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Jin과 Rage의 Croatia & Slovenia 여행기 - 20130625 (1) : 은퇴한 황제의 궁전

오늘은 스플리트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에 배를 타고 흐바르(Hvar)에 갈 계획이다.
흐바르는 크로아티아에서 손꼽히는 휴양지.
전날 체크인할 때 숙소 주인장에게 흐바르 갈거라고 얘기했더니
배 표가 매진될 수도 있으니 일찍 일어나서 미리 사러 가라고 했었다.
그래서 새벽에 혼자 일어나서 배 표를 파는 곳까지 갔다왔다.
(페리 선착장은 버스 터미널, 기차역과 함께 있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맑은 하늘이 표 사러 가는 길을 한층 가볍게 했다.

표를 무사히 사온 뒤 잠이 깬 아내와 아침식사를 하러 1층으로 내려갔다.


전날 밤에 야경을 봤던 테라스에서


1층 레스토랑 야외석

비싸지 않은 숙박비에 조식까지 포함. 이번 여행중 최고의 숙소였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에는 체크아웃하고
짐은 점심때까지 맡겨둔 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으로 향했다.
참, 크로아티아 남부는 달마시아 지역이고
스플리트는 달마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자다르도 달마시아 지역에 포함된다)


[wikipedia.org 펌] 파란 색이 달마시아 지역

달마시아란 이름에서 알수 있지만
'101마리 달마시안'의 달마시안 견종은 이 지역의 토착견이라는 설이 있다.


[wikipedia.org 펌]

혹시나 산책나온 달마시안을 볼 수 있을까도 살짝 기대해본다.
(그리고 결국 달마시아 지역을 여행하는 내내 한마리도 못보는데...-_-)


숙소 근처 골목. 꽃과 나무들이 참 예쁘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 근처. 스플리트의 올드 시티이기도 하다

20여분을 걸어서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에 도착했다.
(Dioklecijanova Palača / Diocletian's Palace)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이 지역 출신의 로마 황제였다.
그는 역사상 유일하게 로마 황제직을 은퇴한 사람이고
은퇴 후 자신의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와 말년을 보냈다.
(재임기간 중에 자신이 말년을 보낼 이 궁을 10년에 걸쳐 지었다.)
하지만 평화로와 보이는 황제직 은퇴와는 다르게 그의 말년은 불운하다.
그가 도입한 4두정치의 폐해로 인해 황위 쟁탈전이 극심해졌고
거기에 휘말린 아내와 딸이 납치되어 추방되고 결국은 살해되기까지 했다.
결국 은퇴해서 이 궁으로 온지 몇년 지나지 않아 그는 자살하였다.


궁으로 들어가는 입구


[wikipedia.org 펌] 305년 당시의 모습에 대한 상상도
우리가 들어가는 길은 바다쪽으로 난 문이다


배로 운반된 물자가 들어가던 통로. 지금은 기념상품점들이 있다

통로를 지나고 나면 중앙 광장(Peristyle)이 나온다.



로마시대 유적지임을 알려주는 병정 코스프레

2014년 11월 25일 화요일

Jin과 Rage의 Croatia & Slovenia 여행기 - 20130624 (3) : 너무나도 훌륭했던 Boban 아저씨네

버스 터미널에서 스플리트(Split)행 버스를 탔다.
크로아티아 시외버스들은 버스표에 좌석번호가 적혀있지만
실상은 좌석번호와 상관없이 자기 앉고 싶은데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도 43, 44번의 좌석번호가 적힌 표를 받았지만
아내가 좀 더 앞쪽의 좌석에 앉고 싶어해서 (그리고 마침 비어있어서)
번호표를 무시하고 다른 좌석에 앉았다.
그러나 이 선택이 엄청 난감한 상황을 만들었다.
앉고보니 아내가 앉은 창가쪽은 에어컨 물이 떨어져서 축축한데다가
이게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었는지 퀴퀴한 곰팡내까지 심했다;;;;;
당황해하는 동안 다른 자리들은 이미 나중에 탄 사람들이 점유.
아내 옷은 이미 젖고 냄새까지 배었다.
내 옷이라도 안망치겠다고 아내는 한동안 이 난감한 자리에 앉아있었다.

