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4일 일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30 (4) : 우연하고도 고마운 인연

서둘러 우리도 절벽 위로 올라갔다.
그냥 더 있다가 걸어서 돌아가려고 했더니
이거 또 신세지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던 우리에게
커플 여자분은 자기네가 샌 안톤 가든(San Anton Gardens) 가는데
별 일정 없으면 같이 가지 않겠냐고 그런다.
우리는 여행 막바지다보니 일정을 비워놨던데다가
이렇게 교통편 도움까지 주는데 사양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거듭 감사할 따름.

우리는 샌 안톤 가든은 사실 알아보질 않았어서
어디인지, 어떤 곳인지도 모른채 차로 꽤나 오래 이동을 했다.
(거의 30분 정도)
엄청 긴 담벼락 옆에 주차를 하고
상대적으로 왜소한 입구를 지나 공원으로 들어서니
쌀쌀한 날씨와는 사뭇 다른 넓고 푸른 정원이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범상한 공원은 아닌것 같아서 위키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역시나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17세기에 성요한 기사단원이었던
앙투안 드 폴(Antoine de Paule)의 저택이었는데
그가 기사단장으로 선출되면서 궁으로 증축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몰타의 대통령 궁!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와대 앞마당에 와 있는 것 -_-;


가운데 커플이 우리를 데리고 와준 고마운 분들

정원 안으로 들어가니 궁 입구가 나왔다.
출입통제는 커녕 경비원 한 명도 보기 힘들어서
찾아보지 않았다면 대통령 궁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겠다.
다만 정원은 17시까지 개방하지만 궁 내부는 16시에 닫기 때문에
우리가 건물 내부로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문닫기 5분전...)

30여분간 돌아다니며 구경한 샌 안톤 가든은
조그만 동물원과 대통령 궁에서 소비할 야채를 기르는 밭,
그리고 아이들 놀이터에 식당까지 있어서
단순히 예쁜 정원이 아닌 훌륭한 가족 나들이 장소.
그래서인지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많아보였다.

구경을 마치고 정원을 나선 다음
계속 신세를 지기 미안해 마르사쉴록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다만
이번에도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미안함이 갑절.
그래서 대신에 저녁 식사라도 대접하려고 했는데
자기네는 점심을 마르사쉴록에서 먹었어서 괜찮다고 사양했다.
결국 뭐 하나 해준 것 없이 신세만 지게 되었네.
얼레벌레 헤어지고나서야
연락처라도 받아두고 나중에 뭐라도 해줄 걸하고 후회만 했다.


해진 후 한적한 마르사쉴록 중심 광장 앞

해는 지고 어두워진 마르사쉴록 항구에서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아보자.
바닷가니까 해산물 식당이 좋겠지?
그런데 식당들이 대부분 19시가 되어야 저녁 장사를 하네.
아내가 궁금해한 식당은 따로 있었지만 이미 우리는 배가 고팠기에
영업중인 몇 안되는 식당 중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라 노스트라 파드로나(La Nostra Padrona) 레스토랑으로 결정.






살짝 짜긴 했지만 비린 맛 없이 새콤한 토마토 생선 스프와
익히 예상되는 맛의 마늘과 향신료로 양념된 홍합 찜,
그리고 연어 살과 알이 곁들여진 먹물 파스타까지.
다른 식당들보다 약간 비싸긴 했지만
맛이 좋으니 탁월한 선택이었던 거로 결론내자.

이제 몰타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방에 돌아와서는 아내는 웰컴 와인, 나는 차 한 잔 마시면서
이번 여행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2019년 2월 15일 금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30 (3) : This is the life

우리가 가는 길이 군데군데 패인 밭 사이 흙 길이라
차 만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한지 몇분도 안되서
길이 패인 곳에 바퀴가 헛돌아 고생중인 여행객들을 만났다.
남자 셋이서 낑낑대며 밀어 탈출은 성공하더라만은
남은 길도 좁고 덜컹거려서 가기 만만찮은 길.
뭣모르고 차로 들어왔다가 고생들 하는구먼.
우리보고 먼저 지나가라곤 했지만
길이 안좋아 느리긴 해도 차는 차인지라
괜시리 앞서기보단 그냥 뒤따라 가는게 나을 것 같았다.

막판 경사까지 심해진 흙길을 겨우겨우 올라온 차와 그 일행들에게
웃으며 고생했다고 인사하고 우리 갈 길을 계속 가려던 차에
갑자기 한국말이 들렸다.

"어? 혹시 한국인 아니세요?"

(좀전에 우리랑 같이 올라오던 그 차 말고)
언덕 위에 주차해놓고 마르사쉴록 경치를 구경하던 커플이 있었는데
그 아가씨가 우리에게 말을 건 것.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전에 발레타 성 요한 대성당에서 봤는데 기억 안나세요?"

