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7일 일요일

Jin과 Rage의 臺北 가족 여행기 - 20170930 (1) : 火鍋 식사로 시작한 臺北에서의 일정

우리의 타이페이(臺北)행 비행기는 9시.
연휴 시작일 아침 비행기니까 공항에 좀 일찍 가야겠지?
새벽 5시도 되기 전에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6시 정도면 도착하니 괜찮겠지.

버스 타고 가던 중 먼저 도착한 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공항에 어마어마하게 사람이 많다는 것.
얼마 지나서 공항에 도착한 후 체크인 카운터로 이동하는데
수많은 인파와 끝없이 늘어진 줄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연휴 첫날의 공항을 너무 쉽게 봤구나.
이 새벽에 이런 인파라니;;;;;;
어머니께 전화드려보니 김해공항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줄 서서 기다린 후 체크인 하기까지 1시간 반이 걸렸다.
그나마도 시간이 촉박해서 직원의 안내를 통해
별도 카운터에 줄을 앞질러 가서 가능했던 것.
그리고 이게 끝도 아니었으니
출국장 대기줄은 체크인 대기줄 보다 더한 상황이었다.
결국 이것도 공항직원을 통해 패스트 트랙(Fast track) 티켓을 받고
승무원 통로를 통해 (어쩔 수 없는) 새치기를 해야만 했다.

아직도 남은 난관이 있었다. 바로 면세품 수령 대기줄.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안가봐도 어떨지 뻔하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래 안되겠다. 구매했던 면세품 수령은 포기하자.
어머니 가방을 샀던게 있는데...뭐 어떻게든 되겠지.

결국 3시간의 여유는 커녕 한시의 틈도 없이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힘을 다 뺀 느낌.
그래도 이제 즐겁게 다닐 생각만 해야지.

2시간여의 비행 후 타이페이에 도착했다.
밖에서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실테니 얼른 나가야겠다.
그런데 입국 심사장에 도착했을 때
그 너머편에서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어머니를 부르니 반갑게 돌아보시며....
우리가 묵을 숙소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_-;;;
아뿔사, 내가 부모님께 숙소 정보를 까먹고 안드려서
부모님이 입국 심사 카드에 숙소 정보를 못적으신 것이다.
그나마 어머니는 무사 통과하셨는데
아버지는 심사원이 통과를 안시켜주는 바람에
30분 가까이 실랑이 하고 계셨던 것이었다. -_-;;;;;;

정말 오전 몇시간동안 별별 우여곡절을 겪었네.
그래도 무사히 온가족이 타이페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예약해둔 택시로 숙소로 이동하자.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완화구(萬華區)까지는 차로 50분 정도의 거리.
날씨는 화창하니 좋구나.

숙소 앞에 도착해서 내렸다.
Airbnb로 예약을 한 후, 구글맵에서 주소로 찾아보고는 알고 있었지만
후줄근한 건물의 외관만 봐서는 이게 숙소가 맞나 싶은 모양새.
물론 아내와 나는 내부 시설을 다 확인하고 예약했었던 거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우셨을 수도 있었겠다.


[구글 스트리트뷰 펌] 외관만 봐서는 숙소라고 누가 생각하겠나

메시지로 전달받은 방법대로 문을 열고 숙소로 올라갔다.
다행히 실내는 Airbnb에서 봤던대로 깔끔하군.





짐을 내려놓고 나니 1시가 넘었다. 얼른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다.
멀지 않은 곳에 훠궈(火鍋) 가게가 있으니 걸어가보자.
숙소를 나서니 더위가 느껴진다.
우리나라보다 남쪽지방인 타이페이인지라 더울 거는 예상했지만
하필 우리가 방문하는 동안 최고 기온이 30도 중반을 넘어선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땀이 삐질삐질.

찜통 속에서 10분을 걸은 후
황지아제국 마라훠궈(皇家帝國麻辣火鍋)에 도착했다.



시먼딩(西門町) 근처라서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입구와 가게 안에 한글 안내판이 따로 있었다.





1명당 1가지 훠궈 소스를 선택하고 나면
담궈먹을 고기나 야채등은 무한제공.
공항에서 시달린 것 때문에 불만이셨던 아버지께서
고기 무한 제공이란 얘기에 금새 표정이 밝아지셨다.

자 이제 맛있게 먹읍시다.


카레 훠궈

황지아 마라 훠궈와 해산물 관자 훠궈

진열대에서 먹을 것을 고르던 중 한가지가 눈에 띄었다.
바로 닭의 고환.
의외로 비위 좋은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먹을테니 하나만 집어가자.



