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3일 금요일

Jin과 Rage의 Bangkok 여행기 - 20240504 (3): 꿩 대신 닭. 게살 오믈렛 대신 팟타이

아쉬운 마음에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두리번 거렸다.
그런데 쩨파이 바로 옆가게가 팁사마이(ทิพย์สมัย)네?
팁사마이는 1939년부터 시작한 원조 팟타이 맛집.
꿩 대신 닭이라고 여기서 먹으면 되겠다.

팁사마이 가게 앞

팟타이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줄어든 쌀 생산량에 대한 대책으로
태국 정부에서 (밥보다 쌀이 덜 필요한) 쌀국수 음식을 권장하면서
일종의 태국 국민 요리로 자리잡은 볶음 국수.
팟타이에도 여러 변형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새우 기름과 얇은 계란 지단으로 감싼 형태는
팁사마이가 제일 처음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게 앞에 서성거리는 외국인들이 있어서 줄을 선 것인가 싶었는데
가게에 물어보니 바로 들어오라고 그런다.
팁사마이도 대기가 좀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식사시간이 안되서 그런가(오후 4시반) 다행이네.
한편으로 쩨파이 대기줄을 생각하고 일찍 왔던 건데
예상치 못하게 엄청 이른 저녁을 먹게 생겼다.
 
메뉴를 보니 팟타이 종류만도 거진 10가지가 있다.
팁사마이 오리지널인 수퍼브(Superb) 오믈렛 팟타이 하나와
닭고기가 들어간 팟타이 시암 로얄 하나
거기다 팁사마이의 또다른 자랑거리 오렌지 주스 큰 병까지 주문하자.
 

팁사아미의 오렌지주스는 생과일 100%로 유명한데
빨대가 종종 막힐 정도로 생생한 과육을 자랑한다. 
맛있다. 더우니까 더더욱 맛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정말 맛있는데 아마도 단 맛은 (설탕이든 뭐든) 뭔가 가미는 한 거 같다.
그리고 밥값보다 비싼 사악한 가격.
또 놀라운 점은 오렌지주스 가격이 싯가라는 거. 즉, 매일 가격이 바뀐다. 

오늘은 주스 큰 병 하나 200바트(7500원);;;


메뉴가 나오기 전 곁들어 먹을 야채들과 먹는 방법 가이드를 준다.
다른 야채들은 익숙한 것들이다만
겹겹이 있는 누렇고 길다란 것은 뭔가 했더니 바나나 꽃이란다. 
 
숙주, 부추, 바나나 꽃

수퍼브 팟타이 맛있게 먹는 법

잠시후 오믈렛처럼 얇은 계란 지단으로 덮인 수퍼브 팟타이와
양념된 닭고기가 메인인 팟타이 시암 로얄이 나왔다.
 
수퍼브 팟타이

팟타이 시암 로얄

사실 팟타이는 국내의 태국 음식점에서도 흔한지라
이번 여행에서는 안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메뉴였는데
그래도 팟타이 하나로 대가가 된 식당은 다르긴 다르네.
한국에서 먹던 팟타이보다 확실히 고급진 맛.
그리고 뭣보다 최고의 킥은 바나나 꽃이었는데
양배추마냥 사각거리는 식감과 기름진 양념을 씻어주면서도
은은하게 나는 향이 팟타이의 매력을 돋워 주었다. 
다만 150바트의 수퍼브 팟타이의 맛이
250바트의 팟타이 시암 로얄보다 낫다는게 함정.

배도 작은 두 사람이 이른 저녁을 먹은 탓에
맛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겨우 꾸역꾸역 먹었다.
아무래도 배를 꺼트리기 위해 좀 걸어야겠다.

마하쩻사다바딘 왕립 파빌리온(ลานพลับพลามหาเจษฎาบดินทร์)
  
민주 기념탑 (อนุสาวรีย์ประชาธิปไตย)

왕실 영빈관으로 사용되는 마하쩻사다바딘 왕립 파빌리온과
민주 기념탑이 있는 로터리까지 지나친 후
우리는 20분만에 배낭 여행객들의 메카 카오산 로드에 도착했다.
그나저나 이 더운 나라에서 오늘 엄청 걷네. 
 

