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7일 일요일

Jin과 Rage의 臺北 가족 여행기 - 20170930 (1) : 火鍋 식사로 시작한 臺北에서의 일정

우리의 타이페이(臺北)행 비행기는 9시.
연휴 시작일 아침 비행기니까 공항에 좀 일찍 가야겠지?
새벽 5시도 되기 전에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6시 정도면 도착하니 괜찮겠지.

버스 타고 가던 중 먼저 도착한 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공항에 어마어마하게 사람이 많다는 것.
얼마 지나서 공항에 도착한 후 체크인 카운터로 이동하는데
수많은 인파와 끝없이 늘어진 줄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연휴 첫날의 공항을 너무 쉽게 봤구나.
이 새벽에 이런 인파라니;;;;;;
어머니께 전화드려보니 김해공항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줄 서서 기다린 후 체크인 하기까지 1시간 반이 걸렸다.
그나마도 시간이 촉박해서 직원의 안내를 통해
별도 카운터에 줄을 앞질러 가서 가능했던 것.
그리고 이게 끝도 아니었으니
출국장 대기줄은 체크인 대기줄 보다 더한 상황이었다.
결국 이것도 공항직원을 통해 패스트 트랙(Fast track) 티켓을 받고
승무원 통로를 통해 (어쩔 수 없는) 새치기를 해야만 했다.

아직도 남은 난관이 있었다. 바로 면세품 수령 대기줄.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안가봐도 어떨지 뻔하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래 안되겠다. 구매했던 면세품 수령은 포기하자.
어머니 가방을 샀던게 있는데...뭐 어떻게든 되겠지.

결국 3시간의 여유는 커녕 한시의 틈도 없이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힘을 다 뺀 느낌.
그래도 이제 즐겁게 다닐 생각만 해야지.

2시간여의 비행 후 타이페이에 도착했다.
밖에서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실테니 얼른 나가야겠다.
그런데 입국 심사장에 도착했을 때
그 너머편에서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어머니를 부르니 반갑게 돌아보시며....
우리가 묵을 숙소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_-;;;
아뿔사, 내가 부모님께 숙소 정보를 까먹고 안드려서
부모님이 입국 심사 카드에 숙소 정보를 못적으신 것이다.
그나마 어머니는 무사 통과하셨는데
아버지는 심사원이 통과를 안시켜주는 바람에
30분 가까이 실랑이 하고 계셨던 것이었다. -_-;;;;;;

정말 오전 몇시간동안 별별 우여곡절을 겪었네.
그래도 무사히 온가족이 타이페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예약해둔 택시로 숙소로 이동하자.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완화구(萬華區)까지는 차로 50분 정도의 거리.
날씨는 화창하니 좋구나.

숙소 앞에 도착해서 내렸다.
Airbnb로 예약을 한 후, 구글맵에서 주소로 찾아보고는 알고 있었지만
후줄근한 건물의 외관만 봐서는 이게 숙소가 맞나 싶은 모양새.
물론 아내와 나는 내부 시설을 다 확인하고 예약했었던 거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우셨을 수도 있었겠다.


[구글 스트리트뷰 펌] 외관만 봐서는 숙소라고 누가 생각하겠나

메시지로 전달받은 방법대로 문을 열고 숙소로 올라갔다.
다행히 실내는 Airbnb에서 봤던대로 깔끔하군.





짐을 내려놓고 나니 1시가 넘었다. 얼른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다.
멀지 않은 곳에 훠궈(火鍋) 가게가 있으니 걸어가보자.
숙소를 나서니 더위가 느껴진다.
우리나라보다 남쪽지방인 타이페이인지라 더울 거는 예상했지만
하필 우리가 방문하는 동안 최고 기온이 30도 중반을 넘어선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땀이 삐질삐질.

찜통 속에서 10분을 걸은 후
황지아제국 마라훠궈(皇家帝國麻辣火鍋)에 도착했다.



시먼딩(西門町) 근처라서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입구와 가게 안에 한글 안내판이 따로 있었다.





1명당 1가지 훠궈 소스를 선택하고 나면
담궈먹을 고기나 야채등은 무한제공.
공항에서 시달린 것 때문에 불만이셨던 아버지께서
고기 무한 제공이란 얘기에 금새 표정이 밝아지셨다.

