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6일 월요일

Jin과 Rage의 臺北 가족 여행기 - 201701002 (2) : 탁월한 선택이었던 常青廬에서의 식사

양밍산(陽明山) 국립공원에 진입한 후
구불구불한 푸른 숲길을 따라 올라가던 택시는
출발한지 30분정도 지나 식당 창칭루(常青廬)에 도착했다.

마지막 저녁은 온천으로 유명한 양밍산의 리조트에서 보낼 것이라서
이날 점심이 밖에서 사먹는 마지막 음식이 될 것인지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가기로 마음먹고 찾아봤었다.
택시 스케줄을 생각하면 다른 지역을 들르기는 어렵고
박물관에서 리조트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곳으로 가야겠네.
그렇게 검색하다 아내가 찾아낸 식당이 창칭루.
웹페이지에 나오는 이미지로도 분위기가 아주 좋아보였지만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잘 찾는 곳이라는 점이
우리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고도가 몇백미터 높아져서일까?
찜통같던 시내의 날씨와는 딴판으로 양밍산 속의 공기는 시원했다.


푸른 나무 속에 들어앉은 석조가옥이 창칭루

예약은 따로 안했는데 다행히 손님은 얼마 없군. 자리를 잡자.
공기도 시원하니 야외석에 앉아볼까?


울창한 나무가 많아서 차양이 없어도 햇빛 문제는 없었다

실내도 운치있는 분위기이다

가게 건물 구경을 하면서 기다리는데......왜 종업원이 안오지?
아니 그것보다 아예 종업원이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두리번 거리던 중
마침 다른 테이블에 서빙을 온 종업원을 만났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앉은 곳에는 손님 테이블만 있고
주문은 길 건너편에 있는 건물에서 받고 있는 것이었다.
곧장 아내와 둘이서 가서 주문을 하고 왔다.
기사님과 약속한 시간도 있으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는 않다.


이름은 잊어먹은 버섯이 들어간 야채요리와
가운데는 매콤한 소고기 요리인 줘종탕샤랑뉴(左宗棠沙朗牛)

두툼하고 기름지지만 신기하게도 담백하던 닭백숙
창칭바이치에치(常青白切雞)

온천수로 찐 농어요리, 칭정취엔쉬루이(清蒸泉水鱸魚)


메뉴에 없었지만 홈메이드 아이스티가 있다고 해서 주문해본 음료.
새콤달콤한 음료 안에 같은 재료로 굳힌 젤리가 있어

식감의 즐거움을 더해줬다

우리의 삼계탕을 연상시키던 샨야오지탕(山藥雞湯)

선선한 기온 덕에 따뜻한 음식을 먹기가 더 좋구나.
거기다 음식은 하나하나 다 맛있어서
가족들 모두 만족스럽고 배부른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직 리조트에서의 일정이 남았지만
아마도 이번 여행 최고의 식사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느새 1시간이 지나 출발할 시각이 되었다.
택시를 타고 티엔라이 리조트(天籟渡假酒店)로 가자.

2018년 2월 23일 금요일

Jin과 Rage의 臺北 가족 여행기 - 201701002 (1) : 아무래도 國立故宮博物院은 다시 방문 해야겠다

타이페이에서의 셋째날 아침.
오늘 아침 식사도 간단하게 컵라면. 대신 오늘은 어제 산 떡도 추가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숙소를 옮겨야하니 식사 후에는 짐을 싸자.

오늘은 9시반부터 반나절(4시간)동안 택시를 빌렸다.
우선 첫번째 목적지는 국립고궁박물원(國立故宮博物院).
과거 장제스 정부가 중국 본토에서 타이완으로 피신할 때
자금성에 있던 것들을 비롯한 전국의 온갖 유물들을 싸들고 왔기에
세계에서 손꼽는 규모가 되었다는 바로 그 박물관.
그래서 아직도 베이징의 박물관이...안습...
(한편 그 덕에 수많은 유물들이 문화대혁명으로부터 무사했지.)

