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겨울은 비가 자주온다더니 날씨만 화창하다.
기온 자체는 쌀쌀하지만 햇볕 아래는 꽤나 따사롭구나.
그늘이 있는 벤치에서 따가운 햇살을 피해 기다리자.
예전에는 이 위에 지붕도 있었다고 한다 |
쓰리 시티즈가 보이는 공원 발코니에서 한가로이 예포 발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
이제 곧 12시인데...대포쪽은 아무 기미도 없다.
우리말고도 다들 뭔가 어리둥절한 눈치인데
이거 설마 정오 예포도 크리스마스라서 쉬나? -_-;;;
결국 12시 10분이 될 때까지 대포는 고요했다...
오늘 관광 참 어렵네. 점심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우선적으로 찾아본 레스토랑은 트라부슈 비스트로(Trabuxu Bistro).
길을 가던 중 장 드 발레트 광장(Pjazza Jean de Vallette)을 만났다.
장 파리소 드 라 발레트(Jean Parisot de la Valette)는
프랑스 출신의 기사이자 몰타 기사단 2대 단장으로서
오스만 제국의 침공을 막아낸 몰타 공방전(Great Siege)의 주인공.
발레타는 그의 지시로 세워진 도시이며
당연히 도시 이름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광장 가운데의 장 드 벨라트 동상 |
이 곳에서 발레타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장 드 발레트 광장 주변도 온통 보수 공사중이었다.)
2018년 유럽 문화 수도중 하나로 발레타가 지정되어서
손님맞이 준비의 일환으로 여기저기 공사판이었던 것이다.
마노엘 극장이나 가르멜 산의 성모 성당의 공사도 그 이유.
특히 몰타는 여름 휴양지이고 지금이 비수기다보니
비수기의 저렴한 체류 비용을 기대하고 온 우리에겐 안좋은 소식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트라부슈 비스트로는 문을 안열었다. OTZ
그냥 문 열고 있는 아무 식당이나 가야 하려나. 에휴...
그래도 근처에 찾아본 곳이 한 군데 더 있으니 거기라도 가보자.
이번에는 시티 게이트 근처의 람필라 레스토랑(Rampila Restaurant).
그리고 다행히 람필라 레스토랑은 문을 열고 있었다.
안내를 따라 가게 내부의 좁은 굴을 지나니... |
성벽 사이의 테라스가 마법같이 나타났다 |
전채로 염소치즈 페이스트리 하나와
라비올리, 그리고 전통 토끼고기 요리를 시키자.
몰타 기사단이 이 섬을 통치하던 시절에 사냥이 금지된 후
단백질 공급원으로 토끼를 사육하기 시작한 이유로 인해서
토끼고기 요리는 몰타에서는 흔하게 먹는 음식이다.
아내는 식사와 함께 하기 위해 글라스 와인도 주문했다.
선택할 수 있는 와인 종류가 몇가지 되서
몰타 와인 중에서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이탈리아 와인을 추천한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추천은 여행 끝까지 계속됐다.
(그 이유를 우리는 여행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무화가 잼을 곁들인 몰타 염소 치즈 페이스트리 (Maltese Goats Cheese Parcel) |
염소 치즈 라비올리와 몰타 전통 토끼 고기 (Goats Cheese Ravioli & Traditional Maltese Rabbit) |
식전 빵을 발사믹과 함께 먹으며 기다리니 전채요리가 나왔다.
혹시나 염소 치즈라서 누린내가 있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
모짜렐라 치즈 처럼 깔끔한 느낌과 쫀득함이 훌륭하다.
게다가 정방형의 치즈 덩어리는 얇고 바삭한 페이스트리에 싸여서
고소한 맛과 식감을 모두 놓치지 않았다.
이제는 메인 요리인 라비올리와 토끼고기 요리 차례.
같은 염소 치즈지만 라비올리 쪽은 약간 느끼하긴 했다.
그래도 라비올리 특유의 쫀득한 식감과
곁들여진 토마토, 허브들이 곁들어진 풍미는 만족.
토끼고기 요리는 소스와 강한 후추향의 향신료의 덕분인지
마찬가지로 누린내는 별로 나지 않아서 먹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지방이 별로 없어 살이 퍽퍽하고 질긴 편이어서 아쉽네.
그래도 건포도와 토끼 육즙으로 만든 데미그라스 스타일의 소스는
약간의 새콤한 맛과 육즙 맛이 어우러져 맛있긴 했다.
식사 비용은 54€ (약 7만원)은 비싸다면 비싸지만
서유럽 관광지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먹은 비용이란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많이 든 편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식사를 했으니 이제 다른 곳으로 가보자.
발레타 시내는 문을 많이 닫은 거 같으니 임디나(Mdina)로 가볼까?
어쨋건 버스를 타야하니 시티 게이트 앞의 정류장으로 가자.
그런데...정류장에 있는 버스 시간표를 보는 순간 멍~ 해졌다.
오늘 낮시간에는 4시간동안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는 것.
젠장 메리 크리스마스다.
어쩔 수 없이 발레타에 머물러야할 거 같으니
이번엔 발레타 끝에 있는 성 엘모 요새까지 걸어가볼까?
(발레타의 양 끝인 시티 게이트와 성 엘모 요새는 걸어서 20분 거리)
그리고 20여분을 걸어 도착한 성 엘모 요새 역시 closed...
여러분 크리스마스에 발레타 오는 거 아니랍니다. OTZ
그래도 오며가며 발레타 골목 구경은 실컷 했다.
보다시피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은 상태. 메리 크리스마스... |
언덕 계단의 단이 매우 낮은데 기사들이 무거운 갑옷을 입은 상태에서도 걸을 수 있기 위해서란다. |
네...메리 크리스마스입죠 |
이왕 이렇게 된 거 아까는 어퍼 바라카 정원을 갔으니
이번에는 로어 바라카 정원에 가볼까?
구글맵을 따라 걸어가는데...음냐 뭔가 길을 잘못들었나보다
로어 바라카 정원은 우리가 선 길의 건물 위에 있네.
대신 옆에 뭔가 기념비가 서 있는 것이 보이니 이쪽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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