자 이제 맛있게 먹읍시다.


카레 훠궈

황지아 마라 훠궈와 해산물 관자 훠궈

진열대에서 먹을 것을 고르던 중 한가지가 눈에 띄었다.
바로 닭의 고환.
의외로 비위 좋은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먹을테니 하나만 집어가자.



겁은 없지만 아무래도 고환이니 이상한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먹어보니 (마라 훠궈 덕인지) 별다른 이상한 맛은 없었다.
매운 마라 훠궈 말고 맑은 소스에 익혀먹어 볼 걸 그랬다.

잠시 후에 아내의 도전정신이 가져온 것, 아스파라거스 쥬스.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좋아는 한다만 무슨 맛일지 상상이 안되네.



마셔보니 특별한 것 없는 밍밍한 야채쥬스맛.
먹을만은 한데 딱히 또 마실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배부르고 모두들 만족스러웠던 식사.
뭣보다 아침에 공항에서의 일로 심기 불편하셨던
아버지의 기분이 풀어진 것이 최고의 성과였다.

식사가 끝났으니 소화도 할 겸 근처에 걸어가볼까?
근처에 롱샨스(龍山寺 용산사)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자.

2017년 12월 12일 화요일

Jin과 Rage의 臺北 가족 여행기 - 출발전

2017년 추석은 개천절과 한글날이 앞뒤로 있어서
이틀만 연차를 내면 10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
추석에는 장인 어른 제사를 지내야하니
추석 전에 내 가족들과, 후에는 처가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 되겠다.

처가 식구들과는 제주도에 가기로 결정했고
그럼 이제 내 가족들과는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
일본은 부모님이 여러번 다녀오셨으니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가자.
멀지 않은 곳들 중에 어디가 좋을까 의논하다가
(어머니가 건강 문제로 장거리 비행은 힘들어하신다.)
의견이 모아진 곳은 타이완(臺灣)의 타이페이(臺北).

우선 항공권부터 구해야지.
부모님은 부산에서 출발하시고 동생과 우리는 서울에서 출발하자.
부모님 비행기가 30분 정도 먼저 도착하니
공항에서 좀 기다리고 계셔달라고 부탁해야겠군.
그리고 돌아갈 때는 다같이 부산으로 가면 되겠다.

이틀간 보낼 숙소는 Airbnb에서 예약하고
마지막 날은 온천 지대의 리조트로 가자.
타이완이 화산지대이다보니 타이페이 근교에도 온천지대가 여럿인데
우리는 양밍산(陽明山) 티엔라이 리조트(天籟渡假酒店)을 예약했다.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나는 1988년 1월에 갔었으니
거의 30년만에 다시 방문하게 되겠구나.
그때 날씨가 안좋고 예상보다 추워서 제대로 관광도 못했던 기억 뿐이라
이번에는 좋은 날씨에서 즐거운 기억 많이 쌓고 왔으면 좋겠다.

2017년 12월 5일 화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후기

갑작스럽게 충동적으로 시작한데다가
여행스타일이 어떤지 잘 모르는 동행과의 여행이라
은근히 계획하는 것이 까다로왔다.
그래도 우리의 설계를 믿고 따라준 상대 덕에
웬만한 수준에서는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다.
(특히나 2시간 넘게 차로 이동해야 했던 히라도 방문은
이런 양해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다.)

일행 모두가 동의한 점은 일본 여행은 음식으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
일정 내내 먹었던 대부분의 것들이 입에 잘 맞았다.
느끼하다고 알고 있어서 걱정했던 나가사키 짬뽕의 깊고 진한 맛이
우리의 오해를 깨트리는 순간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황금 연휴임에도 한적해 다니기 편했던 나가사키,
들렀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소박한 매력이 좋았던 히라도,
대도시 축제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던 후쿠오카까지
이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방문한 모든 곳들이 즐거웠다.

사실 좋은 사람들과 같이하는 여행이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나?
같은 의미로 가족들과 함께할 타이페이 가을 여행도 기대된다. 

