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31일 토요일

Jin과 Rage의 長崎 가족 여행기 - 20231111 (1): 처참한 과거를 뒤로 하고 잉어 떼가 헤엄치는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

개운하게 일어난 셋째날 아침.
일어났으면 씻고 밥먹으러 가야지. 
 
어제 저녁만큼은 아니지만 조식 메뉴도 글자가 빼곡하다.
그리고 코스였던 저녁과 달리 조식은 한 상에 다 나오니
어떤 면으로는 더 화려하고 푸짐해 보인다.
 


어제 석식도, 오늘 조식도, 흠 잡을 거 없이 만족스럽다.
미야자키 료칸 조식에서 빠지지 않고 항상 나오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운젠의 온천수로 만드는 수제 두부. 
두부는 온천수로 만들어서 그런지 보들보들 녹아내리듯 부드럽네.
다른 음식들도 모두 정갈하고 간도 슴슴해서 재료 본연의 맛이 잘느껴져서
(다른 식구들도 맘에 들어 했지만) 누구보다도 아내님이 엄청 잘 먹는다.
 
운젠을 떠나기 전에 동네 구경을 하고 가자. 
 
지옥의 열기는 길냥이의 훌륭한 난방시설......


길가를 뒤덮은 자욱한 지옥 연기
 
이제 운젠을 떠날 시간.
다음 목적지는 운젠의 동쪽에 있는 소도시 시마바라(島原).
나가사키를 여행지로 정하고 나니
우리가 들렀던 코스를 다니면 부모님 가이드하기 편하겠다 생각은 했지만
기왕 여기까지 와서 우리도 새로운 지역을 못들르는 것도 아쉬우니
추가로 어딜 들를까 찾다가 추가한 코스가 시미바라였다. 
 
30분정도 꼬불꼬불 산길을 내려와 시마바라에는 들어왔다만
동네 구경을 하려면 어딘가 주차를 해야할텐데
어디 주차할 만한 데가 없나 두리번거리던 중
커다란 이온(AEON, 일본 쇼핑몰 브랜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 소도시 하나로 마트에서 주차비가 무료이듯
아무리 일본이라도 여기서는 주차비는 안받겠지?
만약 필요하면 뭐라도 값 싼 거 하나라도 사면 되겠지. 고고.
 
주차를 하고 동네 구경을 가려는데...
정작 부모님은 마트 구경을 가자신다. -_-;;;
그래 뭐 자유여행의 묘미는 이런거 아니더냐.
계획은 틀어져야 제 맛이지.
 
뭐 마트가 마트지 다를 게 있나...
 
시마바라도 나가시키현인지라 마트에서도 카스테라를 잔뜩 판다.
종류가 다양하긴 한데 원래 이런 옵션질은 본상품이 후달릴 때 하는 것.
그냥 구경만 하자. 
 

소금, 말차, 치즈, 초코 등등

 
부모님도 여기서는 눈에 띄는게 없으신 듯.
이제는 진짜 시마바라 구경하러 가봅시다. 

이온에서 한블럭 뒤로 가면 코이노요오구마치(鯉の泳ぐまち)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도심 한복판 주택가를 따라 흐르는 수로를 흐르는 맑은 물에서
팔뚝만한 비단잉어들이 떼지어 헤엄치고 있다.
알고보니 시마바라는 일본에서 물의 도시라고 불린다나?
그만큼 마을을 흐르는 맑은 물이 자랑인 곳. 


물도 깨끗하지만 수로 또한 이끼 마저 없이 깨끗하다

 
유유자적 헤엄치는 잉어들 구경은 곳곳에 있는 쉼터에서도 가능하지만
우리는 이 곳의 풍부한 맑은 물을 이용해 연못과 정원을 조성한
시메이소(四明荘)라는 곳에 들러서 차도 한 잔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입장료 내고 들어가야함을 안 부모님은 우리 둘만 갔다오라신다.;;;
그렇다고 진짜 우리 둘만 들어갈 수 있겠나.
억지로 부모님을 끌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시메이소는 그냥 사진으로나 감상하고 말아야겠다. 
 
시메이소 입구......

코이노요오구마치 중간에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들어갔다.
관광안내소 내에 들어가니 전시된 크래프트 맥주가 눈에 띄는데
시마바라 반란(Shimabara Rebellion)이란 브랜드의 느낌이 강렬하다. 
 

