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1일 금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2 (2) : 여행의 맛, 뭔지 모를 새콤달콤함

전망대 쪽에 다시 돌아온 우리는
커피 한 잔 마실 겸 레스토랑을 들렀다.
그런데 메뉴를 보던 아내는 잔 와인에 혹했다.
하긴 노르웨이 와서는 아직 와인을 한 잔도 마시지 못했지.


와인은 이탈리아산 Lupi Reali

그러고보니 노르웨이 온 이후로
우리가 아직 레스토랑을 한 번도 안갔네.
그러니 잔 와인도 처음이지.
하긴 뭐 여기가 와인 산지도 아니니 꼭 찾아 마실 필요는 없다만
그래도 와인 애호가 아내가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둘이서 마실 것을 다 마셔갈 때 쯤
일본인 단체가 들어오면서 살짝 소란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도 일어나게 되었다.

레스토랑 앞의 놀이터에는 커다란 트롤 상이 있다.
(트롤은 아이슬란드 갔을 때 몇번 본 것임에도)
우리 눈에는 약간 괴기스럽지만
이들에게는 우리네 도깨비 같은 존재이려나?



하산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시간이야 몇 배로 걸리겠지만 딱히 바쁠 것도 없잖아?

처음에는 산길 산책로였지만
얼마 안가서 우리는 주택가 사이로 걷고 있었다.
그런데 길가의 한 나무에 달린 빨간 열매를
어떤 아이의 어머니가 따서 아이에게 먹여주는 것을 보았다.
우리도 다가가서 보니 뭔가 베리 류의 열매가 아주 탐스럽다.
사유지는 아닌 거 같으니 하나씩 따 먹어도 되지 않을까?




클라우드 베리 비슷하게 생겼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살짝 새콤달콤한 베리의 맛 덕인지
아니면 새로운 경험의 즐거운 덕인지
어쨋건 우리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다시 길을 조금 걸어 내려가니까 미끄럼틀이 나온다.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아내는 무릎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니
어짜피 내려가야 할 길 이거 타고 가볼까?



아내가 먼저 타고 내려간 다음 나도 타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아이들이 우루루 달려왔다.
내가 먼저 와 있기야 했지만
애들이 타는 미끄럼틀인데 내가 타려고 버티고 있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이걸 다 기다렸다가 타기엔 시간도 많이 걸릴 듯 해서
나는 그냥 걸어서 내려가는게 낫겠다.

30분 가까이 걸은 후 처음 푸니쿨라를 탄 곳에 다다를 무렵
가로수를 감싼 색동 나무옷들이 눈에 띄었다.
이것도 그 유명한 북유럽 디자인의 하나로 생각해야할까?
우리나라에서도 가을 겨울에 가로수를 감싼 나무옷들을 보지만
거의 칙칙한 볏짚 위주다보니 이런 .색동 나무옷이 살짝 부럽다.
(사실 근래에는 우리나라도 많이 바뀌고 있긴 하다.)



어느새 두 시가 다 되어가니
가까운 베르겐 항구 근처에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숙소의 추천 리스트에서 봤던 전통 음식점인
브뤼겔로프텟 & 스투엔(Bryggeloftet & Stuene)으로 가자.


한자(Hansa) 마을 근처.
사진상 가운데 건물에 우리가 간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을 선택한 이유는 전통 음식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대를 갖고 펼친 메뉴에는 스뫼르브뢰드(smørbrød)만 잔뜩.
스뫼르브뢰드는 북유럽식 오픈 샌드위치다.
결국 샌드위치 종류만 잔뜩이라는 얘기......
극지방이라 산물이 많지 않았던 탓이려나?
음식의 다양성은 확실히 부족한 것 같다.