여기 유물들의 수준은 30년전 어린 내 눈에도 너무나도 대단했기에
와보지 못한 아버지와 아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여기서 구경을 하자면 하루 온종일도 부족하겠으나
오래 걸어다니기는 힘드신 어머니를 생각해서
핵심 유물만 골라서 보는 식으로 1시간 반만 있기로 했다.

박물관 입구에서. 오늘도 햇볓은 뜨겁다


이 때만 해도 괜찮을 줄 알았지...

박물원 1관 앞에 갈 때만 해도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건물안으로 들어가니 표를 사는 줄이 길다. -_-;;;
표 사는 데만 해도 시간 꽤 걸리겠네.

표를 5장을 사고 입장 하려는데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아내의 가방에 먹을 것이 들어있었는데
음식물 반입 금지로 인해서 가방을 락커에 보관하고 와야했던 것.
우선 부모님과 동생은 먼저 들여보내고 나는 아내를 기다렸다.
그런데 와중에 라커까지의 거리도 멀어서
아내가 돌아오는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
결국 우리가 박물관에 입장하기까지는 30분이나 걸렸다.

라커에도 박물관답게 유려한 그림이 그려져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얼른 배추님과 상아구슬, 육형석 등을 만나러 가자.
박물관 웹페이지에서 3층에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으니 3층으로 직행.
그런데...3층의 전시관들을 여기저기 돌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물론 그러면서도 여러 다른 유물들도 구경은 했다.)
그래서 동생에게 카톡으로 연락했더니
중요 유물들을 전부 1층의 한 전시관에 모아놨더라는 연락이 왔다.
상당히 유명하고 큰 박물관의 웹사이트 정보도 믿으면 안되는군. -_-;

그래서 얼른 1층으로 아내와 같이 내려갔으나...
동생이 얘기한 전시관 앞에는 어마어마한 줄이 서 있었다.
기사님과 약속 시간은 30분도 안남았는데 절대 입장이 불가능할 수준.
할 수 없이 아내와 나는 실제 보려던 유물은 못보고
연대표에 있는 사진으로만 만족해야겠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박물관을 나섰다.
택시 기사님과 약속했던 장소로 걸어가는데 앞에 부모님이 계셨다.
동생은 기념품점에서 뭔가를 산다고 늦는단다.
나중에 동생을 만나보니 배추님 사진을 찍어왔네.
이거라도 구경해야겠다.

박물관의 많은 유물중에서도 최고 슈퍼스타인 취옥백채(翠玉白菜).
비취를 절묘하게 조각하여 배추 모양으로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상아투화운룡문투구(象牙透花雲龍紋套球)
상아 조각 자체도 엄청 정밀하고 화려하지만
깨트림 없이 조각해서 만든 구슬이 무려 17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심지어 그 17개의 구슬들이 전부 따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애시당초 턱도 없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쏜살같이 지나간 한시간 반이었다.
아무래도 박물관은 다음 기회가 될 때에
개관시간(오전 8시반) 맞춰서 또 와야겠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자.
점심 식사할 식당은 양밍산(陽明山) 안에 있는 창칭루(常青廬).

2018년 2월 21일 수요일

Jin과 Rage의 臺北 가족 여행기 - 201701001 (4) :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던 九份

루이팡(瑞芳) 역을 지나 지우펀(九份)으로 향하는 산길에 들어서니
산등성이에 아메이차로우(阿妹茶樓)를 비롯해서
많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샤하이성황묘(霞海城隍廟) 근처의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오후 5시 50분 무렵.
주차장에서 지우펀 옛거리까지는 오르막길이 계속되었는데
걱정한 것에 비해 다행히 어머니도 잘 따라오셨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샤하이 성황묘. 건물이 화려해서 눈에 바로 띈다

본격적인 지우펀 옛거리 입구에 도착하니 상당한 인파가 보인다.
으아...이거 뭐 구경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네.
어쨋건 기사님과는 7시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골목 안으로 향했다.