운젠 지옥 입구에서

2017년 12월 4일 월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503 (2) : 우연히 여행의 마지막에 만난 博多どんたく

호텔에서 체크아웃 한 다음에 다시 나카스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둘러보니 아까는 잘 몰랐는데
아무래도 오늘이 마츠리(祭り 축제)가 있는 날인가보다.
곳곳에서 단체 맞춤복을 입고 구호에 맞춰 춤추는 일행들이 보였다.
아마 오늘 아침에 본 행렬도 이 마츠리 행렬이었나보다.



축제에는 당연히 길거리 음식이 빠질 수 없지.
나카스 역 근처의 다리 양쪽은 어느새 많은 노점들로 꽉 차 있었다.
아침을 늦게 먹어서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으니
점심은 간단한 길거리 음식으로 해결하면 되겠다.



여러 가판대 중에서 아내 눈에 띈 것은
어제 마셨던 오쿠라 호텔 하카타 드래프트의 가판대.
맛있는 맥주를 두고 아내가 낮술을 안할리가 없지.



간단하게 먹을 거리로는 닭꼬치와 소고기꼬치를 샀다.
나카 강(那珂川)변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고 요기를 하자.


한마리 굶주린 맹수...?

꼬치를 먹고 다시 대로로 올라오니
아까보다 사람들이 더 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가를 점령하고 있었다.
한편에 자리잡은 무대를 보니 이 축제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바로 하카타 돈다쿠(博多どんたく).



이름을 보고는 찾아보니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축제.
동원되는 인원수만으로도 2만,
구경오는 관광객 수는 200만명인 축제란다.
돈다쿠의 어원은 네덜란드어로 휴일을 뜻하는 Zondaq(존다크)인데
돈다쿠 마츠리가 있는 5/3~4일 역시 일본의 공휴일이다.
아마도 일본의 5월 골든위크에 열리는 축제다보니
말그대로 휴일 축제로 이름을 정한 것 같다.
과거 일본은 (특히 규슈는) 네덜란드와 가까운 관계였던 때가 있었으니
네덜란드어를 이용한 것도 이해가 간다.

모두들 길가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 틈에 끼어서 기다려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축제 행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행렬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보니
가면을 쓰고 말을 타고 가는 3복신이 나타났다.
하카타 마츠바야시(博多松囃子)라고 불리는 이들은
후쿠진(福神), 에비스(恵比須), 다이코쿠텐(大黒天).


후쿠진

노란색 가면이 남자 에비스, 흰 가명는 여자 에비스
다이코쿠텐은 사진이 없네

30여분간 퍼레이드를 구경하다가 자리를 이동했다.
퍼레이드 구경이 재밌기는 했지만
한참동안 계속될 행사를 내내 구경할 생각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막대한 과제,
카스테라 20박스 구매가 남아있다. -_-
(어쩌다보니 부모님과 이모님 등으로부터 부탁받은 양이 어마어마.)

전철을 타고 하카타 역으로 가서 역사내 쇼핑센터로 가자.
하카타 역 쇼핑센터에는 3대 카스테라 가게의 매장이 다 있다.
(후쿠사야(福砂屋), 분메이도(文明堂), 쇼오켄(松翁軒))
카스테라는 나가사키 특산물이지만
보존기간을 생각해서 출국전에 후쿠오카에서 사는게 낫다.

2년전에 왔을 때에는 세 매장의 크기가 다 엇비슷 했는데
이번에 와보니 후쿠사야는 크게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분메이도와 쇼오켄은 작고 눈에 띄지 않아서 찾는데 애를 먹었다.
어쨋건 무사히 세 매장을 다니며 카스테라 20박스 확보.
(이것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큰 짐가방을 가져오기도 했다.)

카스테라 20박스를 짐가방에 넣고 나니 참 무겁다.
아침부터 계속 돌아다니느라 피곤하니 잠시 쉬어가자.
목적지는 후쿠오카의 유명한 카페인 코히샤노다(珈琲舎のだ).
하카타 역사에도 지점이 있지만
계속해서 너무 번잡한 장소에 있는게 답답했던지라
역사를 벗어나서 길건너편 Sun plaza 지점으로 향했다.