왜 굳이 반란이란 강렬한 이름을 썼나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시마바라 반란은 일본 역사에서 꽤나 중요한 사건이다.
나가사키와 시마바라 지역은 기독교인이 많았으나
에도 막부가 들어선 후에 기독교 탄압이 심해진데다 폭정까지 더해졌고
(운젠의 온천지구가 지옥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당시에 기독교인들을 펄펄 끓는 온천물로 고문했기 때문이다) 
결국 견디지 못한 기독교인 농민들이 난을 일으켰으나
내통자였던 단 한명을 제외한 수만명 전원이 사망했는데
막부군도 만여명 이상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지라
오죽하면 이 변방 시마바라를 쇼군인 도쿠카와 가의 방계 가문에게 맡겼다.
(당연히 더 철저한 탄압을 하기 위함이었다.) 
 
고즈넉하고 정감있는 물의 도시의 처절한 과거사를
맥주 라벨 덕분에(?) 알게되네.
 

2026년 1월 11일 일요일

Jin과 Rage의 長崎 가족 여행기 - 20231110 (3): 맛있는 음식과 온천, 완벽한 휴식

이제 운젠 온천마을로 가자.
오바마에서부터는 꼬불랑 산길 따라 차로 20분.
그나저나, 이때쯤이면 산이 단풍으로 예쁘게 물들지 않았을까 했는데
군데군데 단풍이 들긴 했지만 아직은 초록빛이 많다.
11월 중순은 되야 완전히 단풍으로 물들 듯. 

꼬불거리는 오르막길이 끝나고 온천 마을에 도착했다.
료칸에 들어가면 따로 나오지는 않을 거 같으니 동네 구경부터 할까?
우선 온천수를 이용해서 만드는 센베이(전병)로 유명한 가게인
토오토미야 혼포(遠江屋 本舗)부터 가자.

6년전엔 이런데 있는 줄도 몰랐네

가게를 들어서면 다양한 운젠의 기념품들이 먼저 보이지만
한편에 센베이가 구워지는 공방이 바로 시선을 끈다.
 

센베이 굽는 모습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더니
바로 구워진 것을 하나를 건네 주신다.
건네 받으면서 시식하라고 주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100엔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너무 순진했네.
이미 손에 받았으니 안먹어요하고 되물릴 수도 없다.
아내와 함께 '우리 낚였는데?' 라고 말은 했지만
원래 이거 먹어보려고 온 거니 곧바로 순순히 돈은 냈다 ㅋ.
물론 부모님 거도 포함.
 
공장에서 만든게 아닌, 가게에서 구운 센베이는 卜자가 새겨져있다
 
사람이 옛날 방식대로 굽는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으니
가게에서 직접 구워 파는 센베이는 수량이 한정되어있다고 한다.
아마도 예쁘게 포장되서 전시된 상품들은 공장에서 만든 것들인 듯.
토오토미야의 온천수 센베이는 우리가 흔히 접하던 전병에 비하면 더 얇아서
감자칩 같은 식감이 난다는 것 외에 맛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갓 구워져 나온 바삭한 센베이 자체가 별미이긴 하다.
(직접 센베이를 구워보는 체험 코스도 있다고 하더라.) 
 
가게 맞은편은 온천 신사와 운젠 지옥으로 가는 길.
운젠 지옥 안쪽은 오르막도 있고 해서 부모님이 안가실 거 같지만
그래도 신사를 거쳐 지옥 초입까지는 가보자. 



지옥 입구로 가니 온천수 삥뜯는 파이프부터 잔뜩 보인다. 
너머로는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유황 냄새가 있지만
인공적인 파이프 더미부터 보이니 구경할 맛이 안나는 것도 사실.
부모님도 더 들어갈 생각이 없으신 거 같으니 그냥 돌아가야겠다.

이제 체크인하러 료칸으로 가자.
오늘의 숙소는 운젠의 고급 료칸인 미야자키 료칸(宮崎旅館).
일본 최초로 자동문이 설치된 료칸이자
호텔 운영에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한 최초의 료칸이라는 타이틀 등,
전통을 중시하는 료칸들 중에서 신문물 도입에 선도적인 것으로 유명하고
일본 천황과 일가가 방문한 적도 있다고 한다.
주차를 하고 건물로 들어서니 건물 뒤편의 정원부터 눈에 들어오는데
아름답게 가꿔진 이 정원에서 여기가 고급 료칸임을 바로 느끼게 해준다.

 
체크인 하면서 기다리는 동안 웰컴 드링크와 간식으로 말차와 팥양갱이 나왔다.
말차는 영 적응이 안되지만 그래도 주는 성의가 있으니 호로록 냠냠. 