바칼라우와 연어 샌드위치

어쨋건 전통 음식을 먹겠다고 왔으니,
그리고 여기는 노르웨이니까 역시 연어 샌드위치,
그리고 같이 먹을 수프로 바칼라우를 주문했다.
바칼라우는 원래 대구로 만드는 포르투갈 요리를 통칭하는데
왜인지 이 곳의 바칼라우는 죄다 토마토가 가미된 대구 수프였다.
(시장에서 파는 바칼라우도 그랬다.)
빵보다 큼직한 연어가 올라간 샌드위치는 비주얼만으로도 합격.
물론 맛도 싱싱한 연어와 약간의 향신료의 조화가 좋다.
토마토의 새콤함과 짭조름한 올리브가 어우러진 바칼라우도 합격.
다만 토마토와 올리브의 맛이 강하니 담백한 대구는 표가 나질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쪽으로 걸어가던 중
물을 채운 병들을 이용한 수제 실로폰(?)을 연주하는 악사를 만났다.
나도 취미삼아 악기를 다루다보니
직접 이렇게 악기를 만들고 이를 나와서 연주하기 위해
그가 들였을 노력들이 상상되어 일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재밌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준 그에게 약간이나마 기부를 하고 가자.

숙소로 돌아가기 전 광장을 잠깐 들렀다.
여느 곳처럼 광장에는 베르겐의 대표적인 인물들의 동상들이 있다.
북유럽의 파가니니로 불렸던 올레 불,
노르웨이 독립의 주역이자 초대 총리였던 크리스티안 미켈슨,
그리고 근대 클래식의 거장 중 한 명인 에드바르 그리그.
그런데 나무 아래에 자리한 올레 불 동상외에는
모두 갈매기 똥으로 머리가 하얗게......


올레 불(Ole Bull)

크리스티안 미켈슨(Christian Michelsen)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

2020년 2월 7일 금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2 (1) : 고요한 Fløyen에서의 산책

노르웨이에 도착한지 7일째 아침.
언제나처럼 아침은 만들어 먹기.
2인용 전기 밥통은 여기와서 정말 열일한다.

아침식사후 우리가 향한 오늘의 첫 목적지는
베르겐(Bergen) 구 도심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플뢰이엔(Fløyen) 산.
트래킹은 며칠동안 징하게 했으니 푸니쿨라(강삭철도)를 타러 가자.
관광 성수기라서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지만
아침 일찍 온 덕인지 다행히 대기 줄은 길지 않았다.


길 끝에 보이는 하얀 건물이 푸니쿨라 역 플뢰이바넨(Fløibanen)


산 정상은 구 도심을 내려다보는 전망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한 공원이 조성되어있다

산이 그리 높지는 않아 푸니쿨라를 타고 오르는 시간은 불과 5분.
푸니쿨라에서 내린 다음 역 앞으로 나오니
곧바로 베르겐 구 도심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타났다.




각 도시까지의 거리가 적힌 이정표
그리고 그 속에 깨알같은 Smoking Area 3미터

비록 화창한 날씨가 아닌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멋진 베르겐 올드 시티 전망에 취해서
얼마간 아내와 그냥 멍때리며 내려다보다가
전망만 보고 돌아가긴 아쉬우니 공원도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약간만 안으로 들어가도 한적했다

쭉쭉 뻗은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길을 걷는데
어느새 사람들도 별로 없고 고요함 속에 우리 발걸음 소리 뿐
조금전까지 우리가 도심속에 있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Danger, Witch Cooking
(주의, 마녀가 요리중)

10분 정도 걸어간 길의 끝에는 작은 못이 있었다.
크지 않지만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네.
우리는 그냥 한바퀴 돌아보기만 하자.





산책로는 여러 곳으로 이어져 있지만
우린 그냥 왔던 길로 되돌아가볼까나?


암, 일이 잘 안풀린다면(right) 왼쪽으로 가야지.

전망대 근처에 다시 돌아올 때 쯤 염소 몇마리가 나타났다.
설마 누가 여기서 방목하는 것은 아닐테고...
알고보니 여기 명물들이셨구만.
염소들은 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친숙해져서
곁에 가도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뿐이었다.
되려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만 신났지.




염소들의 이름이 소개되어 있다

2020년 1월 5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1 (2) : 스트레스는 저~ 멀리로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저녁이다.
피곤하긴 했네. 낮잠을 몇시간이나 자다니.
우선은 저녁을 만들어 먹고 시내로 나가보자.

