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8일 일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28 (1) : 님은 갔습니다. A~zure 윈도우는 갔습니다.

전날 일찍 잤는데 어째 이제는 일찍 일어나지지 않았다. -_-;
드디어 시차에 적응하는 것인가...
8시가 되어서야 어제 사온 것들로 간단히 아침 식사 준비 완료.
공용 부엌에 공짜로 이용가능한 네스프레소 캡슐도 있네.
이번 숙소는 정말 가성비 최고다.



인스턴트 스프는 많이 짜고 사과는 시들하지만
적은 돈으로 준비한 거니 그려려니하고 잘 먹어야지.
그렇게 우걱우걱 먹던 우리를 깜짝 놀래킨 것이 있으니
바로 생 염소치즈, 쥬베이니엣.
누린내 없이 아주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
그러면서도 단단한 두부처럼 탱탱한 식감까지
하나에 천원도 안되는 치즈가 너무나도 맛있다.
이거 다른 마트에서 보이면 무조건 또 사야겠다.

아침을 먹었으니 이제 오늘 관광을 위해 집을 나서자.
오늘 첫 목적지는 차로 25분 거리의 아주레 윈도우(Azure Window).
출발하기 전에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빵집을 들르자.
여기서 프티라 사서 중간에 간식으로 먹어야지.


숙소 바로 옆의 메크렌 베이커리(Mekren's Bakery)



가게에 들어가서 빵들을 보는데...
왜 어제 사먹었던 프티라 같은게 안보이지?
설마 안팔진 않겠지. 직원에게 프티라를 파느냐고 물어보자.

"저기, 혹시 프티라 파나요?"
"그럼요 여기 있어요."

직원이 가리킨 빵은...이건 아무리 봐도 피자인데?

"어? 이게 프티라에요?"
"이거 말고 다른 것도 있어요."

이번에 다시 가리킨 것도 어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모양.
다만 앞에 것이 피자랑 닮은 형태라면
이번 것은 똑같은 원판 모양인 대신 치즈가 빵 속에 들어간 형태.
뭐 직원이 이게 프티라라고하니 어쩌겠는가? 사먹어봐야지.
그나저나 크기가 엄청 커서 우리 둘이서는 한참을 먹어야겠다.


어제 먹은 것과는 완전 딴판인 프티라. 갓 구워서 엄청 뜨끈뜨끈했다

차로 이동하면서 아내가 뜯어준 프티라 한 조각을 먹었다.
오...좋은데?
어제 샀던 프티라는 그냥 평범한 빵일 뿐이었는데
이 프티라는 속에 치즈와 감자, 고기가 들어있어서
짭짤 구수한 맛도 좋고 간단히 식사 대용으로도 훌륭하다.

25분을 달려 아주레 윈도우에 도착했다.
아주레 윈도우의 의미는 푸른 창문이란 말.
커다란 절벽 아치 사이로 푸른 바다와 하늘이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 앞에는 훌륭한 다이빙 포인트인 블루 홀이 있어서
그야말로 고조 뿐만이 아니라 몰타를 대표하는 절경.
그러나...


[telegraph.co.uk 펌] 정말 말 그대로 푸른 창문

아쉽게도 아주레 윈도우는 올해(2017년) 3월에 붕괴되었다.
이미 침식이 많이 진행되어서 불안불안한 상태였던지라
2013년에도 부분적으로 붕괴된 적이 있었고
결국 올해 강풍에 힘없이 무너졌다고 한다.
기사를 통해서 없어진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몰타 와서 여기를 들르지 않는 건 왠지 아쉬울 것 같았다.
비록 아주레 윈도우의 장관은 없어졌지만
시원한 바다 풍경이라도 감상하자.


지금은 허전한 산 라우렌츠(San Lawrenz) 바닷가


안내판에도 아주레 윈도우가 "있던" 곳이라고 표시되어있다

그나저나 오늘 바닷가 바람은 오늘이 최고로 심하군.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곳까지도 물방울이 날린다.





부분 붕괴 이후, 사고를 막기 위해 접근이 통제되었다.
이제는 다가갈 곳도 없지만





근처에는 조그만 예배당이 있는데
그 너머편의 바다만은 파도가 잔잔하고 고요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절벽에 난 작은 틈으로만 바닷물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주레 윈도우 옆의 블루 홀로 다이빙을 가려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배를 타고 동굴을 통해 나가게 되어있다.
오늘이야 겨울인데다가 바람때문에 다이빙이 불가능하니
아무 인기척없이 고요하더라만은.

이제 이 곳에서의 구경을 마치고 차로 돌아가자.
잠깐 다음 행선지를 향하기 전에 프티라 관해서 잠깐 검색해볼까?
...아하 고조의 프티라와 몰타 본섬의 프티라가 다르구나.
고조의 프티라는 피자 형태와 유사한게 맞는 거였다.
그리고 프티라를 꼭 사먹어봐야 하는 빵집들 5개 중에
고조에서는 유일하게 메크렌 베이커리가 꼽혀있다!
으하하, 우리는 그저 숙소 옆이라 들렀던 건데 알고보니 맛집이었네.
(전날 사먹은 것 보다는 확실히 맛있었다.)

이제 다음 행선지 폰타나(Fontana)로 가자.

2018년 7월 2일 월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27 (3) : 때로는 잠시 멈춰설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갖자

차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던 중 잠시 멈춰섰다.
아까는 성당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이 급해서 지나쳤지만
길의 풍경이 마음에 들어 사진 한 장이라도 찍고 가고 싶었다.