가게가 크지 않아 얼마 남지 않은 자리에 다행히 앉았다.
커피 가격이 약간 비싸긴 하지만 기왕 즐길 거. 블루마운틴!
(다만 비싸니 한 잔은 그냥 노다 블렌딩으로...)



사이폰 방식으로 만들어낸 커피와 차가운 얼음물에 띄워진 생크림,
앤틱 스타일의 커피잔과 설탕 용기까지
맛보기 전에 이미 눈으로도 즐거운 커피 세팅이다.
신맛은 내 기호에 비해 조금 부족하지만 구수하고 적당히 무게잡힌 맛.

어느정도 카페에서 쉬었다가 다시 하카타 역으로 갔다.
이제는 다시 형네와 만나서 저녁을 먹어야지.
하카타 역 푸드코트 음식점에서 라멘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해결한 후
전철을 타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자.
이제 3박4일 빡빡하게 채운 일정이 끝나는구나.

2017년 11월 21일 화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503 (1) : 한국과 일본의 콜라보, めんたい重의 명란젓 요리

마지막날 아침.
지난 이틀은 호텔에서 제공되는 조식을 먹었지만
굳이 비지니스 호텔에서 1인당 만원 정도의 아침을 먹을 필요가 있겠나.
그래서 이번엔 과감히 조식을 예약 때 옵션에서 제외했다.
대신 빌린 차를 9시까지 반납해야하니 얼른 가자.
그런데 반납할 때가 되니 되니 점점 신경쓰이는 것 하나.
우리가 히라도에 가던 중 뒷바퀴 휠에 흠집을 냈었지.
보험 옵션을 최고 옵션으로 해놓긴 했지만
휠이 별도 비용 처리 대상인지 아닌지 기억이 안난다.

호텔에서 불과 1km도 안되는 반납장소에는 금방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고 직원이 점검을 시작하자 살짝 긴장된다.
그리고 이윽고 OK 사인을 보내는 직원. 휴우~
이제 아침 식사를 하러 가자.

그런데 얼마 걷지 않아 사찰인 도초지(東長寺) 앞에서
한 무리의 축제 행렬이 보였다.
마침 이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서
일본에서도 불교 행사가 있나 보구나 했다.
그런데 생각하고 보니 일본은 부처님 오신 날도 양력 4월 8일에 쇤다.
그럼 뭐지 이 행렬은?





축제 행렬에 대한 궁금증은 뒤로 하고 얼른 밥을 먹으러 가자.
아침 식사하러 갈 식당은 명란젓 요리 전문점 멘타이쥬(めんたい重).



가게에 들어가니 어느정도 매운걸 원하는지 물어보고
거기에 해당하는 나무 패를 하나씩 줬다.
나중에 주문하면서 이걸 내면 해당 요리의 매운 정도를 맞춰 준다.



자리에 앉은 후 멘타이코(明太子) 둘과 츠케멘(つけ麺) 둘을 시켰다.
그런데 츠케멘은 매운 정도가 정해져 있어서 패가 필요 없단다.
뭔가 비효율적인 체계인 듯 하군.


사실 명란젓은 우리나라 음식이 일본으로 전래된 것이다.
심지어 전래된 시기조차 광복후인 1949년으로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명태가 잡히지 않아 비싸진 반면
일본은 홋카이도라는 명태 어장이 있으니
지금은 일본에서 오히려 더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명란젓이 일본에 전래될 때 부산을 통해서 후쿠오카로 왔었기에
후쿠오카가 명태가 잡히는 지역은 아니지만
명란젓으로 일본에서 손꼽히는 지역이 되었다.
잡설이 길었다. 얼른 먹자.




멘타이코는 명란젓 덮밥, 츠케멘은 찍어먹는 면 요리이다

아무래도 커다란 명란젓 한 덩어리가 있다보니 좀 짜기는 하다.
하지만 명란젓 자체가 맛이 좋아 밥과 함께 술술 넘어간다.
쯔케멘 국물도 진한 느낌에 일본음식답지 않은 칼칼함까지 있어서
3일간 많은 술을 마신 우리 일행에게는 더 없이 좋은 해장국이 되었다.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하고 나와보니
멘타이쥬 앞은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일찍와서 다행이었군.