갖가지 먹거리들과 상점들이 우리의 눈을 유혹했다.
뭘 먹을까 고민하던 중 나타난 가게는 아주쉐짜이샤오(阿珠雪在燒).
그래 더우니 이 가게의 땅콩 아이스크림 롤은 먹어야지.

이 가게의 흥행으로 인해 다른 땅콩 아이스크림 가게들도 생겼나보다.
한글로 떡하니 오리지날이라고 적혀있다


비닐에 싸서 흘리지 않고 먹기 편하게 준다

땅콩이 들어간 엿을 간 가루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얇은 밀전병에 싸서 주는데 소금도 가미되었는지 단짠의 느낌이 나고
거기에 땅콩의 고소함과 밀전병의 쫀득함이 식감을 더해준다.
뭐 반드시 먹어야할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하나에 불과 40 TWD (약 1500원)이니 부담없는 시원함이다.

계속 골목으로 들어가다보니
지우펀 옛거리의 홍등들이 화려하게 켜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복잡한 인파들을 계속 헤치며 들어가다보니 어머니가 힘드셨나보다.
부모님은 한 음료수 가게에서 쉬고 계시기로 하고
아내, 동생과 함께 아메이차로우로 향했다.

그런데 안그래도 많던 인파가
아메이차로우로 가는 갈림길 앞에서 급격히 늘었다.
거의 앞으로 가질 않는 수준.
알고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 길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그런 것.
돌아갈 시간이 그리 넉넉치 않은데다가
어짜피 아메이차로우에서 차 한잔 하는 것도 불가능할 게 뻔했다.
아쉽지만 바닷가 야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다른 길로 가자.


루이팡과 지룽(基隆) 항구를 내려다보는 야경은
다행히 아쉬움을 만회할 만큼 예뻤다.
거기다 때마침 누군가가 작은 폭죽을 계속해서 쏘아올렸다.



이쪽에서 원래 가려고 했던 아메이차로우 쪽을 바라보니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들어찬 것이 보인다.

광부 조각이 있는 옹벽 위쪽이 아메이차로우 쪽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장소 중 하나인
아메이차로우를 들러보고 싶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은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밖에 없겠다.
이제 기사님과의 약속 시간도 다되어가니 부모님께 돌아가자.

부모님이 기다리시던 음료수 가게에 가서 같이 망고 빙수를 시켜 먹고
돌아나오는 길에 아란차오자이궈(阿蘭草仔粿)에서
들어갈때 어머니가 점찍어둔 떡을 몇개 샀다.
종류는 단팥(甛紅豆)과 차이푸미(菜蒲米)라는 정체 모를 것 두 가지.
차이푸미는 부들 나물인지 무말랭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짭짤시큼하고 독특한 향이 나서
(우리 가족은 꽤 매력적으로 생각했다만)
새로운 맛에 도전하고픈 사람들만 먹어보면 좋겠다.


그런데 돌아가던 중 갑자기 이 비좁은 길에 차가 한 대 나타나서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느라 엄청 혼잡해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타난 차량의 정체는 알고보니 쓰레기 수거차.
물론 이해해야할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이긴 하다만
왜 하필 관광객이 몰려든 이 시간에 수거를 꼭 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기사님을 다시 만난 후 이제 타이페이로 돌아갈 시간.
돌아갈 때는 기사님에게 시먼딩 입구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저녁도 먹고 어제 어머니가 못본 시먼딩 구경도 하고
월병이나 누가 크래커 등의 쇼핑도 해야지.

우리가 택시를 8시까지 예약해서
기사님 퇴근이 많이 늦겠다고 걱정하시던 어머니는 시먼딩에 도착한 후
여러모로 친절했던 기사님에게 감사의 표시로 팁을 따로 드렸다.
어머니 인심은 어딜 가서도 한결 같으시다.

이제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대만에 왔으니 뉴로미엔(牛肉面)도 먹어야겠지?
시먼딩에서 유명한 뉴로미엔 가게를 급하게 검색했다.
그런데...
찾아낸 두 가게중 하나는 한시간은 기다려야할 줄을 서야 했고
나머지 한 가게는 아예 오늘 매진이라서 영업 끝이라고 한다.
헐...

