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9일 토요일

Jin과 Rage의 上海 여행기 - 20190303 (3) : 어두운 길에서 만난 외할머니의 작은 부엌

계속 걸어다녔더니 피곤하기도 하고 한기도 막아야겠기에
마침 눈에 들어온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베네 말고;;;)
아직은 커피보다 차가 대세인 중국이라지만
몇 안되는 카페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주문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초코 라떼 한 잔씩.
맛은 그저 그렇지만 그래도 따뜻한 음료가 몸에 들어오니 한결 낫다.

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나오니 조금씩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우젠의 진짜 매력은 야경.
하늘이 어두워지는만큼 마을에는 오렌지 빛의 조명들이 밝혀진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기 위해 거리보다 운하위의 다리로 몰려든다.




시간이 더 지나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것이 진짜 우젠 수향마을의 하이라이트.
주홍빛 불빛이 운하에 일렁이며 반사되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 봐도 그림같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우젠 서책의 야경 감상을 끝내고
이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식당을 들러 저녁이나 먹어야겠다.
서책 입구 근처에 큰 식당들이 좀 있긴 하지만
여행 비수기인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늦은 건지 (불과 7시 무렵인데)
대체로 문이 닫혀있고 불켜진 곳은 별로 없다.
아내가 핸드폰으로 추천 식당 하나를 검색으로 찾아냈는데
마침 숙소가는 길 중간이라고하니 거기로 가보자.

숙소쪽으로 가는 길은 가로등도 별로 없는 와중에
길을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황량한 기분.
아까 서책앞처럼 우리가 가려는 식당도 문 닫았으면 어떡하지?
뭐 어떻게든 밥이야 먹겠지 싶다만...
이런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두운 속 밝게 켜진 가게 하나.
아내가 찾은 그 식당이다.

외할머니의 작은 부엌, 와이포샤오짜오(外婆小灶)

가게 앞에서 안을 슬쩍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가게 안에 있던 할머니와 아주머님이 미소 띄며 나오시더니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아내를 납치해 들어갔다.
덩달아 나도 얼레벌레 따라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사실 밖에서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근처 다른 가게로 갈 생각이었다.)
이제 와서 다른 가게를 찾아가기도 애매하게 되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뭐가됐든 맛있는 거 먹을 수 있기를 빌어야지.

역시나 시골의 작은 가게답게 메뉴는 오직 중국어 뿐.
그나마 내가 한자는 조금 읽을 수 있으니 어림짐작이나 해보자.
뭔지 모를 국수 하나, 죽순이 들어간 요리 하나...또 뭘 먹지?
메인으로 먹을 음식으로 뭘 골라야하나 고민하는데
옆 테이블에서 먹는 생선요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거도 하나 시키자.
아 그리고 아내가 마실 우젠 맥주도 하나.

홀린듯 들어와버린 가게를 뒤늦게 둘러보니
그래도 나름 내부도 깔끔하고 다른 테이블들의 음식도 괜찮아보인다.
그래 뭐 이런게 여행의 즐거움이지. 음식 너무 이상한 거만 나오지마라.

아내에게 이번 여행 최고의 맥주였던 우젠 맥주 不期而遇
不期而遇(불기이우)의 뜻은 우연한 만남

그냥 막 시켰는데 메뉴 조합이 나쁘지 않다.

정말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물론 재료 정도는 알았다만) 막 시켰는데
국수도 맛있고 죽순도 맛있고, 생선도 맛있다.
민물 생선이라 그런지 살은 탄탄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비린내 없이 부드럽고 약간의 고소함, 그리고 적당한 양념 맛이 훌륭하다.
거기다 따로 먹을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으로 시켜본 맥주는
아내의 두 눈이 커질 정도로 이번 여행 최고의 맥주.
원래 아내의 취향에 비하면 가벼운 느낌이지만
깔끔한 청량감과 그럼에도 부족하지 않은 고소함이
음식의 약간 기름진 느낌을 싹 넘겨준다.
점심이 부실했던 만큼 맛있는 저녁식사는 너무나 반가웠다.
아내를 납치해 데려온 할머니와 아주머니께 감사드려야 할 판이다.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방이 꽤 춥다. 라디에이터를 틀었지만 영 시원찮다. 싼 값을 하기는 하네.
그나마 이불은 두꺼우니 폭 파묻혀서 나오지 말아야겠다.

