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4일 월요일

Jin과 Rage의 Singapore 가족 여행기 - 20190815 (2) : 냄새 나지 않는 두리안. Esplanade Theatres

하지 레인과 아랍 스트리트 구경을 마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래플스(Raffles) 호텔 앞에서 내렸다.
싱가포르의 개척자인 토머스 스탬포드 래플스의 이름을 따온 이 호텔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식민지 시대의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건물.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곳으로, 2차 세계대전때 큰 피해를 입었으나
쌍용건설의 복원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다만 우리가 래플스 호텔에 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싱가포르 인구의 3/4이 중국계인 만큼 중국 음식의 퀄리티도 좋기에
귀국시 선물용으로 래플스 호텔의 월병을 사면 어떨까 보러 온 것.


그런데 알고보니 여기서 판매하는 월병은 냉장 보관이다.
아쉽지만 한국까지 들고가는 것은 무리.
그냥 호텔 구경이나 더 하고 가야겠다.

이제 꽤나 더워져서 잠시 돌아다니는 것도 지친다.
그러고보니 아직 오늘의 카페인 충전을 안했구나.
모닝 카페인을 위해 카페 디안(YY Kafei Dian(喜園))으로 가자.
아침을 안먹었다면 카야 토스트 같은 걸 먹어도 되겠다만
지금은 배고프지 않으니 간식으로 조그만 머핀 하나.



오픈된 공간에 실링 팬만 있어 더위는 여전하지만
베트남 커피를 연상시키는 달달하고도 진하면서 차가운 커피 한 잔이
더위도 몰아내고 정신도 번쩍들게 한다.

커피와 휴식으로 다시 기운을 차렸으니
래플스 호텔 맞은편에 있는 차임스(Chijmes)로 가보자.
차임스 또한 식민지 시절에 수녀원으로 지어졌던 곳이지만
한 때 여학교였던 시절을 거쳐
지금은 싱가포르 최고의 핫한 다이닝 공간으로 변신을 거듭한 곳이다.


당연히 식당들은 아직 영업전



비록 우리는 문닫힌 가게들만 봐야했지만
레스토랑과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빈백들이 널려있는 정원이
고딕 양식의 건물과 공존하고 있는 묘한 풍경.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존재들로 조화를 이룬 것이
싱가포르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짜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많은 판에
그냥 공원 산책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볼까?
마침 차임스 코 앞이 에스플레네이드(The Esplanade) 공원이다.
에스플레네이드 공원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중 하나인데
그런 만큼 역사에 대한 기념물들도 여럿 있고
뭣보다 마리나베이 바로 옆인지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중 하나다.
그런 에스플레네이드 공원 내에서
외관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두 개의 건축물들이 있으니
바로 에스플레네이드 극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 극장의 별칭은 '두리안'.
(그렇다. 냄새 지독한 과일, 바로 그 두리안이다)

전체 모습이 나타나게 찍지는 못했지만
극장 외관이 마치 두리안 겉껍질을 닮았다는게 보인다

두리안을 닮은 에스플레네이드 극장을 지나 바닷가로 향하니
새벽에 왔던 멀라이언 쪽은 이제 인파가 몰리고 있다.
진짜 아침 일찍 오길 잘했지.


이제 점심 먹으러 가볼까나?
점심은 차이나 타운에 있는 호커 찬(Hawker Chan).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다.

새벽은 새벽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오전에는 사람 많은 곳을 피했기에
계속해서 한적한 싱가폴 모습만 봤던 우리는
버스를 타고 도착한 차이나타운에서 드디어 인파에 휩싸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호커 찬은 아예 가게 밖까지 줄이 서 있다.



어째어째 자리잡고 주문을 했다.
베스트 메뉴인 간장 닭국수(Soya sauce chicken noodle)와
굴소스 야채 볶음(Oyster sauce vegetable)에
후식으로 아유 젤리(Aiyu jelly)까지 13$니까 대략 13000원.
만만찮은 싱가포르 물가 생각하면
아침 국수가게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착한 가격이다.


