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2일 일요일

Jin과 Rage의 Bangkok 여행기 - 20240504 (1): 피곤하고 덥지만 놓칠 수 없는 아침식사

수요일 노동절 새벽에 제주행 첫 비행기 타고 제주 들렀다가
다음날 아침 7시 상경하는 비행기 타고 돌아와서 출근.
그리고 또 금요일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7시반에 회사에 출근했는데
우리가 탈 방콕행 비행기가 토요일 1시라서 일찍 퇴근해야했기 때문이다.
누구를 탓하기엔 스스로 짠 강행군 일정 ㅋ
비행 중에 딴 거 하지 말고 잠이나 잘 자야겠다.
 
6시간 비행 후 방콕 수완나품 공항(ท่าอากาศยานสุวรรณภูมิ)에 도착했다.
좀 자기는 했지만 좁은 에어아시아 좌석 탓에 자다깨다를 반복했고
거기다 방콕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라 피곤하다.
그래도 여행 첫날부터 퍼질 수 없으니 버텨야지.
우선 시내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타자. 
시내로 전철 티켓을 샀는데
작은 플라스틱 코인 형태라 마치 옛날 버스 토큰을 다시 만난 것 같다.


개찰구의 코인 넣는 곳
 
1시간 정도 전철타고 룸피니 공원(สวนลุมพินี)에 도착하니 6시 반 정도.
이 시간에 굳이 공원으로 온 이유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룸피니 공원의 동 랏차담리 가(ถนนราชดำริ)에 매일 아침 시장이 열리는데
시장 노점상 중에 저렴한 비용의 뷔페식 식사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실롬(สีลม) 전철역에서 내린 후 룸피니 공원을 가로질러 시장쪽으로 가자.

새벽이라 한적한 룸피니 공원
 
이른 새벽임에도 방콕의 기온은 이미 30도.
그런데 이 더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러닝을 하고 있다.
물론 이제 막 야간 비행후 도착한 상태에다 배고픈 탓도 있지만
몇 분 걷는 것도 힘들었던 우리에겐 놀라운 광경. 
 

걷다보니 룸피니 공원의 명물인 왕도마뱀도 만날 수 있었다.
한 때 개체수가 너무 늘고 관광객도 위협해서 골치라 들었는데
적어도 우리가 만난 녀석은 사람들에게 별 관심 없는 듯. 


지도를 잘못 보고 엉뚱한 출구로 나가서 잠시 헤맸지만
어쨋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크진 않아도 시장은 한적한 공원과 대비되게 북적북적.
룸피니 공원 주변은 방콕의 부유층이 많이 사는 동네라
번듯한 고층빌딩들이 주변 곳곳에 보이는데
바로 그 앞에서 이런 노점 시장이 열린다는게 재밌다.
 
 
규모가 크진 않아도 시장은 시장인지라 다양한 먹거리들이 보인다.
다만 우리는 주전부리보단 식사가 필요하니 눈으로만 구경하자. 
 



 
룸피니 아침 시장의 식당들의 가격은 인당 60 바트(약 2200원).
우리도 한 아주머님 가게를 선택하고 뭔지도 모를 음식들을 골라본다.




뭔지도 모르면서 대충 아내가 골라온 음식이지만
매콤새콤달콤 양념에 버무려진 야채들이 입맛을 돋군다. 
비록 피곤한 상태임에도 한그릇 뚝딱.

식사 잘 하고 배가 부르지만 시장에서 과일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내가 좋아하는 망고스틴 750g과
한국에서 먹어보기 힘든 그린 구아바 한팩을 골랐는데
이거도 각각 1100~1200원 정도라 도합 2400원 정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물가다.

