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한 가운데라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몰타는 옛날부터 여러차례 공방전을 겼었는데
섬에서 배가 정박 가능한, 절벽이 아닌 지역이 제한적이다보니
서로 가까운 발레타, 슬리에마, 쓰리 시티즈에 모두 요새가 지어졌다.)
몰타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지배하에 있었던지라
이탈리아와 독일 해군의 엄청난 폭격을 받았었고
이 곳은 2년이 넘는 이 몰타 공방전 기간동안
목숨을 잃었던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장소였다.
바다 쪽에 커다른 누워있는 동상 또한 시신에 천을 덮어놓은 형상.
이제 다시 리퍼블릭 광장으로 돌아가서
커피나 한잔하며 해진 뒤 조명이 밝혀지길 기다리자.
리퍼블릭 광장으로 돌아는 왔는데
카페 코르디나(Caffe Cordina)도 오후 4시로 영업 종료.
카페를 고르기는 커녕 어디든 문이라도 열고 있으면 들어가야겠다.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던 중
우리는 빈티지 카페(Vintage Cafe)에서 발을 멈췄다.
우리를 본 종업원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챠~오, 친구들(Ciao, my friends)"라고 인사했다.
커피 한 잔만 마시고 가도 되겠냐니깐 당연히 된다면서
아예 카푸치노 마시라고 메뉴를 정해주기까지 한다.
인사말부터 능글거리며 장난치는 듯한 말투까지
누가봐도 전형적인 남부 이탈리아 아재일 것 같은 서버였다.
쌀쌀한 날씨에 관광지들로부터 버림받았던 탓인지
오늘따라 그의 과한 친절과 장난이 반갑고 즐겁구나.
그래, 해 질때까지 여기 있자.
카푸치노 한 잔과 치스크 맥주 하나 주세요!
우리가 받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
커피를 마시다보니 살짝 출출해서 디저트라도 하나 시켜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주문을 했더니 다팔리고 없다고 하네.
그러고나서 냉장 진열대를 보니 조그만 빵 한조각밖에 안 남아 있었다.
에이 뭐 그럼 그냥 좀 있다 저녁이나 먹지 뭐.
그런데 잠시 후 서버가 우리에게 그 남은 모카 빵 한조각을 갔다주며
"친구들, 이거 내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야"라고 그런다.
아, 이 아재 정말 거부할 수 없는 유쾌한 매력을 가졌다.
우리가 받고 있을 수만은 없지.
계산을 하고 나서면서 책갈피 하나를 선물로 주고
아내와 그가 같이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유쾌했던 빈티지 카페의 서버 |
해가 진 발레타의 골목들은
곳곳마다 다른 모양의 조명들이 켜져 있었다.
서울같은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함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느낌이 더 정겹다는 생각도 든다.
날도 춥고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
발레타에서는 이제 그나마 열고 있는 가게도 얼마 없는 것 같으니
그냥 아예 숙소 근처에 가면 뭐라도 있을까 싶어서
버스를 타고 산 질리안으로 돌아갔다.
내 기억이 맞으면 아침에 숙소에서 나섰을 때
숙소 앞의 카페 골로소(Café Goloso)가 열었던 거 같았다.
숙소 앞쪽에 도착해서보니 다행히 카페 골로소는 열려 있었다.
자리에 앉고 나서 혹시 식사할 만한 게 있냐고 물어보니
아쉽게도 야채스프 1인분 밖에 없다고 그런다.
"어떡하지? 그거라도 먹을까?'
내가 한국말로 아내에게 물어보는 순간
동양인 여자 종업원으로만 생각했던 서버가 깜짝놀라며
"한국분들이세요?"
라고 말한다. 헐~, 이 아가씨야 우리가 오히려 놀라겠다.
알고보니 카페 골로소가 남자친구 가게라서
잠깐 도와주러 와 있던 아가씨였던 것.
어학연수로 적잖게 온다고는 하지만
관광객으로 오는 한국인이 적은 만큼 반가웠나보다.
따뜻한 야채스프와 뱅쇼로 몸을 녹이자 |
1인분이긴 했어도 스프와 빵으로 요기를 했으니 숙소로 돌아가자.
돌아와서 프런트에다가 렌터카 관해 물어보는데
마침 살리프가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아내와 서로 눈이 마주치자 둘이서 동시에
"Where are you from?"이라고는 깔깔거린다.
다른 여행에서도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번 여행은 특히나 유쾌한 인연들이 많은 것 같다.
방으로 돌아왔더니 또다시 쏟아지는 졸음을 이길 수가 없었다.
여태껏 시차로 고생한 적이 거의 없는데
이제 우리도 40대가 되어서 어쩔 수 없는 건가 싶다.
저녁 식사가 부족하긴 했지만
그냥 푹 자고 내일 아침을 많이 먹는 걸로 대신해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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