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5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1 (2) : 스트레스는 저~ 멀리로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저녁이다.
피곤하긴 했네. 낮잠을 몇시간이나 자다니.
우선은 저녁을 만들어 먹고 시내로 나가보자.

저녁 식사는 숙소의 야외 테이블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 날씨가 워낙 좋았었지만
사실 베르겐(Bergen)은 1년에 2/3는 비가 오는 도시.
다행히 비가 많이 오진 않으니 저녁 시내 구경을 다녀보자.
어쨋건 식사는 다시 방 안으로 가져가야겠군. -_-;;;


비오는 Torgallmenningen 광장

복지가 좋기로 유명한 북유럽이지만
스타방에르나 베르겐에서도 구걸하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외모를 봐선 아마도 난민 출신인 듯하다.
정돈되고 여유있는 사람들 속에 극소수인 그들이
삶의 기회를 찾아 자신의 의지로 온 것이겠지만
또다른 박탈감이나 좌절감을 느끼진 않을런지...
(물론 생사를 넘나들던 곳 보다야 나을 수도 있겠지만.)
이 곳 물가를 생각하면 미약한 금액이긴 해도
10 kr(1400원)를 건네며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보슬비 맞으며 수산 시장 쪽으로 나선 우리는
이전에 묵었던 숙소에서 추천해준 바를 가기로 했다.
수산 시장 맞은 편 골목으로 들어가니
불빛과 몇몇의 사람들이 우리의 목적지가 어딘지 알려주었다.
바로 우리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가게 노 스트레스(No Stress).



밤 10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때문이지
광장이고 뭐고 길에서 사람들 마주치기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역시 바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오히려 한 잔 마실 자리도 없어 보여서
가게 입구에서 기웃거려야 했다.
남는 좌석은 없지만 바텐더 앞자리가 비어 보여서 들어가는데
갑자기 웬 아주머니가 아내를 보며 반갑게 웃는다.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이신가?
그런데 살짝 업되어 보이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처음 왔냐고 묻더니
취기가 있어보이는 발음으로 "Tr~y Chili Martini~"를 얘기하신다.
그러더니 자기 일행 있는 곳에 가서 착석하시네.
어허허;;; 그냥 한 잔 하시고 기분 좋아진 손님이셨구나.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지만...
이미 아까 아주머니가 얘기한 칠리 마티니만 우리 머리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 칠리 마티니가 대표메뉴중 하나기도 하네 뭐.
여기 칠리 마티니 하나랑 논알콜 칵테일 하나요~


정말로 고추가 들어가있는 정직한 칠리 마티니
내 논알콜 칵테일은 메뉴가 따로 없어서 바텐더에게 맡겼다

칠리 마티니가 나오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웃었다.
올리브가 보이는 투명한 마티니 대신 나온 것은
체리빛깔 빨간 칵테일과 그 위에 놓인 앙증맞은 고추.
정말 고추가 들어간 칵테일이었던 것이다.
아내나 나나 칵테일을 별로 안마셔봤으니
진으로 만들었는지 보드카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내 말로는 색깔만큼이나 체리처럼 상큼한 맛이 좋았다나?
(고추가 들어갔지만 딱히 매콤한 맛은 없었다.)
드라이한 거로 유명한 마티니랑 안어울리는 맛인 것 같지만
아내 맘에 들었으면 된거지 뭐.
내 논알콜 칵테일도 새콤한 과일맛이 스트레스를 날려주었다.

아내와 음료를 홀짝거리며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즐기던 중
아까 우리가 들어올때 칠리 마티니를 권했던 아주머니가 또 왔다.
"칠리 마티니 어때? 좋지?"
아내가 웃으면서 맛있다고 끄덕였다.
그러고는 또 아주머니는 웃으며 우리를 지나쳤다.
거 참 유쾌한 아주머니일세. ㅋㅋㅋ

6일간 3번의 트래킹이라는 강행군으로 지쳤던 우리에게
꿀맛같은 휴식일이었던 오늘.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유쾌했던 에피소드와 상큼한 맛의 음료들 덕에
가게이름처럼 우리의 스트레스는 날아갔다.
내일은 베르겐 시내를 또 구경 다녀야지.

2019년 12월 29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1 (1) : Bergen에 돌아왔지만 우선은 체력 회복부터

아침이 밝았지만 일어나기가 싫다.
전날 12시간의 트래킹 때문에 엄청나게 피곤한 탓.
선천적으로 무릎이 약한 아내는 아대를 하고 걸었음에도 통증을 느꼈고
거기다 약간의 몸살 기운까지 있었다.
맘 같아선 아 몰라 더 잘래~하고 싶지만
일어나서 아침 먹고 베르겐(Bergen)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자고 일어난 후 아내 컨디션이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짐을 다시 싸고 차에 실은 후 베르겐으로 출발.
이틀 전에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가야지.
우선 카 페리를 타기 위해 시간에 맞춰 욘달(Jondal)로 가자.