2022년 10월 9일 일요일

Jin과 Rage의 上海 여행기 - 20190303 (2) : 운하를 따라 乌镇 西栅 안으로

입장 후 곧바로 전통적인 방식의 염색공장이 눈에 띈다.



처음 만나는게 옛 염색공장이라서
민속촌과 같은 개방형 박물관 형태인가 싶었다만
계속 걸어가면서 보니 거의 대부분은 음식점과 상점과 민박.
(나중에 알고보니 전족박물관, 옛 대장간, 우체국 등이 있는데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친 것도 있더라. 우리의 공부 부족......)
그래도 아쉬움을 경치가 다 만회시켜주긴 한다.



가마우지 몇마리를 데리고 있는 배도 하나 보인다.
진짜 어업용이라기 보다는 이것도 아마 관광객용 볼거리이지 않을까?
어쨋건 우리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밖에 보지는 못했다.


우리는 계속 걸어다녔지만
운하의 마을 답게 관광객을 태운 나룻배들도 계속 지나다닌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우리도 한번 타 볼 걸 그랬......


점심 먹을 때이기도 하고 음식점도 많으니 뭘 먹을지 정해야겠다.
양이 적은 우리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전병이나 떡, 만두 등등.





주로 간편한 먹거리 위주이긴 했지만
간간히 제대로 배를 채울만한 식당들도 있기는 하다.
특히 한 가게는 먹음직한 돼지와 오리 훈제를 전시해서 눈길을 끌었다.


길을 따라 안쪽 끝까지 들어가니 바이리안 탑(白莲塔/백련탑)이 보인다.
서책의 서쪽 끝인 바이리안 탑은 9층탑이라서
올라갈 수 있다면 멋진 전망을 볼 수 있겠다만
아쉽게도 올라갈 수 있는 것은 3층까지만이다.


바이리안 탑 근처에는 관제묘(关帝庙)가 있다.
중국인들이 숭상하다 못해 도교에서 신으로 대접받는 관우를 모시는 사당.
우리가 들렀을 때도 많은 향과 절을 올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관제묘에 있는 관우 동상

바이리안 탑 주변은 찻집들이 많다.
그런데 많은 찻집들 틈에서 눈에 띄는 커피점 하나가 있었으니...

갑자기 "You Are My Girl" 노래가 들리는 거 같다...

2022년 9월 12일 월요일

Jin과 Rage의 上海 여행기 - 20190303 (1) : 6대 강남수향 중 하나 乌镇으로 가는 길

4일째 아침. 오늘은 우젠(乌镇)으로 가는 날.
우리는 숙소 체크아웃을 한 다음 상하이 남부 터미널로 향했다.
띄엄띄엄 읽는 한자로 어째어째 표 파는 곳을 찾아 두 장 구매 완료.

지하철에서도 그랬듯이
중국의 버스 터미널 또한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대중교통 탈 때마다 모든 가방 보안 검색을 하는게 정말 번거롭다.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느라 여태 뭘 먹지도 못했다.
좀 늦었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식사라도 해야겠다.
터미널 내 식당에서 샤오룽바오와 오리 고기 국수 하나씩 주문하자.


우리네도 역이나 버스터미널에 있는 식당들이라면 별 기대를 안한다만
상하이 남부 버스터미널 내 식당 음식 또한 역시나 맛이 그저 그렇다.
아니 솔직히 맛없다. 오리 국물은 누린내도 좀 나고.
그냥 KFC 같은데서 먹을걸 그랬나?
(중국 KFC 모닝세트에는 죽+요우티아오 세트 같은 것도 있다)
이쯤되니 상하이에서 맛있는 샤오룽바오를 못먹은 것까지 약간 억울해졌다.