식사후에는 돈키호테에 가서 쇼핑하러 간 다음
커플끼리 나눠져서 다녔다가 나중에 공항갈 때 다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약과 생활용품 몇가지 사고 호텔로 가서 체크아웃 하기로 결정.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분메이도(文明堂) 카스테라 가게가 보여 들렀다.
카스테라를 만들 때 가장자리 부분을 잘라내는데
일본에서는 이 자투리(切れ端 키레하시) 부분만 따로 판다고 한다.
그리고 이걸 찾는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라고 해서
혹시 구할 수 있으면 사다달라는 부모님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짧은 일본어로 키레하시를 파냐고 물어보니 일본어로 답하는 아주머님.
영어로 물어볼 걸. 일본어로 물어봤자 답을 못알아 듣잖아. -_-;;;
다시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얘기하니 잠시 고민하시더만
가게 앞에 붙어 있는 조그만 안내문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나마 읽을 줄 아는 한자로 대충 읽어보니
키레하시는 화요일에만 판다고 되어있었다.
아이고 알았으면 어제 후쿠오카 오자마자 사러 오는 건데.

2017년 11월 17일 금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502 (3) : 福岡의 밤은 역시 中洲의 屋台에서

히라도에서 후쿠오카까지는 차로 2시간.
이번에도 관건은 전날 술을 많이 마신 형이
멀쩡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느냐는 것.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1시간쯤 지났을 때부터
형의 졸음 운전이 시작되었다.
본인이 운전을 도맡겠다고 말한데 책임을 지는 것은 좋지만
굳이 위험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이젠 내가 운전을 해야겠다.

형을 뒷자석으로 보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좌우가 뒤바뀐 운전석이 역시나 어색하다.
그냥 직진을 하는데도 그 어색함 때문인지 긴장이 되네.
그래도 한 10여분이 지나고나니 차차 적응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난관은 남아있었다.
방향 전환 없이 따라가기만 하면 되던 국도길 구간이 끝나고
어느새 높은 건물들이 여럿 보이기 시작하며 후쿠오카 시내에 접어들자
좌회전/우회전 할 상황이 생기면서 진땀을 흘리게 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우회전 할 때마다
좌짧우크(좌회전 짧게, 우회전 크게)를 되내이며
잘못해서 역주행하지 않도록 신경썼다.

어색한 반대편 운전이 끝나고
드디어 호텔 에클레어(Hotel Eclair)에 도착했다.
지난 2박은 온천이 있는 호텔들이었지만
마지막 밤은 다소 저렴하게 비지니스 호텔.

짐을 풀고 방에서 좀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현재 일본 우동이라면 시코쿠 섬의 사누키나 마루가메가 유명하지만
처음으로 우동이 중국에서 전래된 곳은 후쿠오카다.
그만큼 일본 우동의 발상지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고
다양한 우동 가게들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한 후쿠오카는 라멘도 우동만큼 유명하고, 많은 가게들이 있다.
유명한 이치란(一蘭)과 잇푸도(一風堂) 본점이 모두 후쿠오카에 있다.)

그러니 오늘 저녁은 우동으로 당첨.
그리고 우리가 고른 가게는 하카타 아카쵸코베(博多 あかちょこべ).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인 주전자 우동을 먹어보자.





아카쵸코베의 우동 면은 밀가루 배아가 포함된 반죽이라서
색이 희지 않고 약간의 갈색 빛을 띄고 있다.
하지만 거칠어 보이는 색과는 달리
면은 탄력 있으면서도 더 부드러운 맛.
국물도 여러가지 다시를 사용한 듯 한데
깔끔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나서 계속해서 먹게 만든다.
하지만 욕심내지 말고 (4명이서) 두 그릇만 먹자.
먹어야 할 것들은 많으니까.

우동을 먹은 후에는 나카스(中洲)의 야타이(屋台) 거리로 향했다.

야타이는 우리의 포장마차를 일컫는 말이다.
후쿠오카 나카스와 텐진(天神)의 야타이 거리는
이제 일본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일본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물 거리.