맛은 어떻게보면 딱 예상되는 맛이지만
(살짝 단맛나는 간장소스에 절여진 로스트 치킨과 국수. 딱 그 맛)
근데 한편으로 진짜 군침돌게 하는 게 (맛있는) 아는 맛 아니던가.
호커 찬의 음식 또한 그랬다.
예상대로의 맛이지만 맛있다는 소리가 딱 나올 만큼 적당한 간과 당도
그리고 촉촉한 닭고기에 가늘지만 쫄깃한 면발까지.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시계를 보니
좀 있으면 부산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하겠네.
얼른 공항으로 마중나가야겠다.

PS.
호커 찬은 2020년 이후로는 미슐랭 별을 달지 못하고
빕 구르망에만 등재되어있어서
아쉽게도 이제는 가장 저렴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아니다.

2023년 7월 2일 일요일

Jin과 Rage의 Singapore 가족 여행기 - 20190815 (1) : 27년만에 다시 찾은 고요한 Merlion Park

처가 식구들은 싱가포르에 오후 도착하는 부산발 비행기를 타니까
가이드 역할을 해야할 우리는 먼저 도착해야되서
인천공항에서 자정에 출발하는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탔다.
6시간의 비행 후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
야밤의 인천공항은 면세점도 모두 닫혀 있었지만
새벽의 창이 공항은 면세점이 열려있네?
(싱가포르 창이 공항은 입국시에도 면세점 쇼핑이 가능하다.)
이 면세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크래프트 맥주 6병을 쇼핑한 아내님...


아직 밖은 해도 제대로 뜨지 않은 새벽.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는 시간대지만
한편으로 이런 때야말로 평소엔 사람이 북적댈 곳으로 가야지.
우리 짐은 공항 수하물 보관소에 맡겨둔 다음
(어짜피 나중에 식구들 도착하면 마중하러 공항에 올 거니까)
우리는 곧장 전철을 타고 멀라이언(Merlion) 공원으로 향했다.

해 뜬지 얼마 안된 새벽 7시의 마리나 만

싱가포르 강과 마리나 만(Marina Bay)이 만나는 곳에는
상가포르의 상징인 커다란 멀라이언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다.
싱가포르 관광의 필수코스 같은 곳이라 낮에는 늘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아침에 오니 정말 사람 한 명도 없네.
(게다가 별로 덥지도 않았다.)


어? 그런데 왜 멀라이언 조각상에서 분수가 작동하지 않는 거지?
라고 할 거 없다. 왜냐면 분수는 아침 7시반부터 작동하니까.
우리가 조각상 앞에 도착했을 때는 7시 20분.
10분정도를 기다리고 나니 멀라이언은 물을 뿜기 시작했다.


27년만에 다시 들른 멀라이언 앞에서의 독사진은 개그씬으로...

재밌게도 정말 사람 한명 보기도 힘들다가
멀라이언이 물을 뿜기 시작하니까 그래도 한두명씩 오는게 보인다.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빠져야지.
이제 아침식사를 해볼까?
싱가포르의 가로수길, 하지 레인(Haji Lane)으로 버스를 타고 가자.

물론 아직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은 닫혀있지만
그래도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게가 간혹 열려있다.
우리가 찾은 곳은 Blanco Court Prawn Mee라는 국수 가게.
가게 이름에서 온갖 문화가 공존하는 싱가포르의 특색이 보인다.
스페인어 Blanco, 영어 Court와 Prawn, 말레이어 Mee(국수).
거기다 옆에는 한자가 적힌 간판까지.



가게 이름으로도 알 수 있는 이 가게의 대표 메뉴는 새우 국수.
아내는 새우 국수 하나, 나는 새우+갈비+꼬리 국수를 주문하자.
싱가포르는 물가가 만만치 않은 곳인데
16.8 S$(약 14000원)라는 착한 가격으로 한끼 해결한다.


