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5일 수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0 (3) : 뛰어봤자 트롤 혓바닥 위

프레이케스톨렌이나 쉐락볼튼도 감격스러웠지만
7시간만에 도착한 트롤퉁가(Trolltunga)는 더욱 벅찬 감동이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특별했던 등반 코스 덕도 있으리라.


700m 낭떠러지 임에도 겁따위는 개나 줘버린 분

가이드 얀의 말로는 사진 찍으려면 1시간쯤 기다려야 할 거라며
그만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찍을 포즈는 미리 생각해두란다.
서둘러 트롤퉁가 뒤편으로 가보니 역시나 줄을 잔뜩 서 있다.
아내는 자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건너편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같이 와준 것도 고마운데 자신의 인증샷 기회도 양보하니
또다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한가득이다.

(이 문단은 내가 줄 서 있느라 몰랐던 아내의 시선으로 본 버전.)
남편의 인증샷을 위해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얀이 와이어에 몸을 맡기며 절벽에 매달렸다.
시간 잠깐 난다고 그 새 절벽을 타다니 진짜 산 좋아하나보다...
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유가 다 있었다.


갑자기 와이어에 몸을 맡긴 가이드 얀

얀이 말했던 것 처럼 한시간쯤 지나 내 차례가 되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트롤의 혓바닥 위로 향했다.
맞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보인다.





기나긴 트래킹과 또 긴 기다림, 그리고 찰나의 인증샷.
어찌보면 허무할 법도 하지만, 웬걸 뿌듯한 기분만이 한가득.
특히나 대망의 3대 트레킹을 마무리했다는 이유 때문인지
(물론 노르웨이 여행은 아직 한참 남았지만)
맘 속에는 묘한 여운이 계속 맴돈다.

각자의 인증샷 촬영이 끝나고 이제는 하산할 차례.
하산은 일반 트래킹 코스를 통해서 하게 된다.
내려가는 길이라지만 5시간 정도를 걸어야하니 이 또한 만만찮다.



한동안은 그래도 평지길이라 걸을만 했다.
전체 경로의 절반을 지날 무렵 가이드 얀이 사람들을 불러모으더니
지금부터 공식적인 가이드는 종료했고
각자 자기 페이스대로 하산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봤자 나중에 보니 한두명 빼고는 비슷하게 가더라.)
그리고 본격적인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지쳐서 다리가 풀렸다보니 조금만 경사가 심해져도 휘청휘청.
여지껏 잘 버텨준 아내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확연했다.

그래도 어느새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여기만 내려가면 아침에 출발했던 장소.
그런데...문제는 400m 높이 비탈을 오르내리기위한 길이다보니
아주 지겹기 그지없는 지그재그길을 걸어가야했다.
지그재그길만 1시간;;;;;;


걷는데도 멀미나는 기분;;;

어느 순간 보니 네덜란드 아가씨와 얀이 우리 뒤에 있었다.
지겨운 하산길이지만 그래도 얘기하면서 가면 좀 덜하지.
아니 사실 애시당초 얀이 투 머치 토커다. ㅋㅋㅋ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등산을 좋아하느냐,
우리도 해산물 많이 먹고 삭혀먹는 것도 있어서 한국이랑 비슷하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북한에 대한 얘기 -_- 등등

출발한지 12시간만에 출발장소에 돌아왔다.
내려와보니 다른 사람들이 다 먼저 와 있네. 우리 그룹이 꼴지.
야쿠시마 트래킹 때도 10시간을 걸어봤지만
마지막이 평지길이었던 그 때에 비해
이번에는 오히려 마지막이 경사길이라 너무 힘들다.

이제 다들 각자의 숙소로 돌아갈 차례.
네덜란드 아가씨는 출입통제하던 곳에 어머니가 기다리신다기에
우리 차에 빈자리 있으니까 데려다 주기로 했다.
네덜란드에서 가족끼리 카 페리를 이용해 여기까지 왔는데
(오다 숙소에서 만난 이탈리아 커플과 똑같네)
트롤퉁가 트래킹은 어째 혼자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네 나라엔 산이 없으니 등산이 너무 생소하다고...
아 그렇지...네덜란드는 산이 없지... -o-
(네델란드에서 가장 해발이 높은 곳이 332m...)

네덜란드 아가씨를 데려다주고 우리 숙소로 돌아오니 거의 9시.
정말 맘같아서는 그냥 쓰러지고 싶지만
그래도 씻고 밥은 먹어야지.
얼른 드러눕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서두르게 된다.
후다닥 씻고 밥해먹고 정리한 다음 침대로 직행.
이제 내일 아침까지 정줄 놓고 잠 좀 자야겠다.

PS. 1
며칠 후 트롤퉁가 액티브(Trolltunga Active)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트래킹하는 동안 얀이 찍은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고 왜 얀이 트롤퉁가에서 와이어에 매달렸는지 알게 됐는데
얀은 절벽에 매달려서 사람들의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구도가 아주 예술.
Thank you, Jan.


얀이 와이어에 매달린 상태로 찍은 사진

PS. 2
이번 3대 트레킹에서 유용하게 사용한 도구인 LifeStraw.
필터달린 빨대에서 어지간한 불순물과 잡균을 걸러낸다.
계곡물을 바로 통에 담아 마실 수 있으니
트래킹 시에 들고갈 물의 양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Amazon.com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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