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1일 목요일

Jin과 Rage의 Croatia & Slovenia 여행기 - 20130621 (2) : 수다스런 시골 할며니와의 기차 여행

자그레브로 향하는 기차에 타고보니
자그레브에서 탈 때와는 다르게 빈 방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할머니 한분만 있는 방에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보고는 합석.

(나도 그렇지만 아내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잘 거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엔 잠시 조용히 갔지만 얼마후 부터는 할머니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자기는 크로아티아 사람인데 독일 남부에 있는 자식 집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이시라고 한다.
간단한 신변 잡기 얘기를 나눈 다음에 할머니가 본격적으로 꺼낸 얘기는
"유럽에서 벌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한국도 그러냐?"는 거였다 -_-;;;
한국도 벌이 많이 줄었다는 기사를 읽은게 있어 그렇다고 그랬더니
(전자파나 신종 전염병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중이라는 기사는 봤는데)
할머니는 이게 비행기가 너무 많이 날아다녀서 벌에 영향 미친거란다.
(유럽에서는 그런 설이 있는 건가?)
그러고는 '이번이 너희들 마지막 크로아티아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할머니 그런 무서운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재밌게도, 공부하러 이곳저곳 유학도 다니시고 하셨다는 분인데도
(좌석에 올려둔) 내 카메라가 자신을 향해 있는것을 약간 꺼림직해하는
마치 근대 이전의 시골 할머니같은 분이었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자신의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셨다. -_-

나중에 자그레브에 도착한 뒤 플랫폼에 내린 우릴 보고는
차창 밖으로 몸을 꺼내고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해주신다.
(할머니는 자그레브에서 안내리심)
(이틀전에 경험했다시피) 찜통같은 기차안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내가 접이식 부채를 꺼내자 그걸 보고는 약간 신기해하셨는데
헤어지고 나서 아내와 둘이서 생각해보니
그 부채 드리고 올 걸 잘못했다 싶었다.

여하간 우선 숙소부터 결정한 뒤, 자그레브를 돌아다녀보자.
내일 플리트비체로 가야하니 역과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찾아보자.
책에서 역 근처에 Omladinski Hostel이 소개되어 있기에 여기로 결정.
하지만 2인실로 달라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그다지 싼편도 아닌데다가
방은 비좁고 시설도 낡았다. 결정적으로 에어컨도 없네...;;;
그래도 어쩌겠나. 오늘 하루만 견뎌봐야지.

숙소에 짐을 내려놓은 뒤에는 내일이 토요일이고 하니
혹시나 플리트비체로 가는 버스표를 미리 끊어놓기로 했다.
그나마 이 숙소가 갖는 장점은 교통.
자그레브 중앙역은 걸어서 5분, 버스터미널은 걸어서 15분에 갈 수 있다.

버스터미널 (Autobusni Kolodvor Zagreb)에 가서 내일 표을 끊은 뒤
인포센터에 가서 옐라치치 광장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다.
옐라치치 광장(Trg Bana Jelačića, Ban Jelačić square)이
자그레브 관광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버스터미널 앞에서 트램으로 한번에 갈 수 있다고 해서
가판대에 가서 일일권을 사고 트램 탑승.
(트램 표는 트램 정차역 근처 가판대에서 살 수 있다)


자그레브의 트램.
이 차는 비교적 신형이고 이보다는 낡은 트램이 더 많았다

트램 티켓을 찍는 기기 사용법을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어떤 아주머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일일권을 매번 탈때마다 찍는게 아니라
처음 한번 찍고 24시간 내에는 다시 안찍어도 된다.
게다가 승무원도 따로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무임승차도 가능할 듯 했다.
하지만 우리는 착한 여행객이니까
여행 마지막날에 다시 자그레브에 와서도 트램 표를 사야지.

옐라치치 광장에 도착한 후 우선
돌라치 시장(Tržnica Dolac/Dolac Market)쪽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역시나 예정에 없던 상황이므로 책에서 추천하는 식당 중에
크로아티아 전통 음식이 괜찮다는 녹투르노(Nokturno)로 고고씽~

좁은 내리막 골목길에 좌석들이 놓여있고
그 가운데 우리의 목적지인 녹투르노가 있었다.


[구글 스트리트 뷰 캡쳐] 이 길 아래쪽에 녹투르노가 있다

건물이 아닌 길 가운데에 좌석이 있다보니
맞는지 아닌지 몰라 두리번거린 뒤,
그 다음엔 자리가 없어서 또 두리번 두리번. -_-;
그래도 다행히 얼마 안지나 자리가 나서 잽싸게 앉았다.
메뉴판을 받았는데 전통 음식이 당췌 어떤건지 모르니 대충 찍었다.
음료는 아내는 오주이스코(Ožujsko) 맥주,
난 세데비타(Cedevita)란게 있길레 시켜봤다.


헐, Cedevita가 물에 녹여먹는 비타민 음료였어 -_-


딱 보기만 해도 치즈 덩어리들

음료가 먼저 나오는데 세데비타가 물에 녹여먹는 비타민인걸 알고 헐~.
마셔봤더니 맛도 닝닝해서 좌절 OTZ
그리고 식사가 나왔는데.... 위에서 보다시피 치즈 덩어리들이다...
사진 오른쪽은 전통 빵이라는 설명을 보고 시킨건데
먹어보니 치즈 덩어리에 밀가루 옷 입혀놓은 느낌이랄까?
사실 하나하나는 괜찮은 맛인데
느끼한걸로만 두개를 시켜서 먹기가 상그러웠다.
종업원한테 추천을 받아볼걸 그랬다.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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