꽤 진한 해산물 육수와 큼직하고 탱글한 새우는 호불호가 없을 맛.
다만 돼지고기는, 아마도 꼬리 때문인 듯한 약간의 누린내가 있었다.
나야 웬만한 누린내는 신경 안쓰지만 아내에겐 무리.

식사를 마친 후에는 하지 레인을 구경할 차례.
(국수집 바로 옆이 하지 레인이다.)
하지 레인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료수를 파는 가게의 조그만 창이 보인다.
안그래도 이제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데다가
아침으로 먹은 것도 따뜻한 국수다보니 시원한 음료가 필요했다.
메뉴판을 보니 Homemade barley라는 게 보인다.
처음 보는 메뉴라 어리둥절. 이런 때는 사먹어보는게 답이지.

아내가 받아 들고 있는 뽀얀 액체가 Barley

뽀얀 액체인 barley를 마셔보니......이거 별미다.
살짝 고소한 맛도 나면서도 달큰하기도 하고.
마시면서 찾아보니 barley는 보리. (영단어 어휘력의 부족이 들통났다...)
그리고 음료수로서의 barley는 보리를 삶은 물이다.
우리나라는 볶은 보리를 차로 우려내니 연갈색의 물이지만
여기는 생보리를 써서 마치 쌀뜨물처럼 하얀 것.
다만 우리가 마신 barley의 단 맛은 약간의 당이 들어간 것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싱가포르식 barley는 아무것도 없이 보리랑 물로만 만든다는데
그것만으로 이런 달큰한 맛이 날 것 같지는 않다.
시원한 음료로 당을 충전했으니 이제 걸어가보자.

아직 9시도 안된지라 당연히 상당수의 가게들은 문 열기 전이지만
하지 레인은 강렬한 원색의 벽화들 만으로도 구경할만한 곳이다.
다만 하지 레인 자체는 250m의 짧은 거리.
하지만 바로 옆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를 비롯한 인근이
모두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기 때문에 구경이 금방 끝나지 않는다.
어느 거리냐 따라서 달라지는 가게 종류들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어디가 하지 레인이고 어디가 아랍 스트리트일까요?

2023년 6월 18일 일요일

Jin과 Rage의 Singapore 가족 여행기 - 출발전

지금까지 내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은 몇번 다녀왔지만
장모님만 따로 모시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다.
(그나마 내 부모님과 동반으로 모시고 다녀온 적은 있다만)
핑계를 대자면 장모님께서 처가 식구들과 다같이 가는 걸 원하셔서인데
조카들도 어렸고 인원도 많다보니
휴가 시기를 다같이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아서
그동안 1~2박정도의 국내 여행 같이 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걸 미룰소냐.
이번에야말로 한번 날잡고 다 같이 가보자는 아내의 주동과 처형들의 동조하에
우리는 14명의 준 단체 해외여행 기획을 하게되었다.

우선 일정은 8월달에 4박5일간.
여행지는 인천과 부산에서 모두 갈 수 있는 곳 중에 고르다보니 싱가포르로 결정.
싱가포르에서 가까운 조호르바루에 레고랜드가 있으니 여기도 코스에 넣자.
다 같이 지낼 숙소 구하기엔 Airbnb만한게 없지.
이제 남은건 교통편.
시내 다니는 거야 대중교통이나 Grab을 이용하기로 하고
공항과 숙소 오가는 거나 싱가포르에서 조호르바루 가는 건 버스 대절을 하자.
이건 말레이지아에 살고 계시는 이모 찬스 사용.

여태껏은 가족 해외여행이라봐야 4~5명이었으니
취향을 맞추는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만
이번엔 인원만 14명인데다가 그중에 어린 조카들이 6명이나 되니
혹여나 준비에 부족함이 없나 출발전까지 신경이 쓰였다.
어쨋건 어느새 여행날은 다가왔고
우리의 단체관광 가이드(?) 체험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