방으로 올라가서 산과 함께 정원을 내려다보니 이것도 장관이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과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료칸의 정원이 한데 어우러진다.
예약하면서 료칸 사진을 둘러봤었어도 이런 뷰를 보지 못했는데
이 료칸 홍보팀이 일 제대로 못하는 거 같다. 
 
 
궂은 날 차타고 멀리 이동하느라 부모님도 피곤하시고 하니 
이제 저녁 식사 전까지는 방에서 좀 쉬자.
(...라고 했지만 료칸 내에서 여기저기 구경 다녔다.)
 
예약한 저녁 식사 시각인 7시가 다 되었다.
료칸 선택시에는 방, 대욕장과 함께 반드시 신경쓰는게 가이세키.
음식 사진들이 상당히 먹어보고 싶은 비주얼이었다는 점이
미야자키 료칸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오늘의 코스










많지 않긴 해도 여지껏 방문해봤던 료칸들의 요리들을 생각해보면
훌륭한 편이었다해도 코스 중에서 한둘은 아쉬운 것들이 있었는데
미야자키 료칸은 시작부터 끝까지, 비주얼이든 맛이든,
예약하면서 찾아본 사진들에서 받은 기대감을 만족시켜주었다.
망설임 없이 여태껏 먹어본 료칸 가이세키중 최고.

맛있는 식사를 했으니 뽀얀 우윳빛의 천연 온천수로 몸을 씻고 피로를 풀자.
그럼 이제 내일 일정을 위해 굿나잇.
 

2025년 12월 20일 토요일

Jin과 Rage의 長崎 가족 여행기 - 20231110 (2): 小浜에서의 6년전 코스 되풀이

치지와 전망대에서 출발 후 20분쯤 지나 오바마에 도착했다.
1시반이니 곧장 무시가마야(蒸し釜や)로 가서 점심부터 먹어야겠다.
우리가 6년전에도 들렀던 무시가마야를 다시 찾은 것은
그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산 떠나오신 이후로 신선한 해산물을 그리워하시는 어머니가
여기 오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아내님의 속깊은 의견 덕분.
 
6년만의 재방문

해산물을 쪄내는 온천의 뜨거운 증기
 


먹을 것들을 골라 담자
 
바닷가 마을이라 해산물이야 당연히 신선하니
별다른 양념없이 잘 쪄내기만 해도 맛은 보장된 것.
생선, 가리비, 새우 등등으로 오늘도 맛있게 먹고 간다.
6년전 네명이서 7800엔 정도 들었는데
이번에도 네명이서 8000엔 정도 나왔으니 물가도 많이 안올랐네. 
 
식사를 하는 동안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멎었다.
그럼 이 김에 식당 근처의 족욕장 호또후토(ほっとふっと105)로 가자.

일본 최장 족욕장 호또후토 105

이전에는 단순히 105m 길이의 일본 최장 족욕장으로만 알았는데
안내문을 보니 여기 온천수 온도가 105도라서 105m로 만들었단다.
미네랄과 압력때문이겠지만 물의 끓는점보다 높은 105도라니;;;
 
족욕장 끄트머리는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다
(표식이 희미해서 잘 안보인다만)
 

부모님이 번거롭게 족욕을 따로 하실 생각은 없으신 듯 해서
잠시 구경만하다 차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긴 지금 온천 료칸을 가는 중인데 굳이 족욕할 필요가 없기는 하다.)
그런데 기왕 6년전 여행 코스를 다시 밟는 거
오렌지 젤라또(ORANGEジェラート)도 들렀다 가자.
다만 오늘은 날씨가 쌀쌀하고 하니 젤라또 대신 음료만.
가게 한편에 입간판을 보니 직접 절여 만든 매실 쥬스도 판다고 한다.
그럼 난 커피 말고 이거.
(6년전 기억에 커피는 그닥이긴 했지.)


큼직한 매실이 통채로 들어갔다

크고 아름다운 매실 절임이 통으로 들어간 매실 쥬스는
(사실 쥬스라기보단 매실 절임 소다인 거 같지만)
설탕 잔뜩 넣어서 단맛만 강하게 나는 속칭 우리네 매실 액기스에 비해
새콤한 매실 맛이 잘 살아 있어서 새콤달콤시원한 맛.
더운 여름날이었으면 더 반가웠을 거 같다.
 
그럼 이제 운젠 온천 마을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