상당수의 야타이 가게들은 주인장의 별명인 듯한 이름으로 되어있다.
이를테면 야마짱, 히데쨩, 토모쨩 등.
가게별로 8~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전부인데다가
대다수의 가게들이 이미 만석인 상황이었다.
어디가 좋을까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마침 교자(만두) 가게에 자리가 나서 얼른 자리를 차지했다.


타케쨩(武ちゃん) 수제 만두(手作り 餃子 테즈쿠리 교자)


한글 메뉴판도 준비되어 있다.
포장마차지만 가격이 그다지 착하지는 않다

야타이에서 지켜야할 불문율들 중의 하나는 1인당 1메뉴.
그래서 만두 2인과 곱창 2인을 시켰다.
그리고 먹어보니 곱창은 질겼지만...



그래 이 가게는 교자(만두) 가게다.
여기선 만두를 먹어야 한다. 두 번 먹어야 한다.
한 면은 바삭하게 구웠으면서도  피의 반대편은 쫄깃하고
만두 소는 촉촉하면서도 향긋한 부추향이 좋다.
단 즉석에서 구워 나오는지라 뜨거워서 조심해야한다.

우리가 한국어로 대화하며 먹고 있으니
옆좌석의 아주머님이 우리에게 짧은 한국어로 말을 거신다.
히로시마에서 오신 부부였는데 알고보니 아주머님이 한국 드라마 팬.
두분은 다음날 부산으로 여행가기 전에 후쿠오카에 들르신 것이었다.
아내와 내가 부산 사람이라고 하니 맛집들을 물어보셔서
짧은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를 섞어가며 몇가지 말씀은 드렸지만
잘 기억하고 찾아가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곱창과 교자를 먹은 후에 다시 다른 가게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들어간 가게는 시로쨩(白ちゃん).
라멘이 유명하여 봉지라면으로도 팔리는 듯한데
이미 우동을 먹고 왔으니 오뎅과 명란젓 구이를 먹어보자.


맛있긴 한데 좀 짜긴 했다

우리가 푸드파이터들은 아닌지라 이쯤되니 배가 많이 불렀다.
하지만 먹는건 끝났어도 마시는건 끝나지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모든 매장에서 맥주를 마시긴 했다......)
우리 숙소 맞은편의 오쿠라(オークラ) 호텔 후쿠오카
자체 생산하는 수제맥주 하카타 드래프트로 유명하다니
맥주매니아 아내님이 가지 않을 수가 없지.


오쿠라 호텔 1층의 바, 하카타가와로 갑시다




종류별로 한 잔씩. 중간에 아이스티가 끼어있지만 신경쓰지 말자

좀전까지 북적대는 야타이 거리에 있다가
불과 10여분 후에 차분한 호텔 바에 앉아서 한잔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재밌는 경험이다.
호텔이니 약간 비싸긴 했지만 맥주 맛에는 다들 감탄.
국제 맥주 대회에서 여러번 수상한 경력이 있을 정도의 맥주이니
맛있는게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오쿠라 호텔은 일본 여러 곳에 있는 호텔 체인이지만
이 맥주는 오직 후쿠오카에서만 마실 수 있는 것이니
후쿠오카를 들렀을 때 꼭 찾아갈만 하겠다.

오쿠라 호텔에서 맥주를 마신 후에는
형네와 따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내는 피곤했던지 방으로 들어가고 싶어해서
우리는 그대로 숙소로 귀환.

언제나 여행은 그랬지만 이번 3박 4일도 금방 흘러가네.
이제 내일이면 마지막 날이다.

2017년 11월 15일 수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502 (2) : 平戸를 들른 사실상의 유일한 이유, カスドース

히라도의 가장 번화한 거리는 대부분 2층짜리 일본식 주택들 사이로
차 두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이 전부이다.
소박하지만 그야말로 일본스러운 분위기.
현대적 건물의 나가사키보다 오히려 이런 곳이
진짜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듯 하다.



타박타박 걸으며 둘러보는 소박한 가게들 구경이 즐겁다.
족욕탕에서 츠타야(蔦屋)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비슷비슷해 보이는 건물들이 살짝 지루해질 무렵
드디어 츠타야에 도착했다.


