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7일 금요일

Jin과 Rage의 九州 북서부 여행기 - 20170502 (3) : 福岡의 밤은 역시 中洲의 屋台에서

히라도에서 후쿠오카까지는 차로 2시간.
이번에도 관건은 전날 술을 많이 마신 형이
멀쩡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느냐는 것.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1시간쯤 지났을 때부터
형의 졸음 운전이 시작되었다.
본인이 운전을 도맡겠다고 말한데 책임을 지는 것은 좋지만
굳이 위험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이젠 내가 운전을 해야겠다.

형을 뒷자석으로 보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좌우가 뒤바뀐 운전석이 역시나 어색하다.
그냥 직진을 하는데도 그 어색함 때문인지 긴장이 되네.
그래도 한 10여분이 지나고나니 차차 적응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난관은 남아있었다.
방향 전환 없이 따라가기만 하면 되던 국도길 구간이 끝나고
어느새 높은 건물들이 여럿 보이기 시작하며 후쿠오카 시내에 접어들자
좌회전/우회전 할 상황이 생기면서 진땀을 흘리게 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우회전 할 때마다
좌짧우크(좌회전 짧게, 우회전 크게)를 되내이며
잘못해서 역주행하지 않도록 신경썼다.

어색한 반대편 운전이 끝나고
드디어 호텔 에클레어(Hotel Eclair)에 도착했다.
지난 2박은 온천이 있는 호텔들이었지만
마지막 밤은 다소 저렴하게 비지니스 호텔.

짐을 풀고 방에서 좀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현재 일본 우동이라면 시코쿠 섬의 사누키나 마루가메가 유명하지만
처음으로 우동이 중국에서 전래된 곳은 후쿠오카다.
그만큼 일본 우동의 발상지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고
다양한 우동 가게들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한 후쿠오카는 라멘도 우동만큼 유명하고, 많은 가게들이 있다.
유명한 이치란(一蘭)과 잇푸도(一風堂) 본점이 모두 후쿠오카에 있다.)

그러니 오늘 저녁은 우동으로 당첨.
그리고 우리가 고른 가게는 하카타 아카쵸코베(博多 あかちょこべ).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인 주전자 우동을 먹어보자.





아카쵸코베의 우동 면은 밀가루 배아가 포함된 반죽이라서
색이 희지 않고 약간의 갈색 빛을 띄고 있다.
하지만 거칠어 보이는 색과는 달리
면은 탄력 있으면서도 더 부드러운 맛.
국물도 여러가지 다시를 사용한 듯 한데
깔끔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나서 계속해서 먹게 만든다.
하지만 욕심내지 말고 (4명이서) 두 그릇만 먹자.
먹어야 할 것들은 많으니까.

우동을 먹은 후에는 나카스(中洲)의 야타이(屋台) 거리로 향했다.

야타이는 우리의 포장마차를 일컫는 말이다.
후쿠오카 나카스와 텐진(天神)의 야타이 거리는
이제 일본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일본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물 거리.



상당수의 야타이 가게들은 주인장의 별명인 듯한 이름으로 되어있다.
이를테면 야마짱, 히데쨩, 토모쨩 등.
가게별로 8~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전부인데다가
대다수의 가게들이 이미 만석인 상황이었다.
어디가 좋을까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마침 교자(만두) 가게에 자리가 나서 얼른 자리를 차지했다.


타케쨩(武ちゃん) 수제 만두(手作り 餃子 테즈쿠리 교자)


한글 메뉴판도 준비되어 있다.
포장마차지만 가격이 그다지 착하지는 않다

야타이에서 지켜야할 불문율들 중의 하나는 1인당 1메뉴.
그래서 만두 2인과 곱창 2인을 시켰다.
그리고 먹어보니 곱창은 질겼지만...



그래 이 가게는 교자(만두) 가게다.
여기선 만두를 먹어야 한다. 두 번 먹어야 한다.
한 면은 바삭하게 구웠으면서도  피의 반대편은 쫄깃하고
만두 소는 촉촉하면서도 향긋한 부추향이 좋다.
단 즉석에서 구워 나오는지라 뜨거워서 조심해야한다.

우리가 한국어로 대화하며 먹고 있으니
옆좌석의 아주머님이 우리에게 짧은 한국어로 말을 거신다.
히로시마에서 오신 부부였는데 알고보니 아주머님이 한국 드라마 팬.
두분은 다음날 부산으로 여행가기 전에 후쿠오카에 들르신 것이었다.
아내와 내가 부산 사람이라고 하니 맛집들을 물어보셔서
짧은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를 섞어가며 몇가지 말씀은 드렸지만
잘 기억하고 찾아가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곱창과 교자를 먹은 후에 다시 다른 가게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들어간 가게는 시로쨩(白ちゃん).
라멘이 유명하여 봉지라면으로도 팔리는 듯한데
이미 우동을 먹고 왔으니 오뎅과 명란젓 구이를 먹어보자.


맛있긴 한데 좀 짜긴 했다

우리가 푸드파이터들은 아닌지라 이쯤되니 배가 많이 불렀다.
하지만 먹는건 끝났어도 마시는건 끝나지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모든 매장에서 맥주를 마시긴 했다......)
우리 숙소 맞은편의 오쿠라(オークラ) 호텔 후쿠오카
자체 생산하는 수제맥주 하카타 드래프트로 유명하다니
맥주매니아 아내님이 가지 않을 수가 없지.


오쿠라 호텔 1층의 바, 하카타가와로 갑시다




종류별로 한 잔씩. 중간에 아이스티가 끼어있지만 신경쓰지 말자

좀전까지 북적대는 야타이 거리에 있다가
불과 10여분 후에 차분한 호텔 바에 앉아서 한잔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재밌는 경험이다.
호텔이니 약간 비싸긴 했지만 맥주 맛에는 다들 감탄.
국제 맥주 대회에서 여러번 수상한 경력이 있을 정도의 맥주이니
맛있는게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오쿠라 호텔은 일본 여러 곳에 있는 호텔 체인이지만
이 맥주는 오직 후쿠오카에서만 마실 수 있는 것이니
후쿠오카를 들렀을 때 꼭 찾아갈만 하겠다.

오쿠라 호텔에서 맥주를 마신 후에는
형네와 따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내는 피곤했던지 방으로 들어가고 싶어해서
우리는 그대로 숙소로 귀환.

언제나 여행은 그랬지만 이번 3박 4일도 금방 흘러가네.
이제 내일이면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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