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3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30 (2) : 평화로운 야생의 땅, Svalbard

차는 이번엔 마을을 가로질러 동쪽으로 향했다.
10분간 달려 도착한 곳에는 안내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공항에서 나올 때도 봤었던 북극곰 주의 안내판.
그 밑에 적혀 있는 "Gjelde hele Svalbard"의 의미는
스발바르 전역에 적용된다는 뜻이다.


이 곳은 롱위에아르뷔엔 마을의 경계다.
지금 우리에게는 저 너머로는 조용한 자연 풍경만이 펼쳐져 있지만
스발바르는 사람(2천여명)보다 북극곰(3천여마리)이 더 많은 곳.
차에서 내리기 전 가이드는 혹시나 북극곰이 나타나면
곧바로 차에 탑승해서 피하라고 알려줬다.
이게 드문 일이 아니라 실제로 가끔씩 나타나기 때문에
마을을 벗어날 때는 반드시 총이나 차량을 갖고 있어야 한단다.
또 북극곰들이 대체로 마을로는 잘 오지 않지만
가끔은 먹을 것을 찾으러 마을로도 내려온단다.
그야말로 야생과 함께하는 스발바르다.


다들 안내판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가이드는 진흙뻘 쪽으로 내려가더니 우리를 불렀다.
그가 부르는 쪽으로 가보니 뻘밭에 떡하니 찍힌 발자국.
북극곰 발자국이다!
가이드 말로는 며칠전에 나타난 녀석의 발자국이란다.

우리의 콜롬비안 가이드
 
선명한 북극곰 발자국

가이드 말로는 며칠 전에 이 북극곰이 나타났을 때
마침 투어를 하던 다른 가이드와 여행객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쫓아내기 위해 총까지 쐈다고 한다.
다만 총은 어디까지나 위협용이지 북극곰을 쏘면 안된단다.
북극곰은 멸종위기 동물이기때문에
만약 북극곰을 맞추게 되면 이에 대한 정당성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며칠전 출현했던 북극곰에게 총을 쏜 사건도
(가까이서 보여주겠다는) 가이드의 과욕으로 곰의 접근을 허용했던 탓이라
(곰을 맞춘 건 아니지만) 총을 쏜 가이드가 많이 비난받았다고 한다.

다시 차에 탑승한 우리는 이번엔 마을을 벗어나 달렸다.
마을을 벗어난지 얼마 안됐는데도 금새 야생 동물들이 보인다.

순록

기러기는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사실 야생 동물중에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북극여우지만
운 좋으면 마을 근처에서 만나기도 한다지만
이렇게 차를 타고 가면서 만나기는 아마도 어렵겠지.

마을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달리던 차는
어느새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 언덕의 끝에서 커다란 안테나 두 개가 나타났다.


이는 태양으로 인한 지구 전자기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레이더.
EISCAT이라는 국제기구에서 운영하는 것인데
극지방은 지구 자기권이 궤도가 낮아서 가능한 조사다.

공식적인 투어는 끝나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던 차는
마을로 돌아가던 중 방향을 틀어 투어 회사 건물로 향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썰매개 축사.
겨울에는 얘네들이 열일하겠구나.


대부분의 개들은 철망 울타리 안에 있었지만 몇마리는 나와 있었다.
그 중 린네아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한껏 애교를 부렸다

가이드는 우리를 따뜻한 모닥불이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다들 둘러앉아 커피와 과자를 즐기며
오늘 투어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우리에게 감상을 물어보기에 스발바르가 strange하다고 했더니
가이드가 뭐가 가장 이상했냐고 되물었다.

"여기서 콜롬비아인 가이드 만난 거요."

지체 없는 내 대답에 모두들 웃음이 빵 터졌다.
가이드도 웃더니만 어떻게 여기서 일하게 되었는지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후셋 레스토랑에 인턴으로 들어갔다가
인턴기간이 끝나고 떠나기 전 마지막 날 술을 먹었는데
꽐라가 된 상태에서 아까 들렀던 레스토랑 취업계약서에 사인하고
그 이후로 계속 스발바르에서 이일저일하며 살고 있다나...
뭔가 MSG가 많이 들어간 스토리로 보이지만 그러려니 하자.
여하간 가이드는 이 얘기를 시작으로 이 곳만의 특이한 점들을 설명했다.

스발바르는 노르웨이 땅이긴 하지만
스발바르 조약의 영향을 받는 특수 지역이라서
(스발바르 전체가 면세지역인 이유도 이 조약 때문이다.)
고용주의 동의만 있으면 비자 없이도 취업할 수 있는 곳이다.
가이드가 직종을 바꿔가면서 몇년간 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상당수의 태국인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대신 몇년을 일하든 영주권을 얻을 수는 없으며
또한 직업을 잃으면 반드시 스발바르를 떠나야한다.

또한 스발바르는 사람이 태어날 수도, 죽어서 묻힐 수도 없는 곳이다.
우선 제대로 된 병원이 없어서 출산하려면 비행기로 트롬쇠에 가야하고
같은 이유로 위중한 환자들도 이 곳들 떠나야한다.
혹여나 사고로 죽는다해도 대부분이 영구 동토라서 시체가 썩지도 않고
심지어 묻어둔 시체가 겨우내 빙하에 밀려 땅 위로 올라오기도 하기에
시신은 그 사람의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을에서 보이던 대형 파이프의 정체를 물어봤는데
지역 난방 온수파이프라고 한다.
왜 파이프가 굳이 밖으로 나와있나 했더니
어짜피 땅에 묻어도 자주 동파하는데
수리하려면 밖에 드러나 있는 것이 낫다는 게 이유였다.

아 그리고 워낙 사람 수가 적은 지역이라 사건사고도 드문데
최근 몇년간 가장 큰 사건은 2016년에 한 독일 훌리건이
(그리고 이로 인해 스발바르에서 영구추방 당했다고 한다)

참으로 평화로운 스발바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