겁은 없지만 아무래도 고환이니 이상한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먹어보니 (마라 훠궈 덕인지) 별다른 이상한 맛은 없었다.
매운 마라 훠궈 말고 맑은 소스에 익혀먹어 볼 걸 그랬다.

잠시 후에 아내의 도전정신이 가져온 것, 아스파라거스 쥬스.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좋아는 한다만 무슨 맛일지 상상이 안되네.



마셔보니 특별한 것 없는 밍밍한 야채쥬스맛.
먹을만은 한데 딱히 또 마실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배부르고 모두들 만족스러웠던 식사.
뭣보다 아침에 공항에서의 일로 심기 불편하셨던
아버지의 기분이 풀어진 것이 최고의 성과였다.

식사가 끝났으니 소화도 할 겸 근처에 걸어가볼까?
근처에 롱샨스(龍山寺 용산사)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자.

2017년 12월 12일 화요일

Jin과 Rage의 臺北 가족 여행기 - 출발전

2017년 추석은 개천절과 한글날이 앞뒤로 있어서
이틀만 연차를 내면 10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
추석에는 장인 어른 제사를 지내야하니
추석 전에 내 가족들과, 후에는 처가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 되겠다.

처가 식구들과는 제주도에 가기로 결정했고
그럼 이제 내 가족들과는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
일본은 부모님이 여러번 다녀오셨으니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가자.
멀지 않은 곳들 중에 어디가 좋을까 의논하다가
(어머니가 건강 문제로 장거리 비행은 힘들어하신다.)
의견이 모아진 곳은 타이완(臺灣)의 타이페이(臺北).

우선 항공권부터 구해야지.
부모님은 부산에서 출발하시고 동생과 우리는 서울에서 출발하자.
부모님 비행기가 30분 정도 먼저 도착하니
공항에서 좀 기다리고 계셔달라고 부탁해야겠군.
그리고 돌아갈 때는 다같이 부산으로 가면 되겠다.

이틀간 보낼 숙소는 Airbnb에서 예약하고
마지막 날은 온천 지대의 리조트로 가자.
타이완이 화산지대이다보니 타이페이 근교에도 온천지대가 여럿인데
우리는 양밍산(陽明山) 티엔라이 리조트(天籟渡假酒店)을 예약했다.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나는 1988년 1월에 갔었으니
거의 30년만에 다시 방문하게 되겠구나.
그때 날씨가 안좋고 예상보다 추워서 제대로 관광도 못했던 기억 뿐이라
이번에는 좋은 날씨에서 즐거운 기억 많이 쌓고 왔으면 좋겠다.

2017년 12월 5일 화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후기

갑작스럽게 충동적으로 시작한데다가
여행스타일이 어떤지 잘 모르는 동행과의 여행이라
은근히 계획하는 것이 까다로왔다.
그래도 우리의 설계를 믿고 따라준 상대 덕에
웬만한 수준에서는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다.
(특히나 2시간 넘게 차로 이동해야 했던 히라도 방문은
이런 양해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다.)

일행 모두가 동의한 점은 일본 여행은 음식으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
일정 내내 먹었던 대부분의 것들이 입에 잘 맞았다.
느끼하다고 알고 있어서 걱정했던 나가사키 짬뽕의 깊고 진한 맛이
우리의 오해를 깨트리는 순간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황금 연휴임에도 한적해 다니기 편했던 나가사키,
들렀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소박한 매력이 좋았던 히라도,
대도시 축제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던 후쿠오카까지
이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방문한 모든 곳들이 즐거웠다.

사실 좋은 사람들과 같이하는 여행이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나?
같은 의미로 가족들과 함께할 타이페이 가을 여행도 기대된다. 

운젠 지옥 입구에서

2017년 12월 4일 월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503 (2) : 우연히 여행의 마지막에 만난 博多どんたく

호텔에서 체크아웃 한 다음에 다시 나카스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둘러보니 아까는 잘 몰랐는데
아무래도 오늘이 마츠리(祭り 축제)가 있는 날인가보다.
곳곳에서 단체 맞춤복을 입고 구호에 맞춰 춤추는 일행들이 보였다.
아마 오늘 아침에 본 행렬도 이 마츠리 행렬이었나보다.



