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에 보이는 호수는 씽크바틀라바튼(Þingvallavatn).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호수다.)
알고보니 우리는 이미 씽크베틀리르 공원에 들어와 있었다 |
구글맵이 가르쳐주는 대로 차를 몰고 계속해서 가는데
중간에 씽크베틀리르를 가르키는 방향이
우리가 가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알려주는 도로표지판이 보여서
뭐지 우리 엉뚱한데 가는 건가? 하고 긴장했지만
어쨋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씽크베틀리르 공원이 넓어서
들어오는 입구가 여러 곳이라 생긴 혼란이었다.
어느쪽으로 들어왔어도 상관 없었네.
대표적 관광지라 그런지 넓은 주차장과 안내센터 건물이 있고
무엇보다 공원 입장료를 받는다. -o-
(아이슬란드 자연 관광지 거의 대부분은 입장료가 없다)
길게 이어진 지각 틈새와 습지 |
공원 안으로 들어가보자.
씽크베틀리르는 지질학적으로 유라시아판과 아메리카판이 만나는 곳.
그래서 곳곳이 이렇게 갈라진 계곡으로 형성되어있다.
따라서 유럽과 아메리카를 한걸음에 뛰어 오갈 수 있달까?
(물론 이 계곡은 아이슬란드 전역에 형성되어있다)
유라시아판과 아메리카판의 사이에서는 지금도 땅이 솟아오르고 있어서
아이슬란드는 계속해서 국토가 넓어지고 있기도 하다.
의회가 있었던 지역 |
씽크베틀리르가 중요한 또다른 이유가 있는데
이곳이 세계 최초로 민주적 의회가 있었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계곡의 초원지대에 아이슬란드 각지에서 모인이들이 천막을 치고
민주 의회를 시작했던 것이 무려 10세기 초반인 930년 무렵.
무인도였던 아이슬란드에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한 것이 874년이라고 하니
사실상 국가의 초기부터 민주국가였던 셈이다.
(물론 이후에 노르웨이/덴마크 왕국의 지배하에 있던 기간이
1000년정도 되는 것이 함 to the 정)
(지금도 인터넷 자유도 1위, 동성 결혼 허용 및 최초의 동성애자 총리 등
우리가 보기엔 파격에 가까운 정도의 인권 자유도가 보장되는 곳이다.)
길을 따라 조금 걸어들어가면 조그만 하천이 나타난다.
과거 이 곳은 부정을 저지른 여인을 처형했던 장소로
자루에 담은채로 사진에 보이는 물웅덩이에 버렸다고 한다;;;
조그만 개울이 가지고 있는 역사치고는 꽤나 잔혹하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을 때 문제가 생겼다.
내 아랫배에서 밖으로 탈출하려는 세력이
폭발적인 기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공원 내에 딱히 화장실도 없고
작은 거면 어디 숨어서라도 해결하겠다만 이건 그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의 인포센터까지 갈 수 밖에 없었다.
어기적거리며 어째어째 돌아는 왔는데 또다시 난관에 봉착.
아 왜 하필이면 화장실이 유료야!
화장실 입구...(물론 이 사진은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찍었다) |
굳이 현금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입장할 수 있는 훌륭한 유료화장실이
차에 지갑을 두고 내린데다가 차 키도 일행 분에게 드려서
땡전 한푼 없는 나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겨다주고 있었다. -_-
거기다가 오후 6시가 되어서 인포센터 직원들도 퇴근했는지 안보인다;;;
어쩌지어쩌지 하고 있는 나에게 마침 광명이 찾아왔으니...
어떤 관광객 가족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그냥 바를 넘고 들어간 것이었다.
뒤에 있던 아이들의 어머니가 따로 결재를 했을지는 모르겠다만
그걸 보고는 나도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바를 넘고 돌진했다.
그리고 나는 무사할 수 있었...
다시 바를 뛰어넘고 나오는 나를 찍는 아내님...이러지 맙시다 -_- |
그 후로 아내에게 씽크베틀리르는 '응'베리르로 불리기 시작했다. OTZ
여하간 족히 1시간은 넘게 돌아다녀야할 씽크베틀리르를
나때문에 20여분만에 황급히 나와야했지만
아내는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건졌다며 마냥 좋아한다.
어쨋건 오늘의 여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자.
오늘의 숙소는 레이캬비크에서 북쪽으로 한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보르가르네스(Borgarnes)의 에일스 게스트하우스(Egils Guesthouse).
외장과 실내의 새하얀 벽이 아이슬란드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짐을 풀고난 뒤, 숙소 주변을 산책하러 나왔다.
바닷가 벤치에서. 지역 출신인 Freyja Bjarnadóttir씨를 기리기 위한 것 같은데 찾아봐도 내용이 아이슬란드어로만 나와서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다 |
회픈도 그랬지만 작은 도시들에서도 잔디축구장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
보르가르네스는 중세 아이슬란드 문학 사가(Saga) 중에 대표작인
에일즈 사가(Egil's Saga)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작품 내에서는 디그라네스(Digranes)로 나온다.)
보르가르네스 반도 끄트머리에 가면 에일즈 사가 주인공 에일(Egil)의 유모
쏘르게르뒤르 브라우크(Þorgerður Brák)에 대한 기념비가 있다.
그리고 이 기념비 맞은편에 조그만 섬이 있는데
그 섬의 이름도 브라우크(Brák)가 들어간 브라우카레이(Brákarey).
위에서 얘기한 기념비인 브라우킨(Brákin) |
여기도 인구 2천명이 안되는 작은 도시다보니
금새 주변을 다 둘러보고는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을 졸면서 봤...
이제 내일 레이캬비크만 들르면 어느새 여행도 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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