그러자 아내가 "아~" 그랬다.
알고보니 그들은 4일전 성 요한 대성당에 들렀을 때
우리 바로 앞에서 입장했던 커플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좁은 몰타라지만 두번이나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그리고 그 찰나의 우연한 만남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

"성 베드로 풀에 가시는 거면 저희 차로 같이 가실래요?"

이게 웬 행운인가? 15분은 더 걸어가야하는데 우리는 감사할 따름.
남자친구분은 터키 사람이라면서 한국말이 유창하다.
자세히는 안물어봤지만 아마도 한국에 유학와서 두 분이 만났나보네.

길이 고르지 않아 차는 덜컹거리며 몇분을 이동했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한 후 얼마 걷지 않아 바닷가 절벽으로 나오자
절벽아래 성 베드로 풀도 보이기 시작했다.


저 아래가 성 베드로 풀

파도에 깍여나간 사암 절벽 사이의 웅덩이가 성 베드로 풀의 정체.
해수욕이 가능할 때는 마르사쉴록 항에서 배를 타고 오기도 한단다.
접근성도 안좋은 쌀쌀한 겨울 바닷가지만
그래도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망중한을 즐기는 중이네.
우리도 내려가서 자리 잡고 멍 좀 때려줘야겠다.


하지만 이 추위에도 수영복입은 아주머님 등장. ㄷㄷㄷ;;;



여름에는 해수욕 하는 사람들로 붐비겠지?


간식거리 챙겨오길 잘했다.

그래 이런게 삶이지

다들 그저 바다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어느 한 용자 아주머님이 수영복만 입고 바다로 들어가신다.
어...그리고 꼬마 한 명과 아저씨까지도 입수. 용감한 가족들일세...
그나마 아들과 아저씨는 드라이슈트라도 입었지
아주머님은 평범한 원피스 수영복차림이라 더 놀랍다. -_-;;;
(아 물론 덩치는 좀 많이 크시긴 하더라만은......)

구경다닌다고 바삐 다니다가
정말 간만에 넋 놓고 지낼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아까 우리를 태워다 준 커플은 어느새 절벽 위로 다시 올라가있네
우린 어짜피 오늘 다른 할 일은 없으니 여기서 좀 빈둥대다가 가야겠다.
저쪽에서 손을 흔들길레 우리도 손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
어? 손을 흔드는게 아니라 오라고 그러는 거네. -_-;;;;;
음냐...그냥 우리도 돌아갈까? ㅋ

2019년 2월 12일 화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30 (2) : 기독교 국가 어부들을 지켜주는 이집트 신의 눈

항구로 나가니 색색의 배들이 바다 위에 떠있다.



몰타의 배들은 화려한 채색이 특징이지만
아무 색이나 칠하는 것은 아니고
배의 근거 지역에 따라서 칠하는 색이 정해져있다고 한다.
파란색 몸체에 갈색 선이 칠해진 배가 비교적 많은 것을 보니
아마도 이 색이 마르사쉴록 지역 배의 색깔인가 싶다.







배들을 잘 살피면 선수에 눈 모양을 볼 수 있다.
몰타 어부들은 호루스의 눈으로 불리는 이 장식이
자신들을 바다로부터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기독교 국가의 어부들 수호신이
이집트의 신들 중 하나인 호루스라는 점이 재미있다.
아마도 고대부터 이어져온 전통이기 때문이겠지?




이집트 상형문자에서의 "호루스의 눈"

항구의 바닷가에는 길을 따라 몇몇 노점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만
내일 일요일에 훨씬 크게 시장이 서니까 구경은 내일 하자.


목공예품이나 도기는 예쁜게 많은데 왜 마그넷은 별로인 거니...

마르사쉴록 항구에서 가까운 관광지로는
성 베드로 풀(St. Peter's Pool)이 있다.
가까이 가는 대중교통은 없어서 30여분 넘게 걷는게 흠이지만.


까짓거 30여분간 걸어가지 뭐


구글 신께서 우리를 인도한 길

바닷가를 따라 발전소 쪽으로 향하다가
구글 신이 알려주는대로 밭 사이로 난 흙길로 들어섰다.
기온은 쌀쌀한데 햇살은 따가워서 걷다보면 땀나는 묘한 날씨.
하지만 방심하면 매서운 바닷바람이 불어 감기 걸리기 딱 좋다.
와중에 흙길은 평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은근히 우리를 지치게 했다.
(여행 막판이라 체력이 고갈된 탓이라고 핑계를 대보자.)

잠깐 쉴 겸 항구쪽으로 뒤돌아보니
갖가지 푸른 빛의 들녘과 바다,
그리고 복잡한 흙빛의 도시가 대비된 경치가 아름답다.