버스 시간이 됐으니 타러 가자. 상하이에서 우젠까지 걸리는 시간은 90분.
어느 블로그 글에서는 여기 시외버스 상태가 복불복이라는데
다행히 우리가 탄 버스는 청결하다고는 못해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창밖을 보며 졸다보니 어느새 우젠에 도착했다.
다음은 숙소까지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탈 차례인데
관광객들이 많이 온 건지 버스에 손님이 만원이다.
상하이에서도 못타본 만원 버스를 인구 6천여명의 마을에서 경험하다니;;;
그나마 우리는 몇 정거장 안가고 하차해서 다행이다.

장강 삼각주 지역은 옛날부터 복잡한 물길들이 많아
이들을 잇는 운하들을 만들어 물자 수송을 원활하게 했다.
(그리고 심지어 그 물길을 베이징까지 연결하여
전체 2000km에 달하는 대운하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대륙의 스케일;;;)
이렇게 생겨난 수많은 물길 주변에 만들어진 수향마을들이
명청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관광지화 되었고 우젠도 그 중 하나.

우젠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운하를 기준삼아 서책과 동책으로 나뉜다.
(남책과 북책도 있지만 규모가 매우 작아서
관광지로서는 보통 언급되지 않는다.)
좀더 규모가 큰 서책이 주요 관광지로서 역할을 하고
동책 또한 관광지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적다.
(또한 저녁에는 폐쇄되기 때문에 야경을 볼 수 없다.)
우리 숙소는 동책의 관광지역 밖의 골목속 어딘가.


주소는 받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 어리버리 하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님이 우리에게 다가와 번역 앱을 동원하여 말을 거신다.
그렇다. 이분이 숙소 주인이었다.
알고보니 우리는 입구 코앞에 있었지만
주인이 마중나와주지 않았다면 들어가는 곳을 몰라 한참을 더 헤맸을 거다.
(저 위 사진 건물들 틈에 숙소 입구가 있었다;;;)

오늘 숙소는 솔직히 딴 거 안보고
178元(약 3만원)이라는 싼 가격 하나 때문에 예약했다.
뭐 그래도 스리랑카에서 15000원도 안하던 숙소보다는 낫겠지.
(물론 Booking.com에서 사진은 확인했다.)
안내 받아 들어간 방은 허름하긴해도 그럭저럭 멀쩡해 보인다.

그래 뭐 하루 잘 건데 이만하면 됐지.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어딘가 갔다오시더니
우리에게 박스 하나를 건네주신다.
또다시 번역 앱을 이용해 얘기를 해보니 이곳 특산 과자라고 먹어보란다.
싼맛에 예약한 숙소인데 이렇게 선물까지 받으니
대단한 건 아닐지라도 괜시리 호감이 상승한다.
(물론 번역앱을 이용해야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연신 밝게 웃으며 소통하려고 애쓰는 아주머님의 태도도 영향이 있었을 터다.)

포장을 뜯어보니 좀 과대포장이긴 했다. ㅋㅋㅋ

짐 정리하고 잠시 숨 좀 돌렸으니 이제 관광을 하러 나서보자.
우선 숙소 근처 골목을 따라 걷다가 서책으로 넘어 가야지.




낡은 목조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고풍스런 분위기는
마치 우리가 영화속 등장인물로 만들어주는 듯하다.
아직까지는 관광지 느낌보다 낡은 동네의 느낌.

운하의 마을 답게 곳곳에서 수로를 만날 수 있다

15분 정도 걸어 서책 입구에 도착했다.
좀전까지의 낡은 느낌과는 다르게 말끔한 분위기.