얼마나 갔을까... 정차한 한 마을에서 사람들이 꽤 내렸다.
(아마 쉬베닉(Šibenik)이었을 거다. 기억은 안나지만)
(이 때만은 직행이 없는 크로아티아의 버스 시스템에 감사했다 -_-)
우리는 잽싸게 뒤쪽에 빈 자리들을 살펴봤는데
당황스럽게도 다른 자리들도 창가 좌석이 비슷한 상태;;;;;
그래도 다행히 한 곳은 멀쩡한 상태여서 옮겨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앉고 보니 좌석번호가 처음에 배정받았던 43, 44 -_-;
처음 탈때도 이 자리 비어있었는데 괜히 딴 곳에 갔다가 아내 옷만 망쳤다.
(우리가 비운 그 젖은 자리에 앉은 다른 승객에게도 심심한 유감을...)


그냥 처음 받은대로 앉을 걸 -_-

자다르에서 스플리트까지는 버스로 두시간 반 정도.
그런데 두시간정도 달려 트로기르(Trogir)를 들릴때만해도
구름이 좀 보일 뿐 날씨가 괜찮았었다만
잠시 졸다 스플리트에 거의 다와서 깨어보니 하늘이 또다시 심상치않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스플리트에 버스가 들어설 무렵부터는
또다시 (아침에 자다르 갈 때 만큼 심한) 폭우가 우리를 맞이했다. -_-;
심지어 이번엔 가까운 곳에 벼락 치는 것도 수차례 보이고;;;;;

어쨋건 스플리트 버스 터미널에 도착.
그런데 이 비 속에서 도저히 이동할 방법이 없어 숙소에 연락했다.
"저희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비 때문에 그러니 픽업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사람 보내겠습니다."
다행히 숙소에서 친절하게도 차를 보내준단다. 휴~

그렇게 폭우가 내리는 버스터미널에서 10여분 기다리니
약속한 차량이 왔다.
서둘러 짐을 실은 뒤 차에 탑승한 뒤
우리를 마중나(와서 짐 싣는다고 비를 쫄딱맞은)온 청년과 얘기를 나눴다.

"숙소 주인이 친형인데,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형이 여러분 데리러 가래서 왔어요. ㅎㅎ"
"헉 미안해요 -_-;"
"괜찮아요. 근데 어디서 왔어요?"
"한국이요."
"오~, 한국은 그렇게 공부 많이하고 잘 한다면서요."
"헐~ -_-; 그런건 어떻게?"
"TV같은데서 보고 그랬어요."
"하지만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로 자살도 하고 그러는데요 멀."
"자살? 말도 안돼 -_-;"

대충 이런 얘기를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크로아티아의 의사 지망생 훈남 청년과 나눴다.

비만 아니었으면 숙소까지는 20분 정도 걸으면 될 정도로 가까웠다.
그리고 비도 그 새 잦아들어 거의 그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체크인을 하기 위해 마중나온 의대지망생의 형과 얘기 시작.
의례 있는 예약 확인, 여권 검사등을 하다가 주인장이 불쑥 얘기했다.

"지금 어디 쪽에서 오는길인가요?"
"플리트비체에서 자다르 거쳤다가 오는 길입니다.
오는 길에도 자다르 쪽에서 비가 많이 왔는데
여기서 또 소나기를 만났네요."
"아하~ 당신들이 비를 몰고 왔구만. ㅋㅋㅋ"
"ㅋㅋㅋ"

이곳은 1년에 비오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졸지에 우리는 Rain-bringer가 되었다.

"내일 오후에 체크아웃하고 흐바르 가는 배 타기 전까지
프론트에 짐 좀 맡아주실 수 있나요?"
"잠시는 가능하긴 한데 오랜 시간은 곤란합니다만"
그러자 갑자기 우리를 데려온 주인장의 동생이 한 소리 한다.
"아 그러지 말고 좀 맡아줘~, 뭔 대수라고."
그러고는 우리를 돌아보며
"걱정마세요. 맡아줄겁니다"
하고는 웃으며 작별인사를 한다.
훈남 총각 고마워 ^^;

체크인을 마치고 방을 안내 받은 뒤 입실.
오...그런데 프런트에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만 상당히 괜찮은 숙소다.
과연 우리가 진짜 12만원짜리 숙소에 예약한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1층은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다


테라스 길이에서 느껴지겠지만 꽤 넓은 평수

숙소 이름은 Boban Luxury Suite.
지금 2대째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비수기에는 1박에 10만원도 안된다. 이번 여행 최고의 가성비.

