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마실 겸 레스토랑을 들렀다.
그런데 메뉴를 보던 아내는 잔 와인에 혹했다.
하긴 노르웨이 와서는 아직 와인을 한 잔도 마시지 못했지.
와인은 이탈리아산 Lupi Reali |
그러고보니 노르웨이 온 이후로
우리가 아직 레스토랑을 한 번도 안갔네.
그러니 잔 와인도 처음이지.
하긴 뭐 여기가 와인 산지도 아니니 꼭 찾아 마실 필요는 없다만
그래도 와인 애호가 아내가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둘이서 마실 것을 다 마셔갈 때 쯤
일본인 단체가 들어오면서 살짝 소란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도 일어나게 되었다.
레스토랑 앞의 놀이터에는 커다란 트롤 상이 있다.
(트롤은 아이슬란드 갔을 때 몇번 본 것임에도)
우리 눈에는 약간 괴기스럽지만
이들에게는 우리네 도깨비 같은 존재이려나?
하산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시간이야 몇 배로 걸리겠지만 딱히 바쁠 것도 없잖아?
처음에는 산길 산책로였지만
얼마 안가서 우리는 주택가 사이로 걷고 있었다.
그런데 길가의 한 나무에 달린 빨간 열매를
어떤 아이의 어머니가 따서 아이에게 먹여주는 것을 보았다.
우리도 다가가서 보니 뭔가 베리 류의 열매가 아주 탐스럽다.
사유지는 아닌 거 같으니 하나씩 따 먹어도 되지 않을까?
클라우드 베리 비슷하게 생겼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
살짝 새콤달콤한 베리의 맛 덕인지
아니면 새로운 경험의 즐거운 덕인지
어쨋건 우리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다시 길을 조금 걸어 내려가니까 미끄럼틀이 나온다.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아내는 무릎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니
어짜피 내려가야 할 길 이거 타고 가볼까?
아내가 먼저 타고 내려간 다음 나도 타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아이들이 우루루 달려왔다.
내가 먼저 와 있기야 했지만
애들이 타는 미끄럼틀인데 내가 타려고 버티고 있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이걸 다 기다렸다가 타기엔 시간도 많이 걸릴 듯 해서
나는 그냥 걸어서 내려가는게 낫겠다.
30분 가까이 걸은 후 처음 푸니쿨라를 탄 곳에 다다를 무렵
가로수를 감싼 색동 나무옷들이 눈에 띄었다.
이것도 그 유명한 북유럽 디자인의 하나로 생각해야할까?
우리나라에서도 가을 겨울에 가로수를 감싼 나무옷들을 보지만
거의 칙칙한 볏짚 위주다보니 이런 .색동 나무옷이 살짝 부럽다.
(사실 근래에는 우리나라도 많이 바뀌고 있긴 하다.)
어느새 두 시가 다 되어가니
가까운 베르겐 항구 근처에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숙소의 추천 리스트에서 봤던 전통 음식점인
브뤼겔로프텟 & 스투엔(Bryggeloftet & Stuene)으로 가자.
한자(Hansa) 마을 근처. 사진상 가운데 건물에 우리가 간 식당이 있다 |
이 식당을 선택한 이유는 전통 음식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대를 갖고 펼친 메뉴에는 스뫼르브뢰드(smørbrød)만 잔뜩.
스뫼르브뢰드는 북유럽식 오픈 샌드위치다.
결국 샌드위치 종류만 잔뜩이라는 얘기......
극지방이라 산물이 많지 않았던 탓이려나?
음식의 다양성은 확실히 부족한 것 같다.
바칼라우와 연어 샌드위치 |
어쨋건 전통 음식을 먹겠다고 왔으니,
그리고 여기는 노르웨이니까 역시 연어 샌드위치,
그리고 같이 먹을 수프로 바칼라우를 주문했다.
바칼라우는 원래 대구로 만드는 포르투갈 요리를 통칭하는데
왜인지 이 곳의 바칼라우는 죄다 토마토가 가미된 대구 수프였다.
(시장에서 파는 바칼라우도 그랬다.)
빵보다 큼직한 연어가 올라간 샌드위치는 비주얼만으로도 합격.
물론 맛도 싱싱한 연어와 약간의 향신료의 조화가 좋다.
토마토의 새콤함과 짭조름한 올리브가 어우러진 바칼라우도 합격.
다만 토마토와 올리브의 맛이 강하니 담백한 대구는 표가 나질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쪽으로 걸어가던 중
물을 채운 병들을 이용한 수제 실로폰(?)을 연주하는 악사를 만났다.
나도 취미삼아 악기를 다루다보니
직접 이렇게 악기를 만들고 이를 나와서 연주하기 위해
그가 들였을 노력들이 상상되어 일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재밌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준 그에게 약간이나마 기부를 하고 가자.
숙소로 돌아가기 전 광장을 잠깐 들렀다.
여느 곳처럼 광장에는 베르겐의 대표적인 인물들의 동상들이 있다.
북유럽의 파가니니로 불렸던 올레 불,
노르웨이 독립의 주역이자 초대 총리였던 크리스티안 미켈슨,
그리고 근대 클래식의 거장 중 한 명인 에드바르 그리그.
그런데 나무 아래에 자리한 올레 불 동상외에는
모두 갈매기 똥으로 머리가 하얗게......
올레 불(Ole Bull) |
크리스티안 미켈슨(Christian Michelsen) |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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