욘달 카 페리 터미널에 도착한 후 음료를 사러 상점에 들렀다.
캔커피는 평소에 안마시는 편이지만
피곤한 상황에 운전하니까 졸음을 막기 위해 하나 사야겠다.
그런데 마침 니트로 커피가 캔으로 있네.
흔히 보기 힘든거니 냉큼 선택했다.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 니트로 커피 -_-;;;

카 페리 위에서.
정말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절경인 노르웨이

원래 내가 장거리 운전에는 쥐약이긴 하다만 
피곤까지 겹쳐서 그런지 커피까지 마셔도 소용이 없네.
출발한지 2시간쯤, 카 페리에서 하선한지 30여분만에
조금씩 졸음이 오는 나를 느꼈다.
차 반납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으니 좀 쉬어가자.
마침 벤치가 있는 쉼터가 보여 얼른 차를 세웠다.


계곡물 소리가 청량...이 아니라 시끄러울 지경이다. ㅋ
덕분에(?) 졸음이 싹 달아났다.

출발한지 3시간이 다 되어서 베르겐에 도착했다.
반납하기 전에 주유를 해야지...그런데 주유소를 잘 못찾겠다.
구글맵에서 렌터카 반납장소 주변 주유소로 나오는 곳을 찾아가니
주유소는 커녕 부두 컨테이너만 잔뜩 있은 영 엄한 장소.
베르겐 올드 시티 주변에서는 주유소가 안 찾아지고
차량 반납시간을 생각하면 멀리 있는 주유소 갈 여유가 없네.
어쩔 수 없다. 우선 반납하러 가서 얘기해보자.

AVIS 대리점에 12시 조금 못되어 도착한 한 후
주유소를 못찾아서 바로 왔다고 얘기했더니
반납 시간 늦는 것 보다 주유 페널티가 크니까 주유를 하고 오란다.
(원래 기름은 가득 채워서 반납해야한다.)
그래서 얼른 대리점에서 알려준 근처 주유소로 직행.
주유를 마치고 다시 대리점으로 가니 당연히 12시는 넘었지만
다행히 시간 페널티는 따로 얘기하지 않네.

짐을 챙겨 들고 오늘의 숙소를 향했다.
그런데 호수옆 광장을 지날 무렵 웬 축제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싶어 가보니 동남아 음식 축제 행사인 듯?



잘됐다. 어짜피 점심도 먹어야할 시간이고
비싼 물가 대비 그나마 싼 가격에 식사를 해결 할 수 있겠네.
뭘 먹으면 좋을지 한번 둘러 볼까?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식사용으로 만만한 (생선)국수 하나,
단백질 보충용으로 고기 꼬치 하나,
그리고 후식으로 롯총(Lod Chong) 한 컵.




양을 좀 적게 먹긴 했지만 단돈 150 kr (약 2만원).
식당 갔으면 생각할 수 없을 가격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한결 가벼워진 맘으로 숙소로 향했다.

오늘의 숙소도 Airbnb로 예약한 곳.
그런데 이전에 이용했던 Airbnb 숙소들의 경우
열쇠를 넘겨 받는 경우에는 항상 우편함을 이용했었는데
이번 숙소는 근처 24시간 카페에서 열쇠를 받아오라고 그러네.
혹시나 직원이랑 말이 안 통하면 어쩔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별 문제 없이 키를 받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난 다음
평소같으면 베르겐 구경하러 나갔겠지만
아직은 전날 트래킹의 여파로 피곤한 상태다보니
그냥 저녁까지 잠이나 더 자기로 했다.
푹 자고 피로가 싹 사라지길.

2019년 12월 25일 수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0 (3) : 뛰어봤자 트롤 혓바닥 위

프레이케스톨렌이나 쉐락볼튼도 감격스러웠지만
7시간만에 도착한 트롤퉁가(Trolltunga)는 더욱 벅찬 감동이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특별했던 등반 코스 덕도 있으리라.


700m 낭떠러지 임에도 겁따위는 개나 줘버린 분

가이드 얀의 말로는 사진 찍으려면 1시간쯤 기다려야 할 거라며
그만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찍을 포즈는 미리 생각해두란다.
서둘러 트롤퉁가 뒤편으로 가보니 역시나 줄을 잔뜩 서 있다.
아내는 자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건너편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같이 와준 것도 고마운데 자신의 인증샷 기회도 양보하니
또다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한가득이다.