짐을 풀고 늦게나마 (이미 저녁 9시반이었다) 저녁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멀리가지 말고 그냥 숙소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자.


내 쪽은 크로아티아 특산품 송로버섯이 가미된 페투치니
아내 거는 뭐였는지 기억 안난다 -_-

비도 오고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말고도 손님들이 두 테이블 더 있었다.
주인장은 테이블마다 원래 주문한 것 이외에
자기가 직접 만든 것들이라면서 라키아와 귤피과자를 권하기도 했다.


말린 귤 껍질에 설탕을 입힌 과자


라키아. 플리트비체에서 맛본 것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숙소 주인장. 다른 테이블에도 라키아를 권하고 있다

숙소도 음식도 만족스러웠다.
주인장은 친절하면서도 이 곳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져
아내는 더욱더 호감을 가졌던 것 같다.
Split에서 숙박할 일이 있는 분들에게는 강추.
(레스토랑은 저렴한 편이 아니지만 숙박객 20% 할인이 있다.)

이제 눈을 붙이고 내일은 흐바르(Hvar)로 향한다.

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Jin과 Rage의 Croatia & Slovenia 여행기 - 20130624 (2) : 자연과 건축물의 아름다운 불협화음

자다르에 온 이유는 딱 하나였다.
세계에서 오직 이 곳에만 있는 바다 오르간을 듣기 위해서.


바다다~


비때문에 바람막이를 입었는데 이제는 날씨가 개었다


저~기 끝에 바다 오르간이 있다

자다르에 도착할 때만 해도 살짝 비가 내리고 있었다만
이제는 파란 하늘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럭키~
몇분 걸어가니 위 사진의 끄트머리에서
바다 오르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다 오르간(Morske orgulje / Sea organ)는
크로아티아 건축가 니콜라 바시치(Nikola Bašić)의 작품으로
파도의 압력이 구조물 아래의 파이프로 전해져 소리가 나도록 되어있다.

차갑게 파란 바다와 마찬가지로 차갑게 하얀 대리석의 만남이었지만
그들의 만남이 들려주는 따뜻한 불협화음은
우리가 한동안 머무르며 감상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바다 오르간 바로 옆에는 니콜라 바시치의 또다른 작품이 있다.
원형 태양전지판으로 낮동안 전력을 모은 뒤
이 전력으로 밤에 조명을 밝혀 볼거리를 제공하는 해맞이 광장.
(Pozdrav Suncu / Greetings to the Sun)
하지만 우리는 저녁에 바로 스플리트로 넘어가야해서
밤의 풍경을 보진 못하고 사진만 찍었다.




연사기능이 좋으니 점프샷 찍기 편하네 :)



30여분간 파도의 오르간 연주를 감상하고는 일어났다.
점심식사를 한 뒤에 올드 시티 곳곳을 더 다녀보자.
점심은 코노바 스토모리차(Konoba Stomorica)란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크로아티아의 식당들의 메뉴를 보면 항상 Fresh juice가 있지만
이를 생과일 주스로 생각하면 안된다.
어느 가게에서도 생과일 주스는 없고 위 사진같은 주스 병을 준다.
아내와 "여기 이민와서 생과일 주스 장사할까?"하는 생각을 했다.


잘 먹겠습니다

음료는 그저그렇지만 음식은 맛있었다.
가격이 만만하진 않지만 나오는 양을 보면 또 그렇게 비싼건 아니다 싶다.

식사를 하고는 3천년의 역사를 가진 올드 시티의 곳곳을 구경다녔다.









크로아티아는 수예(Lace)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시장마다 곳곳에서 직접 만든 레이스 제품을 파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간식거리로 빵을 조금 사고나서 버스터미널로 다시 걸어갔다.
이제 반나절의 짦은 방문이었지만 인상적이었던 자다르를 떠나
로마 황제의 휴양 도시였던 스플리트로 가자.