살짝 못생긴 아오리 같은 그린 구아바
 
그린 구아바는 사실 잘 모르고 그냥 사본 건데
살짝 시고 아삭거리는게 전부인 고만고만한 맛. 
뭐 경험삼아 먹어봤다고 생각하자.
(하지만 나~중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식사를 하고나면 시원한 커피 한 잔 생각나는 건 당연한 것. 
피곤한 상태이기에 각성을 위해서도 커피가 필요하다.
좀 거리가 있지만 돗츠 커피(Dots Coffee) Wireless Road점으로 가자.
돗츠 커피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만 고용하는 태국 프랜차이즈.
룸피니 공원 주변에 이른 아침부터 열고 있는 카페가 없는 이유도 있었지만
좋은 일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다.

공원을 다시 가로지르며 걷는데 태국 경찰들이 보인다.
이렇게 더운데 검은색 긴팔 정복이라니.
보는 나는 답답한데 정작 그들은 땀도 별로 안흘리는 듯. 

 
구글 로드뷰 상의 돗츠 커피 주변은 사람이 북적였지만
주말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가는 길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카페 주변에 왔는데 죄다 문닫힌 가게들 뿐이라
룸피니 공원을 가로질러 20분을 걸었는데 헛걸음일까 걱정.
그런데 다행히 돗츠 커피는 영업중이었다.
 
가게를 들여다보기 전에는 영업중이 아닌줄...
 
오던 길이 그랬듯 가게안은 아무도 없었고
두 명의 시각장애인 직원들은 우리를 잘 인지하지 못했다.
와중에 그들이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니 주문도 수월하진 않은 편. 
주문한 메뉴를 직원이 태블릿에 입력하는데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정말 코앞에 갖다대고 입력한다.

주문한 음료는 망고 아이스티와 레몬 에스프레소.
망고 아이스티야 딱 예상대로의 맛.
레몬 에스프레소는.....시다. 그리고 아내는 신 걸 잘 못먹는다.
맛이 좋네 나쁘네 문제를 넘어선 얘기.
그나마 내가 신 걸 잘 먹으니 온전히 내 차지.
(물론 이걸 주문한 것도 나다......)
 
노~란 빛깔에서 예상이 되는 레몬 에스프레소의 신 맛

맛은 아쉬움이 있어도 어쨋건 더운데 시원한 음료 자체는 힘을 내게 한다.
장애인이 하는 카페라서가 아니라
맛으로도 사람들이 찾게 할 수 있길 기원하며 돗츠 커피를 나섰다.
 
카페 앞에 자리잡고 있던 검은 고양이.
 태국에서 고양이는 국가를 상징하는 반려동물로 여길 정도로 사랑받는다.
또한 행운의 상징이기에 돗츠커피와 우리의 여행에도 행운을 주길 바란다 
 

2026년 3월 10일 화요일

Jin과 Rage의 Bangkok 여행기 - 출발전

늘 그렇듯 연휴가 많이 생기는 5월초.
이미 가을에 큰 돈 들여 파리를 가기로 정하고 표를 샀던지라
가급적 소비를 자제해야할 상황이었지만
달력에 연휴가 보일 때 놀러갈 계획이 없으면 섭섭한게 사람 심리.
이런 때는 언제나 동남아가 부담 덜 한 옵션이지.
뒤늦게 3월에서야 잡으려는 5월 연휴 여행 일정이다보니
많이 안알려진 곳 보다는 정보가 많은 곳을 가는게 계획 세우기 좋겠다.
그러면 여기서 좁혀지는 후보지는 태국과 베트남.
생각해보면 늘 우리는 특별해보이는 여행지를 찾았던 거 같다.
그러다보니 정작 흔히들 가는 태국과 베트남은 가보지 못했네.
(사실 아내는 태국에 갔다온 적 있긴 하다.)
 
일정은 5월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
얼마 안되는 일정이니 도시 투어를 해야겠다.
항공편의 비용과 도착 시각 등을 따진 후 목적지는 방콕으로 결정.
 
