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시티에 들어오니 왕복 2차로밖에 안되는 좁은 길이라서
전철이 서면 차도 마냥 기다려야만 하겠다.
악명높은 이스탄불 교통 혼잡의 원인이 쉽게 이해가 된다.
에미뇌뉘(Eminönü) 역에서 내리니 예니 모스크(Yeni Cami)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므스르 차르슈(Mısır Çarşısı)가 있는데
이는 원래 예니 모스크의 일부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는 예니 차르슈로 불렸지만
18세기 무렵에 이집트에서 수입한 향신료를 주로 취급하면서부터
이집션 바자르라는 뜻의 므스르 차르슈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바자르는 페르시아어이다.)
그래서 일명 스파이스 바자르(Spice Bazaar).
시장 건물로 들어가는데 금속탐지기 검사를 한다.
이것도 테러 위협 때문이려나?
어쨋건 이제부터 시장 구경을 해보자.
보다시피 지금은 향신료 가게가 많지 않다 |
색색들이 갖가지 비누들 |
꽃차와 향신료들 |
대추야자와 무화과 말린 것 등 |
므스르 차르슈는 건물 안의 시장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어디 시장의 규모라는게 그렇게 제한이 되겠나?
이제는 건물 주변에도 여러가지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많은데
지금은 관광객 상대로 하는 상품들이 많은 건물 안에 비해서
건물밖 상점들은 생필품이나 (냄새가 있는) 음식들을 파는 곳들이 많다.
올리브를 비롯한 여러 절임 야채들 |
마치 두부처럼 보이던 치즈 |
바닷가답게 여러가지 생선들도 볼 수 있다 |
시간이 12시반이 되기도 했고 걸어다녔더니 출출해졌다.
디저트로 유명한 하프즈 무스타파 1864(Hafız Mustafa 1864)에 가자.
이스탄불 내에 있는 몇개의 지점 중에서
에미뇌뉘 점은 바자르 바로 근처에 있다.
이름에 나와있듯이 Since 1864 |
가게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눈이 휘둥그래지도록 하는 것들이 있었으니
진열장의 화려한 무할레비(Muhallebi, 커스터드 푸딩)와 케익들.
신이난 우리는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가 1층의 좌석에 앉았다.
(알고보니 1층엔 몇 테이블 없고 2층에 좌석이 많이 있었다.)
매장 안에는 바클라바(Baklava)와 로쿰(Lokum)도 잔뜩.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화려한 무할레비와 케익들 |
터키쉬 딜라이트라는 애칭으로도 유명한 로쿰 |
바클라바 |
수십페이지의 메뉴판에는
각 디저트들의 이름이 커다란 사진과 함께 있어서
명칭을 몰라도 원하는 것을 주문하기 쉽게 해놨다.
다만 너무 다양하다보니 뭘 먹을지 고르는게 일이다. ^^;;;
고민 끝에 우리가 고른 것은 카라멜 트릴레체(Karamelli Trileçe)로
세가지 우유(무당연유, 가당연유, 크림)에 적신 스폰지 케익.
그리고 마실 것으로는 터키쉬 커피와 터키쉬 차이를 주문하자.
달큰한 카라멜 시럽과 연유를 잔뜩 머금은 부드러운 스폰지 케익,
거기에 쌉쌀한 차이나 커피는 아주 잘 어울린다.
(물론 차이와 커피 둘 다 많이 써서 설탕은 넣어야 한다.)
찻잎을 스트레이트로 끓이는 터키쉬 차이나
곱게 간 커피가루를 넣고 끓이는 터키쉬 커피 모두
쓴맛이 워낙 강하다보니 이렇게 달달한 디저트들이 발달한 걸까?
하프즈 무스타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긴 역사의 제과점 하즈 베키르(Hacı Bekir)가 있다.
여기는 무려 1777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네.
하즈 베키르 에미뇌뉘 점은 앉아서 먹을 자리가 없군.
대신 선물로 가져갈 로쿰은 여기서 사야겠다.
이제 우리가 여기 온 원래 목적을 수행할 차례.
메흐멧 에펜디(Mehmet Efendi)에서 터키쉬 커피 가루를 사고
터키쉬 커피를 끓일 도구인 제즈베(Cezve)도 시장에서 사자.
메흐멧 에펜디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줄은 금방금방 줄어들어서 얼마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우리도 금새 50g 득템.
커피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
커피를 샀으니 이제는 제즈베를 살 차례.
우선 바자르 건물로 들어가볼까?
여러 가게들이 제즈베를 비롯한 각종 찻잔과 주전자들을 파는데
마음같아선 쓸어담고 싶을 지경이다.
(아내보다 내가 더 예쁜 식기류를 좋아한다...)
(그나마 쌀 거 같은 무늬 없이 깔끔한) 제즈베 가격을 물어보니
제일 작은 2인용을 40~50 ₺(11000~14000원) 달라고 한다.
분명히 이거 바가지 씌운 가격일텐데...
아무래도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곳보다는
바깥쪽의 일반 생필품 파는쪽이 쌀 것이라 생각되어서
바자르 건물 밖에서 파는 곳을 다시 찾아다녔다.
그리고는 또 몇 곳을 기웃거리다가 만난 조그만 가게.
주인 영감님께 제즈베 가격을 물어보니
(1개도 아니고) 2개에 15 ₺(4000원)를 부르신다. 푸핫~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
이것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협상을 해봤지만 영감님은 단호했다.
뭐 다른 가게들보다 워낙 싸게 부르셨으니 우리도 이해하련다. 딜~
이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시장을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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