해봤지만
내가 직접 모는 차로 카 페리를 타는 건 처음이다보니 나름 긴장된다.
물론 안내하는대로 주차한 다음
나중에 수금하는 직원들에게 돈을 내는게 전부이긴 하다만. ㅋ

카 페리를 타고 욘달(Jondal)로 넘어왔으니
이제 오다(Odda)까지는 차로 40분만 더 가면 된다.
오다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폴게폰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무려 11.2km 세계 18위 길이의 터널.
(세계 20대 장거리 터널 중에 3개가 이 부근에 있다
18위 폴게폰 터널(Folgefonntunnelen) 11.2 km
15위 구드반가 터널(Gudvangatunnelen) 11.4 km
1위 래르달 터널(Lærdalstunnelen) 24.5 km;;;;;)
그리고 이 터널을 지나는 10분동안 이번에도 라디오는 끊김이 없다.
진짜 바깥보다 터널에 라디오 전파 중계기가 잘 되있나 보다.

베르겐에서 출발한지 3시간만에 오다 숙소에 도착했다.
Airbnb 숙소 주인은 마침 우리가 묵는 동안 집에 안계셔서
메신저로 비번과 방 위치를 전달받았다.
딱히 걱정할 만한 게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인없이 손님들만 있는 집이라니. 신기할따름이다.

짐을 풀고 우선 저녁식사부터 하자.
아내가 장 봐왔던 음식으로 간단하게 식사 준비를 했고
그 덕에 맛있게 식사를 하던 중 또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다.
인사를 하고 계속 식사를 하는데
이 커플, 냉장고에 집어넣는 식자재 양이 상당하다.
여기서 한동안 지낼 계획인 건가?
얘기해보니 이탈리아에서 온 커플이란다.
네덜란드 통해서 카 페리로 왔다나.
차로 자유롭게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게 부럽네.

저녁 9시에 트롤퉁가 호텔(Trolltunga Hotel)에서
내일 갈 트롤퉁가 투어 사전 미팅이 있으니 나가봐야겠다.
숙소에서 호텔까지는 차로 5분 거리.


트래킹 베이스캠프 다운 인테리어다


트롤퉁가 호텔 앞 전경

트롤퉁가 호텔 자체는 소박하지만 호텔 앞의 풍경이 멋지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가이드가 도착해서 일행들이 모두 모였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와 왜 트롤퉁가를 가려는지를 얘기하는데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주어진 시간이지만
짧은 영어로 얘기하려다보니 오히려 나는 얼어버리는 시간. -_-;
가이드는 내일 코스와 출발장소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내일 코스가 상당히 오래 걸리는 코스다보니 주의사항도 함께.

내일은 이번 여행 전반부의 대미를 장식할 대망의 트롤퉁가 행.
아침 일찍 일어나야하니 푹 잘 자자.


숙소에서 본 오다 마을 23시 -_-;;; 야경

2019년 10월 12일 토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19 (2) : 오늘은 활기찬 Fisketorget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세계 2위인 노르웨이에는
그에 걸맞게 좋은 퀄리티의 카페가 많다.
(1인당 커피 소비량 수위권은 북유럽 국가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아내가 검색으로 찾은 카페들 중에서
KODE에 비교적 가까이 있는 카페미쇼넨(Kaffemisjonen)으로 향했다.


여러 대회 수상 경력도 있는 카페인데 반해서
카페 인테리어는 단촐하기 그지 없다.
이것도 실용주의적인 북유럽 센스이려나?

메뉴를 보니 셰멕스(Chemex)가 있다.
커피 2잔의 양을 셰멕스 용기에 드립해서 주는 것.
(집에 셰멕스 용기가 없었다면 이게 무슨 메뉴인지를 몰랐겠지.)
어짜피 2잔 시킬 거 그냥 셰멕스로 시키자.
(그게 가격이 약간 저렴하기도 했다.)

오른쪽의 유리 용기가 셰멕스 용기

커피는 전반적으로 바디감이 느껴지고

향과 산미도 전체적으로 밸런스 잘 잡혀서 맛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뭔가 각인될만큼의 특징은 못느꼈다.
물론 앞서 얘기했듯이 맛은 좋았다.
꼭 이 카페여야할 이유까지 찾지 못했을 뿐.

커피를 다 마신 후 AVIS 렌터카 지점으로 가기 위해
베르겐 버스 터미널 쪽으로 향했다.
15분 거리지만 어제와는 달리 짐이 없으므로 가벼운 발걸음.

카페 미쇼넨 근처에서 발견한 트롤 벽화

AVIS 대리점에서 예약 확인을 하고 차량 인수를 하러 밖에 나와보니
난 분명 일본 소형차를 예약했었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차는 빨간색 아우디 A1.
내가 예약한 차량 종류가 다 나갔나보다.
공짜 업그레이드를 받은 거 같아 기분이 좋네.
이제 숙소에 돌아가서 차에 짐을 싣자.


숙소 옆에 잠시 차를 세우고 짐을 실은 다음
근처 공영주차장으로 다시 이동했다.
여느 유럽 구 도심들이 그렇듯
베르겐의 구 도심도 주차할 곳 찾기가 쉽지 않지만
다행히도 큰 규모의 공영주차장이 도심 지하에 마련되어 있다.

차를 주차한 후 어제밤 썰렁했던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화창한 날씨 아래에서 사람들이 상당히 북적이네.
스타방에르에서는 보기 힘들던 한국 관광객들도 몇 보인다.


북유럽에서 베리 종류가 많이 생산되는지 여러 종류를 만날 수 있었다





시장은 역시 먹거리 구경 아니던가

크로아티아 갔을 때 못먹었던 바로 그 납작복숭아!

여러 먹거리들이 넘쳐나는 시장은 역시나 구경만으로도 재밌다.
하지만 우리도 점심을 먹어야하지 않겠나.
새우와 연어가 들어간 플레이트와 수산 시장 맥주 7 Fjell 하나
가격은 245 kr (약 34000원).
시장이래도 가격은 역시 쉽지 않은 가격이다. -_-;
(여행 내내 적응 안되는 이 물가...)



단순하지만 싱싱해서 맛있는 해산물과
향긋하고 쌉쌀해서 아내가 맘에 들어한 맥주로
(난 못마시지만 -_-) 배를 채운 후
후식으로 믹스드 베리 한 팩과 납작 복숭아 2개를 사고 시장을 나섰다.
그 다음엔 마트를 들러서 식료품도 사고
차를 몰아서 오다(Odda)를 향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