간판에 보면 1502년부터 장사했다고 적혀있다;;;;;;

다양한 디저트들은 엄청난 유혹이 되었다만 지금 시각은 12시반.
디저트보다는 점심을 먼저 먹어야 할 때.
우선은 점심을 먹고 와서 먹는게 좋겠지?

히라도는 고베 만큼은 아니지만 꽤 유명한 와규(和牛) 산지이다.
마침 츠타야 맞은편에 야키니쿠 스즈(やきにく鈴)라는 가게를 발견.



가게에 들어니 자리가 없어서 30분 정도 기다려 달라고 한다.
사람도 별로 없는 동네에서 만석이라면 맛집일 가능성이 크지.
무조건 기다려서 먹고 가야겠다.





야들야들한 와규 특징은 그대로면서
소스 덕분인지 고베에서 먹었을 때 부족하다 느겼던 육향은 더 좋았다.
운좋게 걸린 맛집 덕에 잘 먹었네.
이제 다시 츠타야로 가보자.


히라도 츠타야는 역시 카스도스지






카스도스 외에도 다양한 디저트들이 있다

양갱이나 떡, 도라야끼 등 여러가지 후식들이 있지만
역시나 메인인 카스도스가 크게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우엉떡(牛蒡餅)도 이 지역 특산 디저트인 듯 하네.
(진짜 우엉이 들어간 것은 아니고
흑설탕이 들어가 갈색을 띈 떡을 우엉 모양으로 자른 것.)

카스도스를 만드는 과정은
(계란과 설탕 밀가루로 만들어내는) 카스테라를 작게 자른 후
계란 노른자 물을 입힌 후 설탕물에 튀긴후 다시 설탕을 잔뜩 입힌다.
그래서 이름도 카스테라의 카스에
달다는 뜻의 포르투갈 어 도스(doce)가 합쳐진 것.
(카스테라 자체가 포르투갈로부터 전래된 것이다.)
이걸 '요리인류'를 통해서 알게 된 후 꼭 한번 먹어봐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카스도스를 만들어 파는 곳은 오직 히라도 뿐.
이번 여행에서 히라도를 들른 사실상 단 하나의 이유가 카스도스였다.
그리고 츠타야는 450년의 카스도스 역사의 원조 가게.


[youtube.com 펌] '요리인류'에 나온 카스도스를 만드는 과정

그럼 5개들이 한 박스를 972엔에 사고
(물론 카스도스만 산 것은 아니었다)
이제 450년 역사의 왕에게만 진상되던 디저트를 먹어보자.
가게 한편에 다다미 방이 있어서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다. 


박스를 뜯어보니 낱개로 플라스틱 포장이 따로 되어 있다.
이거...과대 포장인걸? -_-;

원래 단 카스테라를 설탕물에 튀겼으니 얼마나 달까.
워낙 기대를 하고 왔던 탓인가
손가락 두개 합친 것 정도의 조그만 조각 하나를 입에 넣기까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은근한 긴장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이제 내 입에 들어온 순간......

엄청난 당도를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무식하게 달진 않다.
그리고 (당연히) 카스테라보다도 더 진한 계란향이 좋다.
다만 계란 향은 진한 커피에 쉬이 가려지기에
일본식으로 녹차와 함께 하는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한 것 만큼 엄청난 당도는 아니라
약간의 허탈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

계란과 설탕이 귀하던 수백년 전에
엄청난 양의 계란과 설탕을 필요로 하는 이 음식을
아무나 먹을 수 없었던 것은 자명할 터.
카스도스의 맛 자체만 따지지 말고
그러한 배경을 생각하면서 먹어보는 것이 좋겠다.

이제 히라도에서 볼 일은 다 봤으니 후쿠오카(福岡)로 출발하자.

2017년 11월 5일 일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502 (1) : 한적한 동네 풍경만큼이나 수수했던 平戸의 유적들

여행 세번째 날.
세상 모르고 깊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아내가 나를 깨웠다.
부시시 일어난 내 손을 잡고 아내가 이끈 곳은 창가.
그리고 창밖에선 마침 먼동이 훤해지고 있었다.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운좋게 일어난 아내 덕에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가 있었다.


