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따마니에서 베사키 사원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발리에서 가장 높은 아궁(Agung) 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사원이다.
(아궁산도 활화산이다)
3백만명 정도가 사는 발리에 신전이 이렇게나 많은 이유는
촌락마다 무조건 기본적으로 사원 3개가 있어서라고 한다.
거기다 촌락 몇개 모임에 해당하는 사원이 또 따로 있고...
우리 식 행정구역으로 얘기하자면 구립 사원, 시립 사원이 있는 셈.
(단위가 3개인 이유는 아마도 힌두 3대신 때문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한 두블럭마다 사원이 있는 신들의 섬이 된 것이다.
(모든 집집마다 있는 제단까지 포함하면 수십만개. ㄷㄷㄷ)
그런데 베사키 사원은 이 수많은 사원들 중에서도
발리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면서 발리 힌두교의 본산인,
별칭이 '어머니 사원'일 정도로 중요한 사원이니 안가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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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사키 사원의 특징인 화려한 금박 장식 |
베사키 사원은 이전에 들른 사원들과는 달리
사롱도 렌탈 비용을 따로 내야했다.
그리고 오는 길에 라낭이 얘기한 건데...
다른 곳과는 달리 여기는 현지인들 텃세때문에 자신은 못들어간단다;;;
(베사키 외에는 항상 라낭도 같이 가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 라낭이 신신당부하는 말이
"들어가면 곳곳에서 붙잡고 자기네랑 같이 가야 한다고 할 거다.
그러면서 돈 더달라고 할건데 무조건 무시하고 지나가면 된다"
라고한다;;; 어쨋건....가보자. 입장료도 이미 냈고. -_-
주차장에서 사원으로 출발.
그런데 몇발 걷지도 않았는데 바로 태클이 들어온다;;;
"(현지인) 오늘 특별한 일이 있으니 들어가려면 돈 더 내시오"
음냐...혹시나...해서 라낭에게 다시 돌아가 물어봤다.
"(라낭) 그냥 들어가도 된다. 입장료 다 냈다.
무조건 돈 더 얻어내려고 그러는거다"
음음.....;;;;;;
그렇게 다시 사원으로 돌아가니 또 돈 더 내라고 말을 건다.
무시하고 직진!
그랬더니 뭐라뭐라 하긴 했지만 붙잡진 않는다.
아 이것들 진짜 삥 뜯으려는 거구나;;;;
여하간 이런 식으로 사원 입구까지 가는데만
3~4번은 돈 내라는 소릴 들었다.
이걸 계속해서 무시하고 지나가다보니 약간 겁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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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낭은 이 계단 끝까지만 가라고 했다. 그 이상은 무리일거라고 |
사원에 들어섰다고 끝난건 아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는 중에도 두세번은 더 들었을 거다 -_-;;;
여하간 그렇게 계단 끝까지 올라오니
이젠 입구에 아예 떡하니 지키고 서있는 현지인들.
또다시 "오늘은 특별 행사가 있으니 들어오고 싶으면 돈 더 내라"고 한다.
라낭이 계단 끝까지 올라가서 사진 몇장 찍고 돌아와야 할 거라고 했는데
계속 무시하다보니 겁이 없어진 본인, 그냥 들어갔다.
그런데 여태껏은 그냥 말만 뭐라뭐라 하더니 이번엔 붙잡는다.
(이미 올라와 있던 짜증에) 왜 잡냐고 난 성질 내고,
현지인들은 그들대로 나보고 뭐라뭐라 큰소리 치고...
중간에 끼인 아내만 울상이 되었다.
결국 불쾌한 일 만들지 말자는 아내의 설득에
더 들어가지는 못하고 돌아내려왔다.
결론적으로 1주일간의 발리 여행 중 유일하게 불쾌했던 때였다.
(아내는 환전 사기 때도 불쾌했다지만, 나한테 그건 애교 수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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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은 정말 아름다웠는데... |
결국 차로 돌아와 라낭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했더니 라낭 왈,
"걔네들, 발리 주 정부도 통제를 못하고 있다"고...
그야말로 우리는 깡패들을 상대하고 온거였다 -_-;;;
사원은 먼 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워서
더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여하간...사원은 이제 됐고...
라낭, 우리 루왁(Luwak) 커피 살 수 있는데 없을까?
그러자 라낭이 루왁 커피 농장에 데려다 주겠단다.
원래 수마트라 섬의 것이 더 유명하지만 어쨋건 여기도 산지니까 :)
루왁은 사향고양이의 인도네시아어 명칭이다.
루왁 커피는 사향고양이가 커피 콩을 먹은 뒤 대변에 남은 씨를 모아서
변은 씻어내고 커피만 골라내 먹는 건데 (결국 고양이 응가 커피...OTZ)
최고급 루왁 커피는 한잔에 십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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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사향고양이, 루왁 |
농장이라고 할 때 예상은 했지만 사향고양이는 우리에 갇혀있고
(잡식인 사향고양이에게) 오직 커피 콩만 먹이로 먹고있는 모습이었다.
고급 야생 루왁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이런 사육 상태면 루왁 커피를 마시는 것이
사향고양이에게 미안할 지경...
돌아보고 나니 직원이 전망 좋은 자리의 테이블로 안내를 했다.
루왁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 공짜로 6가지 차를 준다고 하네.
(인삼차, 생강차, 허브차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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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트레이에 있는 6가지 차는 전부 공짜 |
그렇게 주문한 루왁 커피는 상당히 독특한 향이 났다.
그리고 그게 전부 =_=. 생각보다 우와~ 할 만한 것은 없었다.
(다음에 제대로 된 고급 루왁 커피를 먹어봐야 알려나?)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선물용+집에서 먹을 용도로 루왁 커피를 좀 샀다.
이제 해는 져 가고, 저녁 먹고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
우붓에 돌아와 카페 와얀(Cafe Wayan)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향했다.
아 그리고 극구 사양하던 라낭도 같이 저녁을 먹었다.
언제나 레스토랑은 우리만 가고 혼자 어디선가
(아마도 싼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이 안되 보이기도 했고,
(지각은 하지만 ㅋ) 친절하고 선한 모습에 이틀새 정이 꽤 들기도 해서,
규정상 고객과 같이 식사하면 안된다고 하는 라낭에게
"넌 지금 퇴근한거고 내가 그냥 친한 형으로서 밥 사주는거다.
친한 동생한테 밥 사는 건 한국식 manner다."라고 우기고 데려갔다.
(라낭은 우리보다 6살 어렸다)
그렇게 데려간 레스토랑에서 그가 주문한건
(발리에서는) 흔하디 흔한 나시고랭.
그러면서도 이런 나시고랭은 처음 먹어본다며 좋아해
한편으로 맘이 짠했다.
어쨋건 이 일은 (그의 매형인) 다르마완씨에겐 비밀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