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9일 일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501 (3) : 숙취해소 음료의 위력

어제 지나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가서
나가사키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난 뒤 북쪽으로 향했다.
운젠에서 히라도까지는 140km 정도의 거리이고
그 중에 80km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게 된다.
그런데도 2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게 이상해 보이겠지만
사실 일본의 고속도로를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처럼 생각하면 안되는게
일본의 상당수 고속도로는 제한속도가 80km/h 이하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심을 지나거나 할 때에는 50~60km/h 이하인 경우도 있다.
거기다 혹시나 과속하다 걸리면 30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하니
다들 규정 속도도 잘 지키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보다 같은 거리도 훨씬 오래 걸리는 편.

규정속도 신경써야하지, 방향은 반대지, 전날 술은 많이 마셨지...
운전하는 형은 엄청 피곤할만 했다.
그런데 와중에 휴게소도 잘 보이질 않는다.
1시간 반이 넘어가면서 위태위태하던 형의 운전은
2시간이 지나 사세보(佐世保)를 지날 무렵 졸음 운전이 되었다.
계속 말도 걸고 내가 운전하겠다고도 했지만
술취한 사람이 자기 술 안취했다고 하는 것 마냥
이 형도 괜찮다며 교대를 안한다. -_-;;;
(사실 나도 장거리 운전할 때는 종종 그래서 이해는 한다만...)
결국은 고속도로가 끝난 후 한적한 길에서
인도에 부딪혀 휠에 기스가 나는 사고(?)가 난 후에야 운전 중단.
그나마 더 큰 사고가 나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우선 편의점이 나오면 음료수 하나 마시며 쉬어야겠다.

대중교통을 두고 왜 굳이 그렇게 힘들게 운전해서 가냐 싶겠지만 나가사키나 후쿠오카에서 대중교통으로 히라도에 오려면
기차든 버스든 사세보에 가서 버스를 타고 와야하니 복잡하다.
그래서 장거리임에도 차를 빌린 것인다.

사고 후 얼마 안가서 편의점을 만났다.
그리고 편의점의 한 구석에서 간이 그려져 있는 병을 발견.
뭔지 모르겠지만 간장약이 아닐까 싶어서
술과 피곤으로 지쳐있을 3명은 하나씩 마셨다. (난 술은 안마셨으니...)
그리고 이것은 이들에게 신세계를 열어주었으니...
간 그림이 그려진 음료 하나 마셨다고
다들 피곤과 숙취가 다 날아간 거 같은 플라시보를 체험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들이 마신 것은 숙취해소 음료 헤파리-제였다;;;

그렇다. 이후로 나를 제외한 3명은
이 음료와 술을 번갈아 마시는 신공을 펼치게 된다. -_-;


헤파리-제가 안보일때는 우콘노치카라를 마셨다
이것도 알고보니 일본 인기 1등 숙취해소음료

플라시보건 어쨋건 원기를 회복한 우리는
오바마에서 출발한지 3시간만에
무사히 히라도 카이조 호텔(平戸海上 Hotel)에 도착했다.



히라도 카이조 호텔의 외관 느낌은 딱 오래된 우리나라 온천 관광호텔.
주차요원들도 나이 지긋한 5~60대 분들이시다.
히라도는 사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시골 섬마을이다보니
숙소 선택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창은 낡아서 뿌옇지만 히라도 대교를 비롯한 근해의 경치가 좋다

방에 짐을 갖다둔 후에는 여지없이 목욕탕 행.
우리가 이 호텔을 선택했던 이유인 노천탕으로 가자.



이곳의 노천탕에서는 히라도 해협의 경치를 보면서 목욕을 할 수 있다.
확실히 운젠에 비하면 수질은 못한듯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경치를 보면서 목욕할 수 있어서 좋네.
목욕하는 도중에 커다란 독수리가 목욕탕 바로 앞을 지나가기도 해서
나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목욕 후에는 유카타로 갈아입은 후
장난스런 포즈와 함께 사진을 남기는 것도
여행객이 즐길 수 있는 재미.





이제 저녁을 먹으러 호텔 레스토랑으로 가자.


일본 숙소에서의 저녁 정찬은 언제나 다양한 먹거리로 넘쳐난다





먹느라 음식 사진은 찍은게 별로 없네.
솔직히 운젠 후쿠다야에 비하면 약간 짜기도 하고
음식의 질이 조금 못하긴 했지만
신선한 회와 히라도 와규 요리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들로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식사때 빠지지 않는 생맥주 또한 여지없이 등장.
거기다 옆 테이블에서 마시는 것을 보고는
지역 사케도 두 병이나 시켰다.

식사할 때 맥주를 마셨다고 음주가 끝날리 없다.
우리는 방으로 돌아와서 다시 맥주파티를 시작했다.
(그리고 난 또 여지없이 녹차 홀짝...)
히라도 카이조 호텔의 각 층에는 맥주 자판기가 있었는데
각 층별로 파는 맥주 종류가 달랐다.
그렇다보니 처음엔 1층에서, 그다음엔 2층에서...
그렇게 다들 어느정도 취할 때까지 맥주 파티는 계속되었다.
내일 또 다들 약발로 버티는 하루가 되겠구만. -_-;;;

이제 내일은 낮에 히라도 구경을 하고나서 후쿠오카로 가자.

