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일 일요일

Rage의 Egypt 여행기 - 20080207 (2) :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왕가의 계곡

왕비의 계곡을 둘러본 다음, 버스를 타고 왕가의 계곡으로 향했다.
발굴 중에 여러 사람이 죽으면서 으스스한 전설을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유명한 왕가의 계곡이다.
내 나이 또래면 예전에 "왕가의 계곡" 게임을 접해 본 사람도 꽤 있을거다.
미이라 피해다니면서 보석 모으러 다니는 게임.
여하간 왕가의 계곡에 도착하면 아래와 같은 카트가 기다리고 있다.


알고보면 사기 -_-

왕가의 계곡 입구인 매표소까지 가는 건데
결론을 얘기하자면 절대로 타지 마라. -_-
사진에서 가운데 보이는 코너 돌면 바로 입구(매표소)가 나온다.
걸어서 5분도 안걸리는 거리를 카트로 잠깐 이동시켜주고는
돈은 입장료 만큼이나 받아낸다;;;
더욱더 허무한 것은 이 매표소를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간 다음에
실제 왕들의 묘를 구경하러 가기까지에는
카트로 이동한 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는 것.


저~기 희미하게 보이는 절벽 아래까지 가야한다 -_-

그리고 사실 다 돌아볼 수도 없다.
다 돌아보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둘 다 틀린 말은 아닌데 진짜 이유는 어이없게도
한번 입장해서 볼 수 있는 묘의 수가 3개로 제한되어있기 때문이다. -_-;;;
각 묘에 들어갈 때 마다 티켓에 펀치로 구멍을 내는데
이 구멍이 3개가 되면 입장을 안시켜준다. OTZ
그래서 왕가의 계곡을 구경하는 방법은 유명하고 큰 묘 한개와
(이런 묘들은 입장하는데도 꽤 기다려야할 만큼 줄이 서 있다.)
별로 구경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 묘 두개를 구경하는게 정석이다.


몇몇 유명한 묘 외에는 이렇게 썰렁하다

왕가의 계곡에는 총 62개의 무덤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현재 공개된 묘는 10여개 정도 된다.
이중에서 투탕카멘(Tutankhamun), 아멘호테프 2세,
세티(Seti) 2세, 람세스 3세 등의 무덤이 주요 무덤으로 손꼽힌다.

왕가의 계곡에서는 여왕의 계곡에서처럼
암굴 내 사진촬영을 못하기 때문에 사진이 별로 없다 -_-;
(점점 여행기와 사진이 부실해지고 있기도 하다 -ㅅ-)

다음 목적지는 왕가의 계곡 옆에 있는 핫셉수트(Hatshepsut) 여왕 장제전.

핫셉수트 여왕은 고대 이집트 최초의 여왕이면서
'가장 고귀한 여성'이라고 하는 이름의 뜻에 어울리게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치세에 능했던 통치자라고 한다.
게다가 이집트의 여왕들 중에서 가장 긴 통치기간을 자랑한다.
그런 만큼 언제나 강력한 권한을 가진 통치자들의 전례처럼
장대한 건축물을 지음으로서 그녀 자신의 권위를 자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자신의 부활을 기리는 이 장제전이 되겠다.


절벽 아래 자리잡은 웅장한 장제전

Rage의 Egypt 여행기 - 20080207 (1) : 세상에서 가장 큰 노천 박물관, Luxor 서안

사막에서의 하루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급격한 기온차와 모래먼지, 그리고 여행중의 피로때문인지
일어날 때부터 약간의 감기기운이 느껴졌다.
나말고 다른 일행들 몇명도 마찬가지.
그래서 그런지 사막투어 이후로는 일행들의 얘기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지쳐도 힘내서 돌아다니던 모습들보다는
차안에서 쓰러져 자는게 더 익숙한 모습들이 된 것이
여행도 1주일에 한번은 푹 쉬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사막에서 일어나 아침을 맞이한 뒤, 다시 차를 타고 룩소르로 향했다.
어제 출발하던 때에 비하면 조용한 차안. (내가 졸아서 그런걸까? -_-;)
한참을 달려 룩소르로 돌아와서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내려두고
오늘은 룩소르 서안의 관광지들을 돌아보는 투어를 시작했다.

룩소르 시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동안과 서안으로 나뉘어진다.
동안은 룩소르 시가지와 카르나크 신전, 룩소르 신전등이 있고
서안은 왕가의 계곡, 멤논(Memnon)의 거상, 다수의 장제전 등이 있다.

우선은 멤논의 거상을 향해 고고씽.


멤논의 거상. 거상 두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멤논의 거상은 룩소르 서안의 주요 관광지로 가는 초입에 있다.
원래 이 거상 뒤에는 아멘호테프(Amenhotep) 3세 장제전이 있었으나
이후의 왕들이 다른 건물을 짓기 위한 석재로 쓰면서 장제전이 파괴되어
이렇게 거상 두개만 덜렁 남은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원래 이 거상들은 아멘호테프 3세의 석상인데
왜 멤논의 거상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으니...
고대 이집트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정복당하고
알렉산더 대왕이 사망 후에는
수하중 한명인 프톨레마이오스(Ptolemy) 1세가 이집트를 지배하면서
이집트는 그리스 혈통의 왕이 지배하는 땅이 되었다.
(이른바 고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그리고 그리스 혈통의 지배를 받던 이 기간동안에
거상을 그리스 신화 속 에디오피아 왕인 멤논의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도 멤논의 거상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자신들의 정통성에 위협이 되는
고대 이집트 최고 번성 시기의 왕이었던 아멘호테프 3세의 신전과 거상이
가장 없애야할 대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진으로 봐서도 알겠지만 거상의 보존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이미 옛날 로마 지배 시절에 발생했던 지진으로 많이 부서진데다가
몇몇 외에는 보존/복원이 신통찮은게 많았던 다른 유적들처럼
이 거상의 복원도 진행이 더딘듯해 보였다.