2014년 11월 18일 화요일

Jin과 Rage의 Croatia & Slovenia 여행기 - 20130624 (1) : Zadar까지 버스비로 택시타기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추가된 아침식사 비용과 함께 아내는 Rakia 한병도 구매하셨다;;;
여행기간동안 술병이 무사하길 -_-;;;

집주인 총각이 처음 우리가 버스에서 내렸던 곳으로 다시 데려다줬다.
다른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행객 2명이 먼저 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네.
아무 할 것 없는 버스 정류장에서 아내와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으니
이틀 전 도착했을 때 보았던 아저씨가 호객행위를 한다
"자다르(Zadar)나 스플리트(Split)에 버스비로 택시타고 갈 수 있어요."


이틀 전 도착했을 때도 봤던 그 아저씨

처음에는 우리도, 같이 기다리던 다른 두명도 사양하고
(정확히 얘기하면 무시하고 모른척) 있었다.
그래도 아저씨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설명을 했다.
"6명 채워서 가기 때문에 1인당 버스 요금만큼만 내면 됩니다"

같은 비용으로 더 빨리 갈 수 있으니 솔깃하다.
(버스가 곳곳에서 서는 완행버스이기 때문에 더더욱)
블레드에서는 끝까지 모른척 했었다만
워낙 아무 것도 없이 막막하게 기다려야하는 이 곳이여서였을까?
아내도 한번 알아볼까 그런다.
"손님 6명은 어떻게 채우나요?"
우리가 반응을 보이자 아저씨 얼굴에 화색이 돈다.
"이미 2명이 공원 1번 입구쪽에서 기다리고 있고 2명만 더 모으면 되요"

외진 곳에서 차 잘못 얻어탔다가 미아될까봐 겁이 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택시를 타기로 했다.
옆에 서있던 7인승 밴에 탑승하고 출발.
어...그런데 방향이 거꾸로인 거 같은데? 살짝 불안한 맘이 생겼다. -_-;;;
하지만 알고보니 아까 얘기했던
공원 1번 입구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데리러 온 거였다. ^^;

둘만 탔을 때는 약간 불안하기도 했지만
다른 손님 두명이 더 타니 그래도 안심.
새로 탑승한 손님들은 브라질에서 온 커플(?)이었다.
타자마자 우리한테 이것저것 말을 걸어 얘기를 하다보니
차 안의 분위기는 훨씬 밝아졌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이내 다른 손님 2명이 더 모집되어 탑승하고는 자다르로 출발했다.
자다르로 출발하자 우리는 긴장이 풀려서인지 졸려서 잠시 잠을 청했다.

한시간 정도 지나 잠이 깼다.
그런데 하늘 위의 구름이 심상치 않더니만 이내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와이퍼가 빠른 속도로 움직여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폭우.
그래도 기사아저씨는 익숙한지 잘만 달린다.
하긴 도로에 차도 얼마 없긴 하다. :)
그런데 이대로 비가 계속 오면 자다르에선 어떡하지...?

다행히 어느정도 지나서는 비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출발한지 2시간정도 지나 우리는 자다르 버스터미널에 토착했다.


(제대로는 안찍혔지만 -_-) 우리가 타고온 택시

드문드문 파란 하늘이 보이긴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많다.
부디 스플리트로 출발할 때까지는 비가 안왔으면...

터미널에서는 걸어서 자다르 올드 시티로 향했다.
공원 하나를 지나고 성문을 지나 올드 시티로 입성.





자다르 성문. 아직 비가 약간씩은 내린다

성문을 지난 뒤 바로 오른쪽으로 꺽어 올라가면
다섯 우물 광장(Five Wells Square)이 나온다.
말 그대로 16세기 경에 만들어진 다섯개의 우물이 있는 곳.


광장이라하기엔 초라하지만... square의 다른 적절한 번역이 있나? -_-

사실 우물 5개 있는것 외에 별다른 것은 없다. 다음 목적지로 가자.


자다르 올드 시티 골목

얼마 가지 않아 자다르 올드 시티 내의 주요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 넓지 않은 올드 시티 내에 상당히 많은 교회들이 있다

시민 광장(Narodni trg / People's Square)



왼쪽은 성 도나타 성당 (Crkva sv. Donata / Church of St. Donatus)
오른쪽은 성 아나스타샤 성당
(Katedrala Svete Stošije / Cathedral of St. Anastasia)의 종탑.
파노라마를 찍다보니 괴기사진이 되었다 -_-


성 도나타 성당에서 해변가로 향하는 길에는 로마시대 유적들이 있다

많은 교회와 유적지들이 있지만 이들을 지나치고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로 계속 걸어갔다. 오르간 연주를 듣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