이래저래 난항을 겪자 부모님이
그냥 컵라면과 떡 같은거로 넘겨도 괜찮으니
쇼핑만 좀 하고 숙소로 돌아가자고 그러신다.
아쉽긴 하지만 계속 왔다갔다하기가 죄송했던지라
딱히 뭐라 대꾸하기도 힘들었다.

선물 쇼핑은 해야하니 우선 월병가게부터 찾자.
근처에 월병을 팔 만한 가게를 둘러봤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거기다 그나마 하나 봐뒀던 가게는 몇분 지난 사이 문을 닫았다.
이런 젠장...
가족들 다같이 어쩌지 하고 헤매던 중
길에서 발마사지 호객행위를 하던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곧장 뛰어가서 혹시 유에빙(月餠) 파는 곳을 아시냐고 물어봤다.
다행히도 아주머님은 선선하게 웃으시더니
길건너에 있는 한 가게를 가리켰다.

그런데 그 가게를 들어가보니 월병이 있기는 한데
실상은 일반 빵집이라서 월병이 주종목도 아니거니와
당연히 퀄리티도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것도 실패인가 싶어 아쉬워하는데
가게 문 밖에 아까 그 아주머님이 다시 날 보고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내가 가게를 나서니 자기가 더 나은 가게가 생각났다며
직접 우리를 데리고 한 블럭 떨어진 다른 가게로 데리고 간다.
본인 가게 손님 구하는 일도 내버려두고
우리를 이렇게 도와주시는 아주머님이 너무나도 고마운 순간.

그런데 그렇게해서 도착한 가게는 평범한 관광상품점. OTZ
아아...감사는 한데...아주머님, 마음만 받겠습니다. -_-;;;;;
하지만 실망은 금물. 의외의 전화위복이 나타났다.
그 관광상품점 바로 근처에 타이허춴통빙(太和傳統餅),
바로 월병 전문점이 떡하니 있었던 것이다.
어찌 되었건 그 아주머님 덕분이라고 생각하자. :)


타이허춴통빙에서 전통 중국식 월병을 사고
다른 건 어떤게 있나 둘러보니 타이양빙(太陽餅)이 있다.
달을 의미하는 월병과 대비되게 태양을 뜻하는 태양병은
중국 본토에 없는 타이완 오리지널인데
겹겹이 쌓인 얇은 밀가루 반죽 층의 페이스트리 빵 같은 식감과
속의 달큰한 잼이나 꿀로 맛을 낸 과자이다.
그러나 시식을 해보신 부모님은 월병이 낫다며 구매는 안하시네.

태양병


월병

월병을 산 후에는 어제 들렀던 쇼우신방(手信坊)에 다시 가서
선물용 누가 크래커와 펑리수(鳳梨酥)를 잔뜩 구매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

시식해본 누가 크래커와 펑리수 중에서는 쇼우신방 것이 제일 낫더라

숙소로 돌아와서 컵라면과 떡, 과자 등으로 요기를 해결한 후
부모님과 동생은 피곤해서 곧장 침대로 향하고
아내와 나는 그래도 뭔가 아쉬워서 마사지를 받으러 나섰다.
아까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신 아주머님이 생각났지만
늦은 시각(10시 반)이라 아직 계실지도 의문이고
우리도 다시 숙소에서 시먼딩까지 다시 가기는 피곤했다.
대신 선택한 곳은 숙소에서 5분 거리인 바이리주티휘관(百利足體會館).
40분간의 발마사지가 1인당 399 TWD이네. (약 만5천원)
타이완이 물가는 확실히 우리보다 싼 것 같다.


마사지사에게 실컷 괴롭힘(?) 당하고나니 개운하다.
마시지를 많이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피곤할 때 이렇게 한 번씩 받으면 확실히 효과는 있는 듯 하다.

