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발바르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사실 시간이 아침이니까 아침이라고 하는 거지
24시간 밝으니 아침이라고 부르는게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어쨋건 아침식사를 하러 나왔는데 너무나도 화창한 날씨다.
이틀 내내 잔뜩 흐리다가 떠나는 날에야 이렇게 화창하다니.
그래도 한편으로는 한나절이라도 맑든 걸 보는게 어디냐 싶다.
구름 밖에 없던 하늘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바뀌었다 |
여태 언급하지 않았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를 노르웨이에서 만나 놀란 게 있는데
여기도 집안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었다.
서양은 어디든 집단에도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역시나 세상은 많이 접해봐야 그만큼 알 수 있는 것 같다.
(아내 말로는 아이슬란드에서도 그랬다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노르웨이 집 현관에는 신발 벗는 곳이 있다 |
오늘은 오전에 롱위에아르뷔엔 투어를 한다.
사실 구경할 거리가 많지 않은 곳이지만
그래도 왔으니 투어 한 번 쯤은 돌아봐야지.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투어 차량이 왔다.
그런데 운전자 겸 가이드가 백인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기 소개를 하는데 콜롬비아 사람이란다.
노르웨이 땅인 스발바르를 안내하는 콜롬비아 사람이라니.
당혹스럽지만 이 또한 스발바르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왜 그런지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우리를 포함해) 6명의 손님을 태우고 밴 차량이 출발했다.
그리고 도착한 첫 방문지는 후셋(Huset) 레스토랑...읭?
이 곳이 단순한 레스토랑은 아니고 컨퍼런스 장소로도 쓰이며
과거에는 호텔과 우체국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이드 말로는 자기가 예전에 여기서 일했었는데
여기 와인 셀러에 좋은 와인이 그렇게나 많다고...
그리고 이 모든 설명을 레스토랑 앞에서 하차도 안하고 끝냈다.
역시나 구경거리가 많지 않은 롱위에아르뷔엔.
(솔직히 왜 여기를 들렀는지는 당췌 의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세계 최북단에 있는 교회이자
스발바르 유일의 교회인 스발바르 교회.
소박한 교회 내부 |
사실 여기 또한 세계 최북단 교회라는 상징성 외에는
특별한 것 없이 지극히 소박한 시골교회일 뿐이다.
(구경할 게 없다는 얘기다. ㅋㅋㅋ)
그나마 벽난로 위의 곡괭이와 슬레지 해머가
이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왠지 구소련 국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
역시나 길지 않았던 스발바르 교회 구경 후
이번 구경 거리는 석탄 운송용 케이블 카트 시설.
(어째 우리가 산책하던 장소를 벗어나질 않네. -_-;;;)
롱위에아르뷔엔의 탄광들은 대부분 채굴이 중단됐기에
이 케이블 카트들도 사실상 버려진 상태라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버려진 목조 구조물들이
평범한 시골마을을 기묘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영상 10도 전후의 기온이지만 저 멀리 거대한 빙하가 보인다 |
다시 차에 올라타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스발바르 공항 옆 오르막길을 달려 도착한 이번 목적지는
세계적 대재앙이 발생했을 때의 인류 생존을 위해서
식물 종자들을 보관하고 있는 국제 종자 저장고.
(이러한 종자 저장고는 세계에 단 두 곳이 있는데
나머지 하나는 우리나라 경북 봉화군에 있다.)
천재지변이나 핵전쟁에도 무사하도록
저장고 자체는 땅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고
우리가 땅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입구 뿐.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종자 저장고가 한창 공사중이었는데
얼마전에 누수 현상이 발생해서 그렇다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종자의 반입만 가능하고
(큰 위기가 없다면) 반출은 안되도록 되어있는데
딱 한 번, 시리아 내전동안 유실된 종자를 반출하기 위해서
밖으로 가지고 나간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인류에게 중요한 장소이긴 하지만
우리가 굳이 공사판 현장에서 오래 있을 필요는 없겠다.
사실 공사가 아니라도 일반인 출입은 불가한 시설이며
그냥 여기에 이런게 있구나 하고 보고 가는게 전부이긴 하다.
그럼 또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종자 저장고 아래는 스발바르 공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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