방콕에서의 3박 4일동안 뭘 해야할까라는 고민은 쉽게 해결됐는데
우리의 해답은 식도락 투어였다!
(둘이 합쳐서 1인분 먹는 부부가 식도락 투어를 한다는게 아이러니...) 
둘 다 향신료를 즐기는지라 평소에도 동남아 음식에 호감이 많은데다가
방콕 자체가 대도시라 다양한 식당들이 있기도 해서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후보 식당들은 금새 차고 넘치게 늘어났다.
 
그냥 먹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기왕 식도락 투어를 한다면 쿠킹 클래스에 참가하는 것도 좋겠다.
다만 쿠킹 클래스들이 다들 뻔한 메뉴들만 다루는 건 아쉽네.
 
늦게 구하는게 되서 그런지 숙소 구하는게 은근 까다로왔는데
비용은 가급적 적게, 하지만 너무 허름한 숙소를 가고 싶지는 않아서
주로 다니려는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레지던스를 Airbnb로 예약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식도락 투어 한 번 돌아보자.
 

2026년 3월 1일 일요일

Jin과 Rage의 長崎 가족 여행기 - 20231112 및 후기

3박4일의 일정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오늘의 조식은 하마마치 상점가의 코메다 커피(コメダ珈琲).
코메다 커피는 프랜차이즈 커피점인데
아침에 커피 주문시 토스트를 무료로 주기 때문에
관광객 입장에선 저렴하게 아침 식사 해결하기가 좋다. 

 
 
나고야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 답게
코메다 커피의 토스트는 일반적인 버터와 잼 외에도
팥앙금(오구라)이 포함된 나고야식 오구라 토스트를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코메다 커피는 맛으로 승부하는 곳은 아닌지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아침 식사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자. 

식사 후 숙소에 돌아와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가사키 버스터미널로 가서 공항가는 버스를 타자.
 
6년전 여행을 기반으로 부모님께 가이드를 하기 위해 들렀던 나가사키.
일본 여행 처음으로 교통체증으로 인해 일정이 어그러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후로는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었고
우리도 시마바라라는 새로운 곳을 방문한 수 있었어서 좋았다.
굳이 아쉽다면 일본 최고의 소면 생산지라는
미나미시마바라를 가지 못한 것 정도?
구마모토에서 시마바라로 가는 페리가 있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구마모토 통해서 들러볼까보다.
 
PS. 한국에 돌아와서 카스테라 3종 세트 시식회를 가졌다.
이전까지 유명 3대 브랜드인 후쿠사야, 분메이도, 쇼오켄을 사먹어봤는데
이중에서는 계란 향이나 식감에서 모두 후쿠사야의 근소한 우위였었다.
그래서 역시 원조는 원조인가 생각해왔는데...
(후쿠사야는 일본 카스테라의 원조.)
 
왼쪽부터 마쓰이 시니세, 이와나가 바이주켄, 후쿠사야

오른쪽부터 마쓰이 시니세, 이와나가 바이주켄, 후쿠사야

하지만 이와나가 바이주켄과 마쓰이 시니세의 카스테라를 먹는 순간
우리에게 최고의 카스테라 자리는 곧바로 바껴버렸다.
계란 향의 진함과 부드럽고 포슬한 식감 모두 후쿠사야가 참패.
마쓰이 시니세가 더 진한 계란향으로 내 맘에 들었으나
아내는 이게 조금 과하게 느껴져서 이와나가 바이주켄을 선호했고 
식감에선 마쓰이 시니세의 약간 더 눅진 쩐득한 느낌보다
이와나가 바이주켄의 부드러우면서도 포슬한 느낌을 우리 모두 선호.
최종적으로 이와나가 바이주켄이 우리에게 최고의 카스테라가 되었고
후쿠사야는 일본 대도시에서 쉽게 살 수 있다는 것만 장점이게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더이상 후쿠사야 카스테라는 사지 않을 거 같다......
미안. 후쿠사야 ㅠㅠ 
 

2026년 2월 8일 일요일

Jin과 Rage의 長崎 가족 여행기 - 20231111 (2): 島原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음식 具雑煮

관광안내소를 나와서 시마바라 성이 있는 북쪽으로 향해 걸었다.
10분정도 걸어서 시청을 지나 도착한 곳은 이노하라 카나모노텐(猪原金物店).
1877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규슈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철물점이다.
단순히 오래된 상점이 아니라 일본 유형문화재로도 등재된 곳.
 
