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동로마 제국의 저수지 중 최대 규모인데
그 뜻도 '땅에 가라앉은 궁전'이라고 한다.
아야소피아에서는 길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거리.
딱히 자료를 찾아보지는 않았던 지라
먼 옛날에 만든 지하 저수지가 얼마나 클까 싶었다만...
헐~
기둥의 높이는 무려 9m |
바닥에 아직 커다란 물고기들이 헤엄칠 정도로 물이 고여 있어서 관람객들은 나무다리 위로 다녀야 한다 |
9800㎡의 넓이에 9m 높이의 기둥 336개가 받치고 있는 지하 궁전은
국제규격 수영장 40개를 채울 수 있는 규모.
지상에 만든 저수지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1500년 전에 만든 지하 저수지가 이 정도일 줄이야.
그 대단함이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공사에 동원되었을 수많은 노예들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싶다.
항상 젖어 있어서 우는 기둥(Crying column)으로 불리는 기둥 밋밋한 다른 기둥과 달리 유일하게 암탉의 눈(Hen's eye) 문양이 있다 |
저수지의 가장 안쪽까지 들어가보자.
가장 안쪽에는 메두사 머리 받침의 기둥이 두 개 있다.
기독교 국가였던 동로마 제국의 저수지에서
왜 신화 속의 메두사 머리가 받침으로 쓰였는지는 기록된 바 없지만
'우는 기둥'과 함께 이 내부에서 감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섬세한 조각품인 것만은 사실.
하나는 뒤집혀있고 하나는 옆으로 뉘여있는 메두사 머리 |
이제 관람을 마치고 밝은 지상으로 나가자.
시간이 어느새 11시반이 되었군. 점심을 먹으러 가볼까?
어제 산 커피가 적다고 느껴저서 추가로 사기도 해야겠으니
므스르 차르슈에서 어제 눈에 띄었던 식당
레제티 샤르크(Lezzet-i Şark)로 가자.
우선 숙소에 돌아가 체크아웃을 한 뒤
수트 케이스는 공항갈 때 가져가기로 하고 맡겨둔 다음
어제와 마찬가지로 트램을 타고 에미뇌뉘 역에서 내렸다.
그런데 예니 모스크 근처에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길게 줄 서 있다.
어제는 안그랬는데 왜 오늘 이렇지?
시장쪽을 향해 그 줄의 끄트머리로 가보니...아하~
표지판을 보는 순간 번역을 따로 하지 않아도 이해했다.
줄의 정체는 복권사려는 사람들.
터키는 일요일에 복권 추첨하나보네.
150m 정도 사람들이 줄 선 이유는 복권이었다 |
사람 사는 모양새는 어디나 다 비슷하듯이
우리나라에서 1등 많이 당첨된 복권방에 몰리는 것처럼
여기도 그런 명당 복권 판매소인가보다.
구글맵에도 등록(Nimet Abla National Lottery Stand)되어 있다. -_-
우리는 점심 먹으러 갈 길 가야지.
이 동네에선 점심 먹기 조금 이른 시각인 건지
비좁은 식당이지만 다행히 자리가 있다.
치킨 쉬시케밥(Tavuk Şiş), 양고기 스프(Beyran),
버터밀크 드링크(Yayık Ayran)로 주문 완료.
스프 중 켈레파챠 초르바스(Kellepaça çorbası) 어떤 건지 물어봤더니
서빙 아저씨가 내장을 써서 누린내가 좀 난다고 해서 패스.
(사실 아내가 못먹어서 그렇지 난 누린내 나도 잘 먹는다...)
빵은 기본 제공. 잘먹겠습니다 |
오오...딱봐도 맛 없을 수가 없는 비주얼 아닌가.
(우리야 있어도 잘 먹지만) 향신료도 과하지 않아서
어지간한 한국 관광객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물론 우리는 고수와 함께 우걱우걱.
맛있게 식사를 마친 다음 후식을 먹어야지
아저씨 여기 쾨즈데 퀴네페(Közde künefe) 하나요~
달디 단 퀴네페에는 역시 터키쉬 차이와 커피 |
퀴네페는 본래 팔레스타인의 디저트(쿠나파)인데
치즈를 가미한 바클라바 페이스트리를 시럽에 담근 것이다.
무슬림들이 라마단 기간에 먹는 디저트.
주문한 퀴네페는 입이 데일 정도로 뜨겁게 익혀서 나왔다.
칼로 자르니 속의 치즈가 진득하게 늘어지며 고소한 향을 내고
입에 넣으니 깜짝놀랄만큼 단 시럽은 커피와 차를 부르는구나.
이야 이거 별미......근데 좀 많이 달다. -_-;;;
아내는 진작에 한 입 먹고 손을 뗐고
단 거 꽤나 잘 먹는 나도 혼자서 다 먹기는 쉽지 않았다.
4명이서 같이 나눠 먹는게 제일 낫겠네.
(맛 자체는 좋다! 너무 달아서 그렇지 -_-;)
맛있는 음식 배부르게 먹었으니 다시 구경을 다녀볼까?
이번엔 근처의 쉴레이마니예 모스크(Süleymaniye Cami)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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