보존 상태가 좋지는 못했던 멤논의 거상

거상들을 잠시 구경하고 향한 곳은 왕비의 골짜기.
왕가의 계곡이 왕들의 암굴 무덤들 집합소이고
왕비의 계곡은 말 그대로 몇몇 왕비와 왕자의 암굴 무덤들이 있는 곳인데
람세스 2세의 부인 네페르타리(Nefertari)의 무덤이
그 중에서 가장 볼만하다고 한다.


왕비의 계곡으로 가는 길
왕비의 계곡은 티켓 파는 곳과 실제 무덤들 간에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하지만 셔틀버스 따위는 없으니 열심히 땡볕 속을 걸어야만 한다.


왕비의 계곡. 중간중간 보이는 암굴들이 다 별개의 무덤이다


네페르타리의 무덤 입구

인지도 높은 네페르타리의 무덤은 다른 무덤들과는 약간 떨어져 있었다.
높은 인지도 만큼이나 따로 관리되고 있는 듯 하다.
나중에 들를 왕가의 계곡도 그렇지만 암굴내부는 촬영을 금하고 있다.
어두운 실내인지라 조명을 써야하는데
그러면 벽화들이 빛바래는 훼손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딱히 감시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런건 잘 지켜줘야지.

Rage의 Egypt 여행기 - 20080206 (3) : 황량한 사막에서의 하룻밤

얼마나 더 달렸을까...
에어컨은 커녕 자연 바람도 없이 더운 차 속에 오래 있다보니
졸면서 가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그렇게 한참을 달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무런 이정표 없는 막막한 모래밭만이 펼쳐진 사막 한가운데.


여기가 우리의 목적지. 기사들은 이곳을 어떻게 찾아오는 걸까?

도착해서는 현지인 운전수 둘과 공차고 놀았는데
우리나라 바닷가 모래사장에 비해서 모래가 워낙 곱다보니
발이 빠지는 느낌이 덜하고 뛰는게 덜 힘들었다.
고운 만큼 모래가 빽빽하게 다져져 있나보다.

공차기는 다른 남자 일행분이 찬 공이
하필 한 여자 분 얼굴을 맞추면서 종료되고 -ㅅ-;
(이 분 결국 눈에 멍 들었다 ;;;)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을 담기 위한 사진 찍기를 재개했다.

In this lonely world...


저마다 사진기 들고 구경하며 사진 찍는데 열중이다


곱디 고운 전인미답의 사막

한창 밝아보이지만 사실은 어느새 해가 질 무렵이 되었다.
거대한 사구(대략 높이가 20여m는 될 듯) 위에서 일몰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사구 위에 올라가서


사진으로 짐작이 갈 지 모르겠다만 상당한 크기의 사구였다.
사하라 사막 내 최대 크기라나?


다 같이 일몰을 바라보며...

해가 진 후로는 당연히 빛이라곤 하나 없으니 촬영 불가 -ㅅ-
대신 해가 지고 나서 하늘을 빽빽하게 채운 별들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운 일이었다. (마침 하늘도 옅은 구름 한점 없었다.)
천문관측 동아리 활동 하던 시절의 실력으로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별자리도 알려주기도 하고.

그런데 현지인 운전수 한명이 뭔가를 빼먹고 왔다면서 어디론가 향했다.
알고보니 요리하기 위해 불을 지필 장작을 안가져 온 것 -_-;
이정표가 될만한 것도 하나 없는데다가 칠흙같이 어둡기만 한 밤에
어딘가를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는게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그 기사는 어김없이 장작을 들고 돌아왔다)

아참 여기는 야생의 사막.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나름대로 적응해 사는 생물들은 있다.
특히 사람들이 뭔가를 먹고난 자리에는 사막여우가 종종 나타난다.
그런데 간혹 사막여우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와서 음식물을 뒤지는다가
간혹 신발을 물어갈 때가 있다고 한다. -_-;;;


바로 이놈 말이다. 사막여우. 페넥 팍스(Fennec Fox)

그런 얘기를 하며 웃던 찰나...뭔가 내 발 앞에서 반짝이는 게 보였다.
결코 양반은 못되는 사막여우의 눈이었다!
도망갈까봐 얼른 플래쉬를 이용해서 찍어보려 했지만
사람이 뭔가 움직이는 낌새가 보이자 녀석은 후다닥 도망가버렸다.
같이 간 일행들 중에서도 3~4명밖에 보지 못한
사하라 야생 호랑....아니 -_-;;; 사막여우였다.

현지인 운전수 아저씨가 가져온 시샤(물담배)도 한번 빨아봤다.
물을 통해 한번 연기가 걸러지고 향료냄새가 더해지니
일반 담배보다도 훨씬 연하고 독특한 향도 있었다.
하지만 시샤의 물이 일반 시중 담배의 필터에 비해서
독성물질을 거르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니 알아두시라.

노래하고 웃고 떠들다 보니 하나 둘 씩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사막의 밤은 은근히 추웠다.
다들 길대장님과 김태엽씨의 도움으로
침낭위에 모포를 두어장씩 두르고 자야할 정도였다.
그렇게나 덥던 낮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그렇게 사막에서의 하루가 끝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