숙소 돌아가기 전에 다시 까르푸를 들러서
부모님이 추가로 부탁한 인스턴트 밀크티를 종류별로 사들고 왔다.
(아버지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셨다.)
이제 푹 자고 내일을 기약하자.

2018년 2월 18일 일요일

Jin과 Rage의 臺北 가족 여행기 - 201701001 (3) : 十分의 천등이 가족 모두의 바램을 이루어주기를

차를 타고 가던 중 대시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대시보드 커버 한 구석에 가오나시 캐릭터가 있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때문에 지우펀(九份)을 가는 사람이 많으니
이런 사소한 것도 신경을 썼나보다.
아 물론 기사 아저씨가 만화 팬일 수도 있긴 하지.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스펀으로 가는 길도 중간중간 막힌다.
역시나 억지로 스펀 폭포를 고집했다간 일정이 꼬였겠다.

1시간 좀 넘어 스펀 기차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스펀의 상징인 천등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기차길 곳곳에서 사람들이 천등을 날리고 있었다

스펀에 오긴 했지만 사실 직접 천등 날릴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천등 가게에서 호객행위를 하니 부모님께서 우리도 해보자고 하신다.
그래서 우리도 아버지부터 천등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붓을 아내에게 건네주었고
받고나서 망설이던 아내는 부모님의 부추김으로 받고는
가족들 캐리커처 그림으로 한 면을 채웠다.


아내가 그림을 완성하고 어머니가 붓을 이어받을 때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며 사람들이 피신을 했다.
기차가 지나갈 시간이 되었구나.
우리도 얼른 선로 옆으로 피하자.

기차가 코 앞에서 지나간다

기차가 지나간 후 다시 어머니가 붓을 드셨다.


이제 천등의 남은 한 면은 나와 동생이 같이 채우자


네 면을 모두 채운 후 기념 사진을 찍고
등에 불을 붙여서 띄워보냈다.


천등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가족들끼리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서였을까?
어째보면 참 별 거 아닌 과정인데
등을 날려 보낸 후 가족들의 표정이 밝고 즐거워 보인다.
아내와 둘이서 왔으면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여럿이서 같이 하는 재미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천등을 날린 후 택시 기사님이 우리를 스펀 역 맞은 편으로 이끌었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앞장선 기사님이 안내한 곳은 이 곳의 명물,
류거샤오카오지취바오판(溜哥燒烤雞翅包飯)의 닭날개 볶음밥.



뼈를 발라낸 닭날개 속을 볶음밥으로 채운 이 요리는
간편하게 먹기 좋은 길거리 음식이 되겠다.
진리의 치느님과 볶음밥의 만남이니 맛은 보장되겠지.
맛은 매운 김치 취두부 맛과 순한 햄계란 맛 두 가지인데
(한국인이 얼마나 많이 오길레 김치 취두부 맛이 있는 걸까?)
우리가 갔을 때에는 매운 맛이 동나서 순한 맛만 먹어야겠다.
그런데...
의외로 맛이 밋밋해서 꼭 먹어봐야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매운 맛을 먹어 볼 수 있었으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까?

닭날개 볶음밥을 먹고 기차역을 나서려는데 간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영어로 타이완 버거, 한글로 고기만두라고 적힌 사진속의 음식이
나가사키 여행 때 봤던 가쿠니만쥬(角煮まんじゅう)와 너무나 닮았다.
나가사키 음식이 차이나 타운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증거가 되려나?

스펀 역에서 본 타이완 버거

[nagasaki-airport.jp 펌] 가쿠니만쥬

스펀 역을 벗어난 후에는 지우펀으로 향할 줄 알았는데
이번엔 택시 기사님이 우리를 징안교(靜安橋)로 이끌었다.
출렁이는 현수교에서 보는 푸른 계곡의 경치가 예쁘긴 하네.
건너편에는 낡은 마을이 보이는데 아마도 예전 탄광촌의 잔재겠지.



