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차이나타운의 패루 |
지나가는 길이니 잠깐 둘러보는데
역시나 여러 중국 음식점들이 하나같이 나가사키 짬뽕을 팔고 있다.
와중에 유명한 식당인 고잔로(江山樓)는 사람들이 줄을 섰네.
점심으로 짬뽕 먹으려고 했는데 각오를 해야겠군.
다시 데지마로 향하자.
데지마는 무려 1636년에 만들어진 인공섬.
17세기부터 쇄국정책을 시행한 에도 막부가
(이전부터 하고 있던) 서양과 무역은 지속하되
포르투갈인들 무역상들이 본토에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들이 거주할 섬을 만든 것이다.
다만 몇년 지나지 않아 천주교 포교를 문제삼아서
포르투갈인들은 몰아내고 그 자리를 네덜란드인들이 대신하게 되었다.
(네덜란드인들은 장사에 집중하느라 포교따위는 안 했다고 한다.;;;)
지금은 항만공사로 인해 주변이 매립되면서 섬이 아니게 되었지만
복원공사를 통해 기존 데지마 테두리를 따라서 해자가 파여있다.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패전 후에 네덜란드가
배상금 대신 요구한 것이 데지마 복원이었다고 한다.)
도착해서 보니 입장료를 받고 있다.
어쨋건 유적지니 그럴 법도 하지만 옛것 그대로인 것도 아니고
복원한지 불과 20년도 안된 (심지어 해자는 10년도 안되었다.) 곳에
굳이 입장료를 내가면서 구경해야할 지는 모르겠다.
울타리가 낮으니 적당히 곁눈질로 보고 돌아가자.
이제 점심으로 우리도 나가사키 짬뽕(ちゃんぽん)을 먹으러 가자.
우리가 갈 곳은 최초의 나가사키 짬뽕을 만든 가게인 시카이로(四海樓).
시카이로는 차이나타운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데지마에서는 걸어서 15분 거리.
5월치고는 꽤 더운 햇볓속에서 10여분을 걸어
지도상의 시카이로 위치 근처에 도착했다.
그런데 당췌 주변에 시카이로 간판은 보이질 않는다.
구글 지도가 잘못됐나?
양쪽에 큰 건물 두개 말곤 아무 것도 안보이는데...잠깐 설마
그 큰 건물중 하나가 통채로 시카이로 건물이었다. -_-; |
앞서 봤던 차이나타운의 가게들 규모로 생각한게 오산.
원조는 역시 남다른지 5층짜리 건물 하나가 통채로 시카이로였다.
가난한 중국인 이주 동포들을 위해 개발한 저렴한 메뉴가
주인장을 거부로 만들어준 아이러니같은 상황이 재밌다.
심지어 1층은 기념품과 음식재료 판매점.
우선 계단을 올라가보자.
두둥! |
으헉. 계단을 올라 만난 것은 5층 레스토랑 만석이라서
1시간은 대기해야 먹을 수 있다는 안내판이었다.
이런 젠장 다시 차이나타운에 있는 고잔로에 가야하나?
우선 대기라도 걸어놓을 수 있는지 가보자.
엘레베이터를 타면서 보니 3, 4층은 연회석이고
일반 레스토랑은 5층 뿐이었다.
그리고 5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는 순간...헬게이트가 열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대며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고... OTZ
우선 대기명단을 살펴보자.
대기명단 종이 한 페이지에 대충 30팀 정도 적도록 되어있는데
이미 한 페이지가 다 차서 뒷페이지에 적어야하는 상황.
포기를 해야하나 싶기도 했지만...그래 1시간정도 딴데 갔다오자.
우리 이름을 올려두고 1층으로 내려왔다.
시카이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우라 성당(大浦天主堂)이 있으니 그곳부터 가볼까?
나가사키는 일본 최서단이어서
과거 서양과의 무역은 항상 나가사키를 통해서 이뤄졌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독교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곳이고
현재도 일본에서 기독교인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물론 일본에 종교인 자체가 미미해서 얼마 되진 않는다.)
오우라 성당은 일본의 쇄국정책이 끝난 1853년에 지어지기 시작해서
일본의 가장 오래된 성당이자 일본 국보중 유일한 서양식 건물.
이런...국보라 그런지 성당도 입장료를 내야하네. -_-;;;
아내와 둘이서였으면 모를까 같이 온 일행도 있는데다가
이쪽은 성당 구경에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결국 멀찌감치서 전면만 보고 패스.
시카이로에서 오우라 천주당을 지나 글로버 가든까지
나가사키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대부분 들르는 지역이다보니
이곳 주변에는 기념품점과 과자점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 가게들은 모두 공통점들이 있는데
과자점들은 하나같이 카스테라를 팔고 있고
기념품점들은 하나같이 폿펜(ポッペン)을 팔고 있다.
나가사키 유리공예품 하면 역시 폿펜 |
폿펜은 기다란 주둥이에 입을 대고 살짝 바람을 불어넣으면
아래쪽 얇은 유리바닥이 볼록해지면서 뽁!
다시 입을 떼면 압력이 떨어져서 원복되면서 뽁!
그렇게 뽁뽁뽁 소리 내면서 갖고 노는 일종의 장난감.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나가사키 출장 갔다가 사오셨는데
동생은 애지중지하다가 정작 본인이 깨트린 슬픈 추억이 있다..
그리고 이걸 사진찍어서 보내주는 난 참 좋은 오ㅃ......
글로버 가든 입구까지 가고 보니
이제 다시 시카이로로 내려가면 얼추 1시간이 되겠다.
다시 시카이로에 가서 5층에 올라가니 여전히 아수라장.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기명단은 많이 줄어있다.
얼마 지나지않아 우리 자리가 났다.
그것도 무려 몇자리 되지 않는 창가자리!
메뉴는 당연히 나가사키 짬뽕.
짬뽕 외에도 볶음 국수랑 군만두도 곁들이자.
그리고 나를 제외한 세 명은 나마비루(生ビール) 한 잔씩.
이 일행들의 음주 여행은 이제 시작일 뿐이니... |
나가사키 짬뽕 |
본고장 나가사키 짬뽕은 한국에서 먹던 것 보다는 느끼하다던데
나야 느끼한 거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어떠려나 하는 일말의 걱정과 함께 한입.
......
느끼는 무슨 느끼. 진짜 맛있네!!!
나만이 아니라 4명 다같이 맛있어서 후루룩후루룩.
돈코츠와 치킨스톡이 섞인 육수에 잔뜩 들어간 해물 덕인지
보이는 기름기에 비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매력적이었다.
살짝 곁들이듯 있는 칼칼함과 쫄깃한 면까지 있으니
이거 완전 해장용으론 딱인데? (하지만 난 술을 못먹지...)
같이 시킨 볶음 국수도 맛있었지만
원조 나가사키 짬뽕의 인상이 워낙에나 강렬하다.
폭풍흡입으로 식사를 끝낸 후,
이제 아까 근처까지 갔다 다시 돌아온
글로버 가든을 구경하기 위해 올라가보자.
@ 짬뽕은 중국어가 아닌 일본어
@ 한국의 짬뽕도 유래는 나가사키 짬뽕이라는 사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