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8일 토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30 (1) : 말로 끝나는 Longyearbyen 투어

스발바르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사실 시간이 아침이니까 아침이라고 하는 거지
24시간 밝으니 아침이라고 부르는게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어쨋건 아침식사를 하러 나왔는데 너무나도 화창한 날씨다.
이틀 내내 잔뜩 흐리다가 떠나는 날에야 이렇게 화창하다니.
그래도 한편으로는 한나절이라도 맑든 걸 보는게 어디냐 싶다.

구름 밖에 없던 하늘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바뀌었다

여태 언급하지 않았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를 노르웨이에서 만나 놀란 게 있는데
여기도 집안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었다.
서양은 어디든 집단에도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역시나 세상은 많이 접해봐야 그만큼 알 수 있는 것 같다.
(아내 말로는 아이슬란드에서도 그랬다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노르웨이 집 현관에는 신발 벗는 곳이 있다

오늘은 오전에 롱위에아르뷔엔 투어를 한다.
사실 구경할 거리가 많지 않은 곳이지만
그래도 왔으니 투어 한 번 쯤은 돌아봐야지.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투어 차량이 왔다.
그런데 운전자 겸 가이드가 백인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기 소개를 하는데 콜롬비아 사람이란다.
노르웨이 땅인 스발바르를 안내하는 콜롬비아 사람이라니.
당혹스럽지만 이 또한 스발바르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왜 그런지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우리를 포함해) 6명의 손님을 태우고 밴 차량이 출발했다.
그리고 도착한 첫 방문지는 후셋(Huset) 레스토랑...읭?
이 곳이 단순한 레스토랑은 아니고 컨퍼런스 장소로도 쓰이며
과거에는 호텔과 우체국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이드 말로는 자기가 예전에 여기서 일했었는데
여기 와인 셀러에 좋은 와인이 그렇게나 많다고...
그리고 이 모든 설명을 레스토랑 앞에서 하차도 안하고 끝냈다.
역시나 구경거리가 많지 않은 롱위에아르뷔엔.
(솔직히 왜 여기를 들렀는지는 당췌 의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세계 최북단에 있는 교회이자
스발바르 유일의 교회인 스발바르 교회.

소박한 교회 내부

사실 여기 또한 세계 최북단 교회라는 상징성 외에는
특별한 것 없이 지극히 소박한 시골교회일 뿐이다.
(구경할 게 없다는 얘기다. ㅋㅋㅋ)
그나마 벽난로 위의 곡괭이와 슬레지 해머가
이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왠지 구소련 국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역시나 길지 않았던 스발바르 교회 구경 후
이번 구경 거리는 석탄 운송용 케이블 카트 시설.
(어째 우리가 산책하던 장소를 벗어나질 않네. -_-;;;)
롱위에아르뷔엔의 탄광들은 대부분 채굴이 중단됐기에
이 케이블 카트들도 사실상 버려진 상태라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버려진 목조 구조물들이
평범한 시골마을을 기묘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영상 10도 전후의 기온이지만 저 멀리 거대한 빙하가 보인다

다시 차에 올라타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스발바르 공항 옆 오르막길을 달려 도착한 이번 목적지는
세계적 대재앙이 발생했을 때의 인류 생존을 위해서
식물 종자들을 보관하고 있는 국제 종자 저장고.
(이러한 종자 저장고는 세계에 단 두 곳이 있는데
나머지 하나는 우리나라 경북 봉화군에 있다.)
천재지변이나 핵전쟁에도 무사하도록
저장고 자체는 땅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고
우리가 땅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입구 뿐.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종자 저장고가 한창 공사중이었는데
얼마전에 누수 현상이 발생해서 그렇다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종자의 반입만 가능하고
(큰 위기가 없다면) 반출은 안되도록 되어있는데
딱 한 번, 시리아 내전동안 유실된 종자를 반출하기 위해서
밖으로 가지고 나간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인류에게 중요한 장소이긴 하지만
우리가 굳이 공사판 현장에서 오래 있을 필요는 없겠다.
사실 공사가 아니라도 일반인 출입은 불가한 시설이며
그냥 여기에 이런게 있구나 하고 보고 가는게 전부이긴 하다.
그럼 또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종자 저장고 아래는 스발바르 공항

2020년 7월 22일 수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9 (2) : Do you need a booster?

맛있는 간식으로 배를 채운 후의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서 저녁의 카약 투어 전까지 쉬기로 했다.
인적드문 길을 따라 타박타박 걸어가는데...
우리 숙소쪽에서 웬 동양인 아가씨가 걸어온다.
여기로 오는 비행기에서 의외로 동양인들이 좀 있기는 했다만
저 사람은 아무리 봐도 한국인 같다...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 아가씨의 점퍼 소매에 작지만 선명한 태극기가 보인다.