잠이 채 못깬 상태로 일출을 본 우리는 다시 침대로 직행.
아직은 새벽 5시 40분. 좀 더 자고 일어나야지.

다시 잠을 좀 자고나서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뷔페 식의 아침 식사 음식들은 그저 그런 편.
식사를 한 후에는 실내탕으로 아침 목욕을 하러 갔다.
히라도 카이조 호텔의 실내 목욕탕은 반원형인데
(즉, 남탕과 여탕을 합치면 원의 형태가 된다.)
그 외곽 테두리를 따라 조성되어있는 수족관이 특징인데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과 커다란 바다거북을 구경할 수 있다.

[www.hiradokaijyohotel.co.jp 펌]

목욕을 끝낸 후 짐을 챙겨나와 체크아웃을 했다.
전날에는 잘 못봤었는데 프론트에 놓여있는 사진을 보니
왜 이 호텔의 이름이 해상(海上 카이조) 호텔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메워지고 호텔 앞쪽에 방파제까지 있지만
이전에는 바다 바로 위에 지어진 호텔이었던 것이었다.


이제 히라도 시내로 나가보자.
우선 첫번째 행선지는 히라도 성.
호텔에서 히라도 성까지는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차를 주차해두고 성으로 올라갔다.
히라도 성의 규모는 얼마 되지 않아서 혼마루 정상까지는 금방.

히라도 항 전경. 과거에 히라도 번주가 이렇게 내려다 봤을 듯

아마도 이 망루는 외부 경계용이였겠지?

히라도와 규슈의 해안과 바다, 녹지가 만들어낸 경치가 훌륭하다.
그런데 그리 높지 않음에도 천수각 꼭대기에서는 바람이 세차게 분다.

전날 호텔에서 목욕할때 독수리 한마리가 지나가서 놀랐는데
이 곳에서 보니 주변에 여러마리의 독수리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이 근방이 독수리들의 주요 서식지인가 보다.

대충 본 것만으로도 6~7 마리는 된 듯

천수각에서 내려와서 성 이곳 저곳을 돌아보던 중
재밌는 비석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새겨진 글을 보니 일본 최초 담배 종자가 도래된 곳이라는 것.
히라도는 유럽과의 무역이 이루어지던 곳이다보니
빵, 카스테라, 별사탕, 고구마, 담배, 맥주, 페인트, 서양 의학 등
많은 서양 문물이 처음으로 들어온 곳이다.


성에서 내려온 후 우리는 자비에르 기념교회로 향했다.
성 바오로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을 입교시켜서
외국 선교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지는
프란시스코 자비에르(Francisco de Xavier) 신부가
일본에 처음으로 기독교를 전했음을 기리기 위한 교회이다.

화려한 조각 하나 없이 매끈해서
마치 조립 장난감 같았던 자비에르 기념 교회

교회 내부는 촬영 금지.
사실 문 바로 앞까지만 들어갈 수 있어서
내부 구경 자체가 제약이 있었다.

자비에르 기념교회 주변에는 불교 사찰이 3개나 있어서
사찰과 교회가 같이 보이는 풍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가 차를 주차해둔 곳이 그 풍경을 볼 수 있는 쪽과 다른 곳이라
미처 보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지만...

이제 히라도 항구 근처로 가자.
항구 근처에는 팔탕과 족욕탕이 있다.

히라도 온천 팔탕, 발탕(うで湯・あし湯)

보통 족욕탕이야 많이 볼 수 있지만 팔탕은 뭘까.
어떤 건지 궁금했다. 그런데 도착하고보니...

사진 가운대 보이는 분수대(?)가 팔탕

알고보니 팔을 담글 수 있는 분수대(?)가 팔탕이었던 것.
매일 온천 목욕을 하고 있지만 기왕 왔으니 팔과 발을 담궈보자.
나름 방석도 구비되어 있는 등 이용객들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어쨋건 족욕이라면 신나는 아내

이제 아내와 내가 히라도를 오기로 맘먹게 했던

진짜 이유를 찾으러 가야겠다.
바로 츠타야(蔦屋)의 카스도스(カスドー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