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3일 일요일

Jin과 Rage의 Malta & Istanbul 여행기 - 20171228 (4) : Ġgantija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석양

시타델에서 쥐간티야(Ġgantija)까지는 차로 10분 거리.
시내 중심도로에서 약간 정체는 있었지만
그래도 늦지 않게 무사히 도착했다...싶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입구가 안보인다.
구글맵이 가르쳐준대로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우리가 당황해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또다른 관광객으로 보이는 커플이 쥐간티야에 가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했더니 입구가 여기가 아니라 다른데 있단다. 헐...
그래서 이 커플을 따라갔더니 (이들은 종이 지도를 갖고 있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의 완전 반대편에 입구가 있네. OTZ
딩글리 때도 그렇고 이 동네에선 구글신 맹신하면 안되는구나.


우리가 주차한 곳은 지도 오른쪽의 빨간 동그라미.
그런데 알고보니 쥐간티야 입구는 왼쪽 빨간 사각형 지역

다행히 아직 관람할 시각이 30여분 남아있다.
우선 출토된 유물을 볼 수 있는 작은 전시관으로 입장하자.







짧은 전시관 구경을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가 신전쪽으로 가보자.
쥐간티야는 몰타에 남아있는 신석기시대 거석 신전들 중의 하나.
현존하는 인류의 종교관련 건축물 중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것이며
만들어진지 5500년이 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유물에 낙서하는 또라이들은 세계 어딜 가든 있다


주변에는 미처 복원되지 못한 거석들이 많이 있다

바퀴가 발명되었을지 마저도 불확실한 시대에
신전의 벽면을 이루는 거대한 돌들을 어떻게 옮겼고
또 그 위에 어떻게 돌들을 쌓았을까?
(그리고 이 신전이 지어진지 천여년 후에
이집트에서는 기자의 피라미드가 세워진 것을 생각하면
석기시대의 건축기술을 만만히 볼 것이 아니다.)

별다른 기록이 없는 유적이다보니
지금도 그 목적을 알지 못하는 것들이 적잖게 있는데
그 중에 제주도 전통 가옥의 정주석처럼 구멍이 몇개 뚫린 돌들이 있다.
마주 보고 있는 양쪽에 같이 뚫려 있는 것을 보면
혹시나 비슷한 목적으로 쓰였던 걸 아닐까 상상해본다.

신전 앞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5천여년 전의 사람들이 경외감을 가졌을 장소에서
나는 그들에 대한 경외감을 가진다

어느새 해가 져서 어두워졌다.
문을 닫을 시간도 다 되었으니 밖으로 나가자.




근처에 타 콜라(Ta' Kola) 풍차 박물관이 있었다.
이미 문을 닫은 시각이라 밖에서만 봐야했다만

내일 아침 식사를 위한 재료를 사기 위해
근처에 있는 리들(Lidl)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숙소에 돌아갔다.
저녁식사는 아침에 샀던 프티라를 데워 먹자.

숙소의 공용 거실에는 나이 든 아주머님 한 분이 계셨다.
가볍게 인사하고 저녁을 먹고 있으니 이번엔 영감님 한 분도 등장.
아, 노부부 관광객들이신가?
식사 후 대화를 나누는데 이분들은 몰타 분들이라신다.
(영어로 몰타인이 Maltese. 그렇다. 견종 말티즈의 그 말티즈다.
본인들이 말티즈라고 하시니 자꾸 강아지 생각이 나서
속으로 웃음이 나 조금은 죄송스러웠다. ^^;;;)
그럼에도 이 가까운 고조에 처음 오셨다고 하셔서 놀라웠는데
더 놀랐던 것은 두분이 부부가 아니라고 하신다. -o-;;;
음...어떤 관계이신지 궁금하지만 프라이버시는 그만 캐도록 하자.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얘기했더니
이 작은 나라인 몰타를 어떻게 알고 왔냐는 질문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남북한 전쟁나는 거 아니냐 하셔서 한번 더 당황.
(그리고 이 얘기들은 이틀 후 또 듣게 된다...;;;)
내일 우리는 몰타로 돌아가서 나샤르(Naxxar)의 숙소에 지낸다고 하니
이번엔 아저씨네 댁이 나샤르 근처라고 하신다.
좁디 좁은 몰타에서의 인연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기묘한 인연일세.

성경에 따르면, 몰타 기독교의 기원인 사도 바울이
몰타 근처에서 배가 난파됐을 때 나샤르 주민들의 도움으로 구조되어서
그 보답으로 기독교를 전도한 것으로 나오기에
지금도 나샤르는 사도 바울에 대한 신앙심이 깊다는 아저씨의 얘기 후
한국의 종교 비중까지도 언급하게 되는 등
짧은 시간동안 꽤나 버라이어티한 내용이 오갔다.

이제 우리는 방에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내가 남아서 설겆이를 하고 있는 동안 아저씨가 밖에 나가시더니
메크렌 베이커리(Mekren's Bakery)에서 우리와 같은 프티라를 사오셨다.
아저씨에게 "같은 프티라 사오셨네요?"하고 얘기했더니
고조에 오면 꼭 먹어봐야된다는 얘기를 들으셨단다.
우리의 행운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

이제 푹 자고 내일은 아침에 몰타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