다시 발길을 돌려 언덕 위로 올라가자.

2019년 2월 4일 월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30 (1) : 알고보니 금수저 수다쟁이 Roger 영감님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러 나가기 전에 방을 둘러보다가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개의 훈장들과 제복을 입은 사진들이 범상치 않아서
사진에 적혀있는 이름인 Gerald Strickland를 찾아봤더니...
검색결과로 나온 분은 몰타의 4대 수상.
다만 사진에 적힌 연대가 1930년대라서
1861년생인 수상 영감님이 사진 주인공은 아니실테고
수상 영감님의 아드님 사진이려나?



응접실로 나오니 큰 테이블에 조찬 세팅이 되어있었다.
약간의 과일들이 놓은 개인 접시들과 기성제품 요거트 하나씩.
다만 애들용인 킨더 초콜릿은 조금 깨는 아이템일세.



로저 영감님은 우리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수다를 시작했다.
오렌지 잼은 정원에서 수확한 오렌지로 만들었다는 것부터
(영국령이었던 탓에) 영어로 되어 있던 몰타의 지명들이
근래에는 몰타어로 많이 전환되고 있다는 얘기 등등.
로저 영감님은 손님들과의 수다가 취미임이 분명하다.

쏟아지던 수다 중 한국에서 온 우리에게 또다시 돌아온 질문
"이 작은 섬나라 몰타를 어떻게 알고 온 거에요?"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남북한 관계 걱정되지 않냐는 얘기는
이틀 전 고조 섬에서의 대화를 생각나게 했다.
이 멀리서도 한국에 관심들이 생긴 걸
미 대통령에게 감사해야하나?

다른 방 손님들 두 분도 응접실로 나와 같이 조찬을 가졌다.
아주머니는 프랑스인 그리고 아저씨는 벨기에인.
아저씨는 영어로 로저 영감님과 대화를 하면서도
요즘 많은 문서들이 영어로 되어 있다는 것에 불평을 했다.
하지만 아저씨, 제는 영어나 불어나 도긴개긴입니다만. -_-;;;

식사하면서 로저 영감님에게 방에 있던 사진을 여쭤보니
사진은 본인 아버님이시고 몰타 4대 수상분은 친척 되신단다.
어이쿠, 몰타에서 한 입김 하는 집안 분이셨구만.

혹시나 뭔가 색다른 가정식 메뉴가 있을까 기대했지만
아침 식사는 토스트와 햄, 베이컨, 치즈 등의 흔한 구성.
아쉽지만 뭐 어쨋든 든든하게 잘 먹었습니다.

방에 돌아와 짐 정리를 마저한 후 떠나기 전에
아내는 청소와 식사 등을 책임진 가정부께 팁을 드리러 갔다.
그 사이 나는 안주인이신 Maria 아주머님과 얘기하던 중
아차하는 사이 토비가 힘으로 나를 밀어붙여 발라당 넘어졌다.
자기는 애정 표현이랍시고 마구 핥아대는 토비와
얼굴만은 사수하기 위해 버둥거리는 내 모습은
주인 아주머님과 아내에게 큰 웃음을 선사.

집을 나선 뒤 버스를 타러 가던 중...
아차 선물드리는 걸 깜박했네.
다시 집으로 찾아갔더니 로저 영감님이 어리둥절해한다.
노리개와 책갈피 선물을 드렸더니
다음에 한국 손님들 오면 걸어두시겠다나...

이제 다시 이번 여행 마지막 목적지로 향하자.
이번 행선지는 동부 끝 바닷가마을 마르사쉴록(Marsaxlokk).
버스 중간에 한번 갈아타고 1시간 반 걸려 도착했다.
(이미 1주일간 경험하긴 했지만)
로저영감님 말씀대로 모든게 느린 몰타다보니
강화도만한 크기의 섬이래도 이동시간은 만만찮다.

마르사쉴록의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는데 우리 방이 유일한 바다 전망이란다. 럭키~
체크인 후, 이번 여행중 처음으로 엘레베이터를 만났다.
고층 건물이 없어서인지 여태 엘레베이터 있는 건물이 없었고
그래서 낑낑대며 무거운 짐을 들고 층간 이동을 해왔던지라
너무나도 반가운 순간이었다.



우리 방은 맨 꼭대기 4층.
방에 들어가서 창을 열어보니...전망 좋구나~
아마도 우리 방이 유일한 바다 전망인 이유가
다른 방들은 높이가 낮아서 바다가 제대로 안보이기 때문일 듯?


마르사쉴록 항이 제대로 내려다보인다
날씨가 흐린게 옥의 티


아내를 미소짓게 한 웰컴 화이트 와인

이제 마르사쉴록 구경을 나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