"엇, 한국인이세요?"
"엇, 네."

서로 너무나 예상못한 시점에 만난 자국민에 잠시 당황했다.
소매의 태극기 패치를 봤을때 북극 다산과학기지로 가는 분인가?

"다산 기지 가시나봐요."
"아 네. 연구원이라서요."
"고생 많으시네요. 저희는 관광으로 왔어요."

다산과학기지는 더 북쪽에 있는 뉘올레순(Ny-Ålesund)에 있기에
여기서 다시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야한다.
아마도 그녀는 어제밤 비행기로 노르웨이 본토에서 넘어왔거나
뉘올레순에서 이 곳으로 보급품을 사러 나왔을 것이다.
기대도 안한 장소에서 만난 한국인이라 궁금한 것도 많았지만
괜히 일 보러 온 사람 방해할까 싶어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먼 바다뿐만 아니라 이제는 숙소 부근도 날이 개고 있다.
이대로 저녁때까지 계속 날씨가 좋아지길.


지금보니 숙소 로비 건물 앞에 개 주차장이라는 팻말이 있다.
겨울이면 스노우모빌 만큼이나 유용한 개썰매 때문일테다.
마침 개 한마리가 옆에 묶여 있네. ㅋ

개 주차장(Dog Parking) 팻말

숙소 들어가서 다시 낮잠이나 좀 자면서
저녁에 카약 투어를 할 체력을 채워볼까?

...

7시가 되어 숙소를 나섰다.
카약 투어는 7시반부터라 지금 걸어가면 딱 맞겠다.
그새 구름이 더 걷혀서 바다 건너편의 산봉우리가 드러났다.
나아진 날씨만큼이나 기분도 좋아졌다.


우리 둘 다 처음 해보는 카약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우선 카약 대여소에 가서 제공하는 방수복을 입자.
방수복이 방한 기능까지 있기에 추위는 문제 없겠다.
(다만 머리를 보호할 비니는 개인이 따로 챙겨야 한다.)
그런데 방수복의 특징상 화장실은 미리 갔다오는게 좋겠다.
급할 때 이거 다 벗으려면 엄청 곤란하다.


가이드는 패들링 방법과 카약 조종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했고
이제는 우리가 바다로 들어갈 차례.
아...물론 카약은 직접 들고 가야한다. -_-;;;
안이 비어있긴 해도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들기도 불편하고 은근히 무겁다. (아마도 대략 20kg 정도?)

카약을 바다에 띄우기 직전

마음은 바다에 한가히 떠서 멋진 주변 풍경도 감상하길 바라지만...
난생 처음 하는 패들링은 우리에게 엄청난 난관이었다.
다른 일행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나가는데
(심지어 다른 일행들은 모두 여자들인데...)
우리는 아무리해도 좀처럼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풍경 감상은 개뿔, 목적지인 바다 건너편 뭍에 도착할 수 있을지가 의문.
결국 한시간 가까이 열심히 패들링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은 한참 전에 이미 도착했다...OTZ)

저기 건너편이 우리가 출발했던 롱위에아르뷔엔

우리가 도착한 곳은 폐허만 남은 버려진 땅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다 같이 둥글게 앉아서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다.
우리와 같이 온 사람들은 영국 아가씨 두 명, 스웨덴 아가씨 한 명,
그리고 노르웨이 아가씨 한 명과 알래스카 출신의 남자 가이드.
서로 간단하게 소개가 끝난 후 가이드가 지역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난데없이 이 곳 스발바르가 너무나 이상(Crazy)하다고 말했다.
석 달 동안 해가 안 지고 또 석 달은 해가 안뜨는게 적응이 안된단다.
우리에겐 알래스카도 엄청 북쪽에 있는 곳인데
그 알래스카 출신이 적응안된다고 하니 뭔가 묘하게 웃기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궁금해했던 북유럽 언어에 대해서 물어봤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각자 언어가 따로 있지만
너무나 서로 유사하기 때문에 자국어로 얘기해도 서로 알아듣는다는 것.
물론 여러 매체들에서 접한 내용이라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그래도 마침 스웨덴 사람과 노르웨이 사람이 있으니 직접 확인해보고팠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아가씨 둘은 서로 쳐다보고 끄덕이면서 동의했는데
서로 억양과 단어의 상세한 뜻이 살짝 차이는 나지만
웬만해서는 서로 다 알아 들을 수 있다고했다.
아마도 서로가 사투리로 느끼는 정도의 차이인가 보다.

30여분간의 대화 후 이제는 다시 돌아갈 시간.
그런데 우리 카약에 이상이 생겼다.
방향키와 페달의 연결에 이상이 생겼는지 방향키 조절이 안된다.
가이드가 살펴보더니 당장 수리할 수는 없겠다고 그냥 타란다.
흠냐...우리 잘 갈 수 있겠지?

