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기온차와 모래먼지, 그리고 여행중의 피로때문인지
일어날 때부터 약간의 감기기운이 느껴졌다.
나말고 다른 일행들 몇명도 마찬가지.
그래서 그런지 사막투어 이후로는 일행들의 얘기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지쳐도 힘내서 돌아다니던 모습들보다는
차안에서 쓰러져 자는게 더 익숙한 모습들이 된 것이
여행도 1주일에 한번은 푹 쉬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사막에서 일어나 아침을 맞이한 뒤, 다시 차를 타고 룩소르로 향했다.
어제 출발하던 때에 비하면 조용한 차안. (내가 졸아서 그런걸까? -_-;)
한참을 달려 룩소르로 돌아와서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내려두고
오늘은 룩소르 서안의 관광지들을 돌아보는 투어를 시작했다.
룩소르 시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동안과 서안으로 나뉘어진다.
동안은 룩소르 시가지와 카르나크 신전, 룩소르 신전등이 있고
서안은 왕가의 계곡, 멤논(Memnon)의 거상, 다수의 장제전 등이 있다.
우선은 멤논의 거상을 향해 고고씽.
멤논의 거상. 거상 두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
멤논의 거상은 룩소르 서안의 주요 관광지로 가는 초입에 있다.
원래 이 거상 뒤에는 아멘호테프(Amenhotep) 3세 장제전이 있었으나
이후의 왕들이 다른 건물을 짓기 위한 석재로 쓰면서 장제전이 파괴되어
이렇게 거상 두개만 덜렁 남은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원래 이 거상들은 아멘호테프 3세의 석상인데
왜 멤논의 거상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으니...
고대 이집트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정복당하고
알렉산더 대왕이 사망 후에는
수하중 한명인 프톨레마이오스(Ptolemy) 1세가 이집트를 지배하면서
이집트는 그리스 혈통의 왕이 지배하는 땅이 되었다.
(이른바 고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그리고 그리스 혈통의 지배를 받던 이 기간동안에
거상을 그리스 신화 속 에디오피아 왕인 멤논의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도 멤논의 거상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자신들의 정통성에 위협이 되는
고대 이집트 최고 번성 시기의 왕이었던 아멘호테프 3세의 신전과 거상이
가장 없애야할 대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진으로 봐서도 알겠지만 거상의 보존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이미 옛날 로마 지배 시절에 발생했던 지진으로 많이 부서진데다가
몇몇 외에는 보존/복원이 신통찮은게 많았던 다른 유적들처럼
이 거상의 복원도 진행이 더딘듯해 보였다.
보존 상태가 좋지는 못했던 멤논의 거상 |
거상들을 잠시 구경하고 향한 곳은 왕비의 골짜기.
왕가의 계곡이 왕들의 암굴 무덤들 집합소이고
왕비의 계곡은 말 그대로 몇몇 왕비와 왕자의 암굴 무덤들이 있는 곳인데
람세스 2세의 부인 네페르타리(Nefertari)의 무덤이
그 중에서 가장 볼만하다고 한다.
왕비의 계곡으로 가는 길 |
하지만 셔틀버스 따위는 없으니 열심히 땡볕 속을 걸어야만 한다.
왕비의 계곡. 중간중간 보이는 암굴들이 다 별개의 무덤이다 |
네페르타리의 무덤 입구 |
인지도 높은 네페르타리의 무덤은 다른 무덤들과는 약간 떨어져 있었다.
높은 인지도 만큼이나 따로 관리되고 있는 듯 하다.
나중에 들를 왕가의 계곡도 그렇지만 암굴내부는 촬영을 금하고 있다.
어두운 실내인지라 조명을 써야하는데
그러면 벽화들이 빛바래는 훼손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딱히 감시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런건 잘 지켜줘야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