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2일 수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9 (2) : Do you need a booster?

맛있는 간식으로 배를 채운 후의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서 저녁의 카약 투어 전까지 쉬기로 했다.
인적드문 길을 따라 타박타박 걸어가는데...
우리 숙소쪽에서 웬 동양인 아가씨가 걸어온다.
여기로 오는 비행기에서 의외로 동양인들이 좀 있기는 했다만
저 사람은 아무리 봐도 한국인 같다...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 아가씨의 점퍼 소매에 작지만 선명한 태극기가 보인다.

"엇, 한국인이세요?"
"엇, 네."

서로 너무나 예상못한 시점에 만난 자국민에 잠시 당황했다.
소매의 태극기 패치를 봤을때 북극 다산과학기지로 가는 분인가?

"다산 기지 가시나봐요."
"아 네. 연구원이라서요."
"고생 많으시네요. 저희는 관광으로 왔어요."

다산과학기지는 더 북쪽에 있는 뉘올레순(Ny-Ålesund)에 있기에
여기서 다시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야한다.
아마도 그녀는 어제밤 비행기로 노르웨이 본토에서 넘어왔거나
뉘올레순에서 이 곳으로 보급품을 사러 나왔을 것이다.
기대도 안한 장소에서 만난 한국인이라 궁금한 것도 많았지만
괜히 일 보러 온 사람 방해할까 싶어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먼 바다뿐만 아니라 이제는 숙소 부근도 날이 개고 있다.
이대로 저녁때까지 계속 날씨가 좋아지길.


지금보니 숙소 로비 건물 앞에 개 주차장이라는 팻말이 있다.
겨울이면 스노우모빌 만큼이나 유용한 개썰매 때문일테다.
마침 개 한마리가 옆에 묶여 있네. ㅋ

개 주차장(Dog Parking) 팻말

숙소 들어가서 다시 낮잠이나 좀 자면서
저녁에 카약 투어를 할 체력을 채워볼까?

...

7시가 되어 숙소를 나섰다.
카약 투어는 7시반부터라 지금 걸어가면 딱 맞겠다.
그새 구름이 더 걷혀서 바다 건너편의 산봉우리가 드러났다.
나아진 날씨만큼이나 기분도 좋아졌다.


우리 둘 다 처음 해보는 카약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우선 카약 대여소에 가서 제공하는 방수복을 입자.
방수복이 방한 기능까지 있기에 추위는 문제 없겠다.
(다만 머리를 보호할 비니는 개인이 따로 챙겨야 한다.)
그런데 방수복의 특징상 화장실은 미리 갔다오는게 좋겠다.
급할 때 이거 다 벗으려면 엄청 곤란하다.


가이드는 패들링 방법과 카약 조종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했고
이제는 우리가 바다로 들어갈 차례.
아...물론 카약은 직접 들고 가야한다. -_-;;;
안이 비어있긴 해도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들기도 불편하고 은근히 무겁다. (아마도 대략 20kg 정도?)

카약을 바다에 띄우기 직전

마음은 바다에 한가히 떠서 멋진 주변 풍경도 감상하길 바라지만...
난생 처음 하는 패들링은 우리에게 엄청난 난관이었다.
다른 일행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나가는데
(심지어 다른 일행들은 모두 여자들인데...)
우리는 아무리해도 좀처럼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풍경 감상은 개뿔, 목적지인 바다 건너편 뭍에 도착할 수 있을지가 의문.
결국 한시간 가까이 열심히 패들링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은 한참 전에 이미 도착했다...OTZ)

저기 건너편이 우리가 출발했던 롱위에아르뷔엔

우리가 도착한 곳은 폐허만 남은 버려진 땅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다 같이 둥글게 앉아서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다.
우리와 같이 온 사람들은 영국 아가씨 두 명, 스웨덴 아가씨 한 명,
그리고 노르웨이 아가씨 한 명과 알래스카 출신의 남자 가이드.
서로 간단하게 소개가 끝난 후 가이드가 지역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난데없이 이 곳 스발바르가 너무나 이상(Crazy)하다고 말했다.
석 달 동안 해가 안 지고 또 석 달은 해가 안뜨는게 적응이 안된단다.
우리에겐 알래스카도 엄청 북쪽에 있는 곳인데
그 알래스카 출신이 적응안된다고 하니 뭔가 묘하게 웃기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궁금해했던 북유럽 언어에 대해서 물어봤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각자 언어가 따로 있지만
너무나 서로 유사하기 때문에 자국어로 얘기해도 서로 알아듣는다는 것.
물론 여러 매체들에서 접한 내용이라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그래도 마침 스웨덴 사람과 노르웨이 사람이 있으니 직접 확인해보고팠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아가씨 둘은 서로 쳐다보고 끄덕이면서 동의했는데
서로 억양과 단어의 상세한 뜻이 살짝 차이는 나지만
웬만해서는 서로 다 알아 들을 수 있다고했다.
아마도 서로가 사투리로 느끼는 정도의 차이인가 보다.

30여분간의 대화 후 이제는 다시 돌아갈 시간.
그런데 우리 카약에 이상이 생겼다.
방향키와 페달의 연결에 이상이 생겼는지 방향키 조절이 안된다.
가이드가 살펴보더니 당장 수리할 수는 없겠다고 그냥 타란다.
흠냐...우리 잘 갈 수 있겠지?

방향키가 고장때문에 카약이 자꾸 한쪽으로 쏠렸다.
패들로 중간중간 방향을 조정하려니 더 느려져서
이제는 다른 일행들이 아득히 멀 정도.
이거 돌아가는건 2시간 걸리는 거 아냐?
우리가 힘겹게 나아가는데 갑자기 가이드가 다가와서는
"Do you need a booster?" 라고 묻는다.
필요야하지. (아내는 격렬하게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부스터?
그러자 가이드는 우리 카약을 자기 카약 뒤에 연결했다.
......
배 2개에 사람이 3명인데 우리가 패들링 안해도 더 빠른거 어쩔...

가이드 덕분에 많이 처지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다.
원래는 바다 위에서 한적하게 경치나 새들 보는 시간이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카약 투어의 현실은 목적지 도착을 위한 패들링 지옥 ㅋㅋㅋ.
와중에 다른 일행들보다 훨씬 뒤쳐저 자괴감도 들었지만...
그래도 나중에 다른 곳에서도 해보고 싶다. 다만 근력은 좀 키우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쉬면서 아내는 맥주 한 잔.
이번에는 트롬쇠의 맥(Mack) 브루어리의 것을 마셨는데
맥 브루어리는 스발바르에 브루어리가 생기기 전까지
세계 최북단 브루어리로 알려진 곳이다.
(지금도 맥 브루어리는 그렇게 광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내왈 최북단이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맛도 스발바르 것이 낫단다.

내일 오전에 투어갔다오면 시간이 없을테니 미리 짐 정리를 하자.
패들링 지옥 덕분에 잠은 잘 자겠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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