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하게 일어난 셋째날 아침.
일어났으면 씻고 밥먹으러 가야지.
어제 저녁만큼은 아니지만 조식 메뉴도 글자가 빼곡하다.
그리고 코스였던 저녁과 달리 조식은 한 상에 다 나오니
어떤 면으로는 더 화려하고 푸짐해 보인다.
어제 석식도, 오늘 조식도, 흠 잡을 거 없이 만족스럽다.
미야자키 료칸 조식에서 빠지지 않고 항상 나오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운젠의 온천수로 만드는 수제 두부.
두부는 온천수로 만들어서 그런지 보들보들 녹아내리듯 부드럽네.
다른 음식들도 모두 정갈하고 간도 슴슴해서 재료 본연의 맛이 잘느껴져서
(다른 식구들도 맘에 들어 했지만) 누구보다도 아내님이 엄청 잘 먹는다.
운젠을 떠나기 전에 동네 구경을 하고 가자.
이제 운젠을 떠날 시간.
다음 목적지는 운젠의 동쪽에 있는 소도시 시마바라(島原).
나가사키를 여행지로 정하고 나니
우리가 들렀던 코스를 다니면 부모님 가이드하기 편하겠다 생각은 했지만
기왕 여기까지 와서 우리도 새로운 지역을 못들르는 것도 아쉬우니
추가로 어딜 들를까 찾다가 추가한 코스가 시미바라였다.
30분정도 꼬불꼬불 산길을 내려와 시마바라에는 들어왔다만
동네 구경을 하려면 어딘가 주차를 해야할텐데
어디 주차할 만한 데가 없나 두리번거리던 중
커다란 이온(AEON, 일본 쇼핑몰 브랜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 소도시 하나로 마트에서 주차비가 무료이듯
아무리 일본이라도 여기서는 주차비는 안받겠지?
만약 필요하면 뭐라도 값 싼 거 하나라도 사면 되겠지. 고고.
주차를 하고 동네 구경을 가려는데...
정작 부모님은 마트 구경을 가자신다. -_-;;;
그래 뭐 자유여행의 묘미는 이런거 아니더냐.
계획은 틀어져야 제 맛이지.
시마바라도 나가시키현인지라 마트에서도 카스테라를 잔뜩 판다.
종류가 다양하긴 한데 원래 이런 옵션질은 본상품이 후달릴 때 하는 것.
그냥 구경만 하자.
부모님도 여기서는 눈에 띄는게 없으신 듯.
이제는 진짜 시마바라 구경하러 가봅시다.
이온에서 한블럭 뒤로 가면 코이노요오구마치(鯉の泳ぐまち)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도심 한복판 주택가를 따라 흐르는 수로를 흐르는 맑은 물에서
팔뚝만한 비단잉어들이 떼지어 헤엄치고 있다.
알고보니 시마바라는 일본에서 물의 도시라고 불린다나?
그만큼 마을을 흐르는 맑은 물이 자랑인 곳.
유유자적 헤엄치는 잉어들 구경은 곳곳에 있는 쉼터에서도 가능하지만
우리는 이 곳의 풍부한 맑은 물을 이용해 연못과 정원을 조성한
시메이소(四明荘)라는 곳에 들러서 차도 한 잔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입장료 내고 들어가야함을 안 부모님은 우리 둘만 갔다오라신다.;;;
그렇다고 진짜 우리 둘만 들어갈 수 있겠나.
억지로 부모님을 끌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시메이소는 그냥 사진으로나 감상하고 말아야겠다.
코이노요오구마치 중간에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들어갔다.
관광안내소 내에 들어가니 전시된 크래프트 맥주가 눈에 띄는데
시마바라 반란(Shimabara Rebellion)이란 브랜드의 느낌이 강렬하다.
왜 굳이 반란이란 강렬한 이름을 썼나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시마바라 반란은 일본 역사에서 꽤나 중요한 사건이다.
나가사키와 시마바라 지역은 기독교인이 많았으나
에도 막부가 들어선 후에 기독교 탄압이 심해진데다 폭정까지 더해졌고
(운젠의 온천지구가 지옥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당시에 기독교인들을 펄펄 끓는 온천물로 고문했기 때문이다)
결국 견디지 못한 기독교인 농민들이 난을 일으켰으나
내통자였던 단 한명을 제외한 수만명 전원이 사망했는데
막부군도 만여명 이상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지라
오죽하면 이 변방 시마바라를 쇼군인 도쿠카와 가의 방계 가문에게 맡겼다.
(당연히 더 철저한 탄압을 하기 위함이었다.)
고즈넉하고 정감있는 물의 도시의 처절한 과거사를
맥주 라벨 덕분에(?) 알게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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