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9일 수요일

Jin과 Rage의 上海 여행기 - 20190301 (3) : 오늘 저녁도 난리난 듯 매대가 텅 빈 마트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40여분만에 티엔즈팡(田子坊)에 도착했다.
알고보니 티엔즈팡이 아까 점심을 먹은 아냥몐관과 가까운 곳이라
결과적으로 아주 비효율적 이동을 한 셈이 되었다. -_-;;;

티엔즈팡에 도착할 즈음해서 비 내리는 양이 조금 더 많아졌다.
우리는 우산도 없는데 어쩐다......
우선 당장은 걸어다닐 만한 정도니 맞고 다녀볼까?

티엔즈팡은 본래 가난한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있던 예술인 단지였는데
철거 & 재개발 위주였던 상하이 도시개발 계획에서
예술인들과 주민들의 의견 덕에 비켜날 수 있었던 곳이다.
이후 갖가지 갤러리와 카페 등이 자리를 잡으며 상업화되었고
이 점이 오히려 관광객들을 찾게 하는 매력이 되었다.
마치 서울의 인사동과 홍대앞이 뒤섞인 느낌?




사람들이 북적이는 비좁은 거리를 걷는데
언젠가부터 빗줄기가 꽤나 굵어졌다.
우선은 가까운 곳에 보이는 가게로 피신하자.

맥주와 무알콜 모히토 한 잔씩 (103元)

이런저런 잡담으로 어느정도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직 비가 내리기는 해도 약간은 잦아든 것 같다.
다시 거리로 나왔는데 길거리 한 편에서 두부 구이를 파는 곳이 보인다.
갑자기 길거리 음식이 당겨서 하나(15) 주문해본다.
다행히(?) 취두부는 동이 났다나...



양념의 은근한 매콤함이 고소한 두부구이와 어울린다.
다만 화한 고수향이 우리는 맘에 들었지만
보통의 한국인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도?

티엔즈팡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와이탄으로 향했다.
어제 야경 구경을 위해 들렀던 와이탄을 다시 들른 이유는
라오라오 지아창 판관(上海姥姥家常饭馆)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
상하이 할머니 가정식 밥집이라는 이름만 보면
소박한 분위기의 상하이 전통 가정식 식당을 생각하기 쉽겠지만
현실은 200명은 들어갈 수 있을 대형 식당.
(그래도 상하이 전통 음식점이라는 건 맞다. ㅋ)

가게 입구. 이 모습만 보고 가게를 예상하면 오산

밖에서 봤을 때는 1층만 불이 켜져 있었는데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보니 식당은 2층까지 있네
입구에는 대기중인 사람들이 바글바글.
게다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은 한국말이 더 많다.
그렇다. 여긴 이미 관광객 명소가 된 식당. -_-;;;

생각보다 오래 안기다리고도 우리 차례가 되었다.
2층으로 안내받아 앉은 뒤 수십가지 요리가 있는 메뉴판을 받았는데
다행히 모든 메뉴는 영어 표기와 사진이 있어서
한자를 읽지 못해도 대충은 음식을 예상할 수 있다.
우선 홍샤오로우와 생선 요리, 그리고 연근 조림 하나를 주문하자.
사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양에 비하면 많이 시켰지만
음식 좀 남기더라도 다양하게 먹고픈 맘이 컸다.


오늘 저녁의 주 메뉴. 홍샤오로우

솔직히 오늘 이 곳을 찾은 주 이유가 바로 홍샤오로우(红烧肉).
홍샤오로우는 마오쩌둥이 그렇게 사랑했다는 돼지고기 요리인데
한 번 살짝 튀긴 오겹살을 맵게 양념된 간장과 설탕에 오래 졸여낸 것이다.
사실 원래 홍샤오로우는 후난성(湖南省) 음식이지만
이 요리가 상하이 부근에서도 유명한 이유는
북송시대의 명사인 소동파가 이 지역에서 관리로 지낼 때
홍샤오로우 요리법을 바꿔서 만든 동파육을 만들었다는 설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야사이긴 하다.)
실제로 홍샤오로우와 동파육은 요리법이 비슷하기는 하다고 한다.

홍샤오로우는 두툼한 돼지고기가 질기지 않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꽤나 부드럽게 씹히고 매콤한 양념이 맛을 더 돋구어준다.
다만 양념이 약간 짠 편이라 물을 좀 부르는 편.
그리고 연근 조림은 조청 같은 것에 졸였는지 우리에겐 약간 달다.
하지만 생선 요리(자오류위피엔 糟溜鱼片)가 모든 불만을 해소시켰다.
메뉴 설명상으로는 중국 황주 소스에 익힌 것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비린내 전혀 없는 은은한 향의 국물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져 부드럽게 넘어가는 생선 살이 일품이었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이제는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각.
전철을 타고 숙소 근처 역에서 내려 오늘도 마트를 들렀는데
어제와 마찬가지로 전쟁 난 듯 남은 물품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정말 이거 왜 그런지 너무 궁금하다. -_-;;;
어쩔 수 없이 간식은 근처 편의점 같은데나 들러서 사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