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더 있다가 걸어서 돌아가려고 했더니
이거 또 신세지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던 우리에게
커플 여자분은 자기네가 샌 안톤 가든(San Anton Gardens) 가는데
별 일정 없으면 같이 가지 않겠냐고 그런다.
우리는 여행 막바지다보니 일정을 비워놨던데다가
이렇게 교통편 도움까지 주는데 사양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거듭 감사할 따름.
우리는 샌 안톤 가든은 사실 알아보질 않았어서
어디인지, 어떤 곳인지도 모른채 차로 꽤나 오래 이동을 했다.
(거의 30분 정도)
엄청 긴 담벼락 옆에 주차를 하고
상대적으로 왜소한 입구를 지나 공원으로 들어서니
쌀쌀한 날씨와는 사뭇 다른 넓고 푸른 정원이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범상한 공원은 아닌것 같아서 위키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역시나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17세기에 성요한 기사단원이었던
앙투안 드 폴(Antoine de Paule)의 저택이었는데
그가 기사단장으로 선출되면서 궁으로 증축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몰타의 대통령 궁!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와대 앞마당에 와 있는 것 -_-;
가운데 커플이 우리를 데리고 와준 고마운 분들 |
정원 안으로 들어가니 궁 입구가 나왔다.
출입통제는 커녕 경비원 한 명도 보기 힘들어서
찾아보지 않았다면 대통령 궁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겠다.
다만 정원은 17시까지 개방하지만 궁 내부는 16시에 닫기 때문에
우리가 건물 내부로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문닫기 5분전...)
30여분간 돌아다니며 구경한 샌 안톤 가든은
조그만 동물원과 대통령 궁에서 소비할 야채를 기르는 밭,
그리고 아이들 놀이터에 식당까지 있어서
단순히 예쁜 정원이 아닌 훌륭한 가족 나들이 장소.
그래서인지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많아보였다.
구경을 마치고 정원을 나선 다음
계속 신세를 지기 미안해 마르사쉴록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다만
이번에도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미안함이 갑절.
그래서 대신에 저녁 식사라도 대접하려고 했는데
자기네는 점심을 마르사쉴록에서 먹었어서 괜찮다고 사양했다.
결국 뭐 하나 해준 것 없이 신세만 지게 되었네.
얼레벌레 헤어지고나서야
연락처라도 받아두고 나중에 뭐라도 해줄 걸하고 후회만 했다.
해진 후 한적한 마르사쉴록 중심 광장 앞 |
해는 지고 어두워진 마르사쉴록 항구에서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아보자.
바닷가니까 해산물 식당이 좋겠지?
그런데 식당들이 대부분 19시가 되어야 저녁 장사를 하네.
아내가 궁금해한 식당은 따로 있었지만 이미 우리는 배가 고팠기에
영업중인 몇 안되는 식당 중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라 노스트라 파드로나(La Nostra Padrona) 레스토랑으로 결정.
살짝 짜긴 했지만 비린 맛 없이 새콤한 토마토 생선 스프와
익히 예상되는 맛의 마늘과 향신료로 양념된 홍합 찜,
그리고 연어 살과 알이 곁들여진 먹물 파스타까지.
다른 식당들보다 약간 비싸긴 했지만
맛이 좋으니 탁월한 선택이었던 거로 결론내자.
이제 몰타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방에 돌아와서는 아내는 웰컴 와인, 나는 차 한 잔 마시면서
이번 여행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