 

물론 문화재라해도 어쨋건 철물점인지라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온갖 일상 잡화들이 잔뜩 진열되어있다.
여기까지는 우리네 흔한 철물점과 다를 바 없으나
이 철물점의 진짜 구경거리는 칼이다.
(우리가 가게에 들어갔을 때도 한편에서 직원이 숫돌에 칼을 갈고 있었다.)
다만 그나마 무난한 민무늬 주방용 칼도 하나 몇만원이고
다마스쿠스 칼처럼 무늬가 아름다운 단조검은 수십만원.
일본 칼이 유명은 하다만 기념으로 사기엔 조금 부담스럽긴 하다.



다양한 슈리켄도 파네. 닌자 고객도 있나?
 
어머니가 일본칼에 관심 가지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나이가 드셔서인지 가격이 부담스러워서인지 금새 관심을 접으신다. 
철물점 구경은 끝내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 점심 메뉴는 시마바라 향토 음식인 구조니(具雑煮).
구조니 맛집인 히메마츠야(姫松屋)가 멀지 않으니 걸어가자.
 
식당 가는 길 중간에 보이던 시마바라 성
 
히메마츠야에 도착했더니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식당에 주차장이 따로 있으니 부모님과 아내는 가게에서 기다리고
나는 그동안 식당으로 차를 가지고 와야겠다.
 
서둘러 이온으로 가서 차를 가지고 식당에 돌아왔다만
20여분이 지난 그제서야 대기가 끝나서 식당에 들어갔다.
얼마나 맛집이길레 이 작은 도시의 식당이 이렇게 인기인가?

히메마츠야 본점. 20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구조니 전문점이다

구조니 또한 시마바라 반란과 연관이 있는데
바로 시마바라 반란 때 농민군이 먹었던 음식이 구조니다.
일본의 설날 음식인 떡국 조니에 여러 다른 재료가 가미된 것인데
현재의 구조니는 가쓰오부시 국물에 장어, 어묵, 두부, 버섯 등이 들어가고
떡은 맵쌀 떡을 쓰는 우리네 떡국과는 다르게 찰떡을 쓴다.
(찰떡은 구조니만의 특징이 아니라 조니가 원래 그렇다.)
 
구조니 정식

반란군이 성에서 농성하며 먹은 음식이었으니
구해지는 재료들로 잡탕처럼 끓여 먹었던 것이었을텐데
지금의 우리 앞에 나온 구조니 정식은 호화롭기 그지 없다.
가쓰오부시 국물에 장어, 어묵, 버슷 등이 있으니
국물맛은 담백 시원하면서도 진한 감칠맛이 난다.
다만 떡이 찰떡이라 약간 퍼진듯 익어 나오는데
탱글한 가래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살짝 쫀득+쩐득거리는 식감을 떡국에서 느끼는게 생소할 수 있겠다.
어머니가 가래떡을 좋아하시는지라 이게 약간 맘에 걸렸는데
의외로 어머니는 이런 찰떡의 질감마저도 좋다며 맛있어하셨다.
 
성공적인 점심 식사를 한 후
차는 잠시 식당 주차장에 두고 근처에 가게 한 곳을 들러보자.
대놓고 이름에 노포가 들어있는 마쓰이 시니세(松井老舗)는
무려 400년이 넘는 역사의 카스테라 가게. 
 