2017년 10월 27일 금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501 (2) : 雲仙의 또다른 온천 마을 小浜

오시도리노 연못은 댐으로 만든 인공 연못이다만
푸른 녹지와 물이 만들어내는 경치는 꽤나 훌륭하다.
차를 댐 근처에 세워두고 산책을 가보자.







10여분간 산책한 후 이제는 운젠 온천을 떠날 시간.
점심은 산 아래 바닷가 마을인 오바마(小浜)에 가서 먹자.
올라갈 때도 그랬듯이 20여분의 꼬불길을 가다보니
살짝 멀미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_-;

우리가 찾아간 가게는 무시가마야(蒸し釜や).
각종 야채와 해산물들을 직접 고르면
온천 열기를 이용한 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온천 찜기


요리할 재료들은 직접 집어가야 한다


큼직한 굴은 안먹을 수 없지


찜 이외에 튀김과 생선 조림도 맛있었다

신선한 재료 덕분인지 온천 열기로 찜을 해서 그런지
맛이 좋아서 다같이 폭풍 흡입했다.
그리고 식사할 때 맥주는 이제 너무나 당연한 것.

맛있게 점심을 먹은 다음 후식 먹을만한 곳으로 가보자.
마침 무시가마야 바로 옆에 Orange Gelato라는 가게가 있다.
가게 이름과 어울리게 젤라또 2개와 커피 2잔을 먹자.
그리고 내 눈에 띈 아이스크림 센베이(煎餠)도 하나.
이 가게는 온천수를 졸여 얻은 소금을 이용해서
단짠 젤라또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트 모양 아이스크림 센베이


쫀득한 느낌은 덜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젤라또인 편
다만 커피는 비추

후식까지 먹은 후 소화도 시킬 겸 오바마 마을을 둘러보자.
젤라또 가게에서 다시 바닷가쪽으로 나왔다.
바닷가 제방쪽에는 조그만 노천 온천욕장이 있다.
입장권은 근처의 자판기를 이용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해상노천탕의 위치가 어디냐면


무려 방파제 위가 되겠다. -_-;

바다 경치를 보면서 온천욕을 하는 건 좋다만
그게 하필 방파제 위라니 굳이 여기서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어쨋건 온천수가 남아도는 곳이니 재밌는 발상을 한 듯 하다.

바닷가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일본 최대의 족욕탕 호또후또 105(ほっとふっと 105)가 나온다.
이름 그대로 105m짜리 족욕탕 (Hot Foot의 일본식 발음...OTZ).



족욕탕의 한쪽 끝에는 무시가마야에서 본 것과 같은 온천 찜기가 있다.
200엔을 내면 30분동안 사용할 수 있고
계란, 감자, 고구마 등은 바로 앞의 가게에서 살 수 있다.
우리는 배가 부르니 그냥 구경만 하자.


계란(たまご) 8~10분, 감자(じゃがいも) 20~30분 등이 적혀있다


찜기 뒤편에서는 온천수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자.
다음 목적지인 히라도(平戸) 섬은 차로 2시간 반을 가야 하는 먼 거리.

2017년 10월 25일 수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501 (1) : 사람에게 삥뜯기는 雲仙地獄

어제 맥주 파티를 벌이느라 피곤했지만
이 날은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전세 노천탕을 아침 7시로 예약해놨기 때문이다.
후쿠다야에는 4개의 전세 노천탕이 있고
비는 시간이 있을 때 1시간동안 이용할 수 있다.
어쨋건 아침 식사 전에 전세 노천탕을 즐겨보자.
아내와 둘이서 온천욕을 같이 즐기기는 이번이 처음.


아담하지만 가족, 연인끼리 오붓하게 온천을 즐기기 좋다 

온천욕을 마친 후에는 아침 식사를 할 차례.
전날 저녁도 그랬지만 후쿠다야의 음식들은
보통 일식에서 느껴지는 달짝지근함이 적어서
어지간한 사람들 입에는 다 잘 맞을 것 같다.



식사 후 방에 돌아가 짐을 싸고는 녹차 한 잔 하며
어제 늦게 와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바깥 풍경을 보니
무성한 나무들이 만드는 경치가 꽤 훌륭하다.



이제 로비로 내려가서 체크아웃을 하자.
어제 체크인 하면서 받은 할인 쿠폰으로
로비층 커피샵의 일리(Illy) 커피도 한잔씩.


머리에 꽃을 단 어느 부부...

체크아웃을 한 다음 우선 숙소 근처의 운젠 지옥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온젠 지옥까지는 걸어서 5분거리.
조금 걸어가니 금새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곳이 보인다.



유황 냄새와 열기로도 지옥을 연상시키는 곳이지만
실제로 이곳은 기독교를 탄압하던 때 순교지였던지라
한때는 실제로도 슬픈 이야기가 가득한 지옥이었다.

운젠 지옥 안으로 들어가보자.