이제 본격적인 관광지로 들어가기 위해 입장료를 내야한다.
여태 쓰고 다닌 비용을 생각하면
2명 300元(약 5만원)의 입장료는 꽤나 비싸네.

2022년 7월 17일 일요일

Jin과 Rage의 上海 여행기 - 20190302 (4) : 上海에서 즐기는 변검 공연

오늘 저녁 식사를 할 식당은 바궈뿌이(巴国布衣).
파촉(巴蜀)이라고도 불리는 스촨 지방 요리, 즉 사천요리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그보다도 변검 공연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예전에 상하이에서 변검을 구경했던 아내가 나와 다시 보고 싶어 예약한 것.
사실 바궈뿌이 식당은 프랜차이즈라서 상하이 내에도 몇 곳이 있지만
시내에 있는 지점은 예약이 이미 다 차서
부득이하게 약간 외곽에 있는 지점을 찾아올 수 밖에 없었다.

전철을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한 우리는
징안다롱청(静安大融城)이라는 큰 쇼핑몰에 도착했다.
쇼핑몰 규모 자체는 크지만 빈 점포도 듬성듬성 보인다.

크고 아름다운 MS Windows 화면

식당 입구


전반적으로 한산한 쇼핑몰이지만
식당에 들어가보니 그래도 여기는 손님이 좀 있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으니 이제 요리들을 골라보자.
우선 식당의 대표 메뉴인 돼지고기 요리(晾干白肉 량간바이러우)와
충칭식 매운 닭볶음(重庆辣子鸡 충칭라즈지)을 메인으로 하고
곁들여 먹을 야채 요리인 보보칭차이(钵钵青菜)도 주문하자.
물론 밥이랑 아내가 마실 칭다오 생맥주도 포함해야지.



충칭식 닭볶음은 보기만 해도 속이 아리는 비주얼이다 -_-

량간바이러우는 얇게 썬 삼겹살과 오이를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는 일종의 냉채요리.
고소한 삼겹살과 기름기를 씻어주는 오이,
그리고 심심한 맛을 채워주는 소스의 조화가 훌륭하다.
아내가 예전에도 먹어보고 추천했었던지라 믿고 먹는 메뉴.
문제는 충칭라즈지인데...맛은 있다. 맛은.
하지만 맵기로 유명한 사천요리답게 엄청 맵다.
보통 맛있는 매움이 중독적인 부분이 있지만
이건 너무 매워서 계속 먹기가 힘들다. -_-;;;
전분 물에 데친 야채가 들어있는 보보칭차이가 아니었다면
정말 계속 먹기를 포기했을 거다.
......그런데 맛있긴 하다. 내일 화장실 좀 가겠네. ㅠㅠ

처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빈 자리가 좀 있었는데 어느새 거의 만석이다.
그말인 즉 이제 공연이 시작할 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예약이 헛되지 않아서 대략 안심)



얇은 비단 가면을 순식간에 하나씩 벗겨내는 비결이
혹시나 핸드폰 슬로모션으로 찍으면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국 슬로모션으로도 가면이 순식간에 바뀐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뻔한 듯 하면서도 보면 경탄할 수 밖에 없는 기술이다.
원래 변검은 천극이라고 하는 연극에 사용되는 기술인데
그 화려함 때문에 오히려 천극자체보다 더 유명해진 것.
나중에 언젠가 사천지방에서 천극 공연을 통해
기술로서가 아닌 스토리가 있는 변검을 한 번 쯤은 봐야겠다.

공연이 끝난 후 변검술사와 함께

식사와 공연이 모두 끝나고 식당을 나섰다.
오늘은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밤.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는 아쉽다.
그래서 로컬 브루어리를 즐기는 아내를 위해 Dr. Beer라는 펍으로 고고.


