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날을 위해 한국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식량을 꺼냈다.
짜잔~ (이것은 스낵면 광고가 아닙...) |
산에서 먹는 컵라면이 또 별미 아니겠는가?
뜨거운 물을 담아오기 위해 보온병도 한국에서 가져왔다.
(단 한 번의 즐거움을 위해 온갖 것을 다 들고왔...)
다만 아침에 끓는 물을 넣긴 했어도 보온병 속의 물은 약간 식어있었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이 물에라도 익혀 먹어야지.
역시나 라면이 충분히 익지는 않았다만
딱딱한 면과 미적지근해진 국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반찬인 덕에 남김없이 뚝딱 해치웠다.
(쓰레기를 버릴 수 없기에 다시 봉투에 넣어 가져가야한다.)
반면 선두에서 우릴 이끌던 가이드 얀은
어디선가 채취한 커다란 야생 버섯하나를 우걱우걱 먹는다.
말하는 투가 특이하다 생각했다만 역시나 재밌는 친구다.
컵라면을 한창 먹는데 (얀 말고) 다른 가이드가
한국 음식이냐고 물어보면서 자기네도 비슷한 것이 있다고 했다.
아 미스터 리 라면? 우리도 이름은 알지.
다만 이때까지 우리가 아직 미스터 리 라면을 안먹어 봐서
한국 라면과의 차이를 얘기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마트에서 몇개 사게 되는 미스터 리 라면 |
가이드는 한국 등산객들이 가져온 전투 식량도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에게는 즉석 가열 식품이 상당히 생소했는지
어떤 식으로 가열 되는지, 안전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더라.
하지만 내가 화학과 졸업했어도 영어로 설명은 못하겠네. -_-;
(사실은 아는게 없......쿨럭쿨럭)
잠깐, 그런데 노르웨이도 징병제 국가인데 이 사람은 군대 안갔나?
하긴 노르웨이는 징집 거부해도 아무 규제나 차별이 없다고는 하더라
라면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우리에게 물어보던 가이드는
동행을 여기까지로 하고 다시 비아 페라타로 하산했다.
잠깐, 그러고보니 올라오는동안에는 힘들어서 몰랐는데
출발할 때 멤버에서 한 명이 부족하다.
아까 자전거 라이딩 끝날 때는 봤었으니
아마도 등반을 중도 포기하고 돌아갔나보다.
혹시나 다친 것은 아니기를.
식사와 휴식이 끝나고 다시 트래킹을 시작했다.
그래도 이젠 평지로만 걸으면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길을 가던 중 한쪽에서 음악을 틀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얀이 다가가서 정중하게 소리를 줄일 것을 권했다.
고요함을 즐기고픈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
어찌보면 멋없고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가 얼마나 주변을 돌아볼 줄 알았던가 싶었던,
힘든 와중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순간이었다.
이미 많이 지쳐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한시간을 더 걸은 후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바로 허공을 향해 쭉 뻗은 트롤의 혓바닥 트롤퉁가(Trolltung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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