저녁 식사는 숙소의 야외 테이블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 날씨가 워낙 좋았었지만
사실 베르겐(Bergen)은 1년에 2/3는 비가 오는 도시.
다행히 비가 많이 오진 않으니 저녁 시내 구경을 다녀보자.
어쨋건 식사는 다시 방 안으로 가져가야겠군. -_-;;;


비오는 Torgallmenningen 광장

복지가 좋기로 유명한 북유럽이지만
스타방에르나 베르겐에서도 구걸하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외모를 봐선 아마도 난민 출신인 듯하다.
정돈되고 여유있는 사람들 속에 극소수인 그들이
삶의 기회를 찾아 자신의 의지로 온 것이겠지만
또다른 박탈감이나 좌절감을 느끼진 않을런지...
(물론 생사를 넘나들던 곳 보다야 나을 수도 있겠지만.)
이 곳 물가를 생각하면 미약한 금액이긴 해도
10 kr(1400원)를 건네며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보슬비 맞으며 수산 시장 쪽으로 나선 우리는
이전에 묵었던 숙소에서 추천해준 바를 가기로 했다.
수산 시장 맞은 편 골목으로 들어가니
불빛과 몇몇의 사람들이 우리의 목적지가 어딘지 알려주었다.
바로 우리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가게 노 스트레스(No Stress).



밤 10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때문이지
광장이고 뭐고 길에서 사람들 마주치기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역시 바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오히려 한 잔 마실 자리도 없어 보여서
가게 입구에서 기웃거려야 했다.
남는 좌석은 없지만 바텐더 앞자리가 비어 보여서 들어가는데
갑자기 웬 아주머니가 아내를 보며 반갑게 웃는다.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이신가?
그런데 살짝 업되어 보이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처음 왔냐고 묻더니
취기가 있어보이는 발음으로 "Tr~y Chili Martini~"를 얘기하신다.
그러더니 자기 일행 있는 곳에 가서 착석하시네.
어허허;;; 그냥 한 잔 하시고 기분 좋아진 손님이셨구나.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지만...
이미 아까 아주머니가 얘기한 칠리 마티니만 우리 머리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 칠리 마티니가 대표메뉴중 하나기도 하네 뭐.
여기 칠리 마티니 하나랑 논알콜 칵테일 하나요~


정말로 고추가 들어가있는 정직한 칠리 마티니
내 논알콜 칵테일은 메뉴가 따로 없어서 바텐더에게 맡겼다

칠리 마티니가 나오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웃었다.
올리브가 보이는 투명한 마티니 대신 나온 것은
체리빛깔 빨간 칵테일과 그 위에 놓인 앙증맞은 고추.
정말 고추가 들어간 칵테일이었던 것이다.
아내나 나나 칵테일을 별로 안마셔봤으니
진으로 만들었는지 보드카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내 말로는 색깔만큼이나 체리처럼 상큼한 맛이 좋았다나?
(고추가 들어갔지만 딱히 매콤한 맛은 없었다.)
드라이한 거로 유명한 마티니랑 안어울리는 맛인 것 같지만
아내 맘에 들었으면 된거지 뭐.
내 논알콜 칵테일도 새콤한 과일맛이 스트레스를 날려주었다.

아내와 음료를 홀짝거리며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즐기던 중
아까 우리가 들어올때 칠리 마티니를 권했던 아주머니가 또 왔다.
"칠리 마티니 어때? 좋지?"
아내가 웃으면서 맛있다고 끄덕였다.
그러고는 또 아주머니는 웃으며 우리를 지나쳤다.
거 참 유쾌한 아주머니일세. ㅋㅋㅋ

6일간 3번의 트래킹이라는 강행군으로 지쳤던 우리에게
꿀맛같은 휴식일이었던 오늘.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유쾌했던 에피소드와 상큼한 맛의 음료들 덕에
가게이름처럼 우리의 스트레스는 날아갔다.
내일은 베르겐 시내를 또 구경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