강한 바람 탓인지 가로수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멀리 보이는 시타델. 내일 가봐야지

여행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렇게 발걸음을 멈추고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할 텐데...

다시 원래 가려던 길을 가자.
아까와는 다르게 빅토리아(Victoria) 시내를 지나가다보니
차도 여럿 보이고 길도 조금 막히긴 한다만
몇 분 지나서 빅토리아를 조금만 벗어나면 다시 한적한 시골길.

총 30분 정도 걸려서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다.
차로 더 들어갈 수는 있는 것 같지만
좁은 길로 걸어다니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으니
우리도 차에서 내려 걸어가보자.


이제부터는 걸어가봅시다

람라 만(Ramla bay)의 좌우 언덕에는 동굴이 하나씩 있는데

서쪽의 칼립소 동굴(Calypso cave)과
우리가 찾아간 동쪽의 탈-미쉬타 동굴(Tal-Mixta cave)이 그것.
칼립소 동굴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에도 등장하는데
오기기아 섬에서 칼립소에게 붙잡힌 오디세이가 7년간 머무른 곳이
바로 이 동굴이라나 뭐라나. (즉, 오기기아 섬이 고조 섬이란 얘기다.)
하지만 칼립소 동굴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가 않으므로
우리는 탈-미쉬타 동굴로 가기로 했다.
게다가 탈-미쉬타 동굴이 서향이기 때문에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구경하기 더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길의 끝에 도착해서도 언뜻 보기에는 동굴이 없어 보였지만
좀 더 가보니 땅 밑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타났다.



좁은 통로를 지나 내려가니 넓은 공간이 나왔고
그 앞쪽으로 해가 져가는 람라 해변이 보인다.
몰타에서는 흔치않은 모래해변인 람라 해변은
나폴레옹이 몰타를 정복하러 왔을 때 상륙했던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모래해변이 때에 따라 침략의 관문으로 바뀌는 아이러니.


짜잔~

아름다운 해변과 석양을 감상하는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고
차로 돌아가기 위해 뒤로 돌아서는 순간
들어올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휴양철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여기가 칼립소 동굴이면
오디세우스가 지냈던 흔적이라는 드립이라도 칠텐데...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잠깐 쉬었다가 저녁 먹을 때 다시 나오자.

저녁 6시가 되어 식사하러 숙소 근처 동네로 걸어나갔다.
해가 진 후의 나두르 거리는 가로등도 많지 않아서 꽤나 어둡다.


소박한 매력의 나두르 밤 거리

숙소에서 나오기 전에 찾아봤던 근처 가게들을 하나 둘씩 들러보는데
왜 하나같이 다들 문을 열지 않은 거냐.
와중에 비도 추적추적 내려 기분을 처지게 한다.
결국 이 동네에서 도저히 문을 연 식당을 찾을 수 없었던 우리는
차로 임자르 항구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가기로 했다.

운전해서 가는 중 만나는 차마다 나한테 상향등을 깜박인다.
뭐지? 싶어 살짝 불쾌했는데...아차, 상향등을 내가 키고 있었군. -_-;
내가 상향등을 켰다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레버의 표시를 다시 보니 한국의 차들과는 약간 다르다.
운전 방향만 신경썼지 이런게 다를 줄은 생각도 못했네.
나와 마주쳐간 운전자 분들, 죄송합니다.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_-;;;

임자르 항구 근처로 차를 몰고 오니 길이 꽤 막힌다.
알고보니 대부분은 몰타로 돌아가는 페리에 선적하려는 차들.
통제중이던 경찰이 행선지를 물어봐서 레스토랑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잠시 맞은편에서 차가 오지 않을 때 추월해서 갈 수 있도록 해줬다.
비 오는데 고생들 많으십니다.

몇몇 항구 앞의 레스토랑들도 문을 닫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는 많은 수가 손님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Tmun 레스토랑.
항구 근처의 식당답게 해산물 요리 전문이라서
생굴과 새우튀김, 청새치 구이와 오징어 요리로 주문 완료.


고조 섬의 식당들에서 재밌었던 점은
주문하지 않은 식전 사이드 디쉬 하나가 항상 별도로 나왔다는 것.
이 날 저녁에는 미니 햄버거가 깜짝 등장했다


신선한 지중해 생굴


언제나 안정적으로 맛있음이 보장되는 새우튀김


(아시아 스타일이라지만) 의외로 꽤 매콤했던 오징어 요리와
고소함은 좋았지만 너무 부드러운 식감이 아쉬웠던 청새치 구이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기자기한 플레이팅과 맛 모두 준수해서 만족스러웠던 식사.
덕분에 비맞으며 식당찾아 삼만리하던 우울한 기분이 치유되었다.
뭐, 식사비가 원래 예상보다 많이 들긴 했지만
맛있는 거 '먹는데 드는 돈은 아까워 하지 말자'가 우리 신조 아니더냐.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내일 계획을 정리해볼까?
그런데 아내는 오늘도 시차를 못이기고 9시가 넘으니 졸려한다.
그래 딱히 밤에 할 것도 없는데 계속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지 뭐.

아, 그나저나 한국의 온돌 난방이 그립다.
온통 차가운 돌로 둘러싸인 방에 조그만 라디에이터 하나 뿐이라
따뜻해지는 느낌이라고는 1도 없네.


아무리 세게 틀어도 아무 의미가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