간판도 없고 수수한 외관의 이 가게를
누가 400년 전통의 가게라고 생각하겠나
 

마쓰이 시니세의 카스테라는 나가사키의 카스테라와는 달리
(시마바라도 나가사키 현 안에 들어가긴 하지만...)
밀가루를 줄이고 계란의 양을 더 늘여서 만든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또한 계란의 노른자와 흰자 비율을 5대3으로 맞춘
고잔야키(五三焼) 카스테라의 원조라나?
여기서도 집에 가서 맛볼것들 몇개를 사가자.
누가 보면 카스테라에 미친 가족같겠지만
그래도 여기와서 카스테라 투어 안돌면 어디서 이런걸 해보겠나 ㅋ
 
다시 히메마츠야로 돌아와서 차를 타고 나가사키로 돌아가자.
1시간여를 달려 돌아온 나가사키에서의 숙소는 첫날 묵었던 호텔 H2.
숙소에 도착한 후 쉬었다가 저녁먹고 목욕하고 오늘 일정을 끝내면 되겠다.
부모님이 피곤해 하시니 저녁 식사는 멀리가지 말고
숙소 맞은편 하마마치(浜町) 상점가의 마루가메 제면(丸亀製麺)에서 먹자.
한때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던 평범한 우동 프랜차이즈이건만
부모님은 꽤나 맛있다며 드셨으니 뭐 그거로 됐네.
 

2026년 1월 31일 토요일

Jin과 Rage의 長崎 가족 여행기 - 20231111 (1): 처참한 과거를 뒤로 하고 잉어 떼가 헤엄치는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

개운하게 일어난 셋째날 아침.
일어났으면 씻고 밥먹으러 가야지. 
 
어제 저녁만큼은 아니지만 조식 메뉴도 글자가 빼곡하다.
그리고 코스였던 저녁과 달리 조식은 한 상에 다 나오니
어떤 면으로는 더 화려하고 푸짐해 보인다.
 


어제 석식도, 오늘 조식도, 흠 잡을 거 없이 만족스럽다.
미야자키 료칸 조식에서 빠지지 않고 항상 나오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운젠의 온천수로 만드는 수제 두부. 
두부는 온천수로 만들어서 그런지 보들보들 녹아내리듯 부드럽네.
다른 음식들도 모두 정갈하고 간도 슴슴해서 재료 본연의 맛이 잘느껴져서
(다른 식구들도 맘에 들어 했지만) 누구보다도 아내님이 엄청 잘 먹는다.
 
운젠을 떠나기 전에 동네 구경을 하고 가자. 
 
지옥의 열기는 길냥이의 훌륭한 난방시설......


길가를 뒤덮은 자욱한 지옥 연기
 
이제 운젠을 떠날 시간.
다음 목적지는 운젠의 동쪽에 있는 소도시 시마바라(島原).
나가사키를 여행지로 정하고 나니
우리가 들렀던 코스를 다니면 부모님 가이드하기 편하겠다 생각은 했지만
기왕 여기까지 와서 우리도 새로운 지역을 못들르는 것도 아쉬우니
추가로 어딜 들를까 찾다가 추가한 코스가 시미바라였다. 
 
30분정도 꼬불꼬불 산길을 내려와 시마바라에는 들어왔다만
동네 구경을 하려면 어딘가 주차를 해야할텐데
어디 주차할 만한 데가 없나 두리번거리던 중
커다란 이온(AEON, 일본 쇼핑몰 브랜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 소도시 하나로 마트에서 주차비가 무료이듯
아무리 일본이라도 여기서는 주차비는 안받겠지?
만약 필요하면 뭐라도 값 싼 거 하나라도 사면 되겠지. 고고.
 
주차를 하고 동네 구경을 가려는데...
정작 부모님은 마트 구경을 가자신다. -_-;;;
그래 뭐 자유여행의 묘미는 이런거 아니더냐.
계획은 틀어져야 제 맛이지.
 
뭐 마트가 마트지 다를 게 있나...
 
시마바라도 나가시키현인지라 마트에서도 카스테라를 잔뜩 판다.
종류가 다양하긴 한데 원래 이런 옵션질은 본상품이 후달릴 때 하는 것.
그냥 구경만 하자. 
 

