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온 야채로 얼른 아내가 볶음밥을 만들었다.
숙소에서 그냥 먹어도 되겠지만
아내가 주변 경치도 좋으니 피크닉을 가자고 한다.
배가 많이 고프지만 나가보자.
점심 먹으러 어디로 가볼까나 |
강변을 따라 걸으며 어디에 자리를 펼치면 좋을 지 보다가
브레케포센(Brekkefossen)으로 향하는 샛길을 만났다.
아까 숙소에서 봤던 플롬 지도에서도 표시되어있던 곳.
피크닉 가자면서 처음에 얘기했던 강변은 아니다만
그래도 저기로 한 번 올라가볼까?
그냥 어디서 퍼질러 앉아 밥이나 먹었으면 좋겠는데
배고파서 그런지 오늘따라 발걸음이 무겁다.
보통 산길을 걸으면 아내가 먼저 지쳤지만
하필 오늘따라 힘이 넘치는 아내는 계속 산을 올라갔다.
사실 오르막길을 몇 분 걷지도 않았는데
내가 진짜 너무 지쳐있었는지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결국 올라가던 길에 나는 퍼질러지고
조금만 더 올라가보자던 아내에게 살짝 짜증을 냈다.
그런 나를 아내는 어르고 달랬다.
게다가 어짜피 당장 앉아서 밥 먹을 자리도 없으니
결국 공터가 나올 때까지 계속 올라 갈 수 밖에.
10여분간 남아있는 체력을 쥐어짜며 겨우겨우 올라갔다.
그랬더니 폭포(브레케포센)와 함께
플롬 전체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경치를 보는 순간 나는 아내에게 곧바로 사과했다.
늘 그래왔지만 아내 말은 잘 들어야한다.
아내가 가자는 대로 따라온 덕에 이 좋은 경치를 보네.
폭포가 담긴 파노라마 샷 |
그런데... 경치가 정말 좋긴 하다만...
아, 이제 밥 좀 먹자. 너무 배고프다.
배고파 죽을 것 같았다고! |
아내는 좀전에 브루어리에서 득템한 맥주와 함께 |
볶음밥과 아까 베이커리에서 산 빵으로 식사를 한 다음
경치를 보며 잠시 휴식을 한 뒤 하산을 했다.
아......근데 아까 플롬 베이커리에서 샀던 시나몬 롤...
맛 없다, 젠장.
아까 그 가이드한테 먹어보라고 들이밀고 싶다. -_-;;;
플롬 캠핑 오토 캠핑장을 가득 채운 차들 |
숙소로 내려와 내일 이동 차편을 알아보자.
내일 우리가 생각하는 동선은
롬(Lom)을 거쳐서 게이랑에르(Geiranger)까지 가는 것.
그런데 이 동선에 맞는 버스편을 며칠동안 찾지 못했다.
지금 더 이상 찾지 못한다면 롬을 포기하던가
최악의 경우로는 아예 게이랑에르로 가는 걸 포기해야할 판.
계속 인터넷으로 버스편을 찾아보던 아내가
마침내 우리가 원하는대로 갈 수 있는 버스편을 알아냈다.
아침 일찍 여기서 배를 타고 레이캉에르(Leikanger)로 가서
버스를 두 번 타고 롬까지 가는게 1차 이동,
그리고 짧은 시간동안 롬 관광을 하고 나서
다시 버스 두 번 타고 게이랑에르까지 가는게 2차 이동.
복잡하지만 원하는 방문지를 모두 거치려면 어쩔 수 없다.
어쨋건 게이랑에르에 갈 수는 있으니 이젠 숙소 예약 차례.
이번에도 일반적인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는 죄다 매진이다.
플롬 캠핑을 구했을 때처럼 숙소에 직접 메일로 문의를 해야겠다.
캠핑장 두개에 문의를 넣고 기다려보자.
기다리는 동안 저녁이나 해먹어야지.
아무도 없는 공용 주방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 어느 부녀가 왔는데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한국인 부녀였다.
직항도 없는 이 먼 타국의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만난 사람이
마침 한국인이라는 것도 놀라운 인연이다만
일가족 전체도 아니고 부녀끼리만 여행하는 것은 보기 힘든데
어떻게 두 분이서만 왔는지 약간 신기했다.
얘기해보니 스웨덴에서 공부중인 큰 딸 만날 겸
작은 딸과 같이 오신 아버지.
우리가 먼저 식사가 끝나서
서로의 여행에 행운을 빌며 일어났다.
방에 돌아와서 메일을 확인해보니
다행히 숙박 가능하다는 답이 온 캠핑장이 있었다.
OK. 그럼 내일 게이랑에르까지 잘 가기만 하면 되겠다.
그냥 잠들기 아쉬워 빵과 음료수를 들고 바닷가로 향했다.
강가나 호숫가 같지만 여기는 바닷가 |
노르웨이 와서 1주일동안 좋은 경치를 많이 봐왔지만
피요르드의 자연 경치는 참 봐도봐도 아름답다.
플롬에서 하루만 보내고 가는게 잘하는 것인가 싶네.
뭐 게이랑에르도 여기만큼 예쁘겠지.
내일 일찍 일어나야하니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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