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m 낭떠러지 틈 사이로 위태위태하게 끼인 돌,
쉐락볼텐(Kjeragbolten)이 우리 눈 앞에 나타났다.
쉐락볼텐의 뜻 자체는 그저 쉐락 산의 바위가 전부이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찔한 풍경을 선사하는 이 유니크한 바위가
이 산의 다른 수많은 바위들을 제치고 차지한 이름.
쉐락볼텐을 뒤에서 바라본 모습 |
얼른 줄부터 서자 |
줄을 서고 기다린지 10여분 지나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조금만 헛디디면 1000m 아래로 떨어질 이 위험천만한 곳에
그 어떤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
바위 위의 평평한 공간은 성인 두 명이 겨우 설 수 있을 정도.
기다리는 동안은 그다지 긴장하지 않았지만
막상 바위 위로 올라가려니 약간의 긴장감이 왔다.
그래도 망설이지 말고 점프하자.
(바위가 둥그스름해서 약간의 점프를 해야한다.)
아하하 만세~
인생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를 덜어냈다.
성공적으로 인증샷을 찍은 후 아내에게도 올라가볼지 물어봤지만
아내는 무섭기도 하고 굳이 바위에 올라갈 생각은 없단다.
피요르드의 절경만으로 트래킹할 만한 가치는 있다지만
결국 아내는 내가 하고 싶어하기에 따라 온 것.
여러가지로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절벽 앞의 뤼세 피요르드(Lysefjord) |
인증샷 촬영을 마친후 근처의 빈자리에 앉아서
어제처럼 프랑스 군용 식량으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다시 기운차리고 주차장으로 내려가야지.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던 노부부가 있었는데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무렵 우리가 사진 찍는 것을 보고는
고맙게도 우리 둘 다 나오는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나저나 걸음걸이가 썩 편해보이지는 않으시던데
무사히들 하산하시길.
올라올 때 힘겹게 올라왔던 바위 경사길.
그런데 진짜 문제는 내려갈 때였다.
경사가 급해서 등산화를 신었음에도 미끄러졌고
쇠사슬을 잡으려니 등산 스틱이 오히려 장애물이 됐다.
그나마 날씨가 좋을 때라 그렇지
비라도 왔으면 주저앉고 내려오지를 못할 정도.
다리도 풀리고 험난한 경사길이었지만 결국 무사히 내려왔다.
30여분의 시간이 남았으니 쉐락 레스토랑에서 기다리자.
난 콜라 하나, 아내는 맥주 하나. 그런데 134 kr (18760원).
역시나 공포의 물가.
버스를 타기 전 정류장에서 재밌는 포스터를 봤다.
나도 저렇게 사진 찍어볼 걸 그랬나?
버스에서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스타방에르에 도착했다.
여전히 피곤하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먹거리 장을 봐야지.
버스 터미널 근처의 Coop 매장으로 가자.
치즈 종류들. 위쪽 라인은 노르웨이 치즈인 브루노스트 |
각종 캐비어 튜브 |
육가공품들 |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베리 잼들이 있더라 |
인스턴트 스프인줄 알고 봤는데 소스들이네 |
빵과 샐러드용 야채, 요거트, 그리고 브루노스트(Brunost)를 사자.
브루노스트는 노르웨이 전통 치즈인데
보통의 치즈와는 달리 우유를 카라멜라이즈 될 때까지 졸여서
진한 갈색과 달달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
원래 전통적인 브루노스트는 구리구리한 냄새가 심한 편이지만
마트에서 파는 브루노스트는 보통 냄새가 약한편이다.
그나저나 저 목록에 맥주 하나 추가했는데
무슨 334 kr (46800 원)이나 하냐. -_-;;;
노르웨이의 큰 마트 내에는 페트/캔 수거기가 있다.
이 기계에 페트나 캔을 넣으면 개당 1 kr(이상)을 돌려준다.
그러므로 페트나 캔은 절대 그냥 버리지 말자.
숙소로 가던 중 전기충전중인 차량들이 보였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충전이 무료인데다가
도로이용비, 세금 등에도 특혜가 있어서
전기차 보급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신차 판매의 30% 이상이 전기차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후 여행 내내 수많은 테슬라 차량들을 만났다.)
숙소에 돌아와서 저녁을 해먹고 이제 좀 두 다리 뻗고 자자.
아, 아내는 아까 마트에서 사온 한자(Hansa) 맥주 한 캔 하고.
내일은 오후에 베르겐(Bergen)으로 간다.
베르겐으로 가는 것 말고는 별로 할 일이 없으니
이틀간 강행군의 피로를 풀 여유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