지금까지 다니는 동안 기사님은 자기가 가지고 온 카메라로
곳곳에서 우리 가족의 인증샷을 찍어주셨다.
우리에게 추억을 남기는 선물도 되겠고
아마도 손님들을 제대로 모시고 다녔다는 증빙용이기도 하겠지?
징안교에서 몇장을 사진을 찍은 후에는
차량 앞과 안에서 마지막 사진이라며 한장씩 찍었다.

차량 내 사진은 기사님이 조리개를 조이지 않고 찍어서
초점이 앞쪽만 맞고 뒤쪽은 날아갔네

이제 마지막 목적지 지우펀으로 가자.
스펀에서 지우펀까지 다시 차로 40여분을 가야한다.

2018년 2월 17일 토요일

Jin과 Rage의 臺北 가족 여행기 - 201701001 (2) : 30년만에 다시 찾은 野柳地質公園

바닷가로 빠져나와 예류 지질공원(野柳地質公園)으로 갈 수록
차들이 많고 정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30년전이나 지금이나 역시 예류는 타이페이 근교의 대표적인 관광지.
그런데 30년 전에 왔을 때엔 어리기도 했지만 워낙 날씨가 안좋았어서
비바람 거센 바닷가의 추운(1월이었다) 날씨 만이 머리속에 남았었다.

30년전 예류의 비바람은 초딩 5년차에겐 너무나 거셌다

반면에 오늘은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아서 문제.
어제 낮에도 그랬듯이 찜통 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했다.

그늘도 하나 없으니 땀은 엄청 흘리겠구나

너무 더워서 많이 힘들게 예상되는지라
부모님은 그나마 그늘이 있는 공원 초입에서 쉬고 계시기로 하고
아내, 동생과 셋이서만 안으로 들어갔다.

예류 지질공원의 버섯머리 기암괴석들

나는 희미하게나마 몇몇 장소들이 기억났지만
동생은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단다.
어째 집에 남아 있는 사진에서도 나만 사진이 있고
동생은 여기서 찍은 게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춥다고 아예 동생은 못나오게 했었을 지도 모르겠다.

30년전에 찍었던 하트 바위에서

이번엔 아내와 동생을 모델로 찍어보자

낙타 머리 모양

예류 지질공원의 많은 기암괴석 중에서도
단연 인기스타가 따로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여왕머리 바위.
20여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수명때문인지
유달리 여기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많다.
줄이 엄청 긴 건 아니었지만
사진 찍자고 2~30분을 무더위 속에서 기다리고 싶지는 않으니
멀리서 사진이나 한 번 찍고 지나가자.
어쨋건 우린 없어지기 전에 봤잖아?


망원렌즈가 있으니 이용을 해야지

예류 지질공원은 바다쪽으로 길게 뻗은 반도라서
기암 괴석이 아니라도 좋은 경치를 가지고 있다.
타박타박 걸어가며 바다바람을 맞으면 좀 시원...은 무슨. 덥다. -_-
결국 우리는 어느정도 걸어가다가 공원내 카페에서 멈추고
버블티 하나씩 사들고는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신 쪽으로 돌아왔다.
어짜피 기사님과 약속한 한시간이 벌써 다 되기도 했네.

덥지만 않으면 저기 끝 절벽까지 가보겠다만...

부모님과 만나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우리 마실 거는 아까 사왔다보니
공원 입구 근처에서 부모님 드실 차를 샀는데
아주머니가 맛있다면서 권한게 되려 밋밋한 맛이라서 실패했다.

아지메...맛있다면서요...차가 닝닝해...

기사님을 다시 만난 다음 이제 스펀(十分)으로 갈 차례.
그런데 기사님이 잠깐만 스케줄 문제로 얘기할 게 있다고 한다.
예약할 때 예류스펀스펀 폭포지우펀(九份)을 얘기했는데
스펀 폭포 입장이 4시반까지라서 시간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
(예류에서 출발할 때가 이미 3시15분이었다.)
처음엔 스펀 폭포를 일정에 넣기는 했지만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는 걸 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우리도 흔쾌히 일정에서 빼겠다고 답했다.

그럼 이제 스펀으로 출발~
예류에서 스펀까지는 차로 1시간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