각 지옥마다 이름이 붙어있다


지옥들 사이는 여느 산책길과 다를 바 없다


대절규 지옥


이름에 어울리게 입에서 연기 내뿜는 신을 찍고 싶었으나...


산책로 정상에서.
마침 정면의 건물이 리모델링 중이라서 흉가처럼 나왔다

운젠 지옥 산책을 끝낼 무렵 기괴한 장면이 나타났다.
곳곳에 파이프로 온천수를 끌어 쓰고 있는 모습이 그것.
지옥의 악마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삥 뜯기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랄까?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신사가 하나 있었다.
그 이름도 너무나 정직한 온천신사(溫泉神社).



신사 자체는 작고 그다지 볼만한 것은 없었다.
운젠 지옥 구경은 이제 끝났고
온천 지대에 왔으니 온천에 삶은 달걀은 하나 먹어야지.


달걀 파는 곳 옆에서 사람이 오가든 말든 널부러져 있던 길냥이(?)

삶은 달걀을 먹은 후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주차해 둔 차를 가지고
근처의 오시도리노 연못(鴛鴦の池)으로 향했다.
후쿠다야에서 연못까지는 차로 5분거리.

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430 (3) : 이번엔 Glover Garden의 하트 스톤

다시 오우라 성당 앞을 지나 글로버 가든으로 향했다.


요~코소 구라바-엔



글로버 가든은 일본 근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스코틀랜드 출신의 토마스 블레이크 글로버의 이름을 딴 것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목조 건물인 그의 저택과
그가 일하던 공관을 공원화한 것이다.
처음에 얼마간은 계단으로 올라갔지만
매표소를 지나고 나니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편하게 언덕 꼭대기까지 갈 수 있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공관은
일본의 근대화 관련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여기서 바라보는 나가사키 항 전경이 일품



공원 내에서는 근대 제복과 드레스를 빌려 입고
자신들의 추억을 담고 있는 커플도 볼 수 있었다.
화려한 제복과 드레스가 정원과 잘 어울리는 것 같네.




1.2L 렌즈도 이런 때 써보자

공관에서 조금 걸어 내려오면 글로버 저택이 있다.
저택 내부는 생활하던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놓았고
한쪽에는 조그만 온실 식물원처럼 꾸민 공간이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내려가는데 바닥을 사진찍는 사람이 보였다.
알고보니 하트 스톤을 찍기 위한 것.
글로버 가든에는 세 개의 하트 스톤이 있는데
모두 발견하면 행운이 온다는 얘기가 있다.



이제 주차를 해둔 곳으로 다시 돌아가자.
계속 걸어다녔으니 이제는 전차를 타고 메가네바시 근처로 갔다.
주차를 해놨던 시민회관을 못찾아 잠깐 헤맸는데
오히려 그 덕에 골목 속의 예쁜 가게들 구경도 하게 되네.



주차장을 찾아낸 후 차를 찾아서 출발.
이제 오늘 1박을 보낼 숙소인 운젠(雲仙)의 후쿠다야(福田屋)로 가자.
나가사키 시내에서 운젠 온천지대까지는 1시간정도 거리.
그런데 가는 길이 은근히 차량 정체가 좀 있네.
일본도 황금연휴이니 운젠으로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1시간 좀 넘어 운젠 시가지를 지나고 나니 교통은 원활해졌다.
다만 이제는 본격적인 산길의 시작.
상당한 꼬부랑 길이 운젠 산의 험준함을 느끼게 해준다.
운젠 국립공원은 1934일본 최초의 국립공원 중의 하나인 만큼
(세토 내해 국립공원, 기리시마 국립공원과 함께 선정되었다.)
서두르지 말고 경치를 감상하며 가는 것도 좋겠다.

한참 구불거리는 산길을 오르는 거 같더니
어느새 마을과 함께 운젠 지옥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드디어 1시간 반이 넘는 이동 끝에 후쿠다야에 도착.
모던 료칸이라는 컨셉답게 내부는 세련되고 깔끔하다.




웰컴 녹차와 우유 푸딩

방에다 짐을 푼 다음 예약해둔 식사시간까지는 1시간이 있으니
재빨리 온천에 가서 몸을 풀고 오자.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노곤노곤하고 좋구나.
이제 식사하러 가야지.


디저트까지 총 12가지 코스 -o-
















음식들은 특별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정갈하고 맛있는 편이었다.
식사 후에는 다시 온천. 이번에는 노천탕으로 가자.
산골이라 공기는 선선한데 물은 뜨끈하니 기분 좋구만.

온천욕을 한 후에는 방에서 맥주파티.
숙소의 매점에서 맥주와 안주를 이것저것 사와서 먹는데
이 사람들 놀러와서 그런지 술이 술을 부른다. -_-;
결국 매점이 문 닫는 11시까지 맥주를 계속 사왔다.
술 못먹는 나는 옆에서 녹차나 홀짝홀짝.
내일은 차로 히라도(平戸)까지 2시간 넘는 거리를 가야하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운전을 맡을 형의 상태는 걱정된다. -_-;;;

자 이제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