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만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한지 몇분도 안되서
길이 패인 곳에 바퀴가 헛돌아 고생중인 여행객들을 만났다.
남자 셋이서 낑낑대며 밀어 탈출은 성공하더라만은
남은 길도 좁고 덜컹거려서 가기 만만찮은 길.
뭣모르고 차로 들어왔다가 고생들 하는구먼.
우리보고 먼저 지나가라곤 했지만
길이 안좋아 느리긴 해도 차는 차인지라
괜시리 앞서기보단 그냥 뒤따라 가는게 나을 것 같았다.
막판 경사까지 심해진 흙길을 겨우겨우 올라온 차와 그 일행들에게
웃으며 고생했다고 인사하고 우리 갈 길을 계속 가려던 차에
갑자기 한국말이 들렸다.
"어? 혹시 한국인 아니세요?"
(좀전에 우리랑 같이 올라오던 그 차 말고)
언덕 위에 주차해놓고 마르사쉴록 경치를 구경하던 커플이 있었는데
그 아가씨가 우리에게 말을 건 것.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전에 발레타 성 요한 대성당에서 봤는데 기억 안나세요?"
그러자 아내가 "아~" 그랬다.
알고보니 그들은 4일전 성 요한 대성당에 들렀을 때
우리 바로 앞에서 입장했던 커플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좁은 몰타라지만 두번이나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그리고 그 찰나의 우연한 만남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
"성 베드로 풀에 가시는 거면 저희 차로 같이 가실래요?"
이게 웬 행운인가? 15분은 더 걸어가야하는데 우리는 감사할 따름.
남자친구분은 터키 사람이라면서 한국말이 유창하다.
자세히는 안물어봤지만 아마도 한국에 유학와서 두 분이 만났나보네.
길이 고르지 않아 차는 덜컹거리며 몇분을 이동했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한 후 얼마 걷지 않아 바닷가 절벽으로 나오자
절벽아래 성 베드로 풀도 보이기 시작했다.
저 아래가 성 베드로 풀 |
파도에 깍여나간 사암 절벽 사이의 웅덩이가 성 베드로 풀의 정체.
해수욕이 가능할 때는 마르사쉴록 항에서 배를 타고 오기도 한단다.
접근성도 안좋은 쌀쌀한 겨울 바닷가지만
그래도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망중한을 즐기는 중이네.
우리도 내려가서 자리 잡고 멍 좀 때려줘야겠다.
하지만 이 추위에도 수영복입은 아주머님 등장. ㄷㄷㄷ;;; |
여름에는 해수욕 하는 사람들로 붐비겠지? |
간식거리 챙겨오길 잘했다. |
그래 이런게 삶이지 |
다들 그저 바다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어느 한 용자 아주머님이 수영복만 입고 바다로 들어가신다.
어...그리고 꼬마 한 명과 아저씨까지도 입수. 용감한 가족들일세...
그나마 아들과 아저씨는 드라이슈트라도 입었지
아주머님은 평범한 원피스 수영복차림이라 더 놀랍다. -_-;;;
(아 물론 덩치는 좀 많이 크시긴 하더라만은......)
구경다닌다고 바삐 다니다가
정말 간만에 넋 놓고 지낼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아까 우리를 태워다 준 커플은 어느새 절벽 위로 다시 올라가있네
우린 어짜피 오늘 다른 할 일은 없으니 여기서 좀 빈둥대다가 가야겠다.
저쪽에서 손을 흔들길레 우리도 손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
어? 손을 흔드는게 아니라 오라고 그러는 거네. -_-;;;;;
음냐...그냥 우리도 돌아갈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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