2026년 6월 21일 일요일

Jin과 Rage의 Bangkok 여행기 - 20240504 (2): 이모~ 여기 다리 두 개 교환해주세요

새벽부터 돌아다닌데다가 이미 30도를 넘어간 기온 탓에
이제 고작 오전 10시지만 힘들고 피곤해서 걷기가 힘들다.
마사지 좀 받고 기운을 회복해야겠다.
마침 룸피니 공원 근처에 10시 오픈하는 마사지 샵이 있네.
 
찾아보니 지점이 몇 개 있는 프랜차이즈인 듯?
 
타이 마사지 1시간짜리 2명에 1100 바트(약 4만원).
태국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착한 가격.
아내는 벌써부터 1일 1마사지 하자고 하는 중이다.
 

잠시 대기하는 동안 서빙 된 따뜻한 우유 한 잔
왜 따뜻한 우유 줬는지는 알겠다만 더워서 찬 음료가 고프다

 
안내 받아 자리에 앉고 시작된 마사지.
그런데 이전에 받아본 다른 마사지에 비해서 압이 좀 약한 듯했다.
이래서 몸이 좀 풀리려나 그런 걱정을 잠시 하던 중...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마사지가 끝났다.
그렇다. 피곤해서 그냥 1시간 자고 일어난 거다. -_-;

어...그런데 분명 뭔가 하는둥 마는둥 같은 느낌의 마사지였는데
내가 자고 일어난 탓일까? 아니면 마사지사 실력이 좋은 건가?
마치 다리를 새 거로 갈아끼운듯한 이 개운함은 뭐지?
뭐가 됐건 마사지사에게 기분좋게 팁을 줄 수 있게됐다.
 

마사지 끝나고 나서 서빙된 파인애플과 찬 주스.
더위에 지쳐있던지라 쥬스는 원샷! 


플라시보이건 뭐건 기운을 회복했으니 다시 움직이자.
지금 11시니까 이동 시간을 생각하면 점심 먹으러 가도 되겠다.
예전에 방송에서 블루 크랩 쏨땀을 보고 맛이 궁금했었는데
마침 이걸 파는 레 라오(เล ลาว) 식당의 지점이 실롬에 있다.
마사지 샵에서 도보로 20분거리.
대중교통을 타기에도 애매한 거리고 컨디션도 회복했으니 걸어가자.
(이로서 오전 내내 룸피니 공원만 몇번을 가로지르는 삽질을 하는 중...)

룸피니 공원 실롬 전철역 출입구 쪽에 있는 라마 6세 동상

룸피니 공원의 실롬 전철역 쪽 출입구에는 동상이 있는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재위했던 국왕 라마 6세의 것이다.
웃긴건 태국의 근대화를 주도했던 라마 5세나
쿠테타 마저도 승인을 받아야 할 정도로
70년의 재위기간동안 카리스마를 보였던 라마 9세와는 달리
사치스런 생활로 왕권 몰락을 초래한 암군으로 꼽히는 그이지만 
왕실 모독죄가 있는 태국에선 암군이라도 뭐라할 수 없는게 현실.
(그래서 왕실의 얼굴이 있는 화폐도 구기거나 낙서하면 안된다.)

더운 방콕에서 아침부터 얼마나 걷는 건지 모르겠다.
20분을 걸어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땀이 주룩주룩.
그래도 에어컨 나오는 식당안에 들어오니 이제 좀 살겠다.
 
우리는 짐도 끌고 다니면서 왜 굳이 걸어다녔던가...

우선 블루크랩 쏨땀 하나는 확정이고
오징어 요리 하나와 오믈렛 추가해서 주문 확정.
배 작은 우리한테 많은 양이긴 하지? ㅋ 
 


꽃게장을 워낙 좋아하는 우리라 방송에서 게 쏨땀을 보고 혹했는데
신선한 게가 기본적으로 가진 고소한 맛은 있다만
생각보다 그린 망고 샐러드와의 조합은 그냥 저냥.
오히려 적당히 매큼한 양념 총알오징어 볶음(?)이 맛있네.
오믈렛이야 어짜피 딱 아는 맛 정도.
굳이 애써서 찾아올 건 아니었던 듯. 
 
