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것만 같았던 1주일이 벌써 다 지났다니.
마지막날은 고고학 박물관에서 시작했다.
다양한 고대 유물들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들르는 곳인 만큼
일찍 가야만 번잡함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아침에 문 열자마자 들어가기 위해 나름 일찍 일어났다.
그러나 현실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번잡했다. -_-
고고학 박물관 앞은 이미 단체 관광객들의 버스만도 수두룩히 서있었다.
뭐 그래도 나중에 오는 거보단 나으려니 생각하며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문 여는 시간이 다 되자 너도나도 입구로 몰려들어
까딱했다가는 입장하는데만 한참을 기다릴 뻔 했지만
1주일새 늘어난 눈치와 몸싸움(?)으로 비교적 일찍 입실 성공.
고고학 박물관 |
고고학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다.
촬영을 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하는데
귀찮기도 하고 꼭 촬영을 해야할 이유도 없고 해서 그냥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검사를 하긴 하는데 그다지 꼼꼼하진 않네.
대부분의 유물들은 고대 이집트 왕국 시대의 유물들이었고
(사실 당연한 것이 이름부터 고고학 박물관 아니던가)
로마에 정복당한 후의 유물들이 일부 있었다.
그리고 1층은 전시실 번호가 연도별 순서이기 때문에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를 관찰하기에도 좋다.
2층은 1/3 정도가 투탕카멘(Tutankhamun) 피라미드의 유물이었다.
1층과 2층 사이에는 미라 전시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미라 전시실은 또 별도 요금을 내야한다.
그것도 박물관 입장료의 2배나 되는 돈을 낸다 -_-
난 누비아 박물관에서 미이라 몇 구 봤으니까 넘어가자.
전시물들을 일일이 보자면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1층에서 하나하나 둘러보다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길레
2층에서는 설렁설렁 돌아다녔음에도 2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관람을 끝내고는 시타델(Citadel)로 고고씽~
이집트에 오고 얼마 안되어서 택시기사한테 바가지 사기 당하고 -_-;
길대장님한테서 들은 얘기가 있었다.
"얘들 바가지도 사람 봐가면서 씌워요.
이집트 온지 몇일 됐는지 눈치껏 알아본다니까요."
그땐 설마 그럴까하며 그저 웃어 넘겼는데
언젠가부터 택시기사들이 심한 바가지를 안씌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타델로 가는 택시도 마찬가지. 내가 부른 액수에 흔쾌히 응한다.
딱히 돈을 아낀 것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좋다.
택시에서 기사 아저씨랑 축구 얘기나 해볼까 하고 말을 붙여봤지만
(당시 이집트는 아프리칸 네이션스 컵 결승전에 진출한 상태였다.)
영어 잘 못한다고 미안하다고 그러시네.
결국 20여분간 차안은 적막했다. -_-;
그래도 여태껏 만나본 택시 기사 중에서 가장 얌전하게 운전하는 편이고
앞에서 얘기했던대로 택시비 협상이 기분좋게 끝났던 것에 감사하기 위해
내리면서 요금에 팁을 좀 후하게 얹어줬다.
전혀 생각못했었는지 고마워하는 기사 아저씨 표정에 나도 기분 업.
이제 마지막 관광지 시타델,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요새다.
중세 이슬람의 영웅인 살라딘(Salah ad-Din/살라흐 앗딘)이
(영어권에서는 Saladin이라고도 쓴다)
십자군과 대적하기 위해 만든 1176년에 구축한 요새이다.
물론 지금의 요새는 그의 사후에 증축 및 보수 된 것.
시타델 도착. 왜 택시기사에게 저기까지 가자고 안했을까 OTZ |
이제 시타델 안으로 들어가보자.
그저 단순한 요새 유적이라면 구경이 심심할 수 있겠지만
안에는 화려한 모스크들과 근대 왕정 시절의 유물들의 전시관도 있어
구경할 것은 충분히 많다.
특히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의 화려함이 백미.
왼쪽이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 녹색 돔은 알-나시르 무하마드(al-Nasir Muhammad) 모스크 |
중세시대의 영웅 살라딘이 지은 시타델과
근대 이집트의 독립을 이끌어낸 무하마드 알리의 이름이 붙은 모스크.
(그후에 영국 지배하에 들어가는 때가 또 있긴 하지만)
중세 이후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두 인물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모두 여기에 다 있는 셈이다.
@ 근대 이집트 건국의 영웅인 무하마드 알리 만큼
위대해지고 싶었던 권투선수 캐시어스 클레이는
이슬람교로 개종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대로
무하마드 알리로 개명하고 실제로 위대한 선수가 되었다.
알-나시르 무하마드 모스크는 녹색의 돔 아래 뻥 뚫린 공간으로 되어있다.
모스크 내에서는 신발을 벗는 것이 예의이기에
나도 한쪽 구석에 두고 돔 아래를 구경하였다.
알-나시르 무하마드 모스크 |
녹색 돔 아래 |
돔 아래에서 본 출구쪽 |
알-나시르 무하마드 모스크를 구경한 뒤
상당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로 향했다.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로 가는 길 시타델 내부도 그냥 열린 공간이 아니라 성벽들이 둘러쳐져 있다 |
화려한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의 돔과 미너렛 |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는 이스탄불의 모스크를 본 따 만들었다.
1857년에 완성되었으니 시타델의 건축시기와는 700년이나 차이나는 셈.
밖에서 보는 외양도 아름답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한층 더한 화려하다.
입구의 회랑만으로도 알-나시르 무하마드 모스크가 초라해진다.
회랑만해도 아까보다 더 화려함을 쉽게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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