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찍 공항행 버스를 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심지어 한남동을 지날 무렵에는 만석이 되서 더 타지도 못했다.
공항에 도착한 후 형네 커플과 만난 뒤
아내는 예약했던 유심칩을 받으러 가고
나는 발권 카운터에 줄을 섰다.
나가사키가 흔하게 가는 곳은 아니라 한적할 줄 알았는데
발권 카운터 줄도 적잖이 길다.
보안검색도 만만찮게 사람 많겠군. 역시 황금 연휴다.
출국 심사를 끝낸 후에는 면세점 구매품 찾기.
공항을 찾은 사람이 많으니 여기도 대기줄이 길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 정말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나 겨우 있겠다.
(그래도 결국 아침식사로 후다닥 국수 한그릇은 먹을 수 있었다.)
한시간 반 비행 후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국제선이라고는 딱 2개 노선(인천, 상하이)밖에 없는 작은 공항인지라
입국 수속하고 나오기까지는 금방이었다.
이제 렌터카를 찾으러 가야지.
예약했던 Times Car 렌터카 부스로 가서 물어보니
공항밖 대기장소에서 기다리면 픽업하러 온다고 한다.
손으로 그린 약도 하나 뿐이라 사진으로 찍어가란다 |
4월 마지막 날이지만 제주보다 남쪽이라 그런지
공항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꽤나 뜨겁다.
잠시 기다린 다음 픽업온 차량에 타니 다리를 건넌다.
나가사키 공항도 간사이 공항처럼 인공섬 위의 공항이기 때문.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해서 예약한 차를 찾은 후 이제 출발.
운전은 우선 형이 먼저 하기로 했다.
아, 사무실에 공짜 프링글스 칩이 있으니 두개 집어가야지. :)
렌터카 내의 네비게이션은 다행히 한국어 안내가 나왔다.
다만 차가 움직이면 곧바로 입력할 수 없게 되었다.
원리원칙에 철저한 일본 답다고 할까?
한국에서처럼 생각하고 이미 차로 출발을 한 데다가
와중에 고속도로로 진입한 지라 차를 세우기도 난감한 상황이니
우선 나가사키 시내까지는 구글맵을 이용해야겠다.
톨게이트에서 티켓 뽑는 방법을 몰라 잠시 헤맸던 것을 제외하고는
별 탈 없이 40여분간 달려 나가사키 시내에 진입했다.
한국에서 미리 찾아온 관광 안내 지도에는
시내 곳곳의 주차장들의 위치도 나와있다.
일본은 관광지도 무료 주차가 가능한 곳이 드물기 때문에
어짜피 유료 주차를 해야할거면 관공서가 싸지 않을까? 싶어서
나가사키 시민회관 주차장을 찾아갔다.
주차장을 시민회관으로 정한 이유는
우리의 첫 목적지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메가네바시(眼鏡橋), 우리 말로 안경 다리.
1634년에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아치형 돌다리이다.
이름이 안경 다리인 이유는 물에비친 반영때문에
다리가 마치 안경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반영이 선명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안경 모양은 나왔다. |
날이 더우니 다리 옆 노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자.
나가사키 유명 관광지 곳곳에서 파는
치린치린(チリンチリン) 아이스크림은
싸면서도(150엔) 예쁜 장미꽃 모양과 부드러운 맛이 훌륭하다.
50년 넘는 역사(1960년)가 괜한 것이 아니다.
훌륭한 가성비의 치린치린 아이스 |
400년이 다 되어간다고 해도 돌다리 만으로는 유명해지기 힘들다.
이 곳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로 찾아가보자.
이를 위해서는 다리 아래편으로 내려가야한다.
메가네바시 아래 징검다리를 건너다 만난 거북이 |
이곳을 명소로 만들어주는 또다른 아이템은 바로 하트 스톤.
다리 아래편의 돌담 중간에 박혀있는 하트 모양의 돌이
사람들이 이 곳을 찾게 되는 또다른 명물이다.
아내의 손과 겹쳐 있는 하트 스톤. 다리 아래편으로 가면 쉽기 찾을 수 있다 |
이제 다음 목적지로 걸어가보자.
아침 식사를 공항에서 급하게 때우고 왔으니 간식거리를 먹을 겸
나가사키 특산물 가쿠니만쥬(角煮まんじゅう)를 사러 가자.
걸어가던 중 곳곳에서 고이노보리(鯉幟)를 볼 수 있었다.
고이노보리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면서 거는 잉어 깃발인데
어린이날(일본도 5월 5일이다)이 며칠 남지 않았다보니
많이들 내다 건 것 같다.
길을 걷던 중 만난 빌딩 벽면의 고이노보리 |
가쿠니만쥬 가게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사실 가쿠니만쥬는 나가사키 시내에서 흔하게 살 수 있는 것이지만
기왕 사먹을 거면 유명한 가게에서 사먹어봐야지 않겠나.
우리가 찾아간 가게는 가쿠니야 코지마(角煮家こじま).
나가사키에는 일본에서도 손꼽히게 큰 차이나타운이 있는데
그 영향으로 만들어진 음식이 나가사키 짬뽕과 가쿠니만쥬다.
가쿠니만쥬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동파육 찐빵.
자그마한 찐빵 속에 두툼한 삼겹살 동파육이 들어있다.
바로 먹을 것은 찜통에서 꺼내준다 |
[nagasaki-airport.jp 펌] 가쿠니만쥬 |
우리네 고기찐빵 같은 맛이 아닐까 예상했는데
밋밋한 찐빵과 동파육 특유의 짭짤하고 기름진 맛이 튄다.
특산물이니 한번은 먹어볼만 하지만
여러번 사 먹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해보자.
다음 장소는 이번에도 걸어서 10분거리인 데지마(出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