이제 숙소에 체크인하러 가자.
여지껏 계속 캐리어 끌고 다니느라 힘들었다. -_-;
이번 여행 숙소는 Airbnb로 예약한 레지던스 방콕 파티오(Bangkok Patio).
사남 빠오(สนามเป้า)역 근처라 시암에서 전철 타고 30분여분 걸렸다.
큰길에서 살짝 안쪽 골목으로 들어와야하지만
주변이 다 고급 주택이나 레지던스들이라 동네가 위험해보이진 않는다. 
(경비가 있는 레지던스들도 있었다.)
숙소도 깔끔하니 괜찮네. 1박에 6만원 정도 가격.
 
2시간여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숙소를 나섰다.
저녁을 먹기엔 이르지만 목적지가 엄청난 대기줄을 자랑하기 때문인데
그 곳은 바로 방콕 스트릿 푸드의 제왕 불리는 쩨파이(ร้านเจ๊ไฝ)다.
게살 오믈렛 하나가 1000바트(4만원)라는
태국 물가 대비 무시무시한 가격을 자랑하는 가게지만
고글을 끼고 커다란 웍을 다루는 쩨파이 할머니를 영접하는 것은
방콕 여행객에게 통과의례와 같은 것.
하다못해 밥은 못먹더라도 할머니의 요리하는 모습이라도 구경하고팠다. 

전철을 타고 쌈욧(สามยอด) 역으로 이동한 후 쩨파이로 걸어가자.
그런데...거의 근처에 온 거 같은데 사람들이 안보인다? 

아...안돼...ㅠㅠ

......
아니 쩨파이 할머니
어째 이렇게 칼같이 저희 여행일정 맞춰서 영업 중단입니까 ㅠㅠ
 

2026년 3월 22일 일요일

Jin과 Rage의 Bangkok 여행기 - 20240504 (1): 피곤하고 덥지만 놓칠 수 없는 아침식사

수요일 노동절 새벽에 제주행 첫 비행기 타고 제주 들렀다가
다음날 아침 7시 상경하는 비행기 타고 돌아와서 출근.
그리고 또 금요일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7시반에 회사에 출근했는데
우리가 탈 방콕행 비행기가 토요일 1시라서 일찍 퇴근해야했기 때문이다.
누구를 탓하기엔 스스로 짠 강행군 일정 ㅋ
비행 중에 딴 거 하지 말고 잠이나 잘 자야겠다.
 
6시간 비행 후 방콕 수완나품 공항(ท่าอากาศยานสุวรรณภูมิ)에 도착했다.
좀 자기는 했지만 좁은 에어아시아 좌석 탓에 자다깨다를 반복했고
거기다 방콕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라 피곤하다.
그래도 여행 첫날부터 퍼질 수 없으니 버텨야지.
우선 시내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타자. 
시내로 전철 티켓을 샀는데
작은 플라스틱 코인 형태라 마치 옛날 버스 토큰을 다시 만난 것 같다.


개찰구의 코인 넣는 곳
 
1시간 정도 전철타고 룸피니 공원(สวนลุมพินี)에 도착하니 6시 반 정도.
이 시간에 굳이 공원으로 온 이유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룸피니 공원의 동 랏차담리 가(ถนนราชดำริ)에 매일 아침 시장이 열리는데
시장 노점상 중에 저렴한 비용의 뷔페식 식사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실롬(สีลม) 전철역에서 내린 후 룸피니 공원을 가로질러 시장쪽으로 가자.

새벽이라 한적한 룸피니 공원
 
이른 새벽임에도 방콕의 기온은 이미 30도.
그런데 이 더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러닝을 하고 있다.
물론 이제 막 야간 비행후 도착한 상태에다 배고픈 탓도 있지만
몇 분 걷는 것도 힘들었던 우리에겐 놀라운 광경. 
 

걷다보니 룸피니 공원의 명물인 왕도마뱀도 만날 수 있었다.
한 때 개체수가 너무 늘고 관광객도 위협해서 골치라 들었는데
적어도 우리가 만난 녀석은 사람들에게 별 관심 없는 듯. 