자주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아내의 선택은 당연히 샘플러 ㅋ.
마침 에일 종류들이 쌉쌀하고 바디감 있는 맛을 즐기는 아내에게 잘 맞아서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일은 아침에 버스타고 우젠(乌镇)으로 간다.
짧지만 즐거웠던 상하이 안녕~

2022년 7월 2일 토요일

Jin과 Rage의 上海 여행기 - 20190302 (3) : 커피 한 잔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여행객을 본 일이 있는가...

쇼핑몰 허탕을 친 우리는 커피나 한 잔 마시기로 했다.
중국도 근래 들어서 커피 소비량이 많이 늘고 있는데
이에 맞춰 윈난(云南)성에서는 커피 재배가 진행중이고
이 윈난성 커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카페들 또한 생겨났다.
우리가 가려는 Seesaw Coffee도 그 중 하나.
시소 커피의 여러 지점 중 우리가 찾아간 곳은 인민광장 근처.
공산국가에서 인민이란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 지역이 중심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터.
공원 주변은 상하이 시 정부와 박물관, 고급 호텔과 대형 백화점 등이 있다,
아까는 서울의 DDP 같은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명동의 거대화 버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인민 광장 앞은 인파로 북적였다. (상하이에서 처음으로 인파를 경험한다.)
지도상 위치는 쇼핑몰로만 나와서 무작정 들어가는 수 밖에 없겠다.
그런데 뭔가 여기는 커피샵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분위기.
결국 GG 치고 쇼핑몰 안내 직원을 찾아 물어봤더니 이 건물이 아니란다.
알고보니 같은 이름의 쇼핑몰 건물이 여럿.
어쩐지 화장품과 명품 상점들밖에 안보이더라 -_-;;;

앞서 안내 직원이 알려준 다른 건물로 가보자.
여긴 또 입구에서 바로 에스컬레이터 타고 위층으로 가게 되어있네?
어쨋건 들어가서 찾아보면 나오겠지...했지만 이번에도 헤매는 우리.
내려와보면 다른 길이 안보이고, 올라가봐도 카페가 안보이고,
카페 하나 찾자고 이게 뭐하는 삽질인지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결국 다시 (다른) 안내 직원 붙잡고 물어봤지만
이 직원도 카페 위치를 정확하게 모른다.
그래도 자기가 뭔가를 찾아보더니 이래저래 가라고 설명을 하는데...
문제는 이 직원 영어가 미숙해서 어디로 가라는 건지 잘 못알아듣겠다.
어차피 계속 붙잡고 있어봐야 서로 힘들기만 하니
대충 알아 들은 정보를 토대로 다시 찾아봐야지.

그러나 1층에 카페 가는 길이 있다는 안내에도 무색하게
우리의 헤맴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그런데 한참 헤매다가 이제는 거의 포기할까 싶었던 순간
(사실 이미 포기하고 싶었는데 오기를 부리고 있었던 것)
알고보니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뒤편으로 작은 틈이 있다.
하아......저 길을 발견 못해 몇 번을 헤맸던 건가......
여하간 그 조그만 샛길로 들어가니 시소 커피가 뙇.

어렵게 어렵게 찾아낸 카페에서 커피 주문을 하려다가
정작 커피가 아닌 다른 곳에 눈이 돌아가버렸다.
매장 한편에 커피 맥주가 전시되어 있는 것.
커피도 맥주도 좋아하는 아내가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결국 주문은 커피 하나, 맥주 하나 (합쳐서 76元)



바깥 날씨는 쌀쌀한데 (솔직히 3월의 상하이가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
계속 걸어다닌데다가 따뜻한 커피 한잔까지 하니 살짝 땀이 난다.
(사실은 그냥 실내가 따뜻한 거겠지? -_-)
지금 시각은 오후 4시. 날씨가 좋다면 인민광장 산책이라도 하겠는데
쌀쌀한 날씨와 우리의 피로가 도저히 그럴 맘이 들지 않게 한다.
그러고보니 저녁 식사 예약한 식당까지 거리가 좀 있으니까
어짜피 지금 이동해야 늦지 않게 가겠네.

