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후식으로 며칠 전에 들렀던 '락스 카페'에서 케익을 먹자.
그 때도 눈에 확 들어왔던 메뉴는 Mortal Sin.
케익 이름이 죽을 죄라니 기대되지 않는가?
왼쪽 케익이 Mortal Sin, 오른쪽은 레몬 머랭 |
보다시피 치즈 케익 위에 초콜릿 무스와 카라멜 크림까지 얹어있어서
한입 먹는 것 만으로도 다이어터들에게는 좌절을 안겨줄 메뉴.
엄청나게 달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먹다보니 달고 느끼한거 잘 먹는 나도 부담스럽긴 하다.
실망스러웠던 '팬케익스 온 더 락스'의 Devil's delight에 비해
이름에 걸맞는 양의 칼로리 존재감이 느껴진다.
케익 흡입을 끝낸 후 다음 목적지를 정할 차례.
저녁 식사는 귀가해서 먹을 예정이니 먼 곳을 다녀오기는 그렇고
시내의 웬만한 장소는 다녀봤으니 이제 어딜 가본담?
아, 뉴 사우스 웨일즈 미술관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이 있지.
아까 오전에 그 미술관 앞을 지나쳤었는데
지금 다시 가게 된 삽질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_-;
땡볕에서 20여분간 걸어 미술관에 도착하니 땀이 흥건하다.
얼른 건물 안으로 피신하자.
마침 특별 전시회 주제가 누드...아 이게 아닌데... |
이곳도 특별 전시관 이외에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 미술관들만큼은 아니라도
고흐, 루벤스, 로댕 등을 비롯한 유명작가들의 작품들도 꽤 있으니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짬 날 때 들르는 것도 좋겠다.
고흐의 작품, 소작농의 초상 |
루벤스의 자화상 |
로댕의 칼레의 시민 축소판. 이 작품은 세계에 총 12가지 에디션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서울에도 있다 |
바톨로메오 디 지오반니의 세례자 요한 |
친숙한 서양 화가들 작품이 익숙하고 좋지만 그래도 호주의 대표적인 미술관인데 원주민 미술 작품들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은 든다 |
작품들만 예술인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보는 시드니의 경치도 예술이다 |
1시간정도 관람을 한 다음 귀가하기 위해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으로 가던 중 멈춰선 곳은 시드니 병원(Sydney Hospital).
이 곳 앞에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멧돼지 동상이 있다.
그리고 더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녀석 코를 만지면 복이 온다는 미신이 있다.
덕분에 멧돼지 코가 반질반질.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은게 좋은 거라고
우리도 슬쩍 코를 만져보자. ㅋㅋ
시드니 시내는 곳곳에서 오늘부터 3주간 진행되는 축제를 알리고 있었고
하이드 파크 한편에는 아예 페스티벌 빌리지 구역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우리는 내일 떠나야하니 축제 구경은 못하겠네.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이른 시각이지만 내일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도 해야겠고...
사실은 오늘 동생 생일 깜짝 파티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체력 약한 동생은 일찍 귀가하자는 말에 반대도 안했다. ㅋ
큰이모와 사촌형에게는 미리 언급을 해놨고
돌아가는 길에 사촌형에게 메시지를 보내 시간도 맞췄다.
이모님 댁에 사촌형네가 왔을 때만해도 그냥 그러려니 했던 동생은
케익과 조카가 전해주는 선물을 보고서야 이벤트임을 알았다.
먼저 미국으로 돌아간 사촌동생네가 미리 나한테 보내놔 준
조카들이 '해피 버스데이'를 외치는 동영상으로 이벤트 마무리.
대단한 거는 아니었지만 깜짝 이벤트는 나름 성공적.
그리고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싱싱한 생굴과 연어회 비빔밥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시드니에서 생일상으로 미역국 먹을줄 생각 못했겠지 |
사촌형이 마련해준 생일 케익 |
소소하지만 즐거웠던 이벤트가 끝나고
마지막 밤 산책을 다녀온 다음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아침 8시 15분 비행기를 타야하니
꼭두새벽에 공항으로 향해야하니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