지도를 잘못 보고 엉뚱한 출구로 나가서 잠시 헤맸지만
어쨋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크진 않아도 시장은 한적한 공원과 대비되게 북적북적.
룸피니 공원 주변은 방콕의 부유층이 많이 사는 동네라
번듯한 고층빌딩들이 주변 곳곳에 보이는데
바로 그 앞에서 이런 노점 시장이 열린다는게 재밌다.
 
 
규모가 크진 않아도 시장은 시장인지라 다양한 먹거리들이 보인다.
다만 우리는 주전부리보단 식사가 필요하니 눈으로만 구경하자. 
 



 
룸피니 아침 시장의 식당들의 가격은 인당 60 바트(약 2200원).
우리도 한 아주머님 가게를 선택하고 뭔지도 모를 음식들을 골라본다.




뭔지도 모르면서 대충 아내가 골라온 음식이지만
매콤새콤달콤 양념에 버무려진 야채들이 입맛을 돋군다. 
비록 피곤한 상태임에도 한그릇 뚝딱.

식사 잘 하고 배가 부르지만 시장에서 과일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내가 좋아하는 망고스틴 750g과
한국에서 먹어보기 힘든 그린 구아바 한팩을 골랐는데
이거도 각각 1100~1200원 정도라 도합 2400원 정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물가다.

살짝 못생긴 아오리 같은 그린 구아바
 
그린 구아바는 사실 잘 모르고 그냥 사본 건데
살짝 시고 아삭거리는게 전부인 고만고만한 맛. 
뭐 경험삼아 먹어봤다고 생각하자.
(하지만 나~중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식사를 하고나면 시원한 커피 한 잔 생각나는 건 당연한 것. 
피곤한 상태이기에 각성을 위해서도 커피가 필요하다.
좀 거리가 있지만 돗츠 커피(Dots Coffee) Wireless Road점으로 가자.
돗츠 커피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만 고용하는 태국 프랜차이즈.
룸피니 공원 주변에 이른 아침부터 열고 있는 카페가 없는 이유도 있었지만
좋은 일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다.

공원을 다시 가로지르며 걷는데 태국 경찰들이 보인다.
이렇게 더운데 검은색 긴팔 정복이라니.
보는 나는 답답한데 정작 그들은 땀도 별로 안흘리는 듯. 

 
구글 로드뷰 상의 돗츠 커피 주변은 사람이 북적였지만
주말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가는 길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카페 주변에 왔는데 죄다 문닫힌 가게들 뿐이라
룸피니 공원을 가로질러 20분을 걸었는데 헛걸음일까 걱정.
그런데 다행히 돗츠 커피는 영업중이었다.
 
가게를 들여다보기 전에는 영업중이 아닌줄...
 
오던 길이 그랬듯 가게안은 아무도 없었고
두 명의 시각장애인 직원들은 우리를 잘 인지하지 못했다.
와중에 그들이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니 주문도 수월하진 않은 편. 
주문한 메뉴를 직원이 태블릿에 입력하는데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정말 코앞에 갖다대고 입력한다.

주문한 음료는 망고 아이스티와 레몬 에스프레소.
망고 아이스티야 딱 예상대로의 맛.
레몬 에스프레소는.....시다. 그리고 아내는 신 걸 잘 못먹는다.
맛이 좋네 나쁘네 문제를 넘어선 얘기.
그나마 내가 신 걸 잘 먹으니 온전히 내 차지.
(물론 이걸 주문한 것도 나다......)
 
노~란 빛깔에서 예상이 되는 레몬 에스프레소의 신 맛

맛은 아쉬움이 있어도 어쨋건 더운데 시원한 음료 자체는 힘을 내게 한다.
장애인이 하는 카페라서가 아니라
맛으로도 사람들이 찾게 할 수 있길 기원하며 돗츠 커피를 나섰다.
 
카페 앞에 자리잡고 있던 검은 고양이.
 태국에서 고양이는 국가를 상징하는 반려동물로 여길 정도로 사랑받는다.
또한 행운의 상징이기에 돗츠커피와 우리의 여행에도 행운을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