방향키가 고장때문에 카약이 자꾸 한쪽으로 쏠렸다.
패들로 중간중간 방향을 조정하려니 더 느려져서
이제는 다른 일행들이 아득히 멀 정도.
이거 돌아가는건 2시간 걸리는 거 아냐?
우리가 힘겹게 나아가는데 갑자기 가이드가 다가와서는
"Do you need a booster?" 라고 묻는다.
필요야하지. (아내는 격렬하게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부스터?
그러자 가이드는 우리 카약을 자기 카약 뒤에 연결했다.
......
배 2개에 사람이 3명인데 우리가 패들링 안해도 더 빠른거 어쩔...

가이드 덕분에 많이 처지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다.
원래는 바다 위에서 한적하게 경치나 새들 보는 시간이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카약 투어의 현실은 목적지 도착을 위한 패들링 지옥 ㅋㅋㅋ.
와중에 다른 일행들보다 훨씬 뒤쳐저 자괴감도 들었지만...
그래도 나중에 다른 곳에서도 해보고 싶다. 다만 근력은 좀 키우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쉬면서 아내는 맥주 한 잔.
이번에는 트롬쇠의 맥(Mack) 브루어리의 것을 마셨는데
맥 브루어리는 스발바르에 브루어리가 생기기 전까지
세계 최북단 브루어리로 알려진 곳이다.
(지금도 맥 브루어리는 그렇게 광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내왈 최북단이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맛도 스발바르 것이 낫단다.

내일 오전에 투어갔다오면 시간이 없을테니 미리 짐 정리를 하자.
패들링 지옥 덕분에 잠은 잘 자겠네. ㅋㅋㅋ

2020년 6월 6일 토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9 (1) : 90일의 낮

잠깐 선 잠을 자다가 오전 1시가 되기 전에 깼다.
스발바르가 어떤 곳인가?
여름 석 달 동안 해가 지지 않는 땅 아니던가.
스발바르 시간으로 해가 제일 낮은 시각이 오전 1시.
진정한 백야를 보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섰다.

연 강우량이 300mm도 안되는, 사막만큼이나 비가 가문 곳이지만
여름에 녹아 내리는 빙하수 덕에 물이 부족하지는 않다

비록 안개가 자욱하지만 여전히 해가 떠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밤에도 밖이 훤하니 암막커튼은 필수

안개때문에 해가 뜬 한밤중이라는 아이러니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해가 떠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시계가 없다면 당최 몇시인지 짐작할 수가 없겠다.
그나저나 해가 내내 떠 있어서 그런지 심지어 기온도 낮이랑 차이가 없네.
어쨌든 밝은 한밤을 느꼈으니 다시 잠자리에 들자.

...

제대로 더 자고 아침에 일어났다.
아직 안개같이 낮게 깔린 구름이 하늘을 덮고는 있지만
조금씩 걷혀가는 곳이 보이는 게 기대를 갖게 한다.


로비 건물로 가서 아침 식사를 해야지.
숙소가 게스트 하우스임을 감안하면 꽤나 질이 좋다.


어짜피 저녁때까지는 일정이 없으니 산책이나 또 가보자.
어제는 마을 중심가를 따라 산책을 했으니
오늘은 마을 외곽쪽으로 나가봐야겠다.

어제보다는 구름이 조금 더 높이 올라간 덕에
어제는 잘 안보이던 산 중턱의 구조물이 선명하게 보인다.
아마도 폐탄광 광구인 듯.


사람이 얼마 살지 않는 극지방은 삭막하지만
마을의 건물들 만큼은 다채로운 색깔들이 알록달록하다.



점심은 마지막 남은 프랑스 전투식량.
전투식량을 많이 먹어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프랑스 전투식량은 꽤나 먹을만했다.
트래킹이 많았던 이번 여행에 더없이 훌륭했던 준비물.


산책을 즐긴 후 다시 마을 중심가로 향했다.
어제 장을 봤던 마트 근처의 카페로 가보자.
카페 이름인 프루에네(Fruene)는 노르웨이어로 아내란 뜻.
롱위에아르뷔엔 사람들 다 모인 듯한 복닥거림과
따뜻하고 푸근한 카페의 분위기의 이름과 잘 어울렸다.



핫초코와 따뜻한 커피, 그리고 진한 초콜릿의 텍사스 케이크

조그만 마을의 카페라 별 기대를 안했지만
음료와 케이크의 맛이 꽤나 훌륭하다.
특히 텍사스 케이크의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진한 초콜릿 맛이 매력적.
간단한 브런치 스타일 식사도 가능한 곳이라서
나중에 시간되면 식사를 하러 와도 좋을 것 같다.

(가운데 문구) 신이시여, 저를 날씬하게 할 수 없다면 친구를 살찌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