축제에는 당연히 길거리 음식이 빠질 수 없지.
나카스 역 근처의 다리 양쪽은 어느새 많은 노점들로 꽉 차 있었다.
아침을 늦게 먹어서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으니
점심은 간단한 길거리 음식으로 해결하면 되겠다.



여러 가판대 중에서 아내 눈에 띈 것은
어제 마셨던 오쿠라 호텔 하카타 드래프트의 가판대.
맛있는 맥주를 두고 아내가 낮술을 안할리가 없지.



간단하게 먹을 거리로는 닭꼬치와 소고기꼬치를 샀다.
나카 강(那珂川)변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고 요기를 하자.


한마리 굶주린 맹수...?

꼬치를 먹고 다시 대로로 올라오니
아까보다 사람들이 더 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가를 점령하고 있었다.
한편에 자리잡은 무대를 보니 이 축제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바로 하카타 돈다쿠(博多どんたく).



이름을 보고는 찾아보니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축제.
동원되는 인원수만으로도 2만,
구경오는 관광객 수는 200만명인 축제란다.
돈다쿠의 어원은 네덜란드어로 휴일을 뜻하는 Zondaq(존다크)인데
돈다쿠 마츠리가 있는 5/3~4일 역시 일본의 공휴일이다.
아마도 일본의 5월 골든위크에 열리는 축제다보니
말그대로 휴일 축제로 이름을 정한 것 같다.
과거 일본은 (특히 규슈는) 네덜란드와 가까운 관계였던 때가 있었으니
네덜란드어를 이용한 것도 이해가 간다.

모두들 길가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 틈에 끼어서 기다려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축제 행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행렬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보니
가면을 쓰고 말을 타고 가는 3복신이 나타났다.
하카타 마츠바야시(博多松囃子)라고 불리는 이들은
후쿠진(福神), 에비스(恵比須), 다이코쿠텐(大黒天).


후쿠진

노란색 가면이 남자 에비스, 흰 가명는 여자 에비스
다이코쿠텐은 사진이 없네

30여분간 퍼레이드를 구경하다가 자리를 이동했다.
퍼레이드 구경이 재밌기는 했지만
한참동안 계속될 행사를 내내 구경할 생각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막대한 과제,
카스테라 20박스 구매가 남아있다. -_-
(어쩌다보니 부모님과 이모님 등으로부터 부탁받은 양이 어마어마.)

전철을 타고 하카타 역으로 가서 역사내 쇼핑센터로 가자.
하카타 역 쇼핑센터에는 3대 카스테라 가게의 매장이 다 있다.
(후쿠사야(福砂屋), 분메이도(文明堂), 쇼오켄(松翁軒))
카스테라는 나가사키 특산물이지만
보존기간을 생각해서 출국전에 후쿠오카에서 사는게 낫다.

2년전에 왔을 때에는 세 매장의 크기가 다 엇비슷 했는데
이번에 와보니 후쿠사야는 크게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분메이도와 쇼오켄은 작고 눈에 띄지 않아서 찾는데 애를 먹었다.
어쨋건 무사히 세 매장을 다니며 카스테라 20박스 확보.
(이것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큰 짐가방을 가져오기도 했다.)

카스테라 20박스를 짐가방에 넣고 나니 참 무겁다.
아침부터 계속 돌아다니느라 피곤하니 잠시 쉬어가자.
목적지는 후쿠오카의 유명한 카페인 코히샤노다(珈琲舎のだ).
하카타 역사에도 지점이 있지만
계속해서 너무 번잡한 장소에 있는게 답답했던지라
역사를 벗어나서 길건너편 Sun plaza 지점으로 향했다.

가게가 크지 않아 얼마 남지 않은 자리에 다행히 앉았다.
커피 가격이 약간 비싸긴 하지만 기왕 즐길 거. 블루마운틴!
(다만 비싸니 한 잔은 그냥 노다 블렌딩으로...)



사이폰 방식으로 만들어낸 커피와 차가운 얼음물에 띄워진 생크림,
앤틱 스타일의 커피잔과 설탕 용기까지
맛보기 전에 이미 눈으로도 즐거운 커피 세팅이다.
신맛은 내 기호에 비해 조금 부족하지만 구수하고 적당히 무게잡힌 맛.

어느정도 카페에서 쉬었다가 다시 하카타 역으로 갔다.
이제는 다시 형네와 만나서 저녁을 먹어야지.
하카타 역 푸드코트 음식점에서 라멘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해결한 후
전철을 타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자.
이제 3박4일 빡빡하게 채운 일정이 끝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