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6일 화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남부 가족 여행기 - 20150502 (1) : 꼭두새벽부터 시작한 산행

야쿠시마에서의 둘째날은 부모님들과 우리의 일정을 따로 잡았다.
부모님들은 아침 9시에 출발하는 섬 일주 투어를 가시고
아내와 나는 미야노우라 산으로 등산을 간다.

우리의 목표는 수령 7200년의 삼나무인 조몬스기(縄文杉)까지 가는 것.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코스는 두가지인데
아라카와(荒川) 등산로를 통해서 가거나
시라타니운스이 계곡(白谷雲水峡 시라타니운스이쿄)으로 가는 길이 있다.
(사실 어디서 출발하건 중간에 만나기는 한다.)
전자는 8~10시간, 후자는 10~12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우리는 가급적 빨리 돌아올 수 있는 아라카와 등산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미야노우라 항에서 아라카와 등산로를 가는 방법은
버스로 야쿠스기 자연관(屋久杉自然館)까지 간 다음
다시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가면 된다.
문제는 야쿠스기 자연관을 가는 버스가 하루에 한대,
그것도 새벽 4시 45분에 있다.
(돌아오는 것도 17시 10분 버스 하나 뿐.)
그래서 아내와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야만 했다.
(야쿠시마 버스는 계절마다 운행 시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야쿠시마 관광협회에서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이트가 상당히 느려서 끈기가 필요하다.)

주무시는 부모님들 깨지 않으시도록 조심스레 방을 나섰다.
물을 끓인후 보온병에 넣어 산에 오르면서 마실 따뜻한 물을 확보하고
초콜렛 같은 간식거리와 비옷등을 챙긴 가방을 들고 현관으로 나가니
어제 주문했던 도시락 두개가 놓여있었다.
(원래 현관에 두겠다고 했었다.)
도시락도 챙겨넣고는 칠흙같은 어둠속을 지나
어제 내렸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5월이지만 시골의 새벽이라 그런지 약간은 쌀쌀한 공기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바로 앞에 있는 가게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다름아닌 도시락 가게인데 우리처럼 새벽에 등산 출발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어두운 새벽에도 영업중이었다.


정류장 앞의 도시락 가게는 꼭두새벽부터 열고 있었다

버스는 거의 정시에 도착했다.
시간표에 따르면 야쿠스기 자연관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역시나 일본답게 도착시각은 거의 어김이 없었다.
버스를 티고 오는 중에 해가 떠서 이제는 밝은 하늘이다.

5시 반에 도착한 야쿠스기 자연관 앞은
이제야 막 동이 튼 새벽시간이 무색하게도 200여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두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미야노우라에서 오는 버스는 우리가 탄 버스 뿐인데
(그리고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는 아직 시간이 안됐는데)
아마도 단체 관광객을 데리고 온 버스가 있었나보다.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로 가는 버스 표를 사고 줄을 섰다.
아라카와 등산로로 가는 버스는 30분마다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많은 등산객들을 수송하기 위해서 실제로는 몇분에 한대씩 다녔다.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까지는 버스로 30분.
차창 밖으로 보이는 우거진 숲이 오늘 산행에대한 기대를 높인다.

마침내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6시 반.
미야노우라 항으로 돌아가는 17시 10분 버스를 타기 위한 마지노선인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에서 16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면
어떻게든 10시간 안에는 다녀와야한다. 얼른 출발하자.
어제 작성한 등산 신고서는 등산로 입구의 사무실에 제출하면 된다.


한 일본인 가이드가 찍어줬으나 초점이 뒤에 맞아 망한 사진


등산로는 철길로 시작된다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에서는 철길을 따라 가면 된다.
철길이 있는 이유는 사실 여기가 삼나무 벌목장이었기 때문이다.
야쿠시마 삼나무는 옛날부터 고급 목재로 인기 있었고
근대에는 본격적인 벌목를 위해 철로까지 깔고 수송했다.
그나마 1970년대에 와서야 벌목이 중단되었고
1993년에는 UNESCO 자연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등산로는 철길을 따라가면 된다

철길을 따라가니 아무래도 경사도 거의 없다시피해서 편하다.
부담도 없고하니 이것저것 경치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중간중간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만나는데
사람이 걷기 위한 길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보니
철로 부목 사이로 구멍이 숭숭 나있어서 살짝 아찔한 느낌이 있다.




다리는 발 헛디디면 떨어질 듯한 아찔함이 있다

빽빽하게 푸른 숲과 이끼들이 만든 풍경들이 아름답다. 감상하며 가자.








1시간 반쯤 걷고나니 샛길을 만났다.
표지판을 보니 시라타니운스이 계곡으로 가는 길.
시라타니운스이 계곡은 사실상 이 여행을 처음 계획하게 했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姫)'의 배경이 된 곳이다.
나중에 하산할 때 시간이 된다면 이쪽으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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