소금, 말차, 치즈, 초코 등등

 
부모님도 여기서는 눈에 띄는게 없으신 듯.
이제는 진짜 시마바라 구경하러 가봅시다. 

이온에서 한블럭 뒤로 가면 코이노요오구마치(鯉の泳ぐまち)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도심 한복판 주택가를 따라 흐르는 수로를 흐르는 맑은 물에서
팔뚝만한 비단잉어들이 떼지어 헤엄치고 있다.
알고보니 시마바라는 일본에서 물의 도시라고 불린다나?
그만큼 마을을 흐르는 맑은 물이 자랑인 곳. 


물도 깨끗하지만 수로 또한 이끼 마저 없이 깨끗하다

 
유유자적 헤엄치는 잉어들 구경은 곳곳에 있는 쉼터에서도 가능하지만
우리는 이 곳의 풍부한 맑은 물을 이용해 연못과 정원을 조성한
시메이소(四明荘)라는 곳에 들러서 차도 한 잔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입장료 내고 들어가야함을 안 부모님은 우리 둘만 갔다오라신다.;;;
그렇다고 진짜 우리 둘만 들어갈 수 있겠나.
억지로 부모님을 끌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시메이소는 그냥 사진으로나 감상하고 말아야겠다. 
 
시메이소 입구......

코이노요오구마치 중간에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들어갔다.
관광안내소 내에 들어가니 전시된 크래프트 맥주가 눈에 띄는데
시마바라 반란(Shimabara Rebellion)이란 브랜드의 느낌이 강렬하다. 
 

왜 굳이 반란이란 강렬한 이름을 썼나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시마바라 반란은 일본 역사에서 꽤나 중요한 사건이다.
나가사키와 시마바라 지역은 기독교인이 많았으나
에도 막부가 들어선 후에 기독교 탄압이 심해진데다 폭정까지 더해졌고
(운젠의 온천지구가 지옥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당시에 기독교인들을 펄펄 끓는 온천물로 고문했기 때문이다) 
결국 견디지 못한 기독교인 농민들이 난을 일으켰으나
내통자였던 단 한명을 제외한 수만명 전원이 사망했는데
막부군도 만여명 이상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지라
오죽하면 이 변방 시마바라를 쇼군인 도쿠카와 가의 방계 가문에게 맡겼다.
(당연히 더 철저한 탄압을 하기 위함이었다.) 
 
고즈넉하고 정감있는 물의 도시의 처절한 과거사를
맥주 라벨 덕분에(?) 알게되네.
 

2026년 1월 11일 일요일

Jin과 Rage의 長崎 가족 여행기 - 20231110 (3): 맛있는 음식과 온천, 완벽한 휴식

이제 운젠 온천마을로 가자.
오바마에서부터는 꼬불랑 산길 따라 차로 20분.
그나저나, 이때쯤이면 산이 단풍으로 예쁘게 물들지 않았을까 했는데
군데군데 단풍이 들긴 했지만 아직은 초록빛이 많다.
11월 중순은 되야 완전히 단풍으로 물들 듯. 

꼬불거리는 오르막길이 끝나고 온천 마을에 도착했다.
료칸에 들어가면 따로 나오지는 않을 거 같으니 동네 구경부터 할까?
우선 온천수를 이용해서 만드는 센베이(전병)로 유명한 가게인
토오토미야 혼포(遠江屋 本舗)부터 가자.

6년전엔 이런데 있는 줄도 몰랐네

가게를 들어서면 다양한 운젠의 기념품들이 먼저 보이지만
한편에 센베이가 구워지는 공방이 바로 시선을 끈다.
 