2022년 5월 16일 월요일

Jin과 Rage의 上海 여행기 - 20190302 (2) : Bon appétit in 上海

빵을 조금 사 먹긴 했지만 아직은 아쉬운 양.
브런치(라지만 사실상 점심)로 뭔가를 더 먹어야지.
여기는 프랑스 조계지이니 크레페를 먹으러 가면 딱이지.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라 크레페리(La creperie).
마침 앉아서 빵을 먹는 동안 비가 잦아들었으니
프랑스 조계지 건물 구경이나 하면서 걸어가보자.

중국식 다세대 가옥과 근대 서양식 저택이 뒤섞인 거리

이것은 공중전화인가 공중 와이파이인가...

프랑스 조계지를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우캉맨션(武康大楼) 앞을 우리도 지나가게 되었다.
1924년에 지어진 상하이 최초의 근대식 아파트이자
영화 색계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우캉 맨션은
범선 형태를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독특한 모양새가
누구든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우캉 맨션 모양을 본딴 아이스크림도 있다던데...

20분쯤 걸어 라 크레페리에 도착했다. 다행히 빈 좌석이 하나 남아 있네.
크레페 요리 하나만으론 아쉬우니 푸와그라도 추가해서 주문 완료.
수많은 요리로 유명한 중국에서 프랑스 요리를 먹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이 또한 상하이에 자리잡은 역사니까라고 변명을 해본다.

수탉 장식은 아마도 프랑스를 상징하기 때문에 있는 거겠지?

이상하게도 주방을 보면서 여기가 중국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도 여러 이국 음식을 먹었고
일본에 가서 프렌치를 먹어보기도 했고 그랬지만
내가 또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라 크레페리에서는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와이탄이나 조계지에서의 유럽식 근대 건물들 속에서도 그러지 않았는데
왜 여기서 유달리 이질감이 드는 걸까?
그런 묘한 환상속에 내가 빠져있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본아쁘티(Bon appétit)!  

맛있는 크레페로 오늘 오전 브런치 여정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나오면서 인증샷으로 사진 한 장을 찍을까나?
인도에서 마땅히 화각이 나오질 않아 차도 건너 맞은편으로 갔다.
그랬더니 이번엔 지나가는 차들이 문제.
그러다 결국 찰나의 타이밍을 잡아 찍기는 했는데......

너무 많은 걸 집어 넣으려다가
아내가 너무 작게 나온데다가 촛점도 안맞았다 -_-;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우리의 다음 일정은 쇼핑.
예전부터 카메라 가방을 하나 사려고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제일 맘에 들었던 ZKIN이란 홍콩 브랜드의 지점이 상하이에 있더라.
(그리고 제일 맘에 들던 모델은 한국에서 구해지지 않는 상황)
그 상황을 알게 된 아내가 여행 때 가보자며 일정표에 넣어뒀다.
상하이 지점이 있는 주소를 찾아보니 큰 쇼핑몰 안에 있는 듯.

주소를 따라 찾아갔더니 대형 쇼핑몰 빌딩이 모여있는 지역이네.
그런데 그 분위기가 마치 우리네 DDP 주변의 쇼핑몰들 같다.
큰 건물 속의 복잡한 작은 매장들을 지나 층을 올라가고
그런 후 주소에 나온 번호의 매장을 찾는데.........없다?
주소의 매장은 ZKIN 브랜드와는 아무 상관없는 의류 매장.
잘못 찾은 걸까 싶어서 다시 층을 샅샅이 뒤지고
심지어 혹시나 건물을 잘못 찾은 걸까 밖으로도 나와봤지만......
젠장. 주소가 잘못된 건지 매장이 없어진 건지 뭔지는 몰라도
우리가 헛걸음 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_-;
여행와서 시간만 버렸다는 허탈한 마음에 발이 안떨어지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그냥 돌아 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