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9일 토요일

Jin과 Rage의 上海 여행기 - 20190303 (3) : 어두운 길에서 만난 외할머니의 작은 부엌

계속 걸어다녔더니 피곤하기도 하고 한기도 막아야겠기에
마침 눈에 들어온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베네 말고;;;)
아직은 커피보다 차가 대세인 중국이라지만
몇 안되는 카페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주문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초코 라떼 한 잔씩.
맛은 그저 그렇지만 그래도 따뜻한 음료가 몸에 들어오니 한결 낫다.

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나오니 조금씩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우젠의 진짜 매력은 야경.
하늘이 어두워지는만큼 마을에는 오렌지 빛의 조명들이 밝혀진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기 위해 거리보다 운하위의 다리로 몰려든다.




시간이 더 지나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것이 진짜 우젠 수향마을의 하이라이트.
주홍빛 불빛이 운하에 일렁이며 반사되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 봐도 그림같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우젠 서책의 야경 감상을 끝내고
이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식당을 들러 저녁이나 먹어야겠다.
서책 입구 근처에 큰 식당들이 좀 있긴 하지만
여행 비수기인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늦은 건지 (불과 7시 무렵인데)
대체로 문이 닫혀있고 불켜진 곳은 별로 없다.
아내가 핸드폰으로 추천 식당 하나를 검색으로 찾아냈는데
마침 숙소가는 길 중간이라고하니 거기로 가보자.

숙소쪽으로 가는 길은 가로등도 별로 없는 와중에
길을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황량한 기분.
아까 서책앞처럼 우리가 가려는 식당도 문 닫았으면 어떡하지?
뭐 어떻게든 밥이야 먹겠지 싶다만...
이런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두운 속 밝게 켜진 가게 하나.
아내가 찾은 그 식당이다.

외할머니의 작은 부엌, 와이포샤오짜오(外婆小灶)

가게 앞에서 안을 슬쩍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가게 안에 있던 할머니와 아주머님이 미소 띄며 나오시더니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아내를 납치해 들어갔다.
덩달아 나도 얼레벌레 따라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사실 밖에서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근처 다른 가게로 갈 생각이었다.)
이제 와서 다른 가게를 찾아가기도 애매하게 되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뭐가됐든 맛있는 거 먹을 수 있기를 빌어야지.

역시나 시골의 작은 가게답게 메뉴는 오직 중국어 뿐.
그나마 내가 한자는 조금 읽을 수 있으니 어림짐작이나 해보자.
뭔지 모를 국수 하나, 죽순이 들어간 요리 하나...또 뭘 먹지?
메인으로 먹을 음식으로 뭘 골라야하나 고민하는데
옆 테이블에서 먹는 생선요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거도 하나 시키자.
아 그리고 아내가 마실 우젠 맥주도 하나.

홀린듯 들어와버린 가게를 뒤늦게 둘러보니
그래도 나름 내부도 깔끔하고 다른 테이블들의 음식도 괜찮아보인다.
그래 뭐 이런게 여행의 즐거움이지. 음식 너무 이상한 거만 나오지마라.

아내에게 이번 여행 최고의 맥주였던 우젠 맥주 不期而遇
不期而遇(불기이우)의 뜻은 우연한 만남

그냥 막 시켰는데 메뉴 조합이 나쁘지 않다.

정말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물론 재료 정도는 알았다만) 막 시켰는데
국수도 맛있고 죽순도 맛있고, 생선도 맛있다.
민물 생선이라 그런지 살은 탄탄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비린내 없이 부드럽고 약간의 고소함, 그리고 적당한 양념 맛이 훌륭하다.
거기다 따로 먹을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으로 시켜본 맥주는
아내의 두 눈이 커질 정도로 이번 여행 최고의 맥주.
원래 아내의 취향에 비하면 가벼운 느낌이지만
깔끔한 청량감과 그럼에도 부족하지 않은 고소함이
음식의 약간 기름진 느낌을 싹 넘겨준다.
점심이 부실했던 만큼 맛있는 저녁식사는 너무나 반가웠다.
아내를 납치해 데려온 할머니와 아주머니께 감사드려야 할 판이다.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방이 꽤 춥다. 라디에이터를 틀었지만 영 시원찮다. 싼 값을 하기는 하네.
그나마 이불은 두꺼우니 폭 파묻혀서 나오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