(이 문단은 내가 줄 서 있느라 몰랐던 아내의 시선으로 본 버전.)
남편의 인증샷을 위해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얀이 와이어에 몸을 맡기며 절벽에 매달렸다.
시간 잠깐 난다고 그 새 절벽을 타다니 진짜 산 좋아하나보다...
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유가 다 있었다.


갑자기 와이어에 몸을 맡긴 가이드 얀

얀이 말했던 것 처럼 한시간쯤 지나 내 차례가 되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트롤의 혓바닥 위로 향했다.
맞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보인다.





기나긴 트래킹과 또 긴 기다림, 그리고 찰나의 인증샷.
어찌보면 허무할 법도 하지만, 웬걸 뿌듯한 기분만이 한가득.
특히나 대망의 3대 트레킹을 마무리했다는 이유 때문인지
(물론 노르웨이 여행은 아직 한참 남았지만)
맘 속에는 묘한 여운이 계속 맴돈다.

각자의 인증샷 촬영이 끝나고 이제는 하산할 차례.
하산은 일반 트래킹 코스를 통해서 하게 된다.
내려가는 길이라지만 5시간 정도를 걸어야하니 이 또한 만만찮다.



한동안은 그래도 평지길이라 걸을만 했다.
전체 경로의 절반을 지날 무렵 가이드 얀이 사람들을 불러모으더니
지금부터 공식적인 가이드는 종료했고
각자 자기 페이스대로 하산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봤자 나중에 보니 한두명 빼고는 비슷하게 가더라.)
그리고 본격적인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지쳐서 다리가 풀렸다보니 조금만 경사가 심해져도 휘청휘청.
여지껏 잘 버텨준 아내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확연했다.

그래도 어느새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여기만 내려가면 아침에 출발했던 장소.
그런데...문제는 400m 높이 비탈을 오르내리기위한 길이다보니
아주 지겹기 그지없는 지그재그길을 걸어가야했다.
지그재그길만 1시간;;;;;;


걷는데도 멀미나는 기분;;;

어느 순간 보니 네덜란드 아가씨와 얀이 우리 뒤에 있었다.
지겨운 하산길이지만 그래도 얘기하면서 가면 좀 덜하지.
아니 사실 애시당초 얀이 투 머치 토커다. ㅋㅋㅋ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등산을 좋아하느냐,
우리도 해산물 많이 먹고 삭혀먹는 것도 있어서 한국이랑 비슷하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북한에 대한 얘기 -_- 등등

출발한지 12시간만에 출발장소에 돌아왔다.
내려와보니 다른 사람들이 다 먼저 와 있네. 우리 그룹이 꼴지.
야쿠시마 트래킹 때도 10시간을 걸어봤지만
마지막이 평지길이었던 그 때에 비해
이번에는 오히려 마지막이 경사길이라 너무 힘들다.

이제 다들 각자의 숙소로 돌아갈 차례.
네덜란드 아가씨는 출입통제하던 곳에 어머니가 기다리신다기에
우리 차에 빈자리 있으니까 데려다 주기로 했다.
네덜란드에서 가족끼리 카 페리를 이용해 여기까지 왔는데
(오다 숙소에서 만난 이탈리아 커플과 똑같네)
트롤퉁가 트래킹은 어째 혼자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네 나라엔 산이 없으니 등산이 너무 생소하다고...
아 그렇지...네덜란드는 산이 없지... -o-
(네델란드에서 가장 해발이 높은 곳이 332m...)

네덜란드 아가씨를 데려다주고 우리 숙소로 돌아오니 거의 9시.
정말 맘같아서는 그냥 쓰러지고 싶지만
그래도 씻고 밥은 먹어야지.
얼른 드러눕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서두르게 된다.
후다닥 씻고 밥해먹고 정리한 다음 침대로 직행.
이제 내일 아침까지 정줄 놓고 잠 좀 자야겠다.

PS. 1
며칠 후 트롤퉁가 액티브(Trolltunga Active)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트래킹하는 동안 얀이 찍은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고 왜 얀이 트롤퉁가에서 와이어에 매달렸는지 알게 됐는데
얀은 절벽에 매달려서 사람들의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구도가 아주 예술.
Thank you, Jan.


얀이 와이어에 매달린 상태로 찍은 사진

PS. 2
이번 3대 트레킹에서 유용하게 사용한 도구인 LifeStraw.
필터달린 빨대에서 어지간한 불순물과 잡균을 걸러낸다.
계곡물을 바로 통에 담아 마실 수 있으니
트래킹 시에 들고갈 물의 양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Amazon.com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