센베이 굽는 모습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더니
바로 구워진 것을 하나를 건네 주신다.
건네 받으면서 시식하라고 주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100엔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너무 순진했네.
이미 손에 받았으니 안먹어요하고 되물릴 수도 없다.
아내와 함께 '우리 낚였는데?' 라고 말은 했지만
원래 이거 먹어보려고 온 거니 곧바로 순순히 돈은 냈다 ㅋ.
물론 부모님 거도 포함.
 
공장에서 만든게 아닌, 가게에서 구운 센베이는 卜자가 새겨져있다
 
사람이 옛날 방식대로 굽는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으니
가게에서 직접 구워 파는 센베이는 수량이 한정되어있다고 한다.
아마도 예쁘게 포장되서 전시된 상품들은 공장에서 만든 것들인 듯.
토오토미야의 온천수 센베이는 우리가 흔히 접하던 전병에 비하면 더 얇아서
감자칩 같은 식감이 난다는 것 외에 맛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갓 구워져 나온 바삭한 센베이 자체가 별미이긴 하다.
(직접 센베이를 구워보는 체험 코스도 있다고 하더라.) 
 
가게 맞은편은 온천 신사와 운젠 지옥으로 가는 길.
운젠 지옥 안쪽은 오르막도 있고 해서 부모님이 안가실 거 같지만
그래도 신사를 거쳐 지옥 초입까지는 가보자. 



지옥 입구로 가니 온천수 삥뜯는 파이프부터 잔뜩 보인다. 
너머로는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유황 냄새가 있지만
인공적인 파이프 더미부터 보이니 구경할 맛이 안나는 것도 사실.
부모님도 더 들어갈 생각이 없으신 거 같으니 그냥 돌아가야겠다.

이제 체크인하러 료칸으로 가자.
오늘의 숙소는 운젠의 고급 료칸인 미야자키 료칸(宮崎旅館).
일본 최초로 자동문이 설치된 료칸이자
호텔 운영에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한 최초의 료칸이라는 타이틀 등,
전통을 중시하는 료칸들 중에서 신문물 도입에 선도적인 것으로 유명하고
일본 천황과 일가가 방문한 적도 있다고 한다.
주차를 하고 건물로 들어서니 건물 뒤편의 정원부터 눈에 들어오는데
아름답게 가꿔진 이 정원에서 여기가 고급 료칸임을 바로 느끼게 해준다.

 
체크인 하면서 기다리는 동안 웰컴 드링크와 간식으로 말차와 팥양갱이 나왔다.
말차는 영 적응이 안되지만 그래도 주는 성의가 있으니 호로록 냠냠. 


방으로 올라가서 산과 함께 정원을 내려다보니 이것도 장관이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과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료칸의 정원이 한데 어우러진다.
예약하면서 료칸 사진을 둘러봤었어도 이런 뷰를 보지 못했는데
이 료칸 홍보팀이 일 제대로 못하는 거 같다. 
 
 
궂은 날 차타고 멀리 이동하느라 부모님도 피곤하시고 하니 
이제 저녁 식사 전까지는 방에서 좀 쉬자.
(...라고 했지만 료칸 내에서 여기저기 구경 다녔다.)
 
예약한 저녁 식사 시각인 7시가 다 되었다.
료칸 선택시에는 방, 대욕장과 함께 반드시 신경쓰는게 가이세키.
음식 사진들이 상당히 먹어보고 싶은 비주얼이었다는 점이
미야자키 료칸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오늘의 코스










많지 않긴 해도 여지껏 방문해봤던 료칸들의 요리들을 생각해보면
훌륭한 편이었다해도 코스 중에서 한둘은 아쉬운 것들이 있었는데
미야자키 료칸은 시작부터 끝까지, 비주얼이든 맛이든,
예약하면서 찾아본 사진들에서 받은 기대감을 만족시켜주었다.
망설임 없이 여태껏 먹어본 료칸 가이세키중 최고.

맛있는 식사를 했으니 뽀얀 우윳빛의 천연 온천수로 몸을 씻